절대 ‘변별력 하락’, 원점수 ‘과목간 유불리’.. ‘제2외/한문, 절대평가 가능성’

[베리타스알파=윤은지 기자] 초미의 관심사인 2022수능 개편안으로 제시된 세 가지 안은 절대평가 전환, 상대평가 유지 그리고 원점수제 도입이다. 교육부는 11일 오전 서울정부청사에서 ‘대학입시제도 국가교육회의 이송안’을 공개했다. 이송안에 따르면 수능 평가방법 시안은 전 과목을 9등급 절대평가로 전환하는 방안, 영어 한국사와 제2외국어/한문까지 절대평가로 전환하고 국어 수학 탐구는 현행과 동일하게 상대평가로 유지하는 방안, 국어 수학 탐구는 원점수를 제공하고 기존에 절대평가를 실시하던 영어 한국사 제2외국어/한문은 절대평가 등급을 제공하는 방법이다. 세 가지 안 모두 제2외국어/한문은 절대평가 도입을 주장하고 있기 때문에 3안 중 어느 안이 선택되더라도 2022학년 수능에서 제2외국어/한문은 절대평가로 전환할 가능성이 높다.  

다만 수능 평가방법은 수시-정시 통합여부에 따라 달라진다. 교육부가 선발시기와 수능평가방법을 조합해 5가지 모형을 제시했기 때문이다. ▲절대평가-수시정시 통합 ▲절대평가-수시정시 분리 ▲상대평가-수시정시 통합 ▲상대평가-수시정시 ▲원점수제-수시정시 통합 등 5가지다. 원점수제는 수시와 정시 선발시기를 통합한다는 전제를 두고 도입된다. 새로운 안으로 제시된 원점수제에 대한 비판의 목소리도 높다. 과거 학력고사 시절과 수능 도입 초기에 활용하던 원점수제로 회귀하는 모습이기 때문이다. 한 교육 전문가는 “국어 수학 탐구에서 원점수가 제공되기 때문에 변별력은 가장 뛰어난 모형”이라면서 “다만 탐구 선택과목의 경우 과목 간 난이도 차이로 어렵게 출제된 과목과 쉽게 출제된 과목 간 유불리 문제가 심각해질 것”이라고 내다봤다.

교육계에서는 새롭게 내놓은 개편안이 지난해 8월 내놓은 개편안에서 과거에 실시한 학력고사식 원점수제를 도입한 것을 제외하면 별다른 변화가 없어 따가운 눈총을 보내는 실정이다. 지난해 8월 수능개편안이 상당한 반발에 부딪힌 이후 전국 각지에서 4차례 공청회를 거쳤고, 올해 4차례 열린 교육부 주관 대입정책포럼에서도 다양한 논의가 나온 것에 비해 진전된 눈에 띄지 않다는 지적이다. 유일하게 달라진 것은 절대평가에서 동점자 발생 시 원점수를 제공하도록 한 것인데 이는 얼마 전 교육시민단체 사교육걱정없는세상이 제안한 안이었다. 

국가교육회의가 이를 바탕으로 숙의와 공론화 과정을 거쳐 수능개편을 포함한 대입제도 개편안을 제안하면 교육부는 고교체제 개편, 고교학점제 등 교육분야 국정과제를 망라해 ‘교육개혁 종합방안(가칭)’을 8월말까지 발표한다는 방침이다. 

초미의 관심사인 2022수능 개편안으로 제시된 세 가지 안은 절대평가 전환, 상대평가 유지 그리고 원점수제 도입이다. 교육부는 11일 오전 서울정부청사에서 ‘대학입시제도 국가교육회의 이송안’을 공개했다. /사진=베리타스알파DB

<절평이냐 상평이냐, 원점수 도입까지.. 3가지안 제시>
교육부가 공개한 2022학년 수능개편안은 3가지 안이다. 1안과 2안은 당초 2021학년 수능개편안을 발표될 당시 공개한 안과 동일하다. 1안은 수능시험 전 과목을 9등급 절대평가로 전환하는 방안이고, 2안은 현행 절대평가 영역인 영어와 한국사에 더해 제2외국어/한문까지 절대평가로 전환하되 나머지 국어 수학 탐구는 상대평가를 유지하는 방안이다. 이번에 공개한 개편안에서는 이에 더해 ‘수능 원점수제 도입’이라는 새로운 안이 추가됐다. 원점수제는 과거 학력고사와 수능으로 바뀐 이후에도 2000년까지 사용된 방식이다. 교육계에서는 20여 년 전 폐기된 제도를 다시 꺼내든 교육부를 향한 비판의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브리핑 당시 “문 대통령의 공약은 수능은 절대평가로 가고 수시는 학생부중심전형으로가는 것이었다. 국정과제를 뒤집는 것이냐”는 질문도 나왔다. 이에 대해 김상곤 사회부총리 겸 교육부 장관은 “절대평가가 기본적인 입장이라는 건 오해”라면서 “국정과제에 수능 절대평가는 명시돼있지 않다. 국가교육회의에서 충분한 논의가 이뤄진 뒤 결정할 것”이라고 답변했다. 

