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교교육 정상화 기여대학 맞나’..'출제는 어려운데 가이드북도 없고'

[베리타스알파=박대호 기자] 고교교육 기여대학 지원사업을 통해 꾸준히 재정지원을 받아온 ‘논술 대표대학’ 연세대가 올해도 모의논술을 실시하지 않기로 결정해 성토의 대상으로 떠올랐다. 공교육정상화법 발효 이후 부쩍 낮아진 난이도와 법에 강제된 선행학습 영향평가 보고서의 발간으로 ‘논술 자기주도학습 시대’가 열렸다는 평가가 나오는 가운데 대학이 선택 가능한 최선의 수요자 배려 조치인 모의논술을 4년째 배제한 것은 비판을 부를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2년째 고교과정 이탈 판정을 받을 만큼 출제내용은 어렵고 논술가이드북 등의 안내자료마저 부실한 연대여서 고교교육 정상화 대학이 정작 사교육을 통해 논술을 대비하라고 학생들의 등을 떠민다는 평가까지 나올 정도다. 

기존 2년 연속 교육과정 위반 판정으로 물의를 빚어온 연대가 올해 모의논술을 또 다시 시행하지 않기로 결정한 데 대한 비판 여론은 뜨겁다. 올해 지원사업 선정이 쉽지 않을 것이란 평가도 제시된다. 한 교육 전문가는 “모의논술은 대학들이 논술전형에 대해 들이는 자발적인 노력을 판가름할 수 있는 잣대다. 논술선발 대학 중 가장 선호도 높은 연대가 무성의한 태도로 일관하는 것은 분명 지적받아 마땅한 지점”이라며 “연대가 사실상 사업선정을 포기한 것이 아니냐는 인상마저 받고 있다. 2년 연속 교육과정을 위반해 감점이 예정된 상황에서 모의논술을 미실시해 사교육을 통해 논술을 대비하란 사인을 주는 부정적인 모습마저 보이고 있기 때문이다. 2020학년 특기자 축소, 수능최저 폐지 등 지원사업에 긍정적인 영향을 줄 요소들이 많긴 하지만, 사교육을 유발하는 대학을 고교교육 정상화에 기여한 대학으로 치켜세우는 일은 더 이상 없어야 한다”라고 말했다. 

연세대가 올해도 모의논술을 미실시하기로 결정해 비판이 커지는 모양새다. 유독 수요자 배려에 인색한 연대가 정작 고교교육 정상화에 기여했단 명목으로 4년 연속 재정지원을 받고 있단 점은 이해하기 어렵다는 게 중론이다. /사진=연세대 제공

<연세대 올해도 모의논술 미시행.. 4년째>
연대가 올해도 모의논술을 실시하지 않는 것으로 확인됐다. 연대 관계자는 18일 “올해 모의논술을 실시할 계획은 없다”라고 밝혔다. 서울대가 학생부종합전형을 기반으로 수시선발을 진행하고, 고려대가 이에 호응해 논술을 폐지하고 학생부위주전형 중심의 입시를 꾸리면서 SKY 가운데 유일한 ‘논술 대표 대학’이지만 수요자 배려에는 유독 인색한 모습이다. 

이번 모의논술 미실시 결정은 이례적인 조치가 아니다. 그간 연대가 보여 온 입시기조의 연장선상이다. 연대가 꾸준히 모의논술에 소극적인 모습을 보여온 대학이다. 마지막 모의논술이 치러진 시기는 2014년 7월. 올해로 모의논술 미시행 4년차다. 

지난해 홈페이지를 통해 제공했던 논술특강을 올해 제공할 지 여부도 아직 결정되지 않은 상황이다. 연대 관계자는 “논술특강 제공 여부에 대해선 아직 결정하지 않았다. 추후 논의를 거쳐 게재 여부를 공지할 것”이라고 말했다. 

