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비 전액무료, 의무복무 9년 이상.. '먹튀 방지' 보완책 필요

[베리타스알파=윤은지 기자] 정부가 2022학년 공공의대 설립을 추진하기로 하면서 그간 폐교된 서남대 의대 정원 49명을 둘러싼 쟁탈전이 막을 내릴 가능성이 높아졌다. 공공의대 설립으로 인한 의대입시 지형의 변화에도 이목이 집중된다. 공공의대가 문을 연다면 설립취지에 따라 의료취약지역에서 최소 9년 이상 의무적으로 복무해야 하지만 수업료 전액 면제라는 혜택으로 인해 수험생들 사이에서 상당한 반향을 일으킬 것으로 예상된다. 더불어민주당 정책위와 보건복지부는 11일 열린 당정협의회에서 2022년 개교를 목표로 전북 남원에 국립공공의료대학(원)을 세우겠다고 밝혔다. 공공의대가 신설될 경우 폐교된 서남대 의대 정원 49명을 활용하는 방식이 될 전망이다. 선발 인원수는 국민 여론수렴과 의료계와의 협의를 거쳐 단계적으로 확대될 수 있다는 여지를 남겼지만 의료계의 반발이 강한 탓에 가능성은 크지 않다. 공공의대 설립이 가시화되면서 그동안 서남대 정원을 두고 쟁탈전을 벌였던 목포대와 순천대를 비롯 다수 대학은 실망감을 감추지 못하고 있다. 

신설되는 공공의대는 전액 수업료 면제로 운영된다. 국립중앙의료원의 인프라를 활용하고 공공병원 등 전국의 협력병원을 활용해 순환교육을 실시할 예정이다. 대신 졸업 후 의사면허를 취득하게 되면 일정 기간 동안 지역 공공의료기관에서 의무근무해야 한다. 의무복무기간은 구체화되지 않았다. 보복부 공공의료과 관계자는 “의무복무기간은 아직 정해지지 않았다. 관련 법이 마련될 때까지 논의를 거쳐 결정할 것”이라며 “공공의대와 컨셉이 유사한 일본의 자치의대는 의무복무기간이 9년이다. 이를 참고할 것”이라고 말했다. 의대는 6년과정으로 일반 4년제대학보다 기간이 길고 학비도 매우 비싸기 때문에 의무복무기간이 있더라도 공공의대가 세워진다면 자연계열 수험생들의 관심이 상당할 것으로 보인다.  

의대 정원은 다른 모집단위와는 달리 대학이 임의로 조정할 수 없다. 교육부가 복지부와 협의해 의료인력 수급현황을 종합적으로 고려해 관리하기 때문이다. 서남대 폐교 당시 서울시립대와 삼육대가 서남대 인수전을 벌이고, 목포대와 순천대가 서남대 의대 정원을 흡수하려던 것 역시 의대 정원을 마음대로 늘릴 수 없는 배경 탓이다. 

정부가 2022학년 공공의대 설립을 추진하기로 하면서 그간 폐교된 서남대 의대 정원 49명을 둘러싼 쟁탈전이 막을 내릴 수 있을지 관심이 쏠리다. 공공의대 설립으로 인한 의대입시 지형의 변화에도 이목이 집중된다. 공공의대가 문을 연다면 설립취지에 따라 의료취약지역에서 최소 9년 이상 의무적으로 복무해야 하지만 수업료 전액 면제라는 혜택으로 인해 수험생들 사이에서 상당한 반향을 일으킬 것으로 예상된다. /사진=건국대 제공

<공공의대 ‘수업료 전액면제’.. 신입생 선발, 지역별 비율 안배>
여당과 정부는 전북 남원에 국립공공의대 설립한다는 내용이 담긴 공공보건의료발전 종합대책을 11일 발표했다. 신설되는 공공의대는 국립중앙의료원을 비롯해 전북지역 공공병원 등 전국 협력병원에서 순환교육을 시행할 계획이다. 공익 목적으로 설립되는 의대이기 때문에 공공의대를 졸업해 의사자격을 취득한 경우 각 시도의 국가와 지역 공공의료기관에서 일정 기간 동안 의무적으로 근무하도록 할 방침이다. 학비는 전액 무료다. 다만 대학의 형태가 학부과정이 될지 의학전문대학원이 될지는 구체적으로 정해지지 않았다. 

