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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8서울대 지원자 독서 베스트20'의 교훈.. '독자적 문제의식/탐구의 체화'1위 '미움받을 용기' 413명 선택..'과시용이나 도식화 피해야'
  • 박대호 기자
  • 승인 2018.04.25 18:45
  • 호수 28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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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베리타스알파=박대호 기자] 서울대가 아로리를 통해 지원자들의 자소서 4번 ‘독서항목’에 대한 아쉬움을 에둘러 드러냈다. 25일 발간된 아로리 6호에는 베스트셀러나 권장독서 위주의 ‘과시용 장서’로 자소서 항목이 채워지고, ‘집단무의식’을 반영하듯 많이 읽은 도서 상위권이 고스란히 유지되는 등 결코 긍정적으로 평가할 수 없는 현상들이 수록됐다. 단과대별 베스트3 도서 역시 비슷비슷한 이름으로 채워지는 경향이 강했다. 2014년 발간한 아로리 2호를 통해 ‘어떤 책’이 아닌 ‘능숙한 독서능력’을 강조, 지원자 간 겹치지 않는 ‘미중복 도서’가 2014학년 8700여 권에서 2016학년 9471권으로 늘어나는 긍정적 변화가 있었지만, 이조차도 이후 2년간은 9500권 내외를 유지하며 답보 상태로 전환된 상태다. 

수험생들은 자기소개서 자율문항인 4번을 ‘독서문항’으로 꾸준히 유지할 만큼 독서를 강조해온 서울대가 던지는 ‘아쉬움의 목소리’에 주목해야 할 것으로 보인다. 학생부 자소서 교사추천서의 주요 제출서류 가운데 유일하게 학생이 목소리를 낼 수 있는 도구인 자소서에서 서울대의 가려운 부분을 긁어줄 수 있다면 합격 가능성은 훌쩍 높아지게 된다. “과시용 장서는 한 꺼풀만 들춰도 금세 탄로가 난다”는 조언을 기억하고, ‘독서를 통해 생각을 키워온 큰 사람’을 기다린단 요구에 부응할 수 있어야 한다. 수험생 스스로 ‘고교 시절 가진 문제의식과 탐구활동에서 찾은 책’이 무엇인지를 곰곰이 생각해보는 것이 바람직하다. ‘판에 박힌 독서’를 피하고 학업역량을 끌어올리는 노력의 과정에서 스스로 읽을 책을 선정해보란 얘기다. 선정 이후에는 충분한 독서를 병행, 자신의 것으로 ‘체화’하는 노력이 필요함은 물론이다. 

또 하나 염두에 둬야 할 것은 서울대 학종이 결코 ‘도식화’할 수 없는 전형이란 점이다. 지원자의 역량을 판단하는 여러 도구 가운데 하나로 독서가 활용되는 것일 뿐 절대적인 기준으로 여겨선 곤란하다. ‘양서’ ‘고전’ 등을 내세워 판에 박힌 독서를 하기보단 ‘자신만의 독서’를 통해야 한단 점에서 차라리 서울대가 밝힌 베스트 도서들을 피해 독서하는 것이 더 긍정적인 평가를 받을 여지가 충분하다. ‘중간은 가겠지’란 생각으로 많이 선택하는 도서를 잡을 수 있겠지만, 그보다는 미중복 도서가 늘어나는 것을 반기는 서울대의 의중을 읽을 수 있어야 한다. 아로리는 “혹자는 줄곧 1~2위를 차지한 ‘왜 세계의 절반은 굶주리는가’에 주목하겠지만, 교사와 부모와 친구가 권장하는 도서의 반열에 근접했다는 점을 고려하면 다소 식상한 일”이라며 사교육이 흔히 행하는 학종 도식화를 미연에 차단하는 발언을 남기기도 했다. 

서울대가 학생부종합전형 안내서인 아로리를 25일 발간했다. 2년마다 발간되는 독서항목 관련 내용이 제시돼 눈길을 끈다. 연일 비슷한 베스트셀러 등으로 채워진 자소서 4번항목 관련 서울대의 아쉬움을 어떻게 해결할 수 있을지 깊이 생각해봐야 한다. /사진=서울대 아로리 캡처

<서울대 지원자들이 많이 읽은 책은? 비슷한 책들로 점철>
25일 업데이트된 아로리 6호에서 눈길을 끄는 부분은 ‘서울대 지원자들이 가장 많이 읽은 책은?’코너다. 처음 코너를 만든 2014년 이후 2년마다 관련 내용을 갱신하는 행보가 이어졌다. 

