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상경력, 자율동아리 기재금지, 기재분량도 줄여

[베리타스알파=윤은지 기자] 교육부가 2022학년 대입개편안과 함께 내놓은 학생부 기재 개선안을 두고 ‘학종 무력화’를 우려하는 교육계의 목소리가 높다. 김상곤 부총리 겸 교육부장관은 수시 학생부종합전형(학종)의 근간이 되는 학생부 기재 항목수를 고교 기준 현행 10개에서 7개로 축소하는 내용을 담은 ‘학생부 신뢰도 제고 방안’을 11일 공개했다. 개선안에 따르면 학생부 기재항목은 현행 수준보다 대거 축소된다. 문제가 생기면 없애버린다는 교육부의 일차원적 발상에 교육계는 혀를 내두르고 있다. 교육부는 개선안에 대해 “일부 기재항목이 학생간 과도한 경쟁과 사교육을 유발하고 학교나 학부모의 지원 정도에 따라 기재 격차가 발생한다는 문제점을 반영한 결과”라고 설명했다. 학생부에 대한 사교육 개입 여지를 최소화해 ‘금수저 전형’이라는 인식을 개선하겠다는 목적이지만, 교육계 전문가들은 이 같은 평가요소 축소가 결과적으로 학종이 추구하는 정성평가 취지를 무력화해 학종을 위축시킬 것이라는 데 입을 모았다.  

개선안대로 학생부 기재요령이 달라질 경우 교내 수상경력과 자율동아리, 소논문(R&E) 활동내용은 더 이상 기재할 수 없게 된다. 창의적체험활동상황(창체) 특기사항 가운데 봉사활동도 입력할 수 없으며 전반적인 기재분량도 대폭 줄어든다. ‘자동봉진(자율/동아리/봉사/진로활동)’으로 대표되는 창체 특기사항 글자수는 현행 3000자에서 1700자로 분량이 줄어들고, 행동특성 및 종합의견(행특)도 기재분량이 현행 1000자에서 500자로 축소된다. 

대학에서도 비판여론이 들끓었다. 학생부가 평가도구로 활용되기에 불충분하다는 지적을 수차례 전달했음에도 교육부가 학생부를 더욱 불충분한 평가도구로 만들려는 움직임을 끊임없이 보여주고 있기 때문이다. 평가 주체인 대학 입장에서는 학생부 내 평가요소가 줄어드는 것에 대한 부정적인 반응을 보일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서울의 한 대학 입학사정관은 “대학 입장에서는 평가의 소재가 많을수록 좋다. 가뜩이나 2014년부터 과도한 글자수 제한이 도입돼 평가할 소재가 대폭 줄어든 상황에서 사교육규제라는 논리에만 집중해 평가소재를 줄여나가는 교육부의 행보는 대학에 학종을 줄이라는 이야기로 비춰질 정도”라고 꼬집었다.  

교육계가 끊임없이 반대의견을 피력하는 데는 학종이 도입된 배경 때문이다. 한 대학 관계자는 “최근 교육부의 움직임을 보면 정량평가의 폐해를 줄이고 다양성을 존중하면서 고교교육을 정상화하자는 목적으로 시작된 학종 배경은 아예 실종된듯하다”며 “사교육 유발과 표면적인 공정성을 잣대로 교과와 수능을 늘리자는 얘기도 나오고 있다. 하지만 당초 학종이 도입된 배경은 사교육을 유발하고 줄세우기하는 교과와 수능의 폐해 때문이었다”고 비판의 날을 세웠다. 한 교육 전문가는 “학종은 교과나 정시처럼 정량적인 수치로 공정/불공정 여부를 따지는 것이 무의미한 전형”이라면서 “수치화를 전제로 한 공정성을 들이대는 순간 정성평가 자체가 무력화된다. 교사들의 열정을 담보로 시작된 학종논의를 정량적인 수치를 들먹이며 평가한다면 대입논의는 과거 오랫동안 폐해로 지적된 정량평가로 돌아갈 수밖에 없다”고 지적했다. 

