손진창 송도고 교장 인터뷰

[베리타스알파=박대호 기자] 송도고는 ‘우수 일반고’를 거론할 때 빠지지 않는 학교다. 인천시 연수구 소재 평준화 고교란 불리한 여건에도 불구, ‘평가자’의 역할인 대학 입학사정관들은 송도고를 일반고의 미래라며 칭찬을 아끼지 않는다.

112년의 역사를 지닌 송도고에 38년을 오롯이 봉직한 끝에 올해 3월 18대 교장 자리에 오른 손진창 교장은 송도고를 ‘일반고의 롤모델’로 세우겠다는 포부를 언급했다. 충실한 교육과정 운영이란 ‘정공법’을 통해 일반고가 위기라는 평가를 어떻게 극복하는지 보여주겠다는 계획이다. “위기의 일반고란 말이 있는데 그 말이 틀렸다는 것을 보여주는 ‘롤모델’을 만들겠다. 다양한 교육과정을 충실히 운영하는 것만 가지고도 일반고가 이렇게 잘 할 수 있다는 것을 보여주려 한다. 대부분의 수요자가 택하는 일반고는 나라의 기둥이나 마찬가지다. 허리가 튼튼해야 국가도 건강해진다.”

손진창 송도고 교장

- 올해 3월 부임했다. 향후 계획 중인 변화가 있다면?
“최근 ‘일반고가 위기다’란 얘기를 많이 들었다. 상위권 몇 명 대학 보내는 것 외에는 일반고가 할 수 있는 역할이 없다는 얘기였다. 하지만, 동의할 수 없는 얘기다. 일반고에는 상위 1%부터 100%까지의 학생들이 입학한다. 성적이 높든 낮든 그에 맞춰 사회에 나가 자신의 역할을 할 수 있는 인재들로 길러내야 하는 것이 일반고가 할 일이다. 위기가 아니란 것을 증명하는 일반고의 롤모델을 만들고 싶은 게 꿈이다. ‘보라, 일반고도 이렇게 하면 된다’고 당당히 얘기하고 싶다.

우리학교는 다양한 교육과정 체제 구축을 이미 완료했다. 이 다음을 대비해야 할 때라고 생각한다. ‘고교학점제’를 어떻게 구현할 것인지 최근 고민 중이다. 교사들이 준비해야 할 일을 파악하기 위해 학생들의 진학실적을 계열별로 따져 관심 영역을 계열별로 분석해 둔 상태다. 학생들의 진로성향에 따라 편성해야 할 교과목이 다소 부족하다는 판단 아래 일단 ‘방과후 무학년제’를 실시하고 있다.

최근 수능확대 얘기가 나오고 있지만, 잘못된 방향이라고 생각한다. 21세기 핵심역량과 문제 해결력, 비판적 사고력, 창의성 등을 길러야 한다면서 5지선다형 시험을 다시금 교육의 근간으로 삼겠다는 것은 비합리적이다.
우리는 기존의 모습대로 수업변화에 집중하려 한다. 최근 만든 교수학습지원센터는 학생중심 수업에 역량을 쏟아붓기 위한 전초단계다. 요일별로 5교시마다 특정 교과의 수업을 전부 제외해 교사들이 모여 대화를 할 수 있도록 만들었다. 1~3학년 교사들이 전부 모여 수업에 대한 얘기를 나누면서 그에 맞춰 교과를 재구성하고 효율적인 수업방법을 찾기 위해 몰두하고 있다. 하브루타 방식이든 거꾸로 수업이든 교사들 스스로 그러한 수업방식에 자신있다고 생각할 수 있도록 만들어야 한다.”

- 선발권 측면에서 불리한 일반고지만 지역 내 특목/자사고를 압도하는 진학실적을 내고 있다. 원동력을 분석한다면?

“특별한 비법이 있다고 생각하지 않는다. 교육과정을 충실히 운영하는 것이 원동력이다. 통상 수능 이후에는 수업이 파행으로 이뤄지는 경우가 많은데 우리 학교는 1학기에 2학기에 할 수업시수를 끌어와 진행하는 방식으로 고교 교육과정을 전부 진행한다. 이렇게 교육과정을 충실하게 진행하다보니 수능최저 때문에 학업을 놓치는 경우도 찾아보기 어렵다. 최근에는 최상위대학 지원한 학생 전원이 수능최저를 충족하기도 했다.

이렇게 ‘정석’으로 수업을 진행할 수 있는 것은 학생들이 교사에 대해 가지는 무한 신뢰 때문이다. 교사들이 끊임없이 노력하고 헌신하는 모습을 보이면 학생들은 교사를 믿고 따를 수밖에 없다. 2학기 수업인 과탐Ⅱ를 선택하지 않은 학생들까지 열심히 공부하는 것도 교사에 대한 신뢰에서 비롯된다.

일반고는 다양한 스펙트럼의 학생들이 입학한다. 상위권 일부에게만 행해지는 ‘맞춤형’ 진로진학지도는 결코 바람직하지 못한 방향이라고 생각한다. 학생들이 각자 원하는 진로를 탐색하고 그에 맞춰 교육과정을 선택할 수 있도록 해줘야 한다.

기본적으로 고1 때는 진로탐색의 시간이다. 학생들이 다양한 진로를 접할 수 있도록 격주로 명사특강을 진행한다. 교사들도 물론 도움을 줄 수 있지만, 학교밖의 지식을 접해야 폭 넓은 시각을 가질 수 있다고 보기 때문이다. 학생들이 자신의 진로를 탐색하는 데 도움이 될 얘기를 하나라도 건지도록 하는 게 목표다. 이렇게 진로를 정하면 2학년 때는 집중과 선택의 묘를 살려 열심히 공부하고, 3학년 때는 자신이 하고 싶은 전공과목에 보다 집중하는 순서로 교육을 진행한다.

물론 학생들의 진로는 중간에 얼마든지 바뀔 수 있다. 충실히 교육과정을 운영하고 있어 학생들이 명사특강 등을 듣고 진로를 바꾸더라도 아무런 문제가 없다. 외부에서는 다양한 교육과정으로 내신의 불리함이 있으니 소인수 수업을 개설해야 한다고 얘기하지만, 우리는 도리어 그런 식으로 수업을 만들면 아이들이 교육과정을 바꾸려 할 때 어떻게 대응하냐고 되묻는다. 의도적으로 학생 수를 조절해 유리하게 만든 내신이 학생부종합전형에서 긍정적으로 평가될 리도 없다.

많은 실적에 더해 주목할만한 부분은 1단계 합격실적이 대부분 최종합격으로 이어진단 점이다. 절반 내지 그 이하 수준이 최종합격으로 이어지는 주변 학교들에 비해 합격률이 상당히 높다. 충실한 교육과정을 운영하고 있다 보니 좋은 평가를 받고 있는 것으로 생각한다. 실제 내부에서 분석해봐도 학교 교육과정에 충실하게 임했던 학생들이 합격하는 경향이 나타난다.

다른 학교와 차별화되는 진학지도 방법을 지닌 것은 아니다. 자기소개서의 경우 미리 경험해보는 차원에서 2학년2학기 말 경진대회를 한번 여는 게 전부다. 면접 대비도 따로 하지 않는다. 면접을 잘 보는 것이 ‘달변’을 뜻하는 것은 아닌 때문이다. 앵무새처럼 말하는 것을 과연 면접관들이 좋아하겠는가, 차라리 말은 다소 어눌하더라도 솔직함을 담아 말하는 것이 더 진실성 있게 받아들여질 것이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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