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장 교원, 교육전문가 없어.. 대입개편특위와 ‘역할중복’ 지적

[베리타스알파=윤은지 기자] 2022학년 대입제도 개편을 주도할 국가교육회의 산하 공론화위원회 위원장에 김영란 전 국민권위원회 위원장이 위촉됐다. 교육회의는 김 위원장을 포함해 7명의 위원을 구성했다고 29일 밝혔다. 부정청탁금지법 제정을 이끌어 '김영란법'으로 더 익숙한 김 위원장이 대입개편 작업에 참여하면서 항간에서는 벌써부터 '김영란수능' '김영란대입'이라는 말이 회자되고 있다. 국민적 관심을 이끌어내는 데는 유리한 여건을 갖췄다는 관측도 있지만 두세 달에 불과한 짧은 기간에 묘수를 내기는 쉽지 않을 것이란 평이 앞선다.  

교육계는 공론화위의 전문성을 인정하면서도 교육현장의 정확히 반영할 교사와 교육 전문가가 일절 배제된 데에 대한 우려의 반응을 내놓았다. 교총은 "공론화위는 사실상 대입제도 개편안을 만드는 데 가장 중요한 역할"이라며 대입제도에 대한 현장성과 전문성을 반영할 현장 교원과 교육 전문가를 참여시켜 위원 수를 늘려야 한다는 입장이다. 

대입개편특위와 공론화위의 역할이 중복된다는 지적도 있었다. 23일 인선구성을 마친 특위가 내달부터 '국민제안 열린마당'과 각종 공청회, 협의회와 온라인을 통해 의견을 수렴할 것으로 알려졌기 때문이다. 이름만 다를 뿐 사실상 공론화위와 역할이 중복된다는 지적이다. 방법과 기능을 달리할 뿐 유사한 의견수렴과정으로 시간과 행/재정적 자원을 낭비할 가능성이 크다고 봤다. 전문가들은 두 위원회 간 역할을 보다 명확히 구분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공론화위는 내달 중 대입개편특위가 전국 각지에서 의견수렴을 거쳐 설정한 공론화 범위 내에서 공론화 의제를 선정한다. 이후 공론화 방법과 절차를 설계해 권역별 국민토론회, TV토론회, 국민참여형 공론절차 등을 거쳐 공론화 결과를 대입개편특위에 제출할 계획이다. 대입개편특위는 공론 결과를 기반으로 대입제도 개편 권고안을 마련, 최종적으로 교육회의를 거쳐 2022대입 개편안을 확정하게 된다. 

2022학년 대입제도 개편을 주도할 국가교육회의 산하 공론화위원회 위원장에 김영란 전 국민권위원회 위원장이 위촉됐다. 교육회의는 김 위원장을 포함해 7명의 위원을 구성했다고 29일 밝혔다. 국민적 관심을 이끌어내는 데는 유리한 여건을 갖췄다는 관측도 있지만 두세 달에 불과한 짧은 기간에 묘수를 내기는 쉽지 않을 것이란 평이 앞선다. /사진=국가교육회의 제공

<위원장, 김영란 전 대법관 위촉.. 위원 7인, 갈등관리 조사통계 전문가>
공론화위 위원장은 김영란 서강대 법학전문대학원 석좌교수가 위촉됐다. 김 위원장은 2004년부터 2010년 여성 최초 대법관을 지낸 인물로 2011년 권익위원회장에 임명됐다. 교육회의 관계자는 “김 위원장은 30년 간 법조계에서 국민 권익 보호를 위해 노력해왔다”라며 “여러 주장과 갈등이 있는 대입제도 개편 공론화를 공정하고 중립적으로 이끌 것으로 기대한다”고 설명했다. 대중에게는 속칭 ‘김영란법’으로 불리는 ‘부정청탁 및 금품 등 수수의 금지에 관한 법률’을 제안한 인물로 더 익숙하다. 

김 위원장은 언론과의 인터뷰에서 “절차적 공정성을 담보하는 역할을 할 것”이라며 “의제나 결론에 직접적으로 영향을 끼치는 일은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공론화위는 시간이 촉박한 점을 고려해 30일 상견레를 겸한 첫 회의를 가질 예정이다. 

위원은 앞서 예고한대로 갈등관리 조사통계 소통 분야 전문가로 선정했다. 위원으로는 ▲강현철 호서대 빅데이터경영공학부 교수 ▲김학린 단국대 경영대학원 협상학과 교수 ▲심준섭 중앙대 공공인재학부 교수 ▲이명진 고려대 사회학과 교수 ▲이희진 한국갈등해결센터 사무총장 ▲한동섭 한양대 미디어커뮤니케이션학과 교수 등 7명이 임명됐다. 이희진 사무총장은 신고리 5,6호기 공론화위원회에서도 활동한 인물이다. 신인령 국가교육회의 의장은 “공론화위원회의 공정성과 전문성 확보를 통해 국가정책 결정과정에 대한 국민의 실질적인 참여를 확대하고 국민 신뢰를 제고하는데 중점을 뒀다”고 말했다. 

