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베리타스알파=김하연 기자] 2017년 4월 27일, 스물여섯 살 젊은 작가 린이한은 스스로 목숨을 끊었다. 데뷔작 '팡쓰치의 첫사랑 낙원' 소설이 베스트셀러 행진을 이어가던 무렵이었다. 

'팡쓰치의 첫사랑 낙원'은 열세 살 소녀 팡쓰치가 쉰 살의 문학 선생님 리궈화에게 5년에 걸쳐 상습적으로 성폭행당하는 이야기이다. 이를 눈치챈 어른도 있고, 힘겨운 고백을 들은 친구도 있었으며 가해자를 도운 사람까지 있었지만 아무도 팡쓰치에게 손을 내밀어주지 않았다. 

생전에 린이한은 자신이 가장 잘 아는 선생님을 모델 삼아 소설 속 리궈화를 묘사했다고 밝혔다. 그리고 그녀가 자살한 후 그녀의 부모는 이 책이 그녀 자신의 이야기를 바탕으로 쓴 것이라고 폭로하고 유명 강사 천싱(陳星)을 가해자로 지목했다. 대만 사회는 충격에 휩싸였고 가해자를 처벌해야 한다는 여론이 빗발쳤지만, 결국 천싱은 불기소처분되었다. 

생전에 가진 인터뷰에서 작가는 이렇게 말했다. “사람들은 이 책이 베스트셀러가 되었으니 성공했다고 말하지만 나는 진심으로 나 자신이 쓰레기라고 여겨졌다. 책 속의 리궈화는 지금도 계속 가르치고 있으니까. 길에서 그의 이름이 적힌 광고판을 볼 수 있으니까. 그는 죽지 않았고 앞으로도 죽지 않을 거니까. 그래서 이 책의 성공을 논할 수가 없다.” 

어린 여학생을 차례로 섭렵한 것을 자랑하는 학원 강사들, 명문대 합격만이 모든 것인 교육 환경, 성교육에는 무관심하면서도 성적 순결을 강요하는 가정 분위기, 가정폭력을 눈치채고도 모른 척하는 이웃들…. 성폭력을 비롯해 오늘날 여성들이 마주한 크고 작은 비극을 소설 곳곳에 복선처럼 깔아두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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