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능확대 반대' 국민청원운동 방침..'교사의견 존중'

[베리타스알파=윤은지 기자] 현장교사와 학생 학부모를 포함한 국내 23개 교육단체가 2022대입개편의 정시확대 움직임에 반대 목소리를 냈다. 전국진학지도협의회(전진협) 전국중등교사노조 등 23개 교육단체는 25일 오후2시 정부 서울청사 본관 앞에서 공동 기자회견을 열고 ‘정시확대 반대’ 입장을 표명했다. 이들은 “교육부가 수능 과목이나 점수제공 방식에 대한 확정 없이 국가교육회의에 학종 수능 간 적정비율을 모색해달라고 한 것은 사실상 정시확대 요구에 응답한 것”이라고 비판하며 “문제풀이 식 교육을 해소하고자 도입된 학종은 그 취지를 살려 유지하고 발전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학종이 교육현장에 가져온 변화를 강조하며 최근 교육부의 움직임이 초중고 학교교육을 수능위주의 강의식, 암기식 교육으로 회귀하도록 한다며 경계의 시선을 보냈다. 이들은 “학종 도입 이후 학교교육이 지식중심 교육에서 벗어나 창의력 문제해결력 협동능력 등 미래사회에 대비해 다양한 능력을 기르는 방향으로 발전해왔다”면서 “교육부는 변화의 동력이 되는 대입제도가 학종이라는 것을 스스로 부정하지 말길 바란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수시/정시 선발시기 통합에 대해서는 찬성하지만 그로 인해 수능영향력이 확대되는 것에 대해선 보완책이 필요하다고 덧붙였다. 

기자회견에 참여한 박정근 경기 화홍고 교사는 “교육부가 2022대입개편안을 확정 발표하는 8월까지 교육회의의 공론화 과정이 이어질 텐데 여러 교육단체들의 뜻을 모아 공론화 과정에 적극 참여할 것”이라며 “앞으로 수능확대 반대 국민청원 운동도 전개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대입개편특위에 포함된 고교 교사가 불과 2명에 그치면서 '교사패싱' 논란을 염두에 둔 듯 대입개편 논의과정에서 초중고 교육현장 일선에서 수십 년 간 근무해온 교육전문가인 교사들의 의견이 존중돼야 한다고 덧붙이기도 했다.   

현장교사와 학생 학부모를 포함한 국내 23개 교육단체가 정시확대 움직임에 반대 목소리를 냈다. 전국진학지도협의회(전진협) 전국중등교사노조 등 23개 교육단체는 25일 오후2시 정부 서울청사 본관 앞에서 공동 기자회견을 열고 ‘정시확대 반대’ 입장을 표명했다. /사진=전진협 제공

<정시확대 ‘반대’.. 학종, 취지 살려 ‘유지/발전’>
23개 단체는 지난 11일 교육부가 교육회의로 이송한 2022대입개편안이 정시확대를 전제하고 있다고 진단했다. 공동입장문을 통해 “수능 시험과목이나 점수 제공 방식을 정시하지 않은 상태에서 ‘학종과 수능전형 간 적정 비율’을 정하는 것은 사실상 불가능하다”면서 “결국 학종-수능 간 적정 비율을 모색해달라는 것은 암묵적으로 정시확대 요구에 응답한 셈”이라며 우려의 시선을 보냈다. 이어 “교육다운 교육, 미래를 위한 교육을 추구하며 학교교육 정상화와 교육 혁신을 위해 노력해온 23개 단체는 2022대입개편안을 마련하는 국가교육회의가 교육의 논리에서 벗어나 수능중심의 정시를 확대해 대입제도를 개악하는 우를 범할까 심히 우려하고 있다”고 전했다. 

단체들은 학종이 도입된 취지를 되새겨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기자회견에 참여한 박정근 화홍고 교사는 “그간 교육부는 수능 준비로 문제풀이에 치중하는 교실에 문제의식을 가지고 잠자는 학생을 깨우기 위해 교육과정과 대입제도 개편을 동시에 추진한다고 말해 왔다”면서 “변화의 동력이 되는 대입제도가 학종이라는 것을 스스로 부정하지 말길 바란다”고 강조했다. 

다만 학종 투명성과 공정성을 높이기 위한 변화는 필요하다고 봤다. 투명성을 확보하기 위해선 대입평가 기준과 선발결과, 전형별 지원자와 신입생의 고교유형, 출신지역을 공개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입학사정관 평가제를 의무화하고 사정관 회피/제척 시스템도 의무사항으로 적용할 것을 요청했다. 사정관 회피/제척 시스템은 학종에 지원한 수험생과 특수관계에 있는 사정관이나 교직원을 학생 선발업무에서 배제하는 것을 말한다. 