국가교육회의에 자문을 요구한 대입개편안과 달리 학생부 신뢰도 제고방안은 여론조사와 국민 모니터링단 의견조사 등 '국민참여 정책숙려제'를 거쳐 6월까지 최종안을 마련할 방침이다. 확정된 안은 오는 8월 대입개편안과 함께 공개한다. 개선안은 법령 개정 절차를 거쳐 내년부터 전국 초중고 1학년을 대상으로 적용된다. 이와 별도로 국가교육회의는 학종전형 신뢰도를 높이는 방안에 대해 논의한다. 주요 쟁점은 대학들이 학종 평가기준을 공개할지, 국민 신뢰도를 높일 수 있도록 신입생 출신 고교별 지역별 정보를 공개할지, 학종에서 자소서와 추천서를 폐지할지 여부 등이다.

교육부가 2022학년 대입개편안과 함께 내놓은 학생부 기재 개선안을 두고 ‘학종 무력화’를 우려하는 교육계의 목소리가 높다. 김상곤 부총리 겸 교육부장관은 수시 학생부종합전형(학종)의 근간이 되는 학생부 기재 항목수를 고교 기준 현행 10개에서 7개로 축소하는 내용을 담은 ‘학생부 신뢰도 제고 방안’을 11일 공개했다. 개선안에 따르면 학생부 기재항목은 현행 수준보다 대거 축소된다. 문제가 생기면 없애버린다는 교육부의 1차원적 발상에 교육계는 혀를 내두르고 있다. /사진=강서고 제공

<교내대회 수상경력, 결국 제외되나.. '없애는 게 능사 아냐'>
개선안이 적용될 경우 교내대회 수상경력이라 할지라도 더 이상 학생부에 입력할 수 없다. 교내대회 수상경력만 입력할 수 있는 현행 학생부에서 수상경력 항목 자체를 없앤 것이다. 김 부총리는 “교내대회는 사교육과 학생들간 과도한 경쟁을 유발하며 학교 간 열리는 대회 수 격차가 커 없애기로 했다”고 설명했다. 대회이름이 드러나지 않게 명칭을 바꿔 ‘세부능력 및 특기사항’에 편법적으로 기재하는 것도 금지한다. 모든 대회 관련 사항은 학생부에서 기재할 수 없도록 했다. 

교내상은 최근 국회 교문위 소속 김병욱 의원이 공개한 자료를 통해 서울대 수시 합격생이 받은 교내상 수가 최대 120개에 달하는 것으로 알려지면서 도마에 올랐다. 명문대에 입학할만한 학생들을 위주로 교내상을 수여하는 ‘상 몰아주기’와 1년간 교내상이 한 번도 없는 학교가 있는 반면 한 학교에서 수십 수백건을 수여하는 ‘교내상 남발’이 문제로 지적된다. 

일부 고교에서 교내상 남발, 몰아주기 등 부작용이 나타날 수 있지만 그렇다고 무작정 학생부에서 제외하는 것만이 능사는 아니라는 시각이 우세하다. 서울의 한 고교 교사는 “교외상이 더 이상 대입에서 활용도가 없어지면서 학생들이 공교육으로 돌아온 건 사실”이라면서 “이번에 교내상까지 기재를 금지한 것은 납득이 어렵다. 이제까지 교내대회를 준비하고 실행하면서 조금씩 운영 노하우가 생기고 자리를 잡아가는 단계인데 없앤다니 허탈한 심경”이라고 말했다. 이어 “교내대회의 횟수를 일정범위 내에서 제한하는 식으로 운영방식의 가이드라인을 제시하는 방법도 있는데 부작용이 있다고 해서 무작정 없애는 것이 맞는지 모르겠다”고 토로했다.  