코너에선 최근 2년간 수시 지원자와 자소서 4번에 기재된 도서 수 등의 데이터도 공개됐다. 데이터에 따르면 2018학년 서울대 수시에는 1만8871명이 지원했고, 지원자 중 자소서를 제출한 인원은 1만4127명이다. 자소서 4번에 기재된 도서 수는 4만2219권이었고, 중복도서들을 제외하고 보면 남은 도서는 1만4204권이었다. 이 중 9467권은 다른 사람과 겹치지 않고 오로지 지원자만 작성한 ‘미중복 도서’였다. 2017학년엔 1만8819명의 지원자가 미중복 도서 9542권을 포함한 총 1만4191권의 도서를 기반으로 4만2098권이 담긴 4번문항을 작성했다. 

2018학년 지원자들이 가장 많이 읽은 책 1위는 413명이 자소서 4번 소재로 채택한 ‘미움받을 용기(기시미 이치로, 고가 후미타케)’였다. 이어 2위 ‘왜 세계의 절반은 굶주리는가(쟝 지글러)’, 3위 ‘이기적 유전자 (리처드 도킨스)’, 4위 ‘정의란 무엇인가 (마이클 샌델)’, 5위 ‘멋진 신세계 (올더스 헉슬리)’ 순으로 이어졌다. 

문제는 ‘베스트’로 꼽힌 도서들이 한해 전에도 가장 많이 읽은 도서였다는 데 있다. 2017학년 지원자들이 가장 많이 제시한 책은 미움받을 용기로 동일했으며, 이어 2위부터 4위도 모두 변함이 없었다. 5위 멋진 신세계도 2017학년 기준 205명이 선택한 8위 도서였다. 특히 2018학년 두 번째로 지원자들이 많이 제시한 ‘왜 세계의 절반은 굶주리는가’는 2014학년부터 2016학년까지 3년째 1위를 한 데 이어 2년 연속 2위를 거두며 계속해서 상위권에 이름을 올리는 중이다. 

나머지 책들도 마찬가지다. ‘사피엔스 (유발 하라리)’ ‘1984 (조지 오웰)’ ‘페르마의 마지막 정리 (사이먼 싱)’ ‘데미안 (헤르만 헤세)’ ‘엔트로피 (제레미 리프킨)’의 베스트 10 도서는 물론이고, 11위부터 20위인 ‘침묵의 봄 (레이첼 카슨)’ ‘죽은 시인의 사회 (N. H. 클라인바움)’ ‘변신 (프란츠 카프카)’ ‘연금술사 (파울로 코엘료)’ ‘클라우스 슈밥의 제4차 산업혁명 (클라우스 슈밥)’ ‘앵무새 죽이기 (하퍼 리)’ ‘코스모스 (칼 세이건)’ ‘돈으로 살 수 없는 것들 (마이클 샌델)’ ‘오래된 미래 (헬레나 노르베리 호지)’ ‘수레바퀴 아래서 (헤르만 헤세)’도 대부분 전년도에 가장 많이 읽은 책으로 언급된 이력이다. 2018학년 15위인 클라우스 슈밥의 제4차 산업혁명과 17위인 코스모스만이 2017학년 20위 내 들지 않았던 책이었다. 아로리는 “1~4위가 똑같다는 점과 18권의 도서가 일치한다는 점이 눈에 띈다”며 “백분율로 환산하면 일치도가 90% 수준”이라고 설명했다. 2017학년 베스트20에 들었지만, 2018학년엔 제외된 두 책은 ‘총, 균, 쇠(재레드 다이아몬드)’ ‘이중나선(제임스 왓슨)’이다. 

