‘학종 대세’ 논술/특기자 축소..서울대 정시 유지
[베리타스알파=권수진 기자] 상위17개대학의 대입 기조가 2020학년 ‘정시 확대’로 돌아섰다. 전국 4년제 일반대학 198개교로 범위를 넓힐 경우 여전히 ‘수시 대세’인 점은 변함이 없지만, 박춘란 교육부차관이 전화를 돌린 직접적 압박 즉 '박춘란 효과'로 수요자들의 관심이 높은 상위대학에서는 정시 확대가 현실화됐다.
대학들이 4월말까지 공개한 ‘2020 대입전형 시행계획(전형계획)’을 분석한 결과 정원내 기준, 상위17개대학의 수시 비중은 69.6%로 2019학년 71.6% 대비 2%p 하락했다. 수시 전체로 봤을땐 하락 추세이지만 학종은 확대 추세를 이어간다. 2019학년 40%에서 2020학년 40.8%로 0.8%p 확대됐다. 반면 교과/논술/특기자는 일제히 축소됐다. 논술의 축소폭이 가장 크다. 논술은 2019학년 14.3%에서 2020학년 12.7%로 1.5%p 줄어들었다. 특기자는 2019학년 3.3%에서 2020학년 2.5%로 0.8%p 줄어들었다. 사교육 유발 요소가 크다는 이유로 폐지 압박을 받고 있는 논술/특기자 축소 기조를 그대로 이어간 모습이다.
최근 몇 년간 꾸준히 유지되던 수시확대 추세가 급작스럽게 ‘정시 확대’로 변경된 이유는 교육부의 압박 때문이다. 박춘란 차관이 직접 상위 몇몇 대학에 전화를 걸어 정시 확대를 주문한 정황이 알려졌기 때문이다. 갑작스러운 주문을 두고 교육계에서는 ‘폭력’이라는 지적도 나온다. 대학이 자율적으로 정하는 전형 비중을 두고 직접적인 주문에 나서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는 지적이다.
2020학년 전형계획상으로 정시 확대폭은 그리 크지 않지만, ‘수시 확대’라는 대입정책의 큰 틀 자체가 뒤집혔다는 점에서 대학가에 미치는 영향은 적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수시 중심 대입구조는 당초 고교교육의 파행을 대학이 나서서 막아야 한다는 ‘대의’에서 출발, 서울대가 앞장서고 여타 상위대학들이 뒤를 받치며 만들어졌다. 이번 변화로 인해 정시 확대가 다른 대학들로 번져나갈 가능성이 높다는 진단이다.
<2020 상위17개대 정시 확대.. 30.4%>
2020 전형계획에 따르면 정원내 기준, 상위17개대에서 정시 비중이 확대된다. 2019학년 28.4%(1만5644명)에서 2020학년 30.4%(1만6688명)로 2%p 비중이 확대됐다. 군별로 살펴보면 나군에서의 확대폭이 가장 컸다. 2019학년 12.2%(6694명)에서 13.4%(7341명)로 1.2%p 확대됐다. 이어 가군이 2019학년 11%(6060명)에서 2020학년 11.7%(6452명)로 0.7%p 확대됐다. 반면 다군의 확대폭은 미미하다. 2019학년 5.3%(2890명)에서 2020학년 5.3%(2895명)로 비중을 이어간다.
2018, 2019학년 20%대를 유지하던 정시 비중은 30%대로 다시 올라섰다. 공교롭게도 교육부가 대학들에 권장한 수치인 30%와 맞아떨어진다. 한 대학 관계자는 “정시 확대를 얘기하는 과정에서 ‘30%선까지 확대되면 좋겠다‘는 얘기가 있었던 것으로 전달받았다. 단순 수치라고 얘기할 수도 있겠지만 지난해 전형료 인하 과정에서 25%를 엑셀파일에 담아 대학들에 내려보내는 등 교육부가 겉보기에만 ‘권장’이고 실질적으론 ‘강제’나 다름없는 지시를 해온 것은 하루 이틀 일어난 일이 아니다”라고 말하기도 했다.
물론 개별 대학마다 정시 비중에는 차이가 있다. 2020학년 확대폭이 가장 큰 곳은 성균관대다. 정원내 기준, 2019학년 21%에서 2020학년 33.4%로 12%p 넘게 확대됐다. 서강대 역시 정시 확대폭이 큰 편이다. 2019학년 20.2%에서 2020학년 30%로 9.8%p 확대됐다.
