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육현장 패닉.. '중3 고입/대입 최대 피해'

[베리타스알파=윤은지 기자] 교육부가 선택지만 최소 100여 개가 넘는다는 2022학년 대입개편안을 공개하자 학생과 학부모는 물론 교사들까지 교육현장이 패닉에 빠진 가운데 유일하게 사교육시장만 호재를 부른다는 지적이 제기된다. 교육부가 선발시기 통합, 수능최저 폐지, 수능 원점수제 도입 등 새로운 변수를 추가하면서 대입개편은 더욱 안개 속을 걷고 있는 데 더해 올해부터는 자사고 외고 국제고와 일반고의 고입 동시실시도 시작되는 탓이다. 여기에 새 교육과정인 2015 교육과정의 도입으로 학생들은 통합사회 통합과학이라는 새로운 과목도 대비해야 한다. 학부모들 사이에서 아이들을 ‘실험실 쥐’로 삼느냐는 원성이 터져 나오는 배경이다. 

당장 4개월 뒤도 내다볼 수 없는 ‘깜깜이 대입’에 사교육 시장만 쾌재를 부르면서 교육계의 우려는 더욱 깊어졌다. 경기의 한 일반고 교장은 “지난해 교육부가 수능개편을 1년 유예하기로 하면서 지금 고1학년 학생들은 교육과정과 엇박자인 수능을 치르게 됐다. 아직 출제범위도 확정이 되지 않은 상황”이라면서 “고1학생들만 피를 보는 줄 알았더니 중3학생들은 더 가관이다. 정작 뚜껑을 열어보니 정해진 건 없고 쟁점들만 나열한 개편안 때문에 한치 앞도 내다볼 수 없는 학생과 학부모들은 혼란수준을 넘어서 분노가 극에 달했다”고 말했다. 

한 사교육업체 관계자는 “입시에 대한 혼란과 공포가 커질수록 학생과 학부모는 사교육을 찾을 수밖에 없다”면서 “이번 교육부가 내놓은 대입개편안이 초래한 ‘역대급’ 혼란으로 다 쓰러져가던 대형 입시학원도 재기를 노리는 상황”이라고 말하기도 했다. 또 다른 관계자는 “차관이 정시확대를 주문하고, 개편안에서 학생부 기재를 간소화한 것을 보면 어느 정도 정시확대가 예견된다”면서 “이런 변화가 실제로 나타난다면 사교육 구조와 형태도 다소 바뀔 것이다. 학종은 학원이 케어할 수 있는 부분이 사실상 없는 것이나 마찬가지지만, 수능은 전적으로 학원공부만으로도 준비할 수 있다. 앞으로 수능 준비를 위한 학원 수강생이 늘어날 것으로 기대한다”고 말하기도 했다. 

교육부가 선택지만 최소 100여 개가 넘는다는 2022학년 대입개편안을 공개하자 학생과 학부모는 물론 교사들까지 교육현장이 패닉에 빠진 가운데 유일하게 사교육시장만 호재를 부른다는 지적이 제기된다. 교육부가 선발시기 통합, 수능최저 폐지, 수능 원점수제 도입 등 새로운 변수를 추가하면서 대입개편은 더욱 안개 속을 걷고 있는 데 더해 올해부터는 자사고 외고 국제고와 일반고의 고입 동시실시도 시작되는 탓이다. /사진=베리타스알파DB

<수시정시 통합선발? 정시확대?.. ‘고교선택 고심’ 중3>
고교선택은 3년 뒤 대입구조에 따라 결정된다. 지난해 교육부가 자사고 외고와 일반고의 모집시기를 일원화는 시행령을 공개하자 당장 강남 전세값이 뛴 것만 봐도 알 수 있다. 중3 자녀를 둔 학부모들은 11일 공개된 개편안 때문에 일반고를 가야할지 특목고나 자사고를 선택해야 할지 고민이 한층 더 깊어졌다. 지난해 시행령 개정으로 자사고 외고 국제고의 선택지는 새로운 위험부담이 생긴데다가 대입은 더욱 혼란스러워졌기 때문이다. 

