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논의방식 미정, 기획단장 사퇴'.. '4달내 얽힌 난제해결될까'

[베리타스알파=윤은지 기자] 교육계를 대혼란에 빠뜨린 2022학년 대입개편안은 과연 어떻게 될까. 4달시한의 폭탄돌리기로 개편안을 넘겨받은 국가교육회의는 난마처럼 얽힌 난제를 해결할 수 있을까. 교육회의의 속사정을 들여다 보면 2022개편안은 블랙홀에 빠질 가능성이 높다는 게 교육계 반응이다. 위원 가운데 교육 전문가라 할 만한 인물은 찾아볼 수 없는 데다 유일한 상근직으로 중추적 역할을 담당해야 할 조신 기획단장마저 최근 지방선거 등을 이유로 위원직을 내려놓은 것으로 알려졌기 때문이다. 대입개편을 집중적으로 주도하기 위해 구성하겠다던 교육회의 산하 대입개편특위는 아직 위원회 구성도 마치지 못했다. 교육부가 넘긴 시안은 지난해 절대평가를 확대하느냐 마느냐가 쟁점이었던 수능개편안보다 범위도 넓어지면서 경우의 수가 100개이상으로 늘어나 셈법이 복잡해졌지만 교육회의는 구체적인 의견수렴 방식도 정하지 못한 것으로 알려졌다. 

당초 출범하기로 한 것보다 6개월이나 지연된 지난해말 늦장출범한 교육회의의 구성과정만 보아도 현장에선 우려의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개편안 공개로 극에 달한 학생 학부모의 혼란과 분노와는 상반되는 분위기다. 2월 열린 2차 회의에서 시급한 현안과제로 ‘대입제도 개편’을 꼽고 지난달까지 대입개편특위를 구성해 논의에 들어가겠다던 교육회의가 의견수렴 방식도 정하지 못했다는 것은 비판을 자아내기에 충분했다. 일각에선 교육회의의 늦장처리로 ‘박춘란 무리수’가 재현되는 것 아니냐는 우려의 목소리도 나온다. 한 일반고 교장은 “2022학년 대입개편이 중대한 사안인 만큼 교육회의도 끝까지 결론내기를 미루다가 되려 엉뚱한 방향으로 흘러갈까 우려스럽다”고 말했다. 

김상곤 부총리는 "'열린 안'으로 국민 의견을 수렴하는 게 문재인 정부의 정책결정 방식"이라고 설명했지만 수시-정시 통합, 절대평가와 상대평가, 수능최저 폐지, 학생부 개선 등 다양한 쟁점이 복잡하게 얽혀있는 대입은 공론화보단 교육과 입시 양쪽에 상당한 식견을 가진 전문가들이 필요하다는 지적도 많다. 한 교육 전문가는 “교육부가 지난해 8월에 내놓았던 안에서 선발시기 통합, 원점수제 도입, 수능최저 폐지까지 훨씬 더 많은 변수들을 추가해 개편안을 던져 놨다”면서 “발생할 수 있는 문제들은 죄다 끄집어내 놓고 국가교육회의에만 넘어가면 어떻게든 결론이 날 것으로 기대하는 모양인데, 교육 전문가라 할 만한 사람도 없는 교육회의 위원들 중에선 대입문제를 망라한 개편시안을 제대로 이해조차 못하는 사람도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100가지가 넘는 케이스를 모두 검토해 넉 달 만에 ‘대입’이라는 고차방정식을 풀 수 있는 묘안을 내놓는다는 것은 현실적으로 불가능하다는 예상이다. 

12일 교육부가 마련한 2022학년 대입개편안을 공식 전달받은 국가교육회의는 8월까지 최종안을 검토해 제출할 계획이다. 신인령 의장은 16일 전체회의를 열고 구체적인 의견수렴 방식과 논의일정을 결정할 것으로 알려졌다. 교육회의가 최종안을 전달하면 정부는 이를 반영해 개편안을 확정하게 된다. 