- 전 과목 절대평가, 동점자 원점수 공개.. ‘변별력 하락’
1안으로 제시된 절대평가 전환은 2021수능까지는 영어 한국사만 절대평가하는 현행 체제를 유지하고 2022학년부터 모든 과목을 9등급 절대평가하자는 안이다. 전 과목 절대평가를 실시할 경우 가장 큰 문제점으로 거론된 ‘변별력 하락’ 문제를 보완하기 위해 ‘수능100% 전형’인 경우 예외적으로 원점수를 제공해 동점자 처리 시 활용할 수 있도록 허용할 방침이다. 다만 수능 점수 줄세우기 방지를 위해 수능100% 전형 외에는 원점수 활용이 불가하도록 한다. 

절대평가를 도입을 주장하는 쪽에선 수험생들의 과중한 학업부담과 선택과목이 대폭 늘어나는 2015 개정 교육과정의 도입을 근거로 들고 있다. 지난해 5월 건국대에서 열린 심포지엄에 참석한 진동섭 한국진로진학정보원 진동섭 이사는 현 상대평가 수능이 교육과정의 취지에서 벗어난다는 주장을 폈다. 진 이사는 “7차 교육과정이 도입되면서 가장 중요하게 생각한 것이 ‘선택과 집중’이다. 학생이 자기가 좋아하는 것을 공부해 스스로 진로를 개척하거나, 진로에 맞는 공부를 스스로 선택한다는 것인데 이를 방해하는 요소가 바로 수능”이라고 지적했다. 수능에 잘 봐야 대학에 갈 수 있기 때문에 자연계 수준의 수학 능력이 요구되는 경제학을 전공하고 싶은 학생도 미적분Ⅱ를 공부하지 않도록 하는 것이 현 선발방식이라는 의견이다.

쉬운 수능, 융합 수능이 오히려 학생들을 더 공부할 수 있도록 만든다는 것이 진 이사의 주장이다. 가령 현 체제는 선택과목을 선택하도록 해 학생들이 선택과목 이외 과목에 대해선 공부하지 않도록 만든다. 학생들은 사탐이나 과탐 과목 중 수능을 위해 선택한 2개 과목 이외는 관심이 없다. 선택과목 체제로 인해 학교수업은 제대로 안되고 학생은 진로에 맞는 공부를 할 수 없는 상황으로 이어진다는 지적이다. 

하지만 대학과 전문가들이 우려하는 상황은 변별력 하락이다. 학생 선택권을 존중하려다가 학생들을 더욱 혼란으로 빠뜨릴 수 있기 때문이다. 9등급 절대평가를 도입할 경우 대거 동점자 양산은 불 보듯 당연하다는 게 전문가들의 공통된 의견이다. 대학 측은 9등급 절대평가를 도입할 경우 변별력 확보를 위해 대학별 고사를 실시하는 등 다른 잣대를 찾을 수밖에 없다는 의견을 강하게 피력해왔다.