고교선택을 앞둔 중3학생과 학부모들의 가장 큰 관심은 학종-수능 선발비율이다. 학생부위주전형이 커지면 좋은 내신을 받기 쉬운 일반고를, 수능전형이 커지면 전통적으로 정시에 강한 특목고와 자사고를 가야하는 것이 일반적인 학생과 학부모들의 인식이기 때문이다. 전형간 비율을 국가가 나서서 정하는 것 자체가 바람직하지 않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지만 이는 또 수능 평가방법에 따라서도 달라질 수 있다는 게 교육계 의견이다. 수능최저 폐지, 학생부 개선안 등 다양한 변수들이 얽혀 전형간 비율이 결정되기 때문에 더욱 예측이 어렵다. 대입개편이 안개 속이다보니 중3학생과 학부모는 울며 겨자먹기로 사교육업체를 찾을 수밖에 없다. 중3 자녀를 둔 한 학부모는 “중3이라고 하면 대입까지 많이 남은 것 같지만 전혀 그렇지 않다”면서 “대입제도가 윤곽조차 잡히지 않아 당장 아이를 어떤 고등학교에 보내야 할지 가장 큰 고민”이라고 토로했다. 이 학부모는 “지푸라기라도 잡는 심정으로 컨설팅업체에 상담은 문의했다. 교육부가 이 정도로 방향 없는 개편안을 발표할 줄은 몰랐다”고 분통을 터뜨렸다. 

문제는 당장 과고 입시가 8월부터 시작된다는 점이다. 자사고 외고 입시가 일반고와 같은 후기로 바뀌면서 예체능계열을 제외 유일하게 전기고로 남은 과고는 8월경 원서를 받기 시작한다. 지난해의 경우 대전동신과고가 8월1일 원서를 받아 시작해 전국 20개 과고 가운데 가장 먼저 접수를 시작했다. 제주과고를 제외한 18개 과고가 9월 이전에 원서접수를 마쳤다. 당장 중3 학생들은 대입에 어떻게 될지도 모른 채 고교를 선택해야 하는 셈이다. 

<수능 절대평가, 원점수제.. ‘신종 사교육’ 우려>
수시정시 통합선발과 함께 주요 쟁점인 수능 평가방법은 절대평가 확대냐, 현행 유지냐에 더해 ‘원점수제 도입’이라는 새로운 변수까지 추가됐다. 원점수제를 도입할 경우 과목별 난이도에 따라 유/불리가 크게 달라진다. 같은 점수를 받아도 어떤 과목은 난이도가 높아 상대적으로 높은 점수인 반면, 난이도가 낮은 과목에서는 보다 쉽게 높은 점수를 받을 수 있기 때문이다. 이 같은 단점을 고려해 반영한 것이 현행 등급-표준점수 체계인데 다시 원점수제로 회귀할 경우 학생들의 고민은 깊어질 수밖에 없다. 난이도를 조정한다고 해도 과목별 난이도 차이를 완전히 줄일 수 없기 때문이다. 결과적으로 운에 기대야 하는 시스템이기 때문에 ‘족집게’ 강사를 찾는 사교육을 향한 발걸음을 더욱 재촉할 것이란 관측이 나온다. 

절대평가를 전 과목으로 확대하는 방안 역시 신종 사교육에 대한 우려를 낳았다. 전과목 절대평가를 밀어붙일 경우 수능점수만으로 선발하는 정시 선발은 사실상 불가능하기 때문이다. 동점자 원점수를 공개하는 보완책을 제시하긴 했으나 실효성은 보이지 않는다는 게 전문가들의 분석이다. 이에 따라 대학은 정시에서도 별도 대학별고사를 실시할 수밖에 없고 이는 새로운 사교육을 낳을 수 있다는 지적이다. 한 입시업체 관계자는 “수능이 전 영역 절대평가로 바뀐다면 대학은 선발에 어려움을 느낄 것이고 새로운 전형요소를 추가할 가능성이 있다. 정시에서 수능 말고도 다른 성적을 보게 된다는 것인데 어떤 형태의 대학별고사든 그에 맞춘 새로운 사교육이 등장할 것”이라고 말했다. 실제 수도권의 한 대학 입학사정관은 “대학의 평가자 입장에선 선발을 생각하지 않을 수 없다”면서 “절대평가가 된 수능만으론 변별력이 낮으니 논술이나 심층면접 등 또 다른 전형요소를 할 것”이라고 말했다. 