공공의대 신입생은 시도별로 의료 취약지 규모나 필요 공공의료 인력 수 등을 고려해 선발비율을 결정할 계획이다. 학사과정을 마치고 의사면허를 취득한 졸업생들은 의료 취약지역이나 역학조사 등 공공의료인력이 필요한 기관에서 최소 9년 이상 복무하도록 할 계획이다. 일본의 경우 공공의료 분야를 위해 1972년 자치의대를 설립한 이후 매년 120명을 선발해 공공의료 특화교육을 실시하고 있다. 졸업 후 지정된 근무지에서 9년간 의무복무한다. 졸업생의 약 70%의 학생들이 의무복무 이후 해당 근무지에 정착한 것으로 알려졌다. 

일각에서는 ‘졸업 후 먹튀’을 우려하는 시선도 있다. 한 교육 전문가는 “지금도 교대나 의대에서 지역인재로 선발한 학생들이 졸업 후 수도권이나 대도시로 이탈하고 있다”면서 “공공의대가 설립된다면 지역인재전형보다 훨씬 혜택이 많다. 국민들의 혈세로 교육받고 월급 받으면서 일하게 되는 것인데 의무근무기간만 채우고 피부과, 성형외과를 차리는 일은 없어야 할 것”이라고 조언했다. 

복지부도 이 같은 우려를 감안해 보완책을 마련했다. 의무근무기간 동안 조건부 의사 면허만 부여하는 방법이다. 국비 지원금을 전액 반납해도 민간에서 의사로 활동할 수 없도록 안전장치를 마련한다는 설명이다. 공공의대와 유사하게 학비 전액 국고지원의 혜택을 받고 있는 경찰대학의 경우 경찰대학 졸업 후 로스쿨행을 택하는 졸업생들이 적지 않다는 비판이 꾸준히 제기됐다. 이에 따라 최근 경찰청은 학비 전액지원 혜택을 개선해 학비 중 일부를 개인이 부담하는 제도를 검토하겠다고 밝히기도 했다. 지난해 홍철호(당시 새누리)의원이 교육부에서 받은 자료에 따르면 최근 5년간 경찰대학 출신 로스쿨 입학생이 100명에 달하는 것으로 나타나기도 했다. 

<복지부, 공공의대 필요성 꾸준히 피력.. '하반기 국회통과' 목표>
복지부는 그간 꾸준히 공공의대의 필요성을 피력해왔다. 의료취약지역에 대한 공공보건인력의 확충이 필요하다는 이유에서다. 당정협의회에서도 공공의대를 세워 지역별 의료격차를 해소하고 응급/외상/감염/분만 등 국민의 생명과 안전에 영향을 미치는 필수 공공의료의 공백을 방지하겠다고 밝혔다.  

실제로 국내 인구 1000명 당 활동 의사수는 2.3명(한의사 포함)으로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국가 평균인 3.3명보다 현저히 낮다. 한국보건사회연구원이 내놓은 ‘2017년 주요 보건의료인력 중장기 수급전망’에 따르면 2030년에 국내 의사인력은 7600명이 부족한 것을 나타났다. 부족 인원은 총 면허등록 인원(12만5000명)의 6.1%에 해당하는 규모다. 한 해 새롭게 배출되는 인력의 기준이 되는 대학 입학정원은 지난해 기준 3058명이다. 

공공의대 설립추진에도 복지부의 의견이 강하게 반영된 것으로 알려졌다. 여당 관계자는 “복지부가 오래전부터 공공의료 부문에서 일할 의료인력 양성기관을 세우고 싶어 했다”라며 “이번에 서남대 의대가 폐교하면서 전북대 원광대 목포대 순천대 등 여러 대학에서 정원을 흡수하거나 의대 유치전에 뛰어드는 양상이 나타나자 빠른 결론으로 혼란을 정리하고자 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설립지를 전북 남원으로 정한 것에 대해선 “서남대 폐교로 상실감을 느낄 지역을 배려하기 위한 차원”이라고 답했다. 

