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5개체제 약대, 6년제 대거 전환 ‘유력’

[베리타스알파=박대호 기자] 현 중3이 대입을 치를 2022학년부터 약대에서 고졸 신입생을 선발하는 방안이 확정됐다. 교육부는 9일 약대 스스로 현행 2+4년제와 통합6년제 중 자유롭게 학제를 선택할 수 있도록 제도를 개편한다고 발표했다. 현행 2+4년제는 대학 교육을 2년 이상 이수한 후 약대에 편입해 4년의 전공교육을 이수하는 체제인 반면, 통합6년제는 고졸 신입생을 선발해 6년간의 교육이 이뤄지는 체제다. 2+4년제가 편입의 영역인 반면 6년제는 ‘대입’의 영역이라는 점에서 차이가 크다. 

이번 개편으로 약대는 14년만에 ‘대입’에 재등장했다. 마지막으로 약대가 신입생을 선발한 것은 2008학년. 당시 교육부는 약사 전문성 강화, 기초/소양교육 필요성, 진로선택 기회 등을 이유로 약대의 수업연한을 4년에서 6년으로 늘리며 2+4년제를 2009학년부터 전면 도입, 2011학년부터 실시했다. 그 과정에서 약대 15개교 신설까지 이뤄져 전국 20개교 체제던 약대는 현재까지 35개교 체제를 유지하는 중이다. 하지만, 이후 약대 진학을 위한 발판으로 여겨지는 전공에서 다수의 중도탈락생이 발생하는 등 기초학문 황폐화 문제가 지적됐고, 편입을 위한 경제적비용과 소요시간이 과다한 문제도 수면 위로 떠오르며 통합6년제 도입의 필요성이 논의되기 시작했다. 최초 교육부는 통합6년제 도입에 다소 부정적이었지만, 약대의 요구와 기초학문의 성토가 이어진 공청회를 통해 태도를 전환, 결국 통합6년제를 도입하는 데 동의한 상태다. 

2011학년 시작해 현재 진행형인 2+4년제는 2023학년까지 일단 명맥을 유지한다. 통합6년제 도입 시 생기는 약사인력 배출 공백을 메우기 위해서다. 2022학년과 2023학년까지 통합6년제와 병행 실시된 후 대학들의 선택에 따라 제도 유지 여부가 결정될 예정이다. 다만, 대학들의 통합6년제에 대한 갈망이 크단 점을 고려하면, 6년제로의 대거 전환이 점쳐지는 상황이다. 유일한 변수는 2년 선발분만큼 학생 수가 늘어남에 따라 필수확보해야 하는 교원/교지/기본재산 등이 걸림돌로 작용, 6년제를 선택하지 못하는 약대가 나올 수 있단 점이다. 

약대가 고졸 신입생을 선발할 수 있도록 여건이 갖춰지면서 2022학년 대입은 유례없는 혼란의 해가 될 전망이다. ‘의치한’의 아성이 굳건한 가운데 약대까지 이에 합류, 자연계열 최상위 지형이 크게 흔들릴 것으로 보여지는 때문이다. 특히 2022학년은 정부가 8월 발표할 예정인 수능 개편과 대입 개편이 이뤄지는 해이기에 어떤 결정이 나오느냐에 따라 수능 전면 등급제가 시행된 2008학년 이상의 혼란이 벌어질 수 있다는 우려의 목소리가 높다. 한 대입 전문가는 “약대의 등장으로 자연계열 최상위 지형이 크게 달라질 것으로 보고 있다. 의대 치대 등에는 미치지 못하겠지만 그에 버금가는 성적대를 형성할 가능성이 높기 때문이다. 1700여 명 정원이란 규모도 만만치 않다. 현재 의치한이 자연계열 입시 전반에서 보이는 위력을 생각하면 약대의 등장은 매우 여파가 클 것이다. 그간 약대 진학의 전초 단계로 여겨졌던 화공/생명과학/화학 등은 곧장 약대로 진학할 수 있는 길이 열리면서 인기가 다소 낮아지는 등 약대 외 전공에도 영향력을 발휘할 가능성이 높다”라며 “2022학년 대입은 수능과 대입 개편안이 동시 적용되는 해이기에 유독 다른 해에 비해 혼란상이 클 것으로 예상된다. 여기에 약대까지 대입에 뛰어들면서 자연계열 수험생들은 유례없는 혼란을 겪을 수 있다. 사교육이 기승을 부릴 가능성도 높단 이야기다. 하지만, 약대의 실제 전형방법이나 전형별 규모 등은 내후년인 2020년 발표될 2022 전형계획을 통해서나 확인 가능할 예정이다. 최근 정부가 정시확대를 일부 대학에 주문한 상태지만 대학들이 적극적이지 않은 것을 볼 때 2022학년 대입에서도 현재와 마찬가지로 학생부종합전형 중심의 입시가 펼쳐질 가능성이 높다. 확정되지도 않은 얘기에 휘둘리기보단 고교 생활을 최대한 충실하게 보내는 것이 해법이다”라고 조언했다. 

