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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네르바스쿨 켄 로스 아시아총괄이사 “미네르바 모델을 확산하는 것이 궁극적 목표”미네르바스쿨 켄 로스 아시아총괄이사 인터뷰
  • 윤은지 기자
  • 승인 2018.04.09 14:07
  • 호수 27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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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베리타스알파=윤은지 기자] “세계를 위한 비판적 지혜를 끊임없이 키우는 것(Nurturing Critical Wisdom for the Sake of the World).” 켄 로스(Kenn Ross) 아시아총괄이사는 지갑에서 작은 카드를 꺼내 보이며 미네르바스쿨의 최종 목표가 이 아홉 단어에 있다고 말했다. 목표를 이루기 위한 첫 번째 방법이 ‘미네르바스쿨을 설립해 운영하는 것’이고, 또 하나는 ‘다른 여러 나라의 조직과 기관에서 미네르바의 운영 모델을 벤치마킹할 수 있도록 확산시키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로스 이사는 “미네르바스쿨이 수용할 수 있는 규모는 매우 작다. 아주 집약적으로 운영되는 대학이다. 아마 앞으로도 지금 수준에서 엄청나게 커지지는 않을 것”이라며 “하지만 내가 한국에 왜 왔겠나. 미네르바스쿨의 모델을 여러 나라에 퍼뜨리는 것 역시 학교를 운영하는 것 이상으로 중요한 일”이라고 강조했다. “학생들에서 시작해 더 많은 사람들이 보다 합리적이고 올바른 의사결정을 할 수 있는 능력을 키우는 게 우리의 목표”라고 답했다.

미네르바스쿨 켄 로스 아시아총괄이사

- 한국은 어떻게 방문하게 됐나.
“미네르바스쿨을 설립해 운영한 지 몇 해가 지났다. 대학에서 활용할 프로그램을 개발하고 최적화하는 데 모든 시간을 쏟았다. 그러다 보니 또 다른 목표가 생겼다. 우리가 만든 모델을 다른 여러 나라의 다양한 조직과 기관에 확산시키고 적용하는 것이다. 지금도 이런 일들을 하고 있다. 어떻게 하면 가장 효율적으로 교육할 수 있을지 이제까지 쌓아온 수많은 데이터를 기반으로 많은 기업과 교육기관에 미네르바의 모델을 적용하려고 한다. 이런 이유로 한국도 자주 방문했다. 미네르바스쿨이 지금까지 이뤄낸 것들을 활용하고 싶다는 한국대학과 교육기관이 많다.”

- 미네르바스쿨을 설립한 계기는.
“정확히 말하면 한 대학을 세웠다기보다는 대학 시스템을 만든 것이라고 본다. 21세기에 맞는 대학교육의 모델을 제시해야 한다는 생각에서 출발했다. 한국도 마찬가지겠지만 미국의 고등교육은 변화가 필요하다. 세계는 빠르게 변하고 있는데 대학교육은 그 동안 단 한 번도 변하지 않았다. 대학에선 주로 교수가 얘기한 것을 학생들이 받아 적거나 교재를 외워 시험을 본다. 뉴욕타임스도 미국의 대학 강의가 얼마나 비효율적인지 분석하며 능동적 학습을 강조했다. 많은 학생들이 아이비리그대학에 가고 싶어 하지만, 정작 그 대학에 다니는 학생들의 만족도는 높지 않다는 조사 결과는 수없이 많다. 대학이 대학으로서 역할을 하는 데 실패했다는 것을 방증한다. 4차 산업혁명이나 미래사회에 대한 관심이 높은데 대학 교육은 그만큼 사회가 원하는 인재를 기르지 못하고 있는 것이다. 미네르바스쿨은 이런 문제의식에서 출발했다. 미네르바스쿨에만 국한된 게 아니라 보다 더 이상적이고 현재 우리 사회와 미래 세대에 적합한 고등교육의 모델을 만들겠다는 생각에서 시작됐다.”

