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황치혁의 건강 클리닉]

돈이 들지 않는 운동. 나이를 불문하고 체력에 따라서 운동량을 쉽게 조절할 수 있고 무리없는 운동. 체력저하를 예방할 수 있는 것은 물론이고 면역력도 증강시킬 수 있는 것. 모든 의학자들이 적극 추천하는 운동. 이 정도 이야길 하면 “아하~”하며 눈치를 챈 분들이 많을 겁니다.

다름아닌 걷기죠. 운동화만 있으면 쉽게 시작할 수 있는 운동이고 체력이 약하면 지팡이를 짚고도 할 수 있습니다. 시간이 지나 근육이 강화되면 조깅에 버금갈 정도로 에너지 소비가 많은 파워워킹도 가능하겠지요.
제 선배 중엔 걷기 예찬론자인 분인 있습니다. 만보계를 차고 다닌 지난 15년 동안 만보를 채우지 않은 날이 거의 없다고 말합니다. 주말등산도 하지만 점심시간과 퇴근 시간을 이용한 걷기가 본인의 체력유지를 위한 핵심프로그램이랍니다. “친구들과 목욕탕에 가서 보면 체형은 물론이고 피부의 탄력도 완전히 다르다”고 자랑하더군요. 50대 후반인 이 분은 군살 하나 없습니다. 걷기를 시작한 후 감기 한 번 걸리지 않았다고 말합니다. 한 마디로 면역력이 ‘짱’이란 얘기죠.

그런데 왜 갑자기 면역력 이야기냐구요? 걷기와 면역력이 관계가 있냐구요? 물론입니다. 적절한 운동, 특히 심혈관계를 강화시키는 운동은 면역력을 높입니다. 운동을 하면 우리 몸의 혈액순환이 좋아집니다. 피돌기가 원활해지면 구석구석의 세포까지 필요한 물질을 잘 보내줄 수 있고, 노폐물을 잘 배출시키게 해주니 몸 컨디션이 좋아질 수 밖에요. 몸의 기능이 좋아지면 당연히 질병에 대한 저항력도 향상됩니다. 면역력이 쉽게 약해지는 노인들이 매주 5일간 40분씩 걸은 결과 면역력이 2배나 향상되었다는 보고가 나온 것도 당연한 결과입니다. 캐나다의 운동노화센터에서 일주일에 3회, 30분씩 걸으면 생리학적 나이를 열 살이나 되돌려 놓을 수 있다고 밝힌 것도 같은 맥락으로 해석할 수 있습니다.

이렇게 걷기는 이상적인 운동입니다. 만병통치약이 아니라 만병통치운동이라고도 말할 수 있을 겁니다. 걷기를 꾸준히 하면 심폐기능이 좋아지는 것은 물론 이해가 되실 겁니다. 다리의 근력도 좋아지고 지구력도 좋아지겠지요. 걷기를 하면 상체운동도 됩니다. 걸을 때에 우리 몸의 중간에 있는 허리의 근육은 끊임없이 움직여야 합니다. 그 중 대표적인 것이 엉덩이 위에 있는 요방형근이란 근육입니다. 이 근육이 강화되면 디스크 등의 요통을 예방할 수 있습니다. 그리고 대흉근이나 소흉근 등의 가슴근육들도 좋아집니다. 헬스클럽에서 역기를 들고 운동하는 것만큼 좋아지지는 않지만 이 근육들에 탄력이 생깁니다.

걸을 때에 자연스럽게 팔이 앞뒤로 오가게 됩니다. 인간이 서서 걷게 되기 이전부터 몸에 체화된 동작이기 때문입니다. 이렇게 팔을 흔들려면 당연히 가슴과 등의 근육을 써야 합니다. 상체의 근육이 자연스럽게 움직일 수 밖에 없다는 얘기죠. 게다가 걷기가 익숙해져 좀 빨리 걷는다면 상체운동량은 더 많아집니다. 팔을 많이 흔들어야 하기 때문입니다.

팔을 움직이는 것 외에 숨쉬는데도 상체근육이 이용됩니다.

무슨 운동을 하느냐는 질문에 농담으로 “숨쉬기 운동을 한다”고 말하는 분들도 있는데 숨쉬기도 만만치 않은 운동입니다. 우리 몸으로 공기를 끌어들이려면 갈비뼈 내부를 넓히고 횡격막이 아래로 내려가는 움직임이 있어야 합니다. 그런데 운동을 하게 되면 숨이 차게 되고, 숨이 가쁜 만큼 숨쉬기 운동을 최대화됩니다. 그 때에 갈비뼈 사이의 늑간근과 가슴의 대흉근, 소흉근은 물론이고 상체의 여러 근육들이 평소보단 강하게 수축과 이완을 반복하게 됩니다. 한의학이나 기공 등에선 숨을 깊게 쉬는 걸 중시여깁니다. 배꼽 아래까지 심호흡을 하라고 하는데 빠른 걷기는 자연스럽게 심호흡을 유도합니다.

걷기는 학생들에게도 이상적인 운동입니다. 하루 종일 앉아 있는 학생들의 몸 상태는 엉망입니다. 다리 근육은 약화되고, 배만 나옵니다. 책을 보며 고개를 숙이고 있는 자세는 호흡근에게도 무리를 줍니다. 운동부족, 피로 등으로 면역력이 떨어지는 현상도 나타납니다. 이 모든 문제를 한방에 날려 보낼 수 있는 게 걷기운동입니다.
또 다 아시겠지만 학부모님들의 경우 걷기 운동을 꾸준히 하면 비만, 동맥경화, 고혈압, 당뇨병, 골다공증 등도 예방됩니다. 스트레스를 해소시키는 효과도 있습니다. 일석이조가 아니라 일석십조의 효과가 있는 게 바로 걷기입니다.

빨리 걸을 필요도 없습니다. 함께 걷는 사람과 대화를 나누며 걸을 정도면 이상적인 속도입니다. 학생과 부모님이 함께 이런 저런 이야기를 나누며 일주일에 3회 한 번에 30분 정도면 학생들의 운동부족도 해소하고, 면역력도 높일 수 있습니다.

마지막으로 한 가지는 짚고 넘어가야 하겠습니다. 모든 운동이 그렇듯 지나친 것은 좋지 않습니다. 오늘 멀리서 눈 주위가 떨린다며 중풍걱정을 하시는 분이 내원했습니다. 맥을 보니 피로가 쌓여 있고서 수면과 운동량을 물었더니 거의 매일 하루 2시간 이상 걷는다고 하시더군요. 최근엔 63세의 나이로 제주도 둘레길을 하루에 5시간씩 1주일이나 걸으셨답니다. 이러니 몸이 피로하지 않을 수가 없지요. 침을 놓아드리고 당분간 걷는 시간을 한 시간 이내로 줄이라고 권했습니다. 그것도 주4회만.

근육량을 유지하고 심혈관계 건강을 유지하는 목표라면 하루 40분 주4회의 운동으로 충분합니다. 장기간의 강도높은 트레킹을 준비한다면 하루 운동 시간을 2시간 까지 늘릴 수도 있겠지만 주5회를 넘지 말아야 합니다. 과한 운동은 관절과 근육에 부하를 주고 결국 문제를 일으키게 마련입니다.
/한뜸 한의원 황치혁 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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