결국 절대평가 도입이 정시 폐지로 이어질 것이라는 우려도 상당하다. 서울의 한 사립대 입학팀장은  “2008학년 참여정부가 등급제 수능을 실시했지만, 한 해만에 폐기됐다. 동점자가 너무 많이 발생해 변별을 할 수가 없었던 때문이다. 대학들이 논술을 실시해 가까스로 신입생들을 선발할 수 있었지만, 이는 수능중심의 정시라는 전형 취지와 크게 어긋난 모습에 불과했다. 더 큰 문제는 이번 2안이 절대평가 기반 등급제라는 데 있다. 2008학년 등급제와는 비교도 할 수 없을 만큼 동점자가 늘어난다고 봐야 한다. 이는 곧 정시 선발을 하지 말란 것을 의미한다”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교육부도 이 같은 우려를 고려해 절대평가 체제에서 동점자 발생 시 원점수를 제공하는 보완책을 제공했지만 전문가들은 실효성은 떨어질 것이라고 예측했다. 동점자 원점수 제공안은 교육시민단체 사교육걱정없는세상이 지난달 제안한 방안이기도 하다. 한 교육 전문가는 “동점자가 생기면 원점수를 제공해서 변별이 가능하도록 한다는 건데 그런 식이라면 처음부터 원점수를 제공하는 게 맞다”면서 “어차피 마지막에는 원점수로 결판이 나는데 굳이 등급을 나눠 절대평가를 할 이유도 없고, 현실화된다 해도 동점자 숫자가 상당해 금세 무의미해질 것”이라고 말했다. 

서울의 한 사립대 입학 관계자는 "최초합에서 동점자가 발생한 건 원점수로 가릴 수 있다 치자. 추가합격자들은 어떻게 가려낼 것인가"라며 "정시에서는 미등록 충원이 수차례 이어지는 데 그때마다 원점수를 다시 오픈하는 게 실효성이 있을지 의문"이라고 비판하기도 했다. 

경기의 한 고교 교사는 9등급 절대평가 안이 입시만 복잡하게 할 뿐 오히려 공정성을 훼손할 수 있다고 지적했다. 이 교사는 “결국 1단계는 절대평가로 경쟁하고 2단계는 상대평가로 경쟁하자는 것”이라며 “학생들은 어차피 1, 2단계 경쟁을 전부 준비해야 한다”는 의견이다. 1단계 경쟁에서는 100-100-89점(1등급-1등급-2등급)은 탈락하고 90-90-90점(1등급-1등급-1등급)은 합격할 수 있지만 2단계 경쟁에서는 90-90-90점(1등급-1등급-1등급)은 탈락하고 90-90-91점(1등급-1등급-1등급)은 합격할 수 있어 공정성과는 더욱 멀어진다고 주장했다. 2단계 경쟁에서는 등급이 아닌 점수로 경쟁하기 때문이다. 총점이 271점인 2단계 합격자보다 18점 높은 289점 학생이 1단계에서 탈락한 경우가 발생한 것이다. 이 교사는 “합격/불합격 여부가 운에 의해 결정되는 것”이라며 반대 목소리를 높였다. 

- 원점수제 도입, 수시정시 통합 전제.. 교육계 ‘과거회귀’ 질타 
2022수능 개편안에서 새롭게 제시된 안이 원점수제 도입 방안이다. 3안으로 제시된 수능 원점수제에서는 국어 수학 탐구는 원점수를 제공하고 기존에 절대평가를 실시하던 영어와 한국사는 절대평가 등급을 제공한다. 여기에 제2외국어/한문도 절대평가 등급 산출 영역에 추가한다. 

원점수제에서는 수능 과목별로 문항수를 25문항으로 출제하고, 4점 또는 2점으로 문항별 동일한 배점을 설정하게 된다. 정답을 맞힌 문제의 문항당 배점을 그대로 합산한 점수가 대입에서 활용되는 수험생의 점수가 된다. 현행 수능성적표 상에는 영역별 과목별 난이도를 직접 비교할 수 없는 원점수는 표기하지 않고 등급과 표준점수만 제공한다. 표준점수란 선택 영역이나 과목의 난이도가 다른 경우에도 비교할 수 있도록 평균과 표준편차가 각각 일정 값이 되도록 원점수를 변환한 점수를 말한다. 선택 영역이나 과목 내 수험생 개인의 원점수가 다른 수험생의 점수에 비해 어느 정도 위치에 해당하는지 나타낸다. 

원점수제 도입을 향한 교육계의 시선을 곱지 않다. 이미 오래 전 폐기된 제도를 다시 부활시키는 꼴이기 때문이다. 원점수제는 과거 학력고사 시절, 그리고 현행 수능으로 바뀐 이후에도 2000년까지 사용하던 방식이다. 과거 원점수제에서 영역별 과목별 난이도 격차를 반영할 수 없는 문제를 고려해 지금의 등급-표준점수 체계인 탓에 교육계에서는 20여 년 전 폐기된 제도를 다시 꺼내든 교육부를 향한 비판의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1안 절대평가로 인한 수능 변별력 약화를 우려하는 목소리가 적지 않기 때문에 교육부가 '무리수'를 둔 것이라는 지적이 나온다. 