2년 전 조승래(더불어민주) 의원이 서울대 수시 합격자 5명 이상 배출한 102개 고교의 교내대회를 전수조사한 결과 교내대회 입상과 학종 간 뚜렷한 상관관계가 없는 것으로 밝혀지기도 했다. 전국에서 서울대 수시합격자를 가장 많이 배출한 하나고(53명 이상)의 경우 1인당 교내대회 개최 수는 102개 학교 가운데 33위를 기록했고, 1인당 입상 수의 경우 72위를 기록했다. 하나고의 뒤를 이은 경기과고(52명 이상) 역시 대회 개최 수 20위, 입상 수 39위를 기록했다. 반대로, 교내대회 개최 수 3위, 입상 수 3위를 기록한 대전동신과고는 서울대 수시 합격자 5명을 배출하는데 그쳤다. 교내상이 평가 지표 중 하나는 될 수 있어도 합격여부를 결정하는 주요 요인은 될 수 없다는 분석이다.

다만 교내상 수상실적이 두드러지지 않아도 충분히 학종을 통해 대학에 입학할 수 있다는 대학 측의 홍보노력이 부족한 것은 아쉬운 지점이다. 질보단 양을 늘리려는 학생들의 행동에는 대학에 대한 신뢰가 떨어지는 탓도 있다. 지난해 한양대 입학설명회에서도 수상실적에 대한 오해를 푸는 데 적극이었다. 한양대 입학처장은 입학생들의 수상실적 통계를 공개하며 “학종 입학생 가운데 가장 많은 수상실적은 95개, 가장 적은 실적은 5개”라며 “이렇게 수치를 공개하면 학부모들은 수상실적을 95개 이상 만들어야겠다고 생각하는데, 이렇게 공개하는 이유는 5개를 받아도 합격한다는 것을 강조하려는 목적”이라고 설명했다.  

인적사항과 학적사항은 하나로 통합하고 인적사항의 학부모 정보는 삭제한다. 부모 이름이나 생년월일, 가족 변동사항 등을 기록하는 특기사항도 삭제되고 진로희망사항 항목도 사라진다. 창의적체험활동상황의 ‘진로활동’ 영역과 기재내용이 중복된다고 판단했기 때문이다. 기존 ‘진로희망사항’에 기재되던 학생의 진로희망은 창의적체험활동상황의 ‘진로활동’ 영역에 기재하되 대입 활용자료로는 제공할 수 없다. 

<창체, 자율동아리 기재금지.. 동아리활동 ‘순기능’ 무시>
창의적체험활동상황에서는 과도한 스펙쌓기에 대한 지적을 반영해 자율동아리 활동의 학생부 기재를 금지하고, 정규 교육과정에 편성된 동아리 활동만 기재할 수 있도록 한다. 소논문(R&E) 활동도 원칙적으로는 학생부 기재사항에서 제외된다. 다만 정규 교과수업 중에 지도한 과목에 한해 세부능력및특기사항에 기재를 허용한다. 2015 개정 교육과정에 따라 기재가능한 과목은 △수학과제 탐구 △사회문제 탐구 △융합과학 탐구 △사회과제 연구 △과학과제 연구 등이다. 소논문을 기재할 경우 ‘과제연구명(참여인원, 소요시간’의 양식으로 입력한다. 

자율동아리는 정규동아리와 달리 학생들이 주체적으로 동아리를 결성하고 기획해 적극성과 주도성을 드러낼 수 있는 장점이 있다. 동아리는 관련 전공에 대한 관심을 드러낼 뿐만 아니라 같은 동아리 친구들과 협력하는 과정에서 협동심 등 인성영역까지 평가할 수 있는 요소다. 특히 전공에 대한 관심 등 전공적합성을 중심으로 평가하는 학종에선 교과공부 이외의 교내활동내용이 중요하게 작용한다. 학종 확대와 함께 책만 보는 공부에서 몸으로 움직이며 배우는 공부의 중요성이 커진 상황에서 이 같은 기재금지로 인해 동아리활동의 위축을 우려하는 의견이 적지 않다.