교육계 대혼란을 몰고 온 2022학년 대입개편안이 국가교육회의로 넘겨졌지만 교육회의가 묘안을 내놓길 기대하기는 어려울 전망이다. 위원 가운데 교육 전문가라 할 만한 인물은 찾아볼 수 없는 데다 유일한 상근직으로 중추적 역할을 담당해야 할 조신 기획단장은 최근 지방선거 등을 이유로 위원직을 내려놓은 것으로 알려졌다. /사진=베리타스알파DB

<'중추역할' 기획단장, 선거탓 사퇴.. 전문가 없는 위원구성 '논란'>
의견수렴의 중추적인 역할을 맡아야 할 조신 기획단장은 직위를 내려놓은 상태. 조 전 단장은 최근 지방선거 출마 등을 이유로 기획단장직을 사퇴했다. 민간위촉위원 가운데 유일하게 상근위원인 기획단장은 파견받은 공무원들을 지휘하고 위원들의 의견을 수렴하고 정리해야 하는 막중한 역할이 요구된다. 하지만 위원 임명 두 달 만에 사퇴 의사를 밝히면서 비판 여론이 일고 있다. 서울의 한 고교 교장은 “임명장 잉크도 마르기 전에 선거 나가겠다고 사퇴할 생각이었다면 처음부터 왜 국가교육회의에 들어갔는지 이해할 수 없다”면서 “본인에게는 이력 한 줄 더하는 일일지 모르겠지만 수험생들에게는 인생이 달린 일”이라며 비판의 날을 세웠다. 

위원 가운데 교육이나 입시 전문가라 할 만한 사람이 적고, 위원구성도 ‘통합인사’와는 거리가 멀다는 게 중론이다. 정식 출범 이후 인선공개 당시 김재청 교총 대변인은 “교육계 보수인사는 한 명도 포함되지 않았다”면서 편향성 문제를 제기하기도 했다. 김진경 위원은 1989년 전교조 창립에 깊숙이 관여했던 대표적인 진보 교육인사다. 김정안 위원은 노무현 정부 당시 대통령 직속 교육혁신위원회에서 전문위원을 지내며 혁신학교 전문가로 불린다. 기획단장직을 내려놓은 조신 위원 역시 곽노현 서울교육감 시절 교육청 대변인을 맡았고, 지난 18대 대선에서 당시 문재인 후보 비서실 정책팀장을 지냈다. 그 이전에는 참여정부에서 국정홍보처 정책홍보관리관으로 있었다. 2015년 분당갑 국회의원 예비후보로 출마했을 당시 김상곤 부총리가 후원회장으로 나서기도 했다. 교육 전문가보다는 정치인이라는 평이 압도적이다. 강남훈 한신대 교수는 경제학 교수로 교육정책과 연관성이 떨어진다. 진보 네트워크 운영위원으로 활동하며 진보성향 정책으로 인식되는 기본소득의 대표적 학자다. 2011년 '제학자, 교육혁신을 말한다'는 저서를 집필, 교육관련 활동으로 볼 수 있지만 이 책의 공저자가 김 부총리라는 점에서 코드인사라는 지적은 피할 수 없다. 

교육회의 위원은 당연직 9명과 민간위촉직 12명 등 위원 21명으로 구성했다. 당연직 위원은 김상곤 부총리를 비롯해 각 부처 장관, 이재정 전국시도교육감협의회 의장, 장호성 대교협 회장, 이기우 전문대교협 회장 등 9명이다. 대학협의체 회장들을 제외하면 김동연 부총리, 박능후 복지부 장관, 김영주 노동부 장관, 정현백 여가부 장관 등은 사실상 교육과는 전혀 무관한 인물로 교육정책에 대한 통찰을 기대하긴 무리다.

민간위원 중에는 교육현장을 대변할 현직 교사가 한 명 없이 교수들로만 구성돼 비난을 사기도 했다. 교육정책에 대한 혜안을 기대할 만한 인물도 거의 보이지 않았다. 위촉위원에는 강경숙 교수(원광대 중동특수교육과), 강남훈 교수(한신대 경제학과), 권호열 교수(강원대 컴퓨터학부), 김대현 교수(부산대 사범대), 김정안 서울교육청 학교혁신지원센터장, 김진경 전 대통령비서실 교육문화비서관, 박명림 교수(연세대 대학원 지역학협동과정), 장수명 교수(한국교원대 교육정책전문대학원), 장옥선 전 구리남양주 교육지원청 교수학습국장, 황선준 경남 교육연구정보원장 등이 임명됐다. 이 가운데 대입정책 전문가라고 할만한 사람은 교육부 수능개선위원회 위원을 맡았던 김대현 부산대 교육학과 교수가 전부다. 한 교육 전문가는 “교육회의 구성은 현직 교사 한 명 없이 대학교수들이 주축”이라며 “교육정책 당사자인 교사와 학부모를 배제해놓고 교육회의에서 현장의 고민이 담긴 실효성 있는 정책이 나올 수 있을지 의문”이라며 ‘탁상머리’ 교육정책이 나올 것을 우려하기도 했다. 