이날 기자회견에 참가한 단체 가운데 하나인 전국진학지도협의회(이하 전진협)와 전국진로진학상담교사협의회(이하 진진협)는 앞서 4일에도 공동 기자회견을 열고 학종축소 움직임에 대해 제동을 걸었다. 두 단체는 초중등교육 정상화를 위해선 앞으로 대입전형이 학종중심으로 정착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전진협과 진진협은 “수능전형이 약화되는 전망이 보이면서 일부 이해관계 집단의 조직적인 반대와 저항, 교육부의 수능위주 정시전형 확대 압력, 6월 지방선거를 앞두고 나타난 일부 정치권과 언론의 비교육적 움직임은 매우 우려하지 않을 수 없는 상황”이라며 “그동안 잘못된 학생평가와 대입제도로 인해 학교 현장에서 ‘교육다운 교육’을 실천하지 못한 참담한 현실에 교사들은 더 이상 침묵할 수 없었다”고 말했다. 

최근 논란이 가속화되고 있는 학종 공정성 논란에 대해서도 의견을 밝혔다. 두 단체는 “언론 보도를 통해 부각된 학종의 문제점은 제도 자체의 문제가 아니라 운영상의 문제다. 마치 학종 자체가 심각한 결함이 있어 문제가 나타나는 것처럼 보도하고 있는데 이는 명백한 사실 왜곡”이라며 “기존 정량평가 중심의 대입전형에서 누려온 기득권 상실을 우려하는 일부 수험생과 학부모, 사교육 집단이 의도적으로 왜곡하고 조작한 것”이라고 강도 높게 비판했다. 

‘몰아주기’ 관행이나 ‘금수저전형’이라는 학종에 대한 오해 역시 전형 자체의 문제보다는 학종이 상위권대학 중심으로 운영되는 구조적 문제 때문이라고 일갈했다. 학종이 크게 확대된 것처럼 보이지만 비수도권 대학으로 범위를 확대하면 여전히 수능과 교과의 비중이 가장 크다는 지적이다. 이 같은 구조적인 문제가 일부 고교에서 학종을 성적우수자를 위한 전형이라는 왜곡된 인식을 만들었다고 분석했다. 지역거점 국립대를 중심으로 학종을 확대하고 정부의 대학평가나 행/재정 지원 시 전국 모든 대학의 학종확대와 정상화 운영 현황을 필수로 반영한다면 몰아주기 관행은 사라질 것이라고 내다봤다. 전국 모든 대학으로 학종을 확대 시행할 경우 학종이 대부분의 학생을 위한 보편적 대입전형으로 인식돼 ‘금수저전형’이라는 오해에서도 벗어날 수 있을 것이라고 진단했다. 

<수시/정시 통합 지지.. "수능영향력 확대 경계해야">
수시와 정시 선발시기를 통합하는 것에 대해선 긍정적으로 봤다. 수시 준비로 인한 고교 3학년2학기 수업 파행의 문제에 공감하며, 수시 선발시기를 늦추거나 3학년2학기 성적까지 대입에 반영해 파행적 고3 교육과정의 개선 필요성을 강조했다. 

수시/정시 통합은 대학에서도 긍정적으로 논의되는 사안이다. 올해초 열린 2차 대입정책포럼에서 대학 측 개편방안으로 제기됐다. 서울경인지역입학처장협의회를 대표해 발제자로 나선 김현 전 경희대 입학처장은 수시와 정시 선발시기를 통합해 모든 전형에서 수능성적 통지 후에 원서를 접수하는 형태를 제안했다. 전형일정을 12월에서 2월 사이로 단축하는 것이다. 수험생이 수능성적을 알고 지원할 수 있다는 점에서 ‘깜깜이 입시’에서 벗어날 수 있다는 장점이 있는 데다 수시에 합격하면 정시에 응시할 수 없는 이른바 ‘수시납치’도 방지할 수 있다고 봤다. 현 서울대 대입제도 확립에 막대한 공헌을 한 인물로 대입제도 개편안을 만든 입시제도혁신분과의 분과장을 맡았던 김경범 서울대 교수도 통합선발 가능성을 논의한다며 김 전 처장의 주장에 힘을 보탰다. 

문제는 평가기간의 축소다. 수시/정시 선발시기가 통합될 경우 면접이나 실기고사 등 전형일정이 중복돼 학생들의 대입선택권을 제약할 우려가 있기 때문이다. 지방대나 전문대 등 일부 대학에서 학생 미충원 문제도 발생할 수 있다고 지적했다. 줄어든 평가기간에 맞춰 대입전형에도 변화가 생겨야 통합선발이 가능하다는 의견이 제기된다. 