현 중3이 대입을 치를 2022학년부터 약대에서 고졸 신입생을 선발하는 방안이 확정됐다. 2008학년 마지막 고졸 신입생 선발이 이뤄진 지 14년만의 일이다. 2+4년제와 6년제 중 하나를 선택하는 방안이지만, 35개 약대 모두 6년제를 지지하고 있단 점에서 사실상 6년제 '전환'이라는 해석에 무게가 실린다. /사진=중앙대 제공

<2022약대 통합 6년제 도입.. 2+4년제, 6년제 ‘선택’>
교육부가 9일 발표한 ‘약대 학제개편 방안’에 따르면 현 중 3학생들이 대학에 진학하는 2022학년부터 약대 선발방식으로 통합6년제가 도입된다. 교육부는 “2006년 약사의 전문성을 강화하고 기초/소양교육의 토대 위에서 진로를 결정할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하기 위해 약대의 수업연한을 6년으로 늘리고 구체적 학제로 2+4년제를 도입했다. 하지만 약대와 이공계를 중심으로 약학교육의 기초교육과 전공교육 간 연계성 약화, 약대 편입을 위한 이공계 학생 이탈 가속화, 과도한 사교육비 부담 등을 이유로 통합6년제 전환에 대한 요구가 지속됐다. 정책연구와 논의를 진행하고 충분한 검토를 거친 결과 2022학년부터 학제 개편을 적용하기로 했다”라고 개편 취지를 설명했다. 

통합6년제(이하 6년제)가 도입됨에 따라 대학들은 기존 2+4년제와 6년제 중 자유롭게 학제를 선택할 수 있다. 엄밀히 말해 통합6년제가 학제 중 하나로 새롭게 제시된 것일 뿐 2+4년제를 폐기하는 방안이 아닌 때문이다. 최근에는 학부 체제로 대부분 가닥이 잡히고 있지만, 6년제 학부 체제와 2+4년제 전문대학원 체제가 공존하던 의대/치대/한의대의 사례처럼 두 제도가 공존할 가능성도 존재한다. 교육부는 “각 대학이 교육여건 등을 고려해 자율적으로 학제를 선택/운영할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한다. 2+4년제의 부작용을 완화할 수 있을 것”이라고 기대감을 드러냈다.  

6년제 도입은 별탈없이 마무리될 예정이다. 약대 학제개편 방안이 담긴 고등교육법 시행령이 9일부터 입법 예고된 상태며, 이후 대학별로 운영계획서를 제출하면 교육부가 검토하는 절차로 이어진다. 이진석 고등교육정책실장은 “약학교육 경쟁력 강화를 위해 학제 개편안을 마련한 만큼 교육여건 개선 등을 위한 약대의 충분한 준비가 동반돼야 소기의 성과를 거둘 수 있다”라며 “교육부에서도 개편에 따른 법령 개정 등 필요한 후속조치를 추진할 것”이라고 말햇다. 