<다른 대학들 어떨까.. 수요자 배려 적극>
대부분 논술선발 대학은 모의논술에 적극적이다. 올해 치러지는 2019학년 수시에서 논술선발을 실시하는 대학은 전국 33개교. 베리타스알파 취재 결과 이 중 확정적으로 모의논술을 실시하지 않겠다고 밝힌 대학은 연대 서울 본교와 원주 분교, 울산대의 3개교에 그친다. 반면, 올해 논술을 신설한 한국기술교육대마저 온라인 1000명, 오프라인 1000명의 모의논술을 시행할 정도로 모의논술 실시에 긍정적인 대학이 많다. 

모의논술을 실시하지 않기로 확정한 3개교 외 30개교는 대부분 모의논술을 실시한다. 2014학년을 끝으로 폐지했던 논술을 올해 입시에서 재도입한 성신여대를 비롯해 홍익대 한국항공대 등 실시 여부를 두고 고민하는 대학들도 있지만, 나머지 대학들은 모의논술을 실시하기로 결정하고 시기/참여규모 등을 논의하고 있는 상태다. 이미 규모와 시행일정을 전부 확정짓고 홈페이지 발표 시점만 결정짓지 못한 대학도 많았다. 

현재 모의논술은 논술 대비에 있어 가장 효용이 큰 도구로 여겨진다. 현재 수요자들이 논술을 대비하는 과정에서 참고할 수 있는 것은 ▲선행학습 영향평가 결과 보고서 ▲모의논술 ▲논술가이드북/백서 등의 안내자료다. 선행학습 영향평가 결과 보고서는 공교육정상화법에 따른 필수발표 사항이기에 대학이 수험생들을 위해 들이는 자구책은 모의논술과 안내자료의 두 종이다. 이 중 무게는 모의논술에 보다 실린다. 실제 논술을 간접 체험해볼 수 있는 모의논술은 어디까지나 ‘독학’을 전제로 하는 안내자료에 비해 수요자들에게 실질적 도움을 줄 수 있는 도구인 때문이다. 채점/첨삭 서비스까지 진행하는 대학들이 있어 모의논술의 효용은 더욱 극대화된다. 한 교육 전문가는 “모의논술은 수능으로 보면 6월모평이나 9월모평과 같은 존재다. 실제 시험을 내는 기관이 주관해 그 해의 시험 출제경향을 알려주기 때문”이라고 평가했다. 

결국 대부분의 대학이 모의논술을 시행하는 것은 ‘수요자 배려’에 집중한 행보로 봐야 한다. 공교육정상화법 발효 이후 논술 난이도가 전반적으로 완화되면서 고교 교육과정만으로도 논술에 대비 가능하단 평가가 나오지만 여전히 학생들 입장에선 사교육을 통해야만 논술을 대비할 수 있는 것으로 오해하는 경우가 많기 때문이다. 모의논술은 이 같은 편견을 깨는 일등공신이자 수험생들이 향후 논술 지원 여부를 결정짓는 데도 큰 도움을 주고 있다. 한 대학 관계자는 “모의논술 시행에는 많은 노력이 들어간다. 논술고사를 한번 더 출제하는 것이나 마찬가지인 데다 오프라인 모의논술을 시행하는 경우 시험장소와 감독관 등도 운영해야 한다. 하지만, 이 같은 번거로움에도 불구하고 모의논술을 실시하는 것은 수험생들에게 논술 대비 방법을 알려야 할 필요가 있다는 데 이론이 없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모의논술을 실시하는 대다수 대학들 중에서도 특히 눈길을 끄는 것은 한양대와 중앙대다. 선제적으로 모의논술을 시행하고 논술자료집과 첨삭서비스에도 적극적으로 나서는 등 충실한 수요자 배려 조치를 수행해온 때문이다. 현재 수능최저를 전면 폐지한 논술선발을 실시 중인 한 대는 매년 두 차례 모의논술을 시행하고 응시자의 우수답안을 선정 공개하면서 수요자들에게 실질적인 도움을 주는 데 집중해왔다. 중대는 문제지와 답안지를 고교에 보내 되돌려받는 ‘고교배포’ 형식의 모의논술을 실시하면서 논술백서와 논술가이드북 등을 발간해 모범적인 사례로 손꼽힌다. 