동아리활동이 활발해지면서 나타난 순기능이 없어질 것을 우려하는 목소리도 있었다. 지난해 열린 대입개선포럼에 참석한 인천의 한 고교 교사는 “과거에는 자율학습 시간에 책을 읽으면 정신 나간 학생이었고, 동아리를 한답시고 동아리실에 있으면 철이 없는 학생으로 비춰졌다”며 “미래사회가 원하는 인재는 5지선다형에서 고르는 능력이 아니라 스스로 생각하고 주도적인 활동 경험이 있는 학생이다. 학종이 학교현장에 이 같은 변화를 이끌어 냈는데 학생들의 활동내용을 평가요소에서 제외하는 것이 제대로 된 평가인지 의문”이라고 말했다.

교내상을 많이 받는다고 해서 학종에 유리하지 않은 것과 마찬가지로 자율동아리 활동이 많다고 해서 특별히 합격가능성이 높아지진 않는다. 무분별한 동아리 활동을 부추기는 것은 사교육 업체인 경우가 많다. 고교 교사들은 갯수만 늘리려 '졸속'으로 만든 자율동아리가 많아지는 것을 우려하고 있었다. 전문가들은 학종이 얼마나 많이 했는가에 주목하는 ‘정량평가’가 아닌 ‘정성평가’라는 점을 강조한다. 올해 서울대가 공개한 ‘2018학년 학생부종합전형 안내’에서도 분명히 명시하고 있다. 동아리 개수보단 동아리 활동을 통해 학생이 무엇을 배우고 어떻게 성장했는지가 주요 평가요소다. 개수는 물론 모집단위 관련 학문 분야와 반드시 일치할 필요가 없다는 내용도 눈길을 끈다.

<방과후학교활동도 기재금지.. 독서활동, 현행 유지>
교과학습발달상황과 창의적체험활동상황의 기재요소도 대폭 축소됐다. 교과학습발달상황의 세부능력및특기사항에 기재하던 방과후학교활동은 더 이상 기재할 수 없도록 했다. 방과후학교에 참여하지 않는 학생의 불이익을 받지 않도록 하기 위해서다. 교육부 관계자는 “방과후학교가 일부 지역 학교에 한해 선행학습을 허용하고, 사교육업체에 위탁해 운영하는 등의 문제를 고려해 기재하지 않는 것이 적합하다고 판단했다”고 설명했다. 

‘자동봉진(자율/동아리/봉사/진로활동)’으로 불리는 창의적체험활동의 세부 특기사항 가운데 하나인 봉사활동 실적은 특기사항에서 삭제한다. 이로써 ‘자동봉진’은 ‘자동진’이 되는 셈이다. 교사의 관찰이 어렵다는 봉사활동의 성격을 고려해 특기사항은 삭제하되 실적은 현행대로 입력하도록 허용할 방침이다. 자격증/인증취득 상황은 진로와 무관한 스펙쌓기, 사교육 유발 등을 고려해 현행대로 기재하되 대입활용자료로는 제공하지 않는다.

세특의 방과후활동은 현행 기재요령에서도 강좌명과 이수시간만 기재를 허용한 제한강화를 두고 지적의 목소리가 높았다. 서울의 한 상위대학 입학사정관은 “세특에서 방과후활동 강좌명과 이수시간만 기재할 수 있도록 한 것은 학업역량 판단의 소재 하나를 잃은 것이나 다름없었다”면서 “이미 무력화된 봉상활동 영역을 이제는 아예 기재하지 못하도록 하니 면접에서조차 물어볼 수 없게 되는 셈”이라고 지적했다. 청소년단체활동의 경우 학교밖 활동을 기재할 수 없도록 했고 봉사활동실적은 실적만 기재하고 특기사항은 기재할 수 없다. 자격증 및 인증취득 상황은 현행대로 기재할 수 있지만 대입자료로는 활용할 수 없도록 한다. 
 