공론화위는 대입개편특위가 설정한 공론화 범위 내에서 공론화 의제를 선정한다. 23일 인선구성을 마친 대입개편특위는 내달 3일부터 전국을 돌며 ‘국민제안 열린마당’을 실시, 여론을 수렴해 공론화 범위를 설정한다. 공론화위는 특위가 설정한 범위 내에서 의제를 선정해 의제를 논의할 공론화 방법과 절차를 설계하고 운영할 계획이다. 공론화위가 권역별 국민토론회, TV토론회, 온라인 플랫폼 의견수렴, 국민참여형 공론절차까지 진행하고 나면 결과를 정리해 대입개편특위에 제출한다. 특위는 공론화위에게 넘겨받은 공론화 결과를 바탕으로 대입제도 개편 권고안을 마련해 최종적으로 교육회의 전체회의를 거쳐 확정된다. 

<현장교사, 교육 전문가 없어.. 특위와 ‘역할중복’ 우려도>
공론화위 명단이 공개되자 한국교원단체총연합회(교총)은 공론화가 전문적 영역이라는 사실을 인정하면서도 교육 전문가가 일절 포함되지 않은 것에 대해 우려의 논평을 냈다. 교총은 “공론화위는 국민적 여론 수렴과 논의, 의견 도출 등을 통해 사실상 대입제도 개편방안을 만들어내는 가장 중요한 역할을 맡고 있다”라며 “대입제도에 대한 현장성과 전문성을 반영할 인사가 전무하고 대입개편특위와 역할 중복이 우려되는 만큼 실질적인 운영에 앞서 보완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이어 “공론화위가 대입개편 공론화 의제를 선정하고, 공론을 설계 운영하며, 공론화 결과를 도출한다는 점에서 공론화위의 역할이 전문가 영역에만 국한된다고 보기 어렵다”면서 “학생 학부모 등 교육현장 의견과 대입제도 전문가의 의견이 정확히 반영되기 위해선 위원 수를 늘려 현장 교원과 전문가가 참여시켜야 한다”고 주장했다. 

현장성과 전문성을 반영할 인사를 찾을 수 없는 데다 대입개편특위와의 역할 중복이 우려된다는 시각도 나왔다. 김재철 교총 대변인은 “대입특위와 공론화위에 제시되는 의견이 명확히 구분되거나 획기적이기보단 대동소이할 가능성이 크다”라며 “대입특위도 공청회, 협의회, 좌담회, 온라인 의견 제시 등 다양한 국민의견을 수렴하는 것으로 돼있는데 이름만 다를 뿐 사실상 공론화위의 역할과 중복된다. 두 위원회과 방법과 기능만을 달리해 유사한 의견수렴을 진행한다는 것은 시간적 행/재정적 중복으로 보인다”고 지적했다. 전문가들도 두 위원회 간 역할을 보다 명확히 구분할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교육계에서도 개편특위가 공론화 범위를 설정하고, 공론화위가 공론화 의제를 선정하는 과정을 두고 비판의 목소리도 나온다. 교육회의는 “‘공론화 범위 설정’은 교육부의 논의 요청사항과 국민제안을 통해 수렴된 여러 의견 가운데 공론화 대상을 포함시킬 쟁점의 영역을 설정하는 과정”이며 “‘공론화 의제 선정’은 공론화 범위 내 다양한 쟁점들을 몇 가지 모형으로 재구조화하거나 쟁점을 압축하는 등 공론화 과정에서 결정해야 할 사항을 보다 구체화하고 명확화하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교육부에서 교육회의로 넘어간 2022학년 대입개편안이 대입개편특위와 공론화위로 넘어가면서 '연쇄하청'으로 '폭탄돌리기'를 하는 것이 아니냐는 지적이 제기된다. 교육부가 여러 쟁점들을 늘어놓으며 교육회의에 공을 넘긴 데 이어 교육회의도 산하기구의 결정 뒤에 숨어버린 꼴이 됐기 때문이다. 한 교육 전문가는 “지난해말 교육회의 인선 구성 이후 정부 관료나 정치인들이 대거 포함된 것을 보고 기대도 안했지만 이번 공론화 추진방안을 보니 교육회의가 생각보다 더 무력하다”면서 “사실상 개편특위와 공론화위가 실무를 주도하게 되는 셈인데 교육부가 교육회의 뒤로 숨더니, 이젠 교육회의가 개편특위와 공론화위 뒤로 숨는 모양”이라고 지적했다. 