<의견수렴 방식도 미정.. 학생 학부모 혼란 호소에도 ‘천하태평’>
일부 언론에 따르면 교육회의는 대입개편을 위한 구체적인 의견수렴 방식도 합의하지 못한 상태다. 신 의장은 16일 전체회의를 열고 의견수렴 방식과 논의 일정을 결정할 것으로 알려졌다. 최성유 교육부 국가교육회의기획단 과장은 “교육회의는 회의체이기 때문에 의장이나 기획단에서 임의로 정할 수 있는 게 없다”면서 “16일 회의가 열리기 전까지는 어떤 안이 결정될지 아무도 모른다”고 말했다. 공청회나 토론회를 열 것인지, 여론조사 방식을 택할 것인지 대입개편을 위한 논의방식으로 확정된 사안이 아직 없다는 뜻이다. 

지난 2월 열린 2차 회의에서 시급한 현안과제로 ‘대입제도개편’을 꼽고 지난달까지 대입개편특별위원회를 구성, 논의에 들어간다던 교육회의가 의견수렴 방식도 정하지 못했다는 것은 비판을 자아내기에 충분했다. 하지만 대입개편특위는 아직 윤곽도 잡히지 않았다. 교육부 관계자는 “특위 구성이 늦어져 여러 말들이 나오고 있다는 건 알지만 위원장을 내부 위원이 맡을지, 외부에서 영입할 것인지는 아직 결정된 것이 없다”고 말했다. 

당초 지난해 7월 출범하기로 교육회의가 이보다 5개월가량 늦은 12월말 출범하면서 ‘의도적 출범 지연’이라는 지적이 한 차례 제기된 탓에 의심의 시선은 더욱 짙다. 해를 넘기기 전 급하게 출범한 꼴이 됐지만 그 사이 교육부가 ‘외고 자사고 일반고 전환’ ‘고교학점제’ ‘교육부 교육청 권한 이양’ 등 교육회의에서 다루기로 했던 사안들의 향배가 결정됐다. 교육부의 비대해진 권한을 견제하는 역할로 기대를 모았던 교육회의가 사실상 ‘빈 껍데기’에 불과하다는 평가가 나오는 이유다. 

뒤늦은 출범에 당장 8월까지 대입개편안을 마련해야 된다는 시급한 상황에도 이제까지 공식회의는 고작 2번밖에 열리지 않았다는 것도 문제점으로 지적된다. 그마저도 첫 회의는 출범회의로 의미 있는 논의는 없었다. 한 교육 전문가는 “11일 교육부가 내놓은 대입개편안이 우선순위도 없이 여러 변수를 조합한 안들을 병렬적으로 나열한 수준에 그치면서 학생과 학부모의 혼란과 분노가 극에 달한 상황”이라면서 “그런데도 교육회의는 이제야 의견수렴 방식을 하겠다고 나서고 있으니 넉 달 안에 결론이 날 것이라고 보는 것이 우습다”고 꼬집었다. 이어 “교육회의가 4월에 개편안이 발표된다는 것을 몰랐던 것도 아니고 자문기구라면 출범이후 올초부터 당장 논의에 착수했어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일각에선 교육회의의 늦장처리로 ‘박춘란 무리수’가 재현되는 것 아니냐는 우려의 목소리도 나온다. 한 사립대 관계자는 “표심을 겨냥한 것인지 2020학년 전형계획에서 정시확대라는 그간의 정책기조를 무리하게 요구한 탓에 차관이 전형계획 마감당일 연락이 왔다. 청와대는 이미 교육부와 협의했다는 데 왜 그제야 연락을 했겠냐. 일관성이라곤 없는 정책이기 때문에 막판까지 망설이다 총대를 멘 것”이라며 “2022학년 대입개편이 중대한 사안인 만큼 교육회의도 끝까지 결론내기를 미루다 되려 엉뚱한 방향으로 흘러갈까 우려스럽다”고 말했다. 