<글자수 또다시 축소.. 학생부 ‘하향평준화’ 우려>
학생부 각 항목 특기사항의 입력 글자수도 대폭 축소한다. 학생부 누가기록의 기재와 관리 효율성을 위해 현재 나이스(NEIS) 전산입력 방식에서 교육감에게 관련사항을 위임한다. 교원의 기재부담을 완화한다는 취지에서다. ‘세부능력및특기사항(세특)’은 ‘성취수준및세부능력’으로 명칭을 변경하고, 창체 특기사항 기재분량은 3000자에서 1700자로 축소한다. 행동특성및종합의견(행특)도 현행 1000자에서 500자로 줄어들 예정이다. 

세특은 ‘성취수준및세부능력’으로 명칭을 변경하고 입력대상도 모든 학생으로 확대한다. ‘특기사항’이라는 용어로 인해 학업성취도가 뛰어난 일부 학생만 기재하는 문제가 발생한다고 봤다. 현행 기재요령에서는 특기할만한 사항이 있는 과목과 학생에 대해서만 문장으로 입력하도록 했지만 개선안에서는 모든 학생에게 기재하되 성취수준의 특성과 세부능력, 학습활동 참여도 등을 문장으로 입력해야 한다. 학생참여 중심의 교실수업을 개선하고 상위권 학생 중심의 기재 문제를 해결해야 한다는 의견을 반영한 결과다.

기재분량도 축소된다. 창체 특기사항과 행특의 입력가능 글자수를 축소했다. 창체 특기사항의 경우 자율활동과 진로활동은 현행 1000자에서 각각 500자, 700자로 줄어든다. 봉사활동은 500자에서 아예 기재항목을 없앴다. 동아리활동은 기존과 동일한 500자 수준이다. 전체 특기사항 글자수로 보면 3000자에서 1700자로 축소해 1300자가 줄어든다. 행특 기재분량은 기존 1000자에서 500자로 축소, 절반으로 줄어든다.

교육계에서는 과도한 기재사항 축소는 학생부의 하향 평준화를 낳는다는 우려를 제기하고 있다. 학생부 기재 수준을 끌어올리는 목적이 아니라, 단순히 기재간극을 줄이겠다는데 목적을 뒀기 때문이다. 과도한 제한은 오히려 고교 현장의 부작용을 일으키고 학종의 선발도구로서 학생부를 무력화시킨다는 지적의 목소리가 높다. 오히려 글자수를 제한하면, 학생부가 실적위주의 나열이 되는 것 아니냐는 우려도 있다. 활동의 과정을 설명할 수 없어, 결과를 내세울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학교생활과 학생의 발전과정을 살펴보겠다는 학종의 취지와는 멀어지는 결과를 초래한다는 지적이다. 

2월 열린 3차 대입정책포럼에서도 비슷한 논의가 있었다. 토론자로 참여한 박재현 진해고 교사는 학생부에 제약사항이 너무 많다고 지적했다. 최근 몇 년 간 학생부 기재사항에 대한 문제가 제기될 때마다 ‘적지 말라’는 내용이 추가되고 항목별 글자 수 제한도 일부 항목에서 강화됐다고 설명했다. 박 교사는 “항목 자체가 사라지면 해당 활동이 교육적 의미가 없다고 인정하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이에 더해 “현재 조건에서 학생 역량에 대한 정성 평가결과가 내신성적에 어느 정도까지 편차를 벌려줄 수 있을지, 정성평가를 가장한 내신평가가 돼가는 것은 아닌지 걱정스럽다”고 말했다. 