수능 과목구조도 변화를 예고했다. 새 교육과정에 따라 신설된 통합사회 통합과학은 수능에서 출제여부가 결정되지 않았고, 수학 가/나형을 통합하는 안도 선택지로 제시됐다. 한 중3 학부모는 “출제내용이 달라지면 공부해야 할 것도 달라지지 않겠냐”면서 “새로운 학원을 미리 알야봐야 할 것 같다”고 말했다. 

<사교육 축소 앞장선 학종, 절름발이 만드나>
대입개편안과 함께 공개된 학생부 개선안은 기재내용이 또 한번 축소됐다. 지난해 공개된 기재요령에서 글자수가 축소된 것은 물론이고 교내대회 수상경력과 자율동아리 활동도 기재할 수 없도록 하는 개선안을 내놓았다. 학종의 핵심 평가요소인 학생부를 축소한다면 대학들은 학종 선발을 꺼려할 수밖에 없다. 현 대입전형 가운데 가장 사교육 영향이 적다고 평가받는 학종에 끊임없이 간소화 칼날을 들이대는 교육부의 의도를 의심하는 눈초리가 짙다. 

지난해 서울 소재 상위 10개대학이 공동으로 발표한 ‘학생부종합전형 3년 성과와 고교교육의 변화’ 심포지엄에서는 학종의 사교육 영향이 적다는 점이 강조됐다. 서강대 임경수 전 입학처장은 “학종 입학생들의 만족도가 높을 뿐 아니라 사교육 억제효과도 있다. 고교교육도 살아난다. 과거엔 암기 위주의 시험을 통해 단기암기력이 굉장히 강하거나 수업집중도가 높은 학생들이 우수한 학생이었지만 지금은 다르다. 모든 학생들이 각기 우수한 장점을 가지고 있다는 걸 서서히 느끼고 있다”고 말했다. 임 전 처장은 “이러한 학종의 핵심은 사교육 시장에선 따라올 수 없다. 사교육은 학업성취도를 특정 부분에 올리기 위해서만 유리하기 때문이다. 수학교과를 예로 들면, 진도를 따르기 힘든 학생은 방과후수업이나 사교육을 통해 문제를 해결할 수 있을 것이다. 반면 학종은 다르다. 선생님들께서 아이들을 가르치면서 성장 감성 지성 등 모든 부분을 포괄하고 이를 기록한 걸 가지고 평가한다. 선생님들만이 할 수 있는 부분으로, 사교육이 하기 힘든 부분”이라고 말했다. 

이보다 앞선 지난해 3월에는 건국대 등 6개대학이 재학생을 대상으로 연구한 결과 학종의 사교육 의존도가 가장 낮은 것으로 나타나기도 했다. 건국대 대진대 동국대 서울시립대 전북대 한림대의 6개대학에서 재학생 5043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설문조사에서 논술 입학생 중 91.4%가 고교재학 시 가장 많이 사교육에 의존했고, 이어 정시 86.1%, 교과 75%, 학종 72.7% 순이었다. 

<정책 뒤집을 때마다 사교육만 쾌재>
입시정책이 바뀔 때마다 사교육이 쾌재를 부른다는 건 널리 알려진 사실이다. 수익이 걸려있는 만큼 학원이나 입시업체들은 급변하는 대입구조에 학교보다 훨씬 더 빠르게 적응하기 때문에 수요자들은 사교육으로 몰릴 수밖에 없다. 지난달 교육부와 통계청이 발표한 ‘2017년 초중고 사교육비 조사’ 결과도 이를 입증한다. 지난해 초중고생 1인당 평균 사교육비는 월 27만원 수준으로 5년 연속 증가세를 이어가며 역대 최고치를 갱신했다. 사교육비 총액 역시 학령인구 감소에도 불구하고 몸집을 더욱 키웠다. 교육계는 급진적 정책이 사교육 돕기로 귀결된 결과라고 지적한다. 한 교육 전문가는 “당초 지난해 확정하기로 했던 수능개편이 한 차례 유예되는 등 섣부른 교육정책이 반복되면서 불안감이 느낀 수요자들이 사교육으로 몰리게 된 것”이라며 “자주 정책을 뒤집는 것 자체가 사교육을 돕는 정책운용이라는 증명”이라고 분석했다. 