약대 학제개편은 정부의 기존 행보와는 판이하게 진행돼 눈길을 끈다. 그간 정부는 대통령 공약과 국정과제로 사전 예고제 강화 필요성을 거론, 3년반 예고제를 법제화하겠다고 했지만, 정작 전형계획 발표가 임박해서 교육부 차관이 직접 정시확대를 대학들에 주문하는 등의 행보를 보여 사전 예고제의 실효성만 악화시킨단 비판을 받아왔다. 하지만, 이번 학제개편은 중3 학생들이 대입 변화를 인지할 수 있도록 3년 반 전 큰 틀의 변화를 공개, 예측 가능성을 부여한 긍정적인 모습이다. 이례적인 대입 사전예고제의 실효성 사례로 남을 전망이다. 

<6년제, 2+4년제 ‘선택’? 사실상 6년제 ‘전환’>
이번 개편안의 핵심내용은 각 약대에 6년제와 2+4년제에 대한 선택권을 부여한 것이지만, 실질적으론 ‘6년제 전환’이나 다름없다는 평가가 나온다. 약학계열 전반에서 6년제에 대한 지지가 강한 때문이다. 

전국 35개 약대는 6년제 전환에 적극적이다. 교육부가 전국 35개 약대를 대상으로 의견 조사를 실시한 결과 전부 6년제로 전환하겠단 반응이 나올 정도다. 2016년 서울대가 ‘약대 기초 약학교육 발전 방향’을 통해 6년제의 필요성을 역설하던 당시만 하더라도 일부 약대가 학제 전환에 동의하지 않았지만, 이후 약교협과 35개 약대가 뜻을 모으게 된 상태다. 

제시된 두 학제 가운데 6년제를 지지하는 여론은 약대는 물론이고 학생들과 타 학문단위에서도 나오는 실정이다. 교육부가 약대 학제개편 문제를 두고 연 다섯 차례의 공청회에서 6년제 전환에 대한 여론은 뜨거웠다. 2월 초 열린 마지막 공청회에서는 이의경 성균관대 약대 교수 뿐만 아니라 하연섭 연세대 행정학과 교수, 임기영 아주대 의대 교수, 김성진 이화여대 화학나노과학과 교수 등 약대와 기초학문 단위 뿐만 아니라 행정학과 교수까지 참여해 6년제 전환의 필요성을 주장했다. 박명훈 전국약학대학학생협회장도 참여, 학생들도 6년제 전환을 원하고 있다고 토로했다. 

이처럼 약대 외 학문단위에서도 6년제 전환을 지지하는 것은 현행 ‘편입’ 형태 2+4년제가 다른 학문들을 황폐화시키는 결과로 이어지고 있어서다. 마지막 공청회의 발제자로 나선 하 교수는 “약대 편입생 1800여 명 가운데 화학/생물계열이 1100여 명이다. 같은 현상이 10년간 지속되면 1만명 이상의 기초과학 인력이 유출되고 기초학문은 확폐화될 수밖에 없다”라고 설명했다. 

기초학문 황폐화는 교육부가 제시한 자료에서도 확인 가능했다. 화학/생물계열에서 자퇴 인원이 정원의 20% 이상인 곳은 15개교 31개학과나 됐다. 2017년 약대 합격생 가운데 화학/생물계열이 62%를 차지한 것은 자퇴생들이 약대 진학을 선택하고 있다는 증거였다. 결국 약대의 존재로 인해 학생들이 화학/생물계열을 약대 입학의 발판으로 인식하면서 해당 학문의 교육과정은 파행으로 치닫고 있던 것이다. 하 교수는 이 같은 현상이 자연과학대 뿐만 아니라 응용과학 분야인 공대에도 악영향을 미치고 있다고 덧붙였다. 