제목과 저자만 입력하도록 한 독서활동은 그대로 유지됐다. 기존 기재요령에서는 독서성향도 입력할 수 있었지만 바뀐 기재요령에서는 저자와 책 제목밖에 입력할 수 없도록 했다. 수도권의 한 대학 입학팀장은 “독서활동은 문제가 심각하다. 현실적으로 교사들이 개별 학생들의 독서성향을 파악하기 어렵다는 것은 이해하지만 제목과 저잠나 기록하게 되면 서류평가 과정에서 사실상 독서활동을 배제하라는 소리나 마찬가지”라면서 “면접이 있는 학종에서는 독서활동을 평가할 여지가 있지만 면접이 없는 학종에서는 독서활동을 배제하는 수밖에 없는 현실이다. 단순히 제목과 저자만을 가지고 어떤 평가를 할 수 있겠나. 서울대처럼 독서관련 내용을 묻는 자소서 4번문항을 만들어야 하는 게 아닌가하는 내부의견도 나오고 있다”고 토로했다. 

개선안을 두고 한 고교 교장은 “2014년부터 대폭 강화된 글자 수 제한으로 인해 학생활동에 대한 내용을 표현하는 데 대부분의 교사들이 어려움을 겪고 있는 상황이다. 물론 업무부담이 줄어든다며 환영하는 경우도 있지만 그런 경우는 많지 않다. 대부분의 교사들이 정시비중이 클 때 비해 업무가 많아진 건 사실이지만 학생들을 위해 얼마든지 헌신하겠다는 의지를 보이고 있다. 불공정한 경쟁요소를 배제하겠다는 의도는 이해하지만 그 결과가 학생부의 ‘하향평준화’로 이어져서는 안 된다고 본다. 학교생활을 충실히 기록해 이를 평가한다는 학종의 기본 취지를 살리기 위해 어느 방향을 택해야 할지 교육 당국이 진지하게 고민해야 할 때”라고 강조했다.  

<누가기록 관리, 교육청에 위임.. 학생부 ‘준영구’ 보존>
교사의 업무부담 경감에 맞춰 창체와 행특 누가기록의 입력 주체와 입력 서식, 기재관리 방법 등을 시도교육청에서 정할 수 있도록 교육감에게 위임한다. 현재는 교육행정정보시스템인 나이스(NEIS)를 활용해 전산으로 입력하고 관리할 수 있지만 개선안에서는 교육청이 자율적으로 결정하도록 할 방침이다. 

대입에서 학종 비중이 높아지면서 확대된 학생부 활용도를 고려해 학생부 보존기간을 늘린다. 학생부Ⅱ는 졸업 5년 후에 폐기하기록 돼있지만 개선안에서는 학생부Ⅰ과 마찬가지로 준영구 보존하도록 할 예정이다. 학생부Ⅱ는 대입에서 제공되는 자료를 말하며, 학생부Ⅱ에서 각 항목의 특기사항이 제외된 자료가 학생부Ⅰ이다. 

학생부 행특의 경우 학부모와 학생을 열람을 제한해야 한다는 의견도 나왔다. 대학에서는 교사추천서가 폐지될 경우 행특이 일종의 추천서 역할을 할 수 있는 만큼 열람제한에 긍정적 반응을 보이고 있다.  

<석달짜리 정책숙려제 '숙려 가능할까?'.. '선거용 시간끌기' 의혹>
대입개편안과 달리 학생부 기재 개선 방안은 정책숙려제를 통해 최종안을 결정하게 된다. 하지만 최근 공개된 정책숙려제 세부운영 계획에 따르면 실효성이 크게 떨어져 선거를 앞둔 시간끌기가 아니냐는 의구심이 증폭되고 있다. 정책숙려제에 따르면 무작위로 추출한 국민 100명 내외로 구성한 시민정책참여단이 숙의를 거쳐 최종안을 결정한다. 교육부는 “결과 수용성을 높이고 정당성을 제고하기 위해 제3의 기관으로 시민정책참여단 운영의 전 과정을 위탁한다”고 밝혔다. 