교육부는 다른 의도는 없다며 선을 그었다. 교육부 관계자는 “원점수제는 정책 연구 과정에서 제시된 방안의 하나일 뿐”이라며 “교육부가 별도로 염두에 둔 안이 있는 것이 아니라 중립적으로 3가지 안을 제시했을 뿐”이라고 설명했다. 한 교육 전문가는 “절대평가와 원점수제는 극과 극의 방식”이라며 “교육부가 백화점식으로 늘어놓듯 개편안을 내놨다”고 평했다. 이 전문가는 “원점수제의 등장으로 논란만 더욱 커질 것”이라고 내다봤다. 

원점수제로 수능이 변별력을 확보할 경우 정시가 확대될 것이라고 내다본 예측도 있었다. 또다른 교육 전문가는 “현행 수능에서 근본적 체제를 다시 흔들 수 있는 혼란이 발생할 수 있다”면서 “일례로 수시에서 설정한 수능최저학력기준은 어떻게 되는거냐”라며 반문했다. 이어 “25문항이 과목에 따라서는 변별력 확보의 문제도 나타날 수 있다. 문항 수가 대폭 줄어드는 국어는 물론 탐구영역은 선택과목 간 난이도가 달라 단순 원점수로 적용할 경우에는 선택과목에 따른 유/불리가 크게 발생한다"고 덧붙였다. 

- 상대평가 유지.. 제2외국어/한문은 절대평가 
상대평가를 유지하는 2안에서는 국어 수학 탐구는 현행과 동일하게 상대평가를 유지하지만 제2외국어/한문은 절대평가를 도입한다. 한 해 전 공개된 개편안과 유사한 모습이다. 제2외국어/한문의 경우 아랍어 등 특정언어 쏠림현상이 오래 전부터 문제점으로 제기됐기 때문이다. 다만 새 교육과정에 따라 도입된 ‘통합사회 통합과학’이 수능과목으로 포함될 경우 절대평가를 도입한다. 3가지안 중 어느 안을 선택하더라도 제2외국어/한문은 절대평가로 실시하는 만큼 실현될 가능성이 높다. 

제2외국어/한문의 절대평가 전환에 대해선 교육계에서도 긍정적인 반응이다. 특정과목 쏠림 현상이 심화되면서 절대평가 요구가 높았던 영역이기 때문이다. 특히 아랍어는 ‘로또 과목’으로 통할 정도로 대부분 학생들이 아랍어를 모르는 상태에서 ‘찍기’로 시험을 치르는 경우가 많았다. 그만큼 다른 과목에 비해 2등급 이상의 성적을 얻기가 쉬운 편이기 때문이다. 

이로 인한 쏠림현상은 매년 심화되는 추세다. 지난해 수능에선 제2외국어 8과목과 한문 1과목을 포함한 9과목 가운데 아랍어Ⅰ 응시자가 5만1882명으로 무려 73.5%에 달했다. 아랍어에 이어 일본어Ⅰ 5874명(8.3%), 중국어Ⅰ 3704명(5.2%), 한문Ⅰ 2882명(4.1%), 베트남어Ⅰ 1948명(2.8%), 프랑스어Ⅰ 1227명(1.7%), 스페인어Ⅰ 1194명(1.7%), 독일어Ⅰ 1152명(1.6%), 러시아어Ⅰ 767명(1.1%) 순이었다. 

고교 교육과정을 통해 제2외국어 수업이 이뤄지고 있긴 하나 아랍어를 정규 교육과정에 편성한 학교가 손에 꼽힐 정도로 드물다는 점을 감안하면 사교육을 통한 시험 대비가 대부분이다. 제2외국어/한문이 수시/정시에서 활용이 제한적인 탓에 만점에 따른 실익이 크지 않아 ‘로또’로 통하는 아랍어를 선택하는 수험생들이 증가하는 추세다. 통상 수능최저가 상위권대학에서도 2등급 2~3개 수준인 점을 고려하면 제2외국어/한문은 2등급만 받아도 활용도가 크게 높아진다. 이에 더해 일본어 중국어는 외고 학생들과 경쟁해야 하며 해당 국가 유학경험이 있는 학생들이 비교적 많은 편이지만 아랍어는 경쟁 대상이 울산외고 아랍어과 학생들 정도에 불과하고 유학경험자가 많지 않다는 점도 쏠림심화 요인 중 하나로 풀이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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