여기에 사교육비 문제도 지적의 대상이 됐다. 약대 편입을 위해 필요한 PEET(약대입학자격시험) 준비는 사교육에 의존할 수밖에 없어 많은 경제적 비용과 시간이 헛되이 투입되고 있단 것이다. 약교협이 PEET 관련 사항을 조사한 결과 통상적인 PEET 준비 기간은 6개월에서 18개월 수준이었으며, 비용은 1000만원 이상 든다는 사실이 드러나기도 했다. 2017학년 입학생의 학번 분포를 보면 2009학번이 5.1%, 2010학번이 6.9%, 2011학번이 10.6%를 차지하는 등 남학생의 군대문제를 고려하더라도 N수가 빈번하게 이뤄지고 있어 사회적 비용 소모가 극심하단 지적도 제기됐다. 

이처럼 2+4년제의 문제점이 즐비한 만큼 2022학년 사실상 전국 약대가 6년제를 선택, 2+4년제가 장기적으론 완전히 모습을 감추리라는 게 전문가들의 진단이다. 한 교육 전문가는 “2022학년 약대들은 대부분 6년제를 선택할 것으로 보인다. 고졸 신입생을 선발하더라도 우수자원들을 확보할 수 있는데 지원자 풀도 많지 않을 2+4년제를 굳이 고를 약대는 없을 것이다. 2+4년제의 장점으로 대입 경쟁완화, 지방대 이공계 활성화 등이 거론되기도 하지만, 이는 부수적인 문제일 뿐”이라며 “앞서 혼란을 겪은 의대를 보며 약대들도 느끼는 바가 있을 것이다. 의전원과 학부모집 체제가 공존했던 의대는 최근 3개대학을 남겨놓고 전부 학부모집으로 전환한 상태다. 굳이 대학원 과정으로 의학도를 선발해야 할 이유가 없기 때문이다. 일부 약대가 각자의 사정으로 2+4년제를 선택할 수 있지만, 궁극적으로는 전부 6년제를 택할 가능성이 높다고 보고 있다”라고 말했다. 

<6년제 선택 ‘변수’.. 4대 요건 충족 여부>
이처럼 전국 약대가 6년제로의 전환에 대해 적극적이지만, ‘변수’는 존재한다. 교원, 교지, 교사, 수익용 기본재산의 4대 요건이 충족돼야만 6년제 선택이 가능하단 점에서다. 요건을 충족하지 못하면 6년제 선택은 불가능하며, 기존 2+4년제에 머물러 있어야 한다. 

4대 요건은 늘어난 학생 수로 인해 생기는 문제다. 똑같은 6년의 교육과정이긴 하지만, 2+4년제는 타 전공에서 2년을 마치고 입학, 약대에서 행해지는 교육은 4년에 불과하기에 재학생 수가 4년간의 입학생 규모와 엇비슷하다. 하지만, 통합6년제는 6년의 교육이 오롯이 약대에서 이뤄지기에 재학생이 1.5배 늘어나게 된다. 

현행 대학설립운영규정에는 계열에 따라 각기 다른 요건이 규정돼있다. 교원 1인당 학생 수를 비롯해 학생 1인당 교사/교지 면적 등이 일정수준 이상을 기록해야 한단 것이다. 약대는 의학계열로의 전환 논의도 있지만, 일단은 자연과학계열로 분류돼 전임교원 1인당 학생 수가 20명을 넘을 수 없는 식의 제한을 적용받는다. 기존 2+4년제 시절 해당 기준을 아슬아슬하게 충족했던 곳은 신규 교원 임용 등을 통해 요건을 충족시켜야만 6년제를 선택할 수 있다. 교사/교지와 수익용 기본재산도 원리는 같다. 