교육부가 불통 논란 해소를 목적으로 내놓은 정책숙려제를 둘러싼 교육계의 시선은 곱지 않다. 한 교육 전문가는 “교육감 선거를 포함한 6월 지방선거를 앞두고 대입정책 이슈들을 시간끌기를 통해 물타기를 하면서 결국 선거 이후 애초 의도대로 끌고 가려는 ‘답정너’ 행태를 보이고 있다”고 지적했다. "어차피 전체의 틀에서 논의되어야할 대입체제임에도 불구하고 수능은 교육회의, 학생부개선은 정책숙려제로 넘긴 것부터 이해하기 어렵다. 같은 틀에서 얘기될 이슈의 논의주체가 다른 것부터 말이 되지 않는다. 더욱 의구심이 드는 것은 대입 추천서는 없애도록 고교교육정상화지원사업에서 압박을 하면서 학종개선이라는 전체적 관점에서 접근해야할 학생부기재는 별도로 논의한다는 것이 입시정책 입장에서 가능한 얘기인지 되묻고 싶다. 여기에 상위대학마다 불러 따로 정시확대를 주문하는 행태까지 감안하면 이미 정답을 정해놓고 논란이 되는 것만 다양하게 쪼개서 여론 수렴의 제스쳐를 취할 뿐 결국 선거가 끝나면 애초 의중대로 밀어붙이려는 것으로 볼 수밖에 없다"고 지적했다.  

무작위로 추출한 국민 100명의 권고안이 교육 현장의 여론을 제대로 반영할 수 있느냐는 의혹의 시선도 적지 않다. 단순히 보여주기 식의 요식행위에 그치는 것 아니냐는 비판이 나오는 배경이기도 하다. 한 교육 전문가는 “무작위 추출이라고 해서 인사의 균형성을 담보할 수 있는 것은 아니”라며 “이들의 권고안이 실제 교육현장의 여론을 얼마만큼 폭넓게 반영할 수 있을지 우려된다”고 지적했다.

여론이 반대한다고 해서 실제로 정책 철회로 이어질지도 미지수다. 교육부 역시 여론과 정책의 불일치 가능성을 언급했다. 교육부는 “정책 숙려제 결과와 최종 정책 결정에 다른 경우에 최종 정책 결정의 배경과 사유를 안내하겠다”고 밝혔다. 짧게는 30일부터 길게는 180일까지 논의를 거치고도 정작 여론과 정책이 일치하지 않는 경우 논란이 심화되는 것 아니냐는 우려도 나온다. 

정책숙려제 운영계획 발표 이후 한국교원단체총연합회(교총) 역시 숙려제의 실효성에 대해 의문을 제기했다. 그간 정책 결정의 문제점은 여론 수렴 부족이기보다는 여론을 균형적으로 반영하지 않고 사전에 정해진 결정사항을 밀어붙인 데 따른 것이라는 지적이다. 

정책 숙려제 도입으로 정책결정 과정만 너무 길어지는 것 아니냐는 지적도 있다. 교총은 "국가교육회의가 설치된 상황에서 시간과 프로세스가 더 길고 복잡한 정책숙려제까지 도입될 경우, 제도나 기구상의 차이에도 불구하고 중복 운영이나 행/재정적 낭비 등도 우려된다"고 지적하기도 했다. 

선정위원회 인사 구성이 아쉽다는 지적도 나왔다. 교총은 "교육현장의 목소리를 제대로 반영하기 위한 현장 교원과 교원을 대표한 교원단체의 참여는 필수적"이라며 "선정위원회 면면을 보면 현장 교원이 절대적으로 부족하고 교원단체는 아예 배제돼있으며, 학부모단체도 중립적 인사로 보기 어렵다"고 말했다. 중립적/객관적인 인사들이 골고루 참여하지 못할 경우 '무늬만 정책 숙려제'에 그칠 수 있다고 비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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