자사고 외고의 일반고 전환도 결과적으로 사교육을 돕게 될 것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특화된 교육 서비스로 다양한 교육 수요를 충족해 왔던 자사고 외고가 일반고로 전환될 경우 학부모들은 공교육이 아닌 사교육을 찾을 수밖에 없다는 것이다. 자사고 외고 입시가 고입 사교육을 유발한다는 것이 일반고 전환의  명분이지만 이들 학교의 선발방법을 제대로 이해하지 못한 주장이라는 지적이 제기된다. 광야제철고 민사고 상산고 포항제철고 현대청운고 등 전국단위 자사고 5개교는 지난해 ‘자사고에 대한 올바른 이해’라는 반박문을 공개하고 현 자사고 입시에서 전형준비를 위한 사교육 유발요인을 찾기 어렵다고 반박했다. 자사고 입시에서 지필평가를 실시하거나 면접에서 교과지식을 묻는 질문은 원천적으로 금지됐기 때문이다. 이는 외고 입시에도 동일하게 적용된다. 특히 서울지역 자사고의 경우 1단계에서 정원의 1.5배수를 추첨으로 선발하고, 2단계에서는 인성과 자기주도학습능력을 테스트하는 면접으로 최종합격자를 정한다. 내신성적을 따지지 않고 일단 지원하면 추첨대상이 되는 구조인 셈이다.

자사고 측은 오히려 사교육 차단 효과를 역설했다. 재학생 학력차가 크지 않아 정규수업, 특성화 프로그램에 대한 이해도/만족도가 높기 때문에 별도의 사교육에 의존할 필요가 없다는 것이다. 학생 수준이 천차만별이어서 사교육이 유발될 수밖에 없는 일반고와는 다르다는 설명이다. 일반고의 경우 우수학생은 수업수준에 대한 부족감, 중위권 학생은 성적에 대한 불안감, 하위권 학생은 수업 이해도 저하의 문제로 사교육을 찾는 경우가 많기 때문이다. 

<사교육 부추기는 교육부?.. ‘헛다리짚는 정책 탓’>
교육부의 사교육 정책이 매번 ‘헛다리짚기’를 반복하는 이유는 사교육의 원인을 다각도로 짚어내지 못하기 때문이라는 지적의 목소리가 높다. 문재인 대선캠프 교육공약 설계에 참여한 이범 교육평론가는 ‘진보’가 내놓는 사교육 해법에 대해 지적했다. 공교육이 부실한 점에 대해서는 인정하지 않은 채 ‘공교육을 오염시키거나 왜곡시키는 요소들’을 걷어내는 데만 집중한다는 것이다. 

이 평론가는 "사교육이 번창하는 이유에 대한 보수와 진보의 해석이 정반대다. 보수는 공교육이 부실해서 사교육이 커졌다고 보기 때문에 이들의 해법은 ‘공교육 강화’다. 학교에서 더 효과적으로 가르치고 열심히 공부시키면 된다는 것”이라며 “반면 진보는 경쟁 때문에 사교육이 커졌다고 본다. 이들의 해법은 경쟁을 줄이고 서열화를 타파하는 것, 이른바 ‘공교육 정상화’”라고 진단했다. 

‘진보’의 프레임은 공교육 부실을 자인하지 않아도 되기 때문에 자연스럽게 교육 관료와 친화적일 수밖에 없다고 짚었다. 이 평론가는 “진보는 경쟁과 서열화를 탓할 뿐 공교육 자체에 책임을 묻지 않는다. 적어도 공교육이 부실하다고 자인하지 않아도 되기 때문에 교육계에 몸담고 있는 교육관료들이나 교사들은 잠재적으로 진보와 친화적이다. 지금 상황은 교육관료들과 진보교육운동 세력이 손잡고 공교육을 오염시키거나 왜곡시키는 요소들, 이를 테면 입시(수능)라든가 선행학습 같은 걸 걷어내 공교육을 정상화하려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본 기사는 교육신문 베리타스알파의 고유 콘텐츠입니다.
일부 게재 시 출처를 밝히거나 링크를 달아주시고 사진 도표 기사전문 게재 시 본사와 협의 바랍니다.
저작권자 © 베리타스알파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