<논술 ‘사교육 유발’ 낙인 주범 연대>
대학들이 수요자 배려에 적극적인 것과 대조적으로 연대가 ‘무성의’한 모습을 연이어 보이고 있는 데 대한 비판의 목소리는 높다. ‘사교육을 유발하는 대학’이란 평까지 나올 정도다. 지속적인 모의논술 미실시 결정으로 수험생들에게 사교육을 통해 논술을 대비하라는 메시지를 던지는 셈인 때문이다. 한 교육 전문가는 “모의논술은 현재 수험생들이 공적인 방법으로 이용 가능한 유일한 실력 테스트의 장이다. 모의논술을 실시하지 않는 것은 사교육을 찾아 논술을 대비해야 한다는 얘기나 마찬가지”라고 말했다. 

가장 큰 문제는 논술이 ‘사교육 유발’전형으로 낙인 찍히는 데 연대가 ‘주범’ 역할을 했음에도 수요자 배려에는 가장 인색하다는 데 있다. 대학 교육과정을 미리 선행학습 하지 않고서는 해결 불가능한 문제들이 다수 출제된 탓에 논술이 ‘학교에서 준비하기 곤란한 대학별고사 전형’으로 인식된 것은 2011학년도 이후의 일이다. 때문에 정부는 재정지원사업을 통해 논술을 없애야 할 대입전형으로 점찍고 지속적인 축소/폐지를 유도해왔다. 이 과정에서 연대는 유독 어려운 논술 난이도를 유지, 교육계의 비판을 받아 왔다. 한 고교 교사는 “교육과정 위반 판정을 받으면서 최근에는 다소 조정됐지만, 그간 연대 자연계열 논술고사는 유독 어렵게 출제됐다. 응시학생들 중 상당수가 주어진 문제를 전부 풀지 못한 사례가 부지기수”라며 “논술이 가진 여러 긍정적인 장점들에도 불구하고 현재처럼 축소/폐지 대상으로 내몰리는 데 가장 크게 기여한 대학이 정작 수험생들을 위한 조치에는 가장 인색하게 나오고 있는 셈”이라며 비판의 날을 세웠다. 

연대가 유독 어려운 논술을 출제해왔다는 실질은 최근에도 유효하다. 2016학년과 2017학년 대학별 고사를 대상으로 한 교육과정 위반 판정에서 본교/분교가 동시에 2년연속 위반 대학으로 지목, 모집정지 처분까지 받은 상황인 때문이다. 하루 전인 17일 법원이 가처분 신청을 인용하면서 일단 모집정지 처분의 효력이 정지된 상태지만, 연대가 고교 교육과정을 벗어난 대학별고사를 출제했다는 사실 자체에는 변함이 없다. 

<사교육 내모는 고교교육 정상화 대학? 재정지원 정당한가>
비판을 더욱 부르는 지점은 연대가 그간 고교교육 기여대학 지원사업에 꾸준히 선정돼왔단 점이다. 고교교육 기여대학 지원사업의 본래 명칭은 ‘고교교육 정상화 기여대학 지원사업’. 결국 정부는 수요자 배려에 인색하고 사교육을 유발한 대학에 재정지원을 행해왔단 결론으로 이어진다. 

연대 외에도 모의논술을 실시하지 않는 대학들이 있지만, 그 비판의 정도가 낮은 것은 지원사업 선정 여부가 다르고 여건의 차이도 있기 때문이다. 지속적으로 모의논술을 실시하지 않는 울산대는 그간 고교교육기여대학 지원사업에 한 번도 선정된 적이 없는 대학이기에 ‘고교교육 정상화’ 대학에 재정지원이 퍼부어진 모순까지 지적될 일이 없다. 더하여 울산대는 매년 20명을 약간 웃도는 의대 인원만 논술로 선발하고 있어 모의논술을 실시하기 어려운 처지다. 올해 아직 시행 여부를 확정짓지 못했지만 지난해 모의논술을 실시하지 않은 전례가 있는 홍익대와 한국항공대 등도 사업선정 여부에서 연대와 차이가 크다. 홍대는 2014년 단 한 차례만 지원사업에 선정됐고 항공대는 사업에 선정된 이력이 없다. 울산대와 마찬가지로 재정지원사업을 받고도 모의논술을 실시하지 않은 ‘이율배반’적인 모습이란 비판에선 자유로운 셈이다. 