여당 내에서도 비판의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더불어민주당 박용진 의원은 공론화 추진 방안이 발표된 다음날인 17일 한 라디오 인터뷰에서 "이번 정부에서 가장 많은 실망과 논란을 일으키고 있는 곳이 바로 교육부"라며 "학부모로서, 진보진영 학부모로서 김상곤 교육부총리에 화가 난다"고 일갈했다. 박 의원은 "책임감과 소신, 원칙을 갖고 교육정책을 밀고 나가야 하는데 정시를 하겠다는 건지 수시를 하겠다는 건지 매번 바뀌니 답답하다"면서 "교육부가 교육회의로 떠넘기고, 개편특위로 떠넘기고, 공론화위로 떠넘기고 있다. 무슨 국가 교육정책이 하청을 주느냐, 폭단 돌리기를 하냐는 얘기를 들어야겠냐"며 일갈했다.   

<공론화 의제 ‘관심’.. 공론방식 ‘의문’ 여전>
위원 구성과 함께 다음달까지 결정해야 하는 공론화 범위에도 관심이 모인다. 대입 관련 이슈들을 전부 공론화 테이블에 올리는 것은 현실적으로 불가능하기 때문이다. 11일 교육부가 공개한 개편시안에 따르면 의제로 포함될 가능성이 높은 사안은 ‘학종과 정시의 적정 비율’ ‘수능 절대평가 전환 여부’ ‘수시/정시 통합실시 방안’ 등이다. 하지만 이밖에도 논란이 뜨거운 사안들이 많아 공론화 범위를 정하는 문제는 쉽지 않아 보인다. 수시에서 수능최저 폐지, 학생부 기재방안 개선, 수능-EBS 연계출제 비율 조정 등도 대입에 상당한 영향을 미치는 의제이기 때문이다. 이들 사안이 공론화 범위에 포함되지 않는다면 교육부가 주도해 결정하게 된다. 

이 가운데 대입개편을 국민참여형 공론방식으로 결정하는 것에 대한 의구심도 여전히 제기된다. 김 부총리는 지난 11일 얼마 전 원전 공론화를 염두에 둔 듯 방향 없이 나열한 개편안을 두고 문재인 정부의 새로운 정책결정방식이라고 설명했다. 하지만 대입개편은 원전 공론화와 달리 접근해야 한다는 게 전문가들의 의견이다. 찬반으로만 나뉘는 원전 공론화위원회와 달리 입시제도는 쟁점별로 찬반을 가릴 사안이 아닌 데다 주요 쟁점들이 복합적으로 맞물려 있는 유기적인 사안이기 때문이다. 

김 부총리는 개편안 발표 당시 “국민이 공감하는 숙의와 공론화 과정을 거칠 수 있는 ‘열린 안’을 국가교육회의에 제시하고자 한다”며 “국민께서 참여해 숙의 공론화할 수 있도록 하는 것이 문재인 정부의 새로운 정책결정방식”이라고 설명했다. 교육회의에서 원전 공론화와 같은 방식을 채택한다면 문제는 더욱 크다. 공론화가 제대로 진행되려면 절대평가냐 상대평가냐, 수시정시를 통합하느냐 마느냐 등 모형별로 달라지는 수험생 간 유불리를 따져야 하는데 일반 시민들에게선 이 같은 복잡한 ‘입시셈법’을 기대하기 어렵기 때문이다.  

정부는 지난해 신고리 5,6호기 건설중단 여부를 두고 3개월간 공론화 과정을 진행했다. 공론화위원회는 시민참여단을 꾸린 뒤 참여단이 전문가들의 원전건설을 향한 찬반의견을 고루 듣고 자유토론과 투표를 거쳐 의견을 정하도록 했다. 시민참여단의 의견을 토대로 당시 공론화위원회는 ‘신고리 5,6호기 건설은 재개하되 원자력발전은 축소하라’는 권고안을 도출했다. 

이와 달리 대입개편은 원전을 건설하느냐 마느냐처럼 단일 사안을 놓고 하나를 선택해야 하는 것보다 훨씬 더 복잡하다. 시안에 담긴 대입 모형만 5가지인데다 수시-정시 적정 비율을 제시하는 문제는 교육과정은 물론 입시에 대한 상당한 식견을 요구하는 내용이다. 이 때문에 공론화로 결정하기에는 부적절한 사안이라는 의견이 대부분이다. 

한 교육 전문가는 “교육부가 지난해 8월에 내놓았던 안에서 선발시기 통합, 원점수제 도입까지 훨씬 더 많은 변수들을 추가해 개편안을 던져놨다”면서 “발생할 수 있는 문제들은 죄다 끄집어내놓고 국가교육회의에만 넘어가면 어떻게든 결론이 날 것으로 기대하는 모양인데, 교육 전문가라 할만한 사람도 없는 교육회의 위원들 중에선 대입문제를 망라한 개편시안을 제대로 이해하지 못하는 사람도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교육회의에서 넉달만에 ‘대입’이라는 고차방정식을 풀어낼 묘안을 내놓는다는 것은 현실적으로 불가능하다”고 예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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