<대입개편안, 원전과 다른 이유.. 넉 달내 모든 변수 고려해야>
김 부총리는 얼마 전 원전 공론화를 염두에 둔 듯 방향 없이 나열한 개편안을 두고 문재인 정부의 새로운 정책결정방식이라고 설명했지만, 대입개편은 원전 공론화와 달리 접근해야 한다는 게 전문가들의 의견이다. 찬반으로만 나뉘는 원전 공론화위원회와 달리 입시제도는 쟁점별로 찬반을 가릴 사안이 아닌 데다 주요 쟁점들이 복합적으로 맞물려 있는 유기적인 사안이기 때문이다. 

김 부총리는 개편안 발표 당시 “국민이 공감하는 숙의와 공론화 과정을 거칠 수 있는 ‘열린 안’을 국가교육회의에 제시하고자 한다”며 “국민께서 참여해 숙의 공론화할 수 있도록 하는 것이 문재인 정부의 새로운 정책결정방식”이라고 설명했다. 교육회의에서 원전 공론화와 같은 방식을 채택한다면 문제는 더욱 크다. 공론화가 제대로 진행되려면 절대평가냐 상대평가냐, 수시정시를 통합하느냐 마느냐 등 모형별로 달라지는 수험생 간 유불리를 따져야 하는데 일반 시민들에게선 이 같은 복잡한 ‘입시셈법’을 기대하기 어렵기 때문이다.  

지난해 정부는 신고리 5,6호기 건설중단 여부를 두고 3개월간 공론화 과정을 진행한 바 있다. 공론화위원회는 시민참여단을 꾸린 뒤 참여단이 전문가들의 원전건설을 향한 찬반의견을 고루 듣고 자유토론과 투표를 거쳐 의견을 정하도록 했다. 시민참여단의 의견을 토대로 당시 공론화위원회는 ‘신고리 5,6호기 건설은 재개하되 원자력발전은 축소하라’는 권고안을 도출했다. 

이와 달리 대입개편은 원전을 건설하느냐 마느냐처럼 단일 사안을 놓고 하나를 선택해야 하는 것보다 훨씬 더 복잡하다. 시안에 담긴 대입 모형만 5가지인데다 수시-정시 적정 비율을 제시하는 문제는 교육과정은 물론 입시에 대한 상당한 식견을 요구하는 내용이다. 이 때문에 공론화로 결정하기에는 부적절한 사안이라는 의견이 대부분이다. 

한 교육 전문가는 “교육부가 지난해 8월에 내놓았던 안에서 선발시기 통합, 원점수제 도입까지 훨씬 더 많은 변수들을 추가해 개편안을 던져놨다”면서 “발생할 수 있는 문제들은 죄다 끄집어내놓고 국가교육회의에만 넘어가면 어떻게든 결론이 날 것으로 기대하는 모양인데, 교육 전문가라 할만한 사람도 없는 교육회의 위원들 중에선 대입문제를 망라한 개편시안을 제대로 이해하지 못하는 사람도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교육회의에서 넉달만에 ‘대입’이라는 고차방정식을 풀어낼 묘안을 내놓는다는 것은 현실적으로 불가능하다”고 예견했다. 

진영을 막론하고 교육부를 비판하는 목소리가 날로 높아지는 배경이다. 교육부가 복잡하고 민감한 대입제도 결정을 교육회의에 떠넘긴 게 아니냐는 지적이 나온다. 지난해 수능 절대평가 확대를 추진하려다 여론의 반발에 부딪혀 개편을 1년 유예했던 교육부가 이번에도 여론이 무서워 교육회의 뒤로 숨은 것이라는 비판도 있었다. 김재철 교총 대변인은 “대입제도 개편은 매우 첨예하고 민감한 사안한 사안이기 때문에 교육부도 조심스럽다는 것은 이해한다”면서도 “그렇다고 해서 주무부처로서 아무런 견해를 밝히지 않고 방안만 나열한 것은 책임 있는 행동은 아니다”라고 지적했다. 전교조도 “교육부가 대입재도 개편의 기본원칙이나 방향도 제시하지 못했다”면서 “사회적 논란에 휩싸이는 것을 두려워한 교육부가 대입제도 개혁의 목표를 잃어버린 것 같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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