지원자들의 선택이 엇비슷한 도서에 머무른 이유는 분명해 보인다. 대부분 ‘베스트셀러’ 내지는 ‘스테디셀러’이며, ‘양서’란 이름으로 권장독서 목록에 포함되는 책들이란 공통점이 있기 때문이다. 서울대도 아로리를 통해 “추천도서 목록과 시중 판매량에 따라 자소서 4번이 작성되는 것은 아닌가 싶다”라며 우려를 표했다. “고교 3년 나아가 12년간 축적한 ‘나만의 지성사’가 시류에 흩날리는 것은 무색한 일”이란 말도 덧붙였다. 

그나마 긍정적인 것은 미중복 도서 규모가 유지됐단 점이다. 본래 2014학년에는 8700여 권만 미중복 도서로 분류됐지만, 2016학년부터는 줄곧 9500권 내외의 미중복 도서가 나오고 있는 상황이다. 아로리는 이를 두고 “기분 좋은 신호”라고 표현하기도 했다. 2016학년 미중복 도서가 늘어날 수 있던 주 요인이 2014년 발간된 아로리 2호를 통해 서울대가 ‘독서문항의 진실’을 알리기 위해 애쓴데 있다는 것은 주지된 사실이다. 

하지만, 마냥 긍정적인 상황만은 아니다. 미중복 도서 규모가 계속 정체되는 모습을 보였던 때문이다. 2016년 발간된 아로리 4호에도 불구하고 미중복 도서 수가 엇비슷한 것은 개선이 필요한 부분이다. 서울대 입학본부는 향후 컨텐츠를 다양화하는 방식으로 돌파구를 마련하겠단 계획이다. 서울대 입학관계자는 “계속해서 비슷한 코너를 유지하는 것은 안정적인 정보전달이란 장점이 있는 반면, 수요자들의 관심을 불러일으키지 못한단 단점도 있다. 이번에 발간한 6호가 전반적인 홈페이지의 틀을 바꾸는 데 집중했다면, 내년 발간할 7호는 컨텐츠를 풍부히 만드는 데 초점을 맞추려 한다”라고 말했다. 

<단과대별 도서도 엇비슷.. 지원자들의 ‘민낯’>
아로리는 전 지원자를 아우른 베스트20 도서 외 단과대별 베스트3 도서 목록도 공개했다. 아로리는 이를 두고 “많이 읽은 도서 20권이 ‘집단 무의식’을 반영한다면 단과대별 3권은 ‘각성된 의식’에 비견될 만하다”라며 “단과대 명칭을 가린 채 도서목록만 훑어봐도 얼추 식별이 된다. 일종의 민낯인 셈”이라고 표현했다. 국내 최고대학이란 서울대에 입학한 인재들의 독서 수준이 너나 할 것 없이 비슷하고, 진정한 학업역량 증진보단 합격을 의식한 선택으로 비춰질 수 있단 점에서 다소 낯부끄럽게 받아들여질 수 있는 상황이다. 

아로리의 표현처럼 단과대별 베스트3 도서는 대부분 모집단위와 관련 깊은 책들로 채워졌다. 치의학대학원 지원자들이 가장 많이 선택한 ‘치과의사가 말하는 치과의사’나 수의대 1위인 ‘수의사가 말하는 수의사’, 간호대 1위인 ‘간호사라서 다행이야’는 가장 노골적인 선택 사례였다. 사범대의 ‘죽은 시인의 사회’, 공대의 ‘엔트로피’ 등이나 의대에서 두 번째로 많이 선택된 ‘나는 고백한다 현대 의학을’ 등도 모집단위와의 전공 관련성을 표현하기 위한 선택으로 볼 수 있다. 결국 전공 적합성을 표현하기 위한 지침서나 개론서들이 자소서 4번항목을 채워왔던 셈이다. 

그밖에 단과대 지원자들이 가장 많이 선택한 책은 인문대의 경우 ‘사피엔스’ 자연과학대의 경우 ‘이기적 유전자’, 경영대의 경우 ‘돈으로 살 수 없는 것들’, 미대의 경우 ‘데미안’, 음대의 경우 ‘미움받을 용기’, 의대의 경우 ‘숨결이 바람 될 때’, 자유전공학부의 경우 ‘정의란 무엇인가’ 등이었다. 과거 3년간 전체 지원자 대상 1위, 최근 2년간은 2위로 높은 선택률을 보인 ‘왜 세계의 절반은 굶주리는가’는 사회과학대와 농업생명과학대 생활과학대의 3개 단과대에서 가장 많이 선택된 책으로 손꼽혔다. 