또 다른 변수는 ‘정원’이다. 학생 수가 1.5배 늘어난다는 말은 편제정원도 그만큼 늘어나야 된다는 것을 의미한다. 6년제 선택의 기회가 생긴 것이지 그에 따른 편제정원 증가까지 이뤄지는 것은 아니기에 대학 자체적으로 정원을 일부 조정해야 6년제를 선택할 수 있다. 하 교수도 공청회 발제를 통해 “편제정원이 1.5배 증가함에 따라 4대 교육여건을 확보하거나 타 학과 입학정원 구조조정이 필요하다. 대학별 여건상 제약이 있는 대학이 나올 수 있다. 이에 대한 현실적인 고려가 있어야 한다”고 지적한 바 있다. 

기존 35개 약대가 모두 6년제에 긍정적이지만, 입시 측면에서 2+4년제를 택하는 경우가 나올 수도 있다. 특히 선호도가 낮아 고졸 신입생 선발에 자신감이 없는 약대는 현행 제도를 유지할 가능성이 있는 상황이다. 한 대입 전문가는 “현재 약대에 대한 인기를 볼 때 고졸 신입생 선발에 무리가 없을 것으로 보이지만, 약대 내부적으로는 확연히 선호도가 나뉠 것으로 보인다. 특히 한 번도 고졸 신입생을 선발한 적 없는 신설 15개 약대는 처음으로 그 선호도가 드러날 예정이기에 부담감을 느낄 수 있다. 6년제 대신 2+4년제를 일정기간 유지하면서 ‘눈치’를 보는 사례도 나올 것”이라고 말했다. 

<자연계열 최상위 입시지형 ‘흔들’.. 치대 버금 전망>
약대의 등장으로 자연계열 최상위 입시지형은 급격한 변화를 맞이할 예정이다. 현재 의대가 단연 높은 선호도로 최상위권 자원들을 흡수하고 있고, 치대 한의대 역시 높은 선호도를 보이는 가운데 약대가 흐름에 가세, 의치한약의 4개 전공이 자연계열 수험생들에게 선망의 대상으로 자리잡을 가능성이 높아 보인다. 수의대 역시 ‘전공’의 측면에서 볼 때 인기가 계속해서 오르는 모집단위지만, 기존 의치한과 새로이 등장할 약대에 비해선 다소 선호도가 낮은 특징이다. 

현재 의치한이 자연계열에서 가지는 영향력은 절대적이다. 이공계 인재 육성을 위해 만들어진 과고/영재학교에서조차 의치한 진학자가 매년 나와 국정감사 등에서 지적되고 있는 실정이다. 약대의 대입 가세는 이 같은 '전공' 기준 학과 선택의 흐름을 더욱 가속화시킬 것이란 우려의 목소리도 있다. 

약대가 대입에 뛰어들면 그 여파가 다른 학과로 번질 수 있단 분석이 제시된다. 상위대학의 공대와 화공/생명과학/화학 등의 점수 하락 가능성이 높다는 것이다. 이만기 유웨이중앙교육평가연구소장은 “약대가 6년제 통합 선발을 시행하면, 약대 지원자가 많이 나오는 화공 생명과학 화학과는 지원자가 감소해 합격 가능점수가 하락할 가능성이 높다”라며 “상위권 학생들이 공대 대신 약대에 지원할 가능성도 높다. 특히 자연계열 상위권 학생들 중 서울/수도권 약대에 지원이 어려운 학생들은 지방대 약대로 눈을 돌릴 개연성이 크다. 상위권 대학을 중심으로 공대 지원자가 감소해 합격 점수가 낮아질 것으로 보인다”라고 진단했다. 

약대보다 선호도가 높을 것으로 예상되는 의대에 여파가 미칠 것이란 평가도 존재한다. 이 소장은 “약대가 의대 입시에도 약간의 영향을 미칠 가능성이 있다. 최상위권 여학생들의 경우 약대 선호도가 워낙 높기 때문이다. 약대가 없던 시절에는 의대로 진학하던 자원들이 일부 약대를 선택하면서 합격선이 바뀔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라고 말했다. 