반면 연대는 2014년부터 2017년까지 단 한 차례도 사업에 선정되지 않은 적이 없다. 2014년 6억8000만원으로 시작, 2015년 6억5000만원을 받았고, 2016년 3억1000만원을 각각 받았다. 지난해에는 중간평가에서 탈락했지만, 신규신청대학과 탈락대학들을 상대로 한 재선정 평가에서 ‘기사회생’하며 8억8450만원을 받는 데 성공했다. 이처럼 재정지원을 꾸준히 받으면서 모의논술을 지속적으로 시행하지 않은 대학은 연대가 유일하다. 

물론 고교교육 기여대학 지원사업이 모의논술 실시 여부를 평가하는 사업은 아니다. 올해 3월 발표된 기본계획을 보더라도 ‘대입정보 공개의 투명성 강화’ 항목이 있긴 하지만, 전체 사업 선정을 결정짓는 요소라고 보긴 어렵다. 모의논술 관련 내용으로 볼 수 있는 ‘기출문제 공개 등 대학의 독자적 노력’은 전형정보의 충분성과 이해 용이성, 대입정보포털 정보공개 등 여타 항목과 묶여있는 일부 평가항목에 불과하다. 하지만, ‘사교육 유발전형’으로 단정 짓고 논술 축소가 유도되고 있는 형국에 대표적 수요자 배려 조치인 모의논술 미실시로 사교육을 유발하는 대학을 ‘고교교육 정상화’ 대학으로 치켜세워왔다는 것은 변명의 여지가 없는 잘못이다. 

재정부담을 이유로 일부 계열의 모의논술만 실시하거나 모의논술을 실시하지 못하는 사례도 종종 나오지만, 연대와는 거리가 먼 얘기다. 연대는 선호도 높은 최상위 대학으로 사립대 중 최고 수준의 등록금을 거두고 있는 데다 쌓아놓은 적립금도 많다. 당장 연대가 지난해 받은 8억8450만원의 재정지원금은 서강대 4억4600만원, 세종대 5억3800만원, 서울시립대 5억4000만원 등 올해 모의논술을 실시하기로 결정한 대학들의 지원금을 웃돈다. 

이유없는 모의논술 미실시 행보에 대학가에서는 연대가 지원사업 탈락을 염두에 둔 것 아니냐는 평가가 흘러 나온다. 한 대학 관계자는 “연대도 모의논술을 실시하지 않는 데 대한 비판의 여론을 인식하고 있지만 변화는 없는 상황이다. 정시확대가 교육부 차관의 주문 때문이 아닌 독자적 결정이었다는 연대의 설명대로라면 이미 탈락을 예견하고 ‘마이웨이’를 걸으려는 계획을 세운 것으로 봐야 한다. 등록금이 가장 비싼 데다 천문학적인 적립금마저 쌓아두고 있는 연대가 연 10억원 정도의 재정지원사업에 목맬 필요는 없는 상황이다. 만약 정부재정지원사업에 손을 뗀다고 가정하면 특기자전형과 정시를 재확대해 최근 몇 년간 서울대가 학종 중심의 입시를 실시하고,  고대마저 전형변화에 나서면서 누린 ‘반사이익’을 극대화하려는 결정도 내릴 수 있다”라며 “논술축소 기조에도 불구 올해 논술이 늘어난 것은 사업에 선정되지 않은 대학들이 나름대로 살 길을 모색하면서 생긴 현상이었다. 2020학년 일시적으로 정부의 입맛에 맞춘 조치가 나왔다고 하지만, 그간 연대가 꾸준히 정책 대척점에 서 온 대학이란 점을 고려하면 논술 신설/재도입 대학들처럼 연대가 재정지원을 과감히 포기하는 것도 가능한 시나리오”라고 진단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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