공공의대의 명칭과 형태, 의무복무기간 등은 올 하반기까지 마련해 관련 법령에 담을 예정이다. 복지부 관계자는 “올 하반기까지 국회통과를 목표로 하고 있다”고 말했다. 예산은 학부인지 대학원인지 학교 형태에 따라 달라질 전망이다. 다만 국립의료원이 2022년까지 서울 서초구 원지동으로 신축 이전하는 현대화 사업을 진행하고 있기 때문에 많은 예산이 소요되진 않을 것으로 복지부는 내다봤다. 공공의대가 설립될 경우 국립중앙의료원는 의대를 보유한 국립병원으로 위상이 크게 강화될 전망이다.  

지속적으로 공공의대 신설을 반대해온 의료계는 부정적 반응을 내놓았다. 의대 신설계획을 의료계와의 논의 없이 추진하고 있으며, 의대를 만들어도 별다른 성과를 얻지 못할 수 있다는 비판이다. 대한의사협회 관계자는 “공공의대 신설에 관한 이야기는 몇 년 전부터 나왔지만 이런 구체적인 정책을 발표하기 전 의료계와의 논의는 없었다”면서 “정부의 공공의료에 대한 고민은 공감하지만 공공의료에 전문성을 가진 인력을 양성하기 위해선 단순히 보건소에 근무할 의사를 양산하는 것보다 전문화된 인력을 배출해야 한다”라고 말했다. 이어 “공공의대가 과연 그 역할을 할 수 있을지 의문이다. 의대가 세워진다고 해도 별다른 성과를 얻지 못할 수 있다”고 지적하기도 했다.  

정부 관계자는 의대 정원을 확대하는 것이 아니기 때문에 의료계와도 문제가 없을 것이라는 입장이다. 이 관계자는 “서남대 의대 정원 49명을 그대로 흡수하고 더 이상 늘리지 않기로 했다”면서 “그렇기 때문에 의대 신설과 입학정원 증원을 반대하는 의료계와도 마찰을 빚을 요인도 없다”고 말했다. 경제정의실천시민연합(경실련)은 12일 “공공의대 정원 49명 규모는 공공의료인력 양성이라는 취지에 턱없이 부족하다”면서 “공공의대 정원을 300명까지 확대해 의사들의 독점적인 권력을 탈피하고, 민간에 의존하고 있는 공공의료의 취약성을 강화해야 한다”는 성명을 발표하기도 했다. 

<‘의대유치 총력’ 목포대 순천대 ‘당혹’>
의대정원에 관심을 보인 서울시립대와 삼육대의 서남대 인수경쟁이 수포로 돌아간 이후 의대유치에 총력을 기울였던 전남의 목포대와 순천대는 공공의대 설립 소식에 당혹감을 감추지 못하며 망연자실한 분위기다. 순천대 관계자는 “전남 동부지역은 산업단지가 밀집한 데 비해 대형사고가 발생해도 지역에서는 대처하기가 어려워 대학병원에 대한 지역민들의 염원이 강했는데 아쉽다”면서 “공공의대 성격 등을 파악한 뒤 학교 차원의 발표가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순천대는 1996년 의대 설립 타당성 연구를 진행한 이후 약대 등 유관학과를 신설하는 등 지난 20여 년간 의대 설립을 위한 기초작업을 벌여왔다. 

30여 년 전부터 의대 유치에 힘써온 목포대도 정부발표에 허탈감을 감추지 못했다. 목포대는 목포시와 지역 국회의원, 의료인 등과 함께 의대 설립의 필요성을 전파하는 등 지역사회와 협력해 유치전을 이어왔다. 지난해말에는 올해 정부 예산으로 목포대 의대 설립 타당성 조사 용역으로 예산 3억원이 편성된 것으로 알려지며 기대감을 키우기도 했다. 목포대 관계자 역시 “정부 발표에 대해 확인 중”이라며 “전남에는 의대가 1곳도 없지만 섬은 1000개가 넘는다. 정부가 응급의료와 인력이 절실한 지역이라는 점을 고려해 최종 결정을 내려주길 바란다”고 전했다. 