아직 3년이나 남은 일이지만, 약대의 학제 변화를 두고 다양한 예상이 나오는 것은 규모에서 원인을 찾을 수 있다. 약대는 현재 35개교 체제로 1700여 명의 정원을 보유하고 있다. 서남대 이탈로 40개교 체제가 된 의대의 3000여 명 정원엔 미치지 못하지만, 각각 700여 명의 정원을 지닌 11개교 체제 치대, 12개교 체제 한의대에 비하면 정원이나 학교 수에서 크게 앞선다. 치대/한의대를 합한 것보다 더 큰 규모의 최상위권 자연계열 선택지가 생기는 만큼 그 여파가 클 수밖에 없는 셈이다. 

약대의 합격선이 치대보다 낮겠지만, 한의대를 상회할 수 있다는 분석도 나온다. 이영덕 대성학력개발연구소장은 “약대가 마지막으로 고졸 신입생을 선발하던 시기에는 의치한에 비해 다소 점수가 낮았다. 하지만, 이후 한의대의 선호도가 많이 떨어졌다. 다시 약대 선발이 시작되면 다른 구도가 나올 수 있다. 한의대와 어깨를 나란히 하거나 그보다 높은 합격선을 보일 가능성이 존재한다”라고 말했다. 

<지역인재 선발 대상.. 지방 고교 ‘기회’>
6년제 도입으로 수도권이 아닌 지방 고교에는 ‘기회’가 활짝 열릴 것으로 보인다. 약대가 현재 대입에서 실시되는 ‘지역인재’ 선발 대상이기 때문이다. 교육부는 학제개편을 발표하면서 약학교육 공공성 확보 방안 중 하나로 지역인재를 들고 “지방 소재 약대의 경우 해당 지역의 고교 졸업자나 졸업예정자를 일정비율 이상 선발해야 한다. 강원/제주권은 15% 이상이며, 나머지 지역은 30% 이상이다”라고 설명했다. 

지역인재는 ‘지방대학 및 지역균형인재 육성에 관한 법률’에 의해 2014년부터 실시되는 제도다. 지역 균형 발전을 위해선 지방대의 경쟁력을 강화할 필요가 있고, 지역 내 인재들의 이탈도 막아야 한다는 취지에서 시작됐다. 본래는 ‘권고사항’에 불과, 일부 대학들이 해당 비율을 지키지 않기도 했지만, 올해 초 교육부는 2021학년 대입부터 지역인재 선발을 ‘의무사항’으로 변경, 정해진 비율 이상을 선발하도록 하겠단 방침이다. 

약대 지역인재의 혜택을 볼 수 있는 지역은 서울/경기/인천을 제외한 14개 시/도 중 세종 울산 제주의 3개 시/도를 제외한 11개 시/도다. 전국 35개 약대 중 19개교가 지방 소재지만, 세종 울산 제주에는 현재 약대가 없다. 강원권 유일의 약대인 강원대가 15% 비율을 적용받는 가운데 나머지 18개 지방 약대는 전부 30% 비율로 지역인재를 선발할 예정이다. 이만기 소장은 “지역인재로 인해 지방 약대는 해당 지역 졸업생이 유리한 위치를 점하게 된다. 지방 소재 상위권 수험생들의 약대 진학이 수월할 것으로 보인다”라고 평가했다. 

정원외 선발이 다소 강화돼 사회적 약자들을 위한 문호를 넓게 개방할 예정이다. 교육부는 도 다른 공공성 확보 방안으로 “수급권자/차상위계층/한부모 가족 지원대상자 등 경제적 취약계층 학생을 정원외로 7% 이상 선발하도록 할 예정”이라며 “사회적 취약계층에 대한 공정한 교육기회를 확대하기 위한 것”이란 말을 덧붙였다. 