- 일부수업을 온라인 강의로 진행하는 대학은 많지만 미네르바스쿨은 모든 수업을 온라인으로 진행하고 대학 건물도 없다. 한국에서는 낯선 수업방식이다. 일반적으로 알고 있는 온라인강의와의 차이점에 대해 소개한다면.
“결론부터 말하자면 우리 교육방식의 핵심은 온라인이 아니라 ‘능동적 학습(Active Learning)’이다. 여기에 보통 한 단어를 더 붙이기도 하는데 ‘완전한 능동적 학습(Fully Active Learning)’이다. 능동적 학습이 새로운 개념은 아니지만 여기에 ‘완전한(Fully)’이라는 수식어를 붙인 건 처음이다. 모든 학생들이 모든 수업에서 최소 75%에서 80% 이상 수업에 참여하도록 하는 게 우리가 생각하는 ‘완전한 능동적 학습’이다.

왜 이런 방식을 선택했냐고 묻는다면 이 방식이 곧 우리의 뇌가 작동하는 방식이기 때문이다. 능동적 학습은 상당히 과학적인 학습법이다. 인지과학 학습법 등 과학이론을 기반으로 접근했다. 무엇을 배우더라도 능동적으로 직접 참여하는 것이 가장 효과적인 배움의 방법이라는 것은 오래 전부터 수많은 연구에서 입증된 사실이다. 학생들은 단지 강의실에 가만히 앉아 교수의 강의를 듣고 있을 때보다 반드시 질문을 해야 하거나 의견을 제시해야 하는 상황에 놓일 때 훨씬 더 많은 생각을 하게 된다. 수동적으로 강의내용을 받아들이는 건 뇌가 움직이는 방식과 다르다.

능동적 학습에 초점을 맞추고 이를 가장 효율적으로 구현하기 위한 기술을 선택하다 보니 온라인강의가 된 것이다. 기존 온라인강의가 물리적 시간적 제약에서 벗어나는 데 목적을 뒀다면 미네르바의 온라인 플랫폼은 학생 참여를 이끌어내는 데 목적이 있다. 물론 오프라인 교실에서도 능동적 학습은 가능하다. 기존 대학에서도 학생들을 그룹으로 나눠 참여중심 수업을 할 수 있다. 문제는 열심히 참여하는 학생이 있는 반면, 그렇지 않은 학생들도 있다는 것이다. 하지만 온라인 플랫폼에서는 버튼 하나로 의견을 제시할 수 있고 학생들이 얼마나 참여하고 있는지 실시간으로 확인 가능하다는 것이 핵심이다. 무엇보다 모든 수업을 녹화할 수 있다는 것은 큰 장점이다.”

- 평가는 어떤 식으로 이뤄지나.
“미네르바스쿨에는 시험이 없다. 온라인 플랫폼의 또 다른 장점이 아주 디테일한 피드백이 가능하다는 사실이다. 모든 강의가 녹화돼 방대한 양의 데이터베이스로 쌓인다. 교수는 수업이 끝나면 녹화된 강의를 다시 돌려보면서 점수를 매긴다. 학생이 자신이 가진 지식을 어떤 식으로 활용하고 적용하고 있는지 평가한다. 이런 방식은 오프라인 수업에서는 불가능하다.

서로 비교하지 않고 협력할 수밖에 없는 구조를 끊임없이 제공하는 것도 중요한 평가요소다. 학생들의 등수를 매기지 않고 절대점수로 평가한다. 학생들마다 각자의 목표와 성공 기준이 다를 수 있다는 점도 강조한다. 평가를 위한 과제가 없기 때문에 학생들이 굳이 서로의 과제를 베껴 제출하지도 않는다. 실제 사회에서는 문제가 있으면 검색을 하거나 주변사람들에게 조언을 구하면서 협력해 해결하지 않나. 동일한 과정을 학교에도 적용한 것이다.”

- 여러 도시를 돌아다니는 방식을 택한 이유는 무엇인가.
“기본적인 이유는 학생들이 글로벌마인드를 갖출 수 있도록 하기 위함이다. 오프라인 건물은 기숙사가 유일하다. 글로벌마인드를 키우기 위해선 직접 지역사회의 일원이 돼서 부딪혀야 한다고 생각한다.