<해결책? 왕도없어.. ‘충분’한 독서, 자소서 4번 의미 상기>
비슷한 책들로 점철된 지원자들의 자소서 4번에 대한 서울대의 고민은 깊어 보인다. 아로리는 자소서를 먼저 “학생부를 3인칭 관찰자 시점에서 1인칭 주인공시점으로 전환하는 각별한 힘을 지닌 ‘학생의 육성을 담는 유일한 텍스트’”로 정의했다. 통상 제출하는 학생부 자소서 교사추천서 중 교사의 영역인 학생부/추천서 외 유일하게 학생들이 목소리를 담을 수 있는 통로가 자소서라며 중요성을 강조한 것이다. 

아로리는 ‘왕도’가 없음을 분명히 했다. “자소서 4번의 ‘매직 솔루션’은 없다. 모집단위 유관 전공서와 교양서의 배합, 인문과 과학 비율 등은 지적 수준을 가늠케 하는 결정적 요인(인자)이 아니다. 대입에 유리한 책은 없다. 고교 시절 견지한 문제의식과 그것을 향한 탐구활동에서 조우한 책이 아니라면 공명은 요원하다”라고 설명했다. 특정한 책을 읽는다는 것이 결코 유리함을 가져다주지 않는다는 것이다. 

그간 계속해서 강조해 온 ‘독서의 중요성’을 오독, 잘못된 자소서를 만드는 사례가 많다는 얘기도 에둘러 표현했다. 한해도 빠짐없이 서울대 학생부종합전형 안내 책자에 담은 문장이라며 “타인에 의한 수박 겉핥기식 독서는 도움이 되지 않습니다. 수많은 책들 가운데 그 책이 나에게 왜 의미가 있었는지, 읽고 나서 나에게 어떤 변화를 주었는지 생각하기 바랍니다. 서울대학교는 독서를 통해 생각을 키워온 큰 사람을 기다립니다”란 문구를 내세운 것만 보더라도 알 수 있다. 아로리 2호와 4호 대비 표현이 다소 현학적으로 바뀐 탓에 말하고자 하는 핵심을 캐치하지 못할 수도 있겠지만, 특정한 책을 읽은 학생보다 능숙한 독서능력을 지닌 학생들을 기대한다는 서울대의 생각은 변함이 없는 것으로 보인다. 

서울대는 그간 꾸준히 독서를 즐겨야 한다는 입장을 견지해왔다. 그 과정에서 현재 수준에서 읽을 수 있는 책을 충분히 읽은 뒤 단계를 높여 나가는 방법도 제시했다. 아로리 4호에서는 일본 개그맨 출신 작가 마타요시 나오키의 “100권의 책을 읽으면 무조건 책을 좋아하게 된다”란 말을 인용하기도 했다. 많은 책을 접해 충분한 읽기 능력을 쌓아야 한다는 말로 충분한 독서의 필요성을 강조한 것이다. 

이번에 발간된 아로리 6호도 마찬가지로 충분한 독서의 필요성을 강조했다. “곧장 하이젠베르크나 헤겔을 읽을 순 없다. 3kg의 아령을 들다, 덤벨을 팽개치고 바로 역기를 들어올리는 것은 불가능하다”란 얘기는 꾸준히 단계를 높여나가는 독서가 필요하다는 서울대의 요청으로 받아 들여야 한다. 

서울대는 자소서 4번이 단순히 자신이 읽은 책을 나열하거나 내용을 요약, 감상을 피력하기 위해 만들어진 문항이 아니란 점을 다시 한번 아로리를 통해 상기시켰다. '고교 재학기간 읽었던 책 중 자신에게 가장 큰 영향을 준 책을 3권 이내로 선정하고 그 이유'를 작성하란 자소서 4번문항의 문구 그대로 ‘왜 내가 이 책을 선정했는지’를 밝힘으로써 자신이 가진 문제의식과 탐구활동 등의 깊이를 드러내는 장소여야 한단 것이다. “창밖의 풍경 같은 독서에 울림이 있을 리 없다”는 설명은 아로리가 말하고자 하는 바를 집약해 나타내는 표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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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대호 기자  mydae@veritas-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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