<2019의대 2927명 모집.. 서남대 정원, 전북32명 원광17명 배정>
지난해 서남대의 폐교로 당장 구멍이 난 의대정원 49명은 한시적으로 전북대와 원광대에 배정됐다. 교육부는 지난달 서남대 의대정원 49명 중 32명을 전북대에, 17명을 원광대에 편입한다고 밝혔다. 이로써 전북대는 올해 학부모집을 실시하는 의대 37개교 가운데 최다인원인 142명을 모집하게 된다. 서남대 폐교로 모집인원이 조정되기 전 가장 많은 인원인 서울대의 135명보다도 많은 숫자다. 

2019학년 의대 모집인원은 37개교 2927명이다. 서남대 폐교로 공중에 떠 있던 49명의 의대 정원의 행방이 가려지면서 대학별 모집인원도 확정됐다. 이에 따라 전북대는 142명, 원광대는 93명을 모집한다. 전북대의 경우 의전원 체제에서 의대로 완전 전환하는 과정에서 실시했던 학사편입학을 완료하고 정원 100%를 학부모집으로 선발하면서 지난해 77명 모집에서 올해 110명으로 33명의 모집인원이 늘어날 예정이었다. 여기에 서남대 정원 32명이 추가로 더해지면 전년 대비 총 65명의 모집인원이 늘어나게 된다. 

2019학년 2927명은 전년 2533명 대비 394명이 늘어난 수치다. 대폭 모집인원이 늘어난 것은 세 가지 요인으로 요약된다. 첫 손에 꼽히는 것은 의전원 체제에서 의대로 전환하며 모집인원을 크게 늘린 11개 의대의 영향이다. 의대 가운데 빅5로 불릴 만큼 선호도 높은 가톨릭대를 비롯해 경희대 이화여대 경북대 부산대 인하대 충남대 경상대 전북대 가천대 조선대가 지난해 717명에서 올해 1024명으로 307명 확대됐다. 

11개 의대 모집인원의 변화는 의전원이 의대 체제로 완전 전환함에 따른 영향이다. 의대/의전원의 학부입시 정원은 의전원 입시를 준비해온 수험생들의 신뢰보호를 위해 실시한 학사편입학의 영향으로 매년 변화해왔다. 전체 정원 중 70% 안팎은 통상의 고졸 자격자를 대상으로 하는 학부모집으로 선발하되 30% 안팎은 별도의 학사편입학을 통해 선발하면서 의전원 수험생들이 수능 등을 치르지 않고도 의대 진학이 가능하도록 배려하는 취지다.

11개교는 2017학년부터 의대로 완전 전환하는 과정에서 2020학년까지 4년간 학사편입학을 실시하고 있다. 학사편입학은 2년 앞서 치러지는 학부 모집에 영향을 미친다. 학사편입학을 실시하는 의대는 2년 앞서 학부모집에서 일정인원을 미선발해, 학사편입학으로 채울 인원을 비워둬야 하기 때문이다. 일종의 편입이기 때문에 입학생들은 신입생이 아닌 3학년 과정부터 수업을 받게 된다. 

이로 인해 2020학년까지 학사편입학을 실시하는 11개교는 2018학년까지 정원 일부를 학부모집에서 선발할 수 없었던 것이다. 이후 2021학년부터는 학사편입학이 실시되지 않기 때문에 2019학년 정원은 100% 학부모집으로 선발할 수 있게 됐다. 

 
본 기사는 교육신문 베리타스알파의 고유 콘텐츠입니다.
일부 게재 시 출처를 밝히거나 링크를 달아주시고 사진 도표 기사전문 게재 시 본사와 협의 바랍니다.
저작권자 © 베리타스알파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