23개 교육단체는 선발시기 통합을 지지하면서도 통합에 따라 수능 영향력이 확대되는 것을 경계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현재와 달리 학생들이 미리 수능성적을 알고 지원여부를 결정하게 될 경우 수능의 중요성이 더욱 커질 수 있다는 예측이다. 전형시기를 통합하되 수능 영향력 확대 등 부정적 요소를 줄이는 방안을 동시에 마련할 것을 촉구했다. 

전진협과 진진협은 수능중심 대입구조에 대해 우려의 목소리를 지적해왔다. 전진협/진진협은 “국가가 전국의 학생들을 한 줄 세우기 위해 선택형 문항으로 상대평가하는 수능은 핵심정리 요약, 선택형 문제풀이 수업, 주입식 암기식 수업을 강요한다”며 “교육기회의 평등을 위해 도입된 EBS-수능 연계는 오히려 교사의 수업권을 훼손하고 교실을 더욱 황폐화시켰다”고 지적했다. 

고교교육 정상화를 위해 대입전형을 학생부교과전형(교과), 학생부종합전형(학종), 수능전형(수능)의 세 가지로 단순화할 것을 제안하기도 했다. 교과는 학생부 성적을 중심으로 평가하되 논술이나 실기 적성고사 면접 등 대학별고사를 활용할 수 있다는 설명이다. 고교 교육과정 내에서 정상교육을 받은 학생이라면 사교육 없이 준비할 수 있어야 한다는 전제를 덧붙였다. 학종은 현재와 동일하게 학생부를 중심으로 하며 자소서와 추천서 면접 등을 활용해 선발해야 한다는 의견이다. 

수능 평가방법은 현행 상대평가에서 절대평가로 전환이 필요하다고 봤다. 고교 현장에서 학생의 흥미와 진로에 맞는 다양한 과목의 학습보다 수능 문제풀이를 반복하고, 국어 수학 등 상대평가 과목으로 편중학습이 나타난다는 지적이다. 수능에서의 유/불리를 고려한 특정과목 쏠림현상이 심화되는 현실도 언급했다. 다만 절대평가 전환은 동점자 발생으로 대입 혼란을 야기할 수 있다는 점에서 신중한 논의가 필요하다는 게 여타 교육계의 의견이다. 

<대입개편 ‘교사패싱’ 우려.. 현장교사 의견 강조>
대입개편 논의과정에서 초중고 교육현장 일선에서 수십 년간 근무해온 교육전문가인 교사들의 의견을 존중할 것도 요청했다. 국가교육회의 출범 당시부터 현장 교사 없이 대학 교수를 주축으로 구성한 인선이 문제가 된 데 이어 최근 공개한 대입개편특위 명단에서도 교사는 2명에 불과해 불거진 ‘교사패싱’ 논란을 우려한 것으로 보인다. 

23일 공개된 교육회의 산하 대입개편특위 명단에 따르면 위원장을 포함한 13명의 위원 가운데 현직 교사는 2명에 그친다. 전국시도교육감협의회에서 추천한 이동우 대구 청구고 교사와 교육 전문가로 교육회의가 선임한 오창민 서울 동일여고 교사다. 대입정책의 영향을 가장 직접적으로 받는 고교 교사가 2명에 불과한 데 대한 ‘현장패싱’ 논란이 여전히 제기되고 있다.

반면 위원 가운데 현직 대학교수는 김대현(부산대) 박명림(연세대) 장수명(한국교원대) 강석규(충북보건과학대) 김무봉(동국대) 김신영(한국외대) 등 6명에 달한다. 대교협에서 추천한 김은혜 대교협 입학기획팀장은 전직 경희대 성균관대 입학사정관 출신으로 대학의 요구를 대변할 가능성이 높다. 고교보다는 대학 측 의견이 반영된 대입개편안이 마련되는 것 아니냐는 우려가 나오는 배경이다. 

김재철 교총 대변인은 “전체 위원 가운데 현장교사가 2명에 그쳐 교육현장의 의견이 제대로 반영되기에는 여전히 부족하다”라며 “대학교수나 대학관련 인사가 7명이나 포함돼 향후 대학의 요구나 의견을 위주로 만들어진 대입개편안이 나올 가능성이 높다”고 평했다. 전교조 관계자 역시 “정부의 대입정책이 현장에 어떤 영향을 미치는지 가장 잘 아는 사람은 현직 교사들”이라며 “13명 위원 가운데 현직 교사가 2명에 불과하다는 것은 ‘현장패싱’으로 봐야 한다”고 지적했다. 

대입개편의 중심인 현직교사와 언론인이 2명씩 동수로 포함된 것에 대한 비판도 있었다. 전교조 관계자는 “대입개편을 다루는 특별위원회에 언론인과 현직교사가 2명씩 동수로 들어갔다”라면서 “언론정책을 논의할 특위인지 대입정책을 논의할 특위인지 구분이 안 된다”고 꼬집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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