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일 맥락 자유학기제.. '사교육비 증가, 양극화 심화'

[베리타스알파=김대연 기자] 교육부가 고교휴학제 도입을 추진한다. 고교휴학제는 문재인 대통령의 교육분야 공약 중 하나로 학생들에게 1년가량 진로를 탐색할 시간을 주겠다는 취지에서 마련된 정책이다. 교육계에 따르면 교육부는 최근 ‘중/고등학교 휴학제 개선 방안’ 정책 연구를 발주한 것으로 알려졌다. 자유롭게 휴학할 수 있도록 기간, 절차 등을 정비해 휴학제 표준안을 만들겠다는 의도다. 

하지만 경제적 사정이 좋은 학생들이 대입 진학을 위한 스펙쌓기와 사교육으로 활용, 학생 간 격차를 더 벌릴 수 있다는 우려도 만만치 않다. 고교휴학제가 중학교 자유학기제와 같은 맥락이라는 점에서, 자유학기제의 부작용이 대입과 맞닿아 있는 고교휴학제에서는 증폭될 것이라는 지적이다. 한국개발연구원(KDI)은 지난달 27일 자유학기제가 고소득 가구의 사교육비 지출을 늘린다는 연구결과를 발표했다.

육부가 고교휴학제 도입을 추진한다. 고교휴학제는 문재인 대통령의 교육분야 공약 중 하나로 학생들에게 1년가량 진로를 탐색할 시간을 주겠다는 취지에서 마련된 정책이다. 하지만 경제적 사정이 좋은 학생들이 대입 진학을 위한 스펙쌓기와 사교육으로 활용, 학생 간 격차를 더 벌릴 수 있다는 지적이 제기되고 있다. /사진=베리타스알파DB

<고교 휴학제.. ‘사교육 확대’ 우려>
고교휴학제는 2022년부터 전면 도입을 목표로 추진되고 있다. 교육부는 고교휴학제가 도입되면 학생들이 1년동안 여행 봉사활동 진로탐색 등의 시간을 가질 수 있고 학업중단이 줄어들 수 있어 교육만족도가 상승할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자퇴, 퇴학, 제적 등 학업중단자 가운데 자퇴생은 매년 2만여 명에 달한다. 교육통계서비스 공시에 따르면 2015년 2만4089명, 2016년 2만1431명, 2017년 2만2712명이다. 

하지만 교육계에서는 고교휴학제의 긍정적인 취지와 달리 우려가 크다. 한 교육계 전문가는 “자유학기제는 중학교 3년 교육과정에서 이뤄지는 반면, 고교휴학제는 3+1년의 개념이다”며 “추가된 1년의 기간을 학교 밖에서 보내야 하는 만큼 사교육 의존도는 심화될 것”이라고 말했다. 고교휴학제가 교외 체험 프로그램 등 인프라를 갖추지 못한 상황에서 실시될 경우, 학생들은 사교육에 의존할 수밖에 없다는 것이다. 

고교휴학제는 사교육을 받은 학생과 그렇지 못한 학생 간 격차를 확대시킨다는 지적도 있다. 이동엽 한국교육개발원(KEDI) 박사는 “휴학 기간 동안 해외연수나 사교육을 집중적으로 받을 수 있는 학생과 그렇지 못한 학생 간 차이가 벌어지고 단순히 학교를 다니기 싫은 아이들이 휴학을 남발하는 부작용도 우려된다”고 말했다. 김재철 한국교원단체총연합회(교총) 대변인은 “현재 시행 중인 중학교 자유학기제는 대도시와 농어촌 간 학교 밖 프로그램의 격차가 커 문제인데 고교휴학제를 도입할 경우 같은 문제를 답습할 수 있다”고 지적했다.

고교휴학제로 인해 스펙쌓기 경쟁이 과열되면, 경쟁에서 뒤처진 학생들이 학업중단을 택할 우려가 높다는 의견도 있다. 지난해 12월 헌법재판소의 결정으로 대입에서 검정고시 출신자 지원제한까지 사라진 상황. 내신이 뒤처진 학생들의 고교 자퇴 후 검정고시를 통한 대입이 가속화될 것이란 전망이다. 한국교육개발원 교육통계연구센터의 통계결과에 따르면, 고졸 검정고시 출신 전국 4년제대학 합격자수는 2006학년 3808명에서 2013학년 5647명까지 약 40%가 증가했다.