다만, 일정 비율을 강제로 선발해야 하는 지역인재와 달리 정원외 선발비율은 최대로 선발할 수 있는 범위를 제시하는 것일 뿐이기에 실제 7% 범위의 선발이 이뤄질지는 다른 문제다. 지난해 8월 교육부가 치과의사 한의사의 과잉공급을 막겠다며 정원외 선발의 범위를 10%에서 5%로 축소했지만, 실제 치대는 1.62%, 한의대는 4.68% 범위에서만 정원외 선발을 시행하고 있어 빈축을 사기도 했다. 

<2022~2023학년 ‘병행선발’ 필수.. 약대 편입의 마지막 기회>
약대의 6년제 전환은 약대 진학을 노리고 올해 화학/화공/생명과학 등에 입학한 대학 신입생들에겐 ‘청천벽력’과 같은 얘기로 여겨질 수 있다. 특히 남학생들의 경우 2년의 기초 교육과정 수료와 군대까지 고려하면 4년의 시간이 걸릴 수 있기에 혼란을 겪기 십상이다. 

하지만, 전국 35개 약대가 전부 6년제를 선택한다고 해서 2022학년부터 2+4년제가 완전히 자취를 감추는 것은 아니다. 일단 2022학년과 2023학년까지는 6년제를 택한 대학도 2+4년제를 병행해야 하기 때문이다. 현재 1학년인 대학 신입생이 4년의 시간을 보내고 약대에 진학하는 시기는 2022학년이기에 ‘재수’도 충분히 노려볼 수 있는 상황이다. 군대를 미루는 경우라면 ‘4수’까지 2+4년제 약대 입학이 가능하다. 약대 편입의 마지막 기회가 여전히 남아있는 셈이다. 

이처럼 2년간 한정적으로 두 제도를 병행하는 것은 약사 인력 배출의 공백을 막기 위해서다. 만약 두 제도를 병행하지 않는다면 2021학년까지 시행되는 2+4년제의 약사인력 배출시기는 2025년. 2022학년 시행되는 6년제의 약사인력 배출시기는 2028년으로 2026년과 2027년의 2년간 공백이 발생하게 된다. 4년제와 6년제로 학제가 틀린 탓에 벌어지는 일이다. 이를 막기 위해서는 2022학년과 2023학년 2+4년제를 실시해야만 하는 상황이다. 

물론 바뀐 제도로 인해 발생하는 불의의 피해자는 있을 전망이다. 특히 2021학년 대입을 치러야 하는 현 고1 학생들의 불만이 크다. 대학진학 시기인 2021학년 약대 고졸 신입생 선발이 이뤄지지 않기에 2+4년제를 선택할 수 밖에 없는데, 2021년과 2022년의 2년간 기초 소양교육을 이수하고 나면 주어지는 2+4년제 진학 기회는 단 한번밖에 남지 않기 때문이다. 한 대입 전문가는 “바뀐 제도 때문에 현 고1 학생들은 한번에 2+4년제 약대 진학에 성공하지 못하면 대입 재수를 통해 약대를 선택해야 하는 불편이 있을 것이다. 해당 시기가 되면 의대 학사편입학처럼 신뢰보호 문제로 2+4년제 선발을 조금 더 연장해 달란 목소리가 나올 수도 있어 보인다. 현실적으로는 여건 문제로 6년제를 택하지 못하는 약대가 나오기를 바래야 할 것”이라고 진단했다. 

<전국 35개 약대는 어디? 최근 입시 동향>
현재 전국에는 35개 약대가 있다. 서울지역에 있는 약대가 8개교로 가장 많고, 이어 경기 6개교, 인천 부산 대구 광주 경남 경북 전남 전북 충남 각 2개교 순으로 이어진다. 강원 대전 충북에는 각 1개 약대가 존재한다.

본래 약대는 이렇게 많지 않았다. 약대의 교육과정이 6년으로 늘어나면서 마지막 고졸 신입생 선발이 이뤄지던 2008학년만 하더라도 약대 수는 20개교에 불과했다. 하지만, 교육과정 개편 과정에서 약사인력 배출에 공백이 2년간 생겼고, 이를 계기로 당시 보건복지부와 교과부는 약대 정원을 증원하기로 결정, 그에 따라 15개의 신설약대가 생기며 현재의 35개교 체제로 변경된 상황이다. 