정시 확대 폭의 차이는 있지만 대부분 대학이 정시를 확대한 사실에는 변함이 없다. 정시 비중이 2019학년 대비 축소된 대학은 단국대 숙명여대 홍익대 등에 불과했다. 서울대는 2019학년 21.5%의 정시 비중을 2020학년 역시 그대로 이어간다.
<학종 여전히 ‘대세’.. 학생부위주전형 확대>
정시가 확대됐다고 해서 학종이 축소된 것은 아니다. 수시 전체 모집인원은 감소했지만 학종 모집인원은 오히려 확대됐기 때문이다. 상위17개대 학종 비중은 2019학년 40%(2만1983명)에서 2020학년 40.8%(2만2439명)로 0.8%p 확대됐다. 여전히 전체 전형유형 중에서 가장 큰 비중을 차지하고 있다. 반면 교과는 소폭 축소됐다. 2019학년 10.2%(5618명)에서 2020학년 9.7%(5313명)로 0.5%p 줄어들었다. 상위대학이 교과보다는 학종에 집중하는 경향이 2020학년에도 그대로 유지된 것으로 분석된다. 고교 특성을 반영하기 힘든 교과성적 정량평가 방식의 교과 확대보다는 학종 확대가 바람직하다는 인식이 반영된 결과로 보인다.
학종/교과를 합산한 학생부위주 전형으로 살펴보면 여전히 학생부위주 전형의 확대 기조가 유지된 셈이다. 학생부위주 전형의 확대 기조 유지는 고교교육기여대학지원사업과 연관 깊다. 이 사업에 선정되기 위해서는 학생부위주전형 확대가 전제돼야 하기 때문이다. 사교육을 억제하고 고교교육(공교육)을 살리기 위해 마련된 지원사업으로, 논술/특기자 감축과 학종/교과 확대를 권장하고 있다.
<논술/특기자 축소 흐름 유지>
수시 축소는 논술과 특기자가 이끈 모습이다. 특히 논술의 축소폭이 큰 편이다. 2019학년 14.3%(7842명)에서 2020학년 12.7%(6999명)로 1.5%p 감소했다. 특기자는 2019학년 3.3%(1797명)에서 2020학년 2.5%(1354명)로 0.8%p 줄어들었다.
논술 축소폭이 가장 큰 대학은 성균관대다. 2019학년 26.6%에서 2020학년 15.8%로 10.9%p 축소됐다. 서강대 역시 2019학년 21.9%에서 2020학년 14.9%로 7%p 축소됐다. 논술 인원을 크게 축소한 대학들이 해당 인원을 정시로 옮긴 모양새다.
성균관대는 2020학년부터 특기자 선발을 아예 실시하지 않는다. 2019학년까지 특기자로 분류되던 소프트웨어과학인재를 학종으로 흡수해 선발한다. 서강대 역시 알바트로스창의 전형을 없애면서 특기자 폐지에 동참했다. 숙명여대는 2019학년까지 모집을 실시하던 글로벌인재 전형을 2020학년 폐지한다.
특기자를 전면 폐지한 것은 아니지만 일부 전형을 없앤 대학도 있다. 연대는 선호도 높은 인문계열 모집단위 특기자를 선발하던 사회과학인재를 폐지한다. 인문학인재는 선발 모집단위를 어문학 전공으로 제한하면서 어문학인재로 명칭을 변경하는 등의 변화다. 한국외대는 외국어, 소프트웨어 특기자 선발은 그대로 유지하지만 수학/과학 특기자를 폐지한다.
논술과 특기자는 그간 고교교육기여대학지원사업을 통해 감축이 권장돼왔다. 사교육 유발 가능성이 높다는 이유에서다. 하지만 최근 김상곤 교육부총리가 축소/폐지를 거론하면서 완전한 폐지 자체는 신중해야 한다는 우려가 제기된다. 특히 논술의 경우 선행학습 영향평가 등을 통해 고교내 출제를 엄격히 규정하는 등 변화해왔다. 교육과정 밖 출제를 한 대학에 대해서는 모집정지의 처분을 내리기도 했다. 논술의 전형특성 상, 학생부를 꾸준히 관리하지 못한 학생들에게 기회를 제공한다는 측면에서도 폐지는 성급하다는 지적이 나온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