문제는 결국 사교육 확대였다. 매년 상승하고 있는 사교육비 지출과 사교육 참여율까지 감안하면, 고교휴학제는 학원들만 배불린다는 지적이다. 지난달 15일 교육부와 통계청이 발표한 ‘2017년 초중고 사교육비 조사’ 결과에 따르면, 2017년 고등학생 1인당 월 평균 사교육비는 28만4000원이었다. 전년 대비 2만2000원이 증가한 액수다. 고등학생 사교육 참여율은 55%로 전년대비 2.6%p 상승했다.

<같은 맥락의 자유학기제, 연구결과로 밝혀진 부작용은>
2016년부터 실시된 자유학기제는 중학교 한 학기 동안 교과수업 대신 체험활동 비중을 늘리는 제도다. 대체로 오전에는 교과수업을 실시하고 오후에는 진로탐색 예술체육 동아리 등 자유학기 활동을 운영한다. 중간/기말 등 시험은 보지 않고 과정중심 평가를 진행하므로 고입 내신에 반영되지 않는 것이 특징이다. 하지만 시행 전부터 자유학기제로 인한 사교육 유발, 양극화 심화 등 부작용을 우려하는 목소리가 높았다.

지난달 27일 공개된 한국개발연구원(KDI) 소식지 ‘KDI 정책포럼’ 269호는 자유학기제 기간 동안 고소득 가구(월600만원 이상)의 사교육 투자는 증가한 반면, 중/저소득층 가구(월600만원 미만)의 사교육 투자는 소폭 감소했다는 연구결과를 실었다. 자유학기제의 부작용 우려가 연구결과를 통해 '사실'로 확인된 셈이다. 보고서는 2006년부터 2016년까지 통계청에서 실시한 ‘사교육비조사’에서 수집된 중학생 17만8214명의 정보를 분석한 결과다. 

자유학기제를 전면 실시한 경우 고소득 가구의 사교육 참여율은 실시하지 않았을 때보다 15.2%p 증가했으며, 사교육비 연간 지출액 역시 실시하지 않았을 때 비해 179만원 늘어났다. 반면 중/저소득 가구는 자유학기제를 실시했을 때의 사교육 참여율이 실시하지 않을 때에 비해 2.7%p 감소했고, 사교육비 연간 지출액이 25만원 줄었다. 보고서를 작성한 박윤수 연구위원은 “통계적으로 유의미한 수준은 아니지만 중/저소득 가구의 경우 소득이 낮을수록 수업 보충 목적의 사교육을 받는 사례가 많기 때문에 자유학기 중에 교과수업이 감소한다면 사교육 수요도 함께 줄어들 가능성이 있다”고 분석했다. 자유학기 중에는 내신성적 관리의 부담이 없기 때문에 진학이나 선행학습 목적의 사교육 수요가 증가할 수 있고, 이 같은 사교육 수요는 중/저소득 가구보다는 고소득 가구에서 더 높다는 판단이다. 

학교 현장에서는 학생 간 양극화를 지적하는 목소리가 나오는 상황이다. 한 중학교 교사는 “자유학기는 교육열이 높은 지역의 학생에게는 ‘선행학습 학기’이지만 그렇지 않은 학생들에게는 ‘노는 학기’인 경향이 강하다”고 지적했다.

자유학기제가 시행되자 학원가에선 교육수요자들의 불안감을 이용한 마케팅이 성행했다. 사교육업체들은 중학교 내신성적 관리 부담이 없는 자유학기를 선행학습 할 수 있는 기회라고 홍보했고, 이러한 사례들은 언론을 통해 지속적으로 보도됐다. 교육부의 특별단속에 적발된 학원들은 “자유라는 말에 속아 1년을 헛되게 보내지 말자. 중1때 잘 다져놔야 앞으로의 6년이 편하다”는 등의 광고 문구로 학부모들의 불안심리를 자극했다.

공교롭게도 중학생들의 사교육 의존도는 대입과 직접적으로 맞닿아 있는 고등학생보다 훨씬 더 높았다. 교육부와 통계청이 공동 실시한 ‘2017년 초중고 사교육비 조사’ 결과에 따르면, 2017년 중학생 1인당 월 평균 사교육비는 29만1000원이었다. 전년 대비 1만6000원이 증가한 액수다. 사교육 참여율은 66.4%로 전년대비 2.5%p 상승했다. 2017년 고등학생 1인당 월 평균 사교육비가 28만4000원, 사교육 참여율이 55%임을 감안하면, 중학생 1인당 월 평균 사교육비와 사교육 참여율은 고등학생보다 더 많다. 중학교 자유학기제와 무관하지 않다는 분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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