신규지정 과정에서 중요하게 다뤄진 것은 지역안배다. 인천 대구 경남 전남 충남의 5개 시/도는 약대가 본래 없던 지역이었지만, 각 2개 약대를 보유하게 됐고. 성균관대만 지역 내 약대로 존재하던 경기도는 5개 약대가 배정, 서울 다음가는 6개 약대를 보유한 지역으로 거듭났다. 이외 지역들은 본래부터 약대가 존재하던 곳이다. 

기존 약대와 신규 약대의 가장 큰 차이는 정원이다. 15개 신규 약대는 전부 30명 정원의 '미니약대'다. 최초 설립 시에는 20명 내지 25명이던 것을 그나마 증원해서 30명 정원으로 맞춘 상태다. 기존 20개 약대 중에서도 삼육대처럼 30명 정원인 미니약대가 존재하지만, 중앙대 이화여대가 120명, 덕성여대 숙명대 80명, 조선대 75명, 부산대 영남대 70명, 성균관대 65명, 서울대 63명, 전남대 60명 등 신규 약대 몇개를 합쳐야 될만큼 큰 규모를 자랑하는 곳이 많다. 

2+4년제에 지원하기 위해 화학/생물계열에서 대거 자퇴가 이뤄질만큼 약대의 인기는 높다. 2018학년 경쟁률은 정원내 기준 5.76대 1(1693명 모집/9756명 지원)에 달했다. 한 해 전 기록한 6.22대 1(1693명/1만537명)이나 두 해 전 보인 6.67대 1(1630명/1만870명)에 비하면 다소 지원자가 줄었지만, 절대적인 수치만 보면 결코 낮지 않은 경쟁률이다. PEET시험 결과 등을 고려해 지원 여부를 결정하는 만큼 해마다 경쟁률 증감은 나타날 수 있는 상황이다. 

2022학년 대입에 약대가 새롭게 등장하면, 대학별 선호도가 어떻게 형성될지도 관심거리다. 기존 20개 약대는 고졸 신입생을 꾸준히 선발했던 전례가 있어 어느 정도 선호도가 형성돼있는 상태지만, 15개 약대는 고졸 신입생을 선발한 적이 없어 선호도가 불분명한 때문이다. 기존 20개 약대 중에서는 서울대 중앙대 성균관대 등이 높은 선호도를 보였던 곳이다. 

기본적으론 수도권에 위치한 약대들이 높은 선호도를 보일 전망이다. 여타 의치한 입시에서도 대학의 내실보다는 수도권 위치 여부가 합격선을 결정한 사례가 많기 때문이다. 물론 부속병원의 위력으로 의대 ‘빅5’를 형성 중인 서울대 가톨릭대 성균관대 울산대 연세대의 사례처럼 내실로 지역적 불리함을 뒤집는 사례도 있겠지만, 약대는 의대와 달리 부속병원 등의 반전요소가 없어 지역적 여건을 뒤집기는 쉽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신규 15개 약대 중 눈길을 끄는 곳은 국제캠에 위치, 인천지역 약대로 분류되지만 ‘SKY’로 이름값이 높은 연세대, 의대에서 높은 선호도를 형성하고 있는 가톨릭대, 최근 발전가도를 달리는 한양대(에리카) 등이다. 의대 치대를 모두 보유한 단국대(천안캠) 약대 등도 주의깊게 살펴야 할 곳이란 평가다. 

 

 
본 기사는 교육신문 베리타스알파의 고유 콘텐츠입니다.
일부 게재 시 출처를 밝히거나 링크를 달아주시고 사진 도표 기사전문 게재 시 본사와 협의 바랍니다.
저작권자 © 베리타스알파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