수업을 통해 배운 내용을 실제 사회에서 적용할 수 있는 능력을 키울 수 있도록 하는 것 역시 이런 교육방식을 선택한 중요한 이유 중의 하나다. 현대는 물론 미래사회가 요구하는 중요한 능력 중에 하나가 하나의 컨텍스트(Context. 맥락)에서 다른 컨텍스트로 전환할 수 있는 능력이다. 어떤 지식을 알고 있는 것 자체가 중요한 게 아니라 주어진 다른 상황이나 맥락에서도 그에 맞게 적절히 활용할 수 있는 능력이 필요하다. 다양한 문화적 배경을 갖춘 실제 사회에서 이런 능력을 키우기 위해 여러 도시를 이동하는 방식을 선택했다.

여러 도시를 옮겨 다니기 때문에 학생들이 반드시 한 도시의 지역사회와 접촉할 수밖에 없다. 이 과정에서 서로 다른 문화적 맥락에 놓이면서 상황에 맞게 적용할 수 있는 능력을 키운다. 예를 들자면 학생들이 서울에서 팀을 이뤄 여러 기관에서 일하는 것이다. 정부나 비영리단체 기업 등 다양한 조직에서 작은 프로젝트를 수행하게 된다. 자신들이 배운 지식을 실제 사회에서 활용하는 것이다. 여러 상황에 적용할 수 있도록 적극적으로 부추기고 있다.”

- 미네르바에서는 무엇을 가르치나.
“먼저 반문하고 싶다. 사회가 대졸자에게 원하는 게 무엇이라고 생각하나. 미네르바는 특정 지식을 가르치는데 집중하지 않는다. 미네르바스쿨에서 가르치는 건 비판적으로 생각하는 법, 창의적으로 생각하는 법, 효과적으로 의사소통하는 법, 동료들과 상호작용하는 능력이다. 이런 것들이 실제 사회에서 대학 교육을 받은 사람에게 기대하는 능력이다. 하지만 전통적인 대학들은 많은 양의 컨텐츠를 주입하는 데 집중한다. 핵심은 컨텐츠 자체가 아니라 이런 컨텐츠를 다양한 상황에 적용할 있는 능력이다. 말하자면 ‘변용가능한 능력(transferable skills)’인 셈이다. 아무리 많은 지식을 배워도 시간이 지나면 잊어버리기 마련이다. 대학에서 배운 지식을 오랫동안 기억하고 있더라도 사회에 나가 시간이 지나면 더 이상 쓸모 없는 지식이 되기도 한다. 한 논문에서는 현존하는 미국 직종 가운데 47%가 10년 내지 20년 안에 자동화로 사라진다고 예측했다. 하지만 ‘변용가능한 능력’을 갖추면 사회가 변하고 시대가 달라져도 여전히 활용할 수 있다. 새로운 것을 효과적으로 배우는 기술은 그 사람의 직업이 바뀌거나 놓인 환경이 바뀌어도 얼마든지 활용할 수 있는 것이다. 그런 의미에서 ‘지식’보다는 ‘지혜’를 가르치고 있다고 생각한다.”

- 학생은 어떻게 선발하는가. 선발에서 가장 중요하게 여기는 요소가 있다면.
“우리가 원하는 학생의 모습은 딱 하나다. 물론 여느 대학과 마찬가지로 똑똑하고 현명한 학생을 원한다. 하지만 동시에 의욕적이고 열심히 할 수 있는 학생을 원하다. 배우겠다는 의지, 동기부여가 강하게 확립된 학생이어야 한다. 미국에서는 부모가 명문대를 졸업했거나 거액을 기부했다는 이유만으로도 명문대에 입학할 수 있다. 학생의 지적능력과는 별개로 스포츠스타이기 때문에 입학을 허용하기도 한다. 하지만 우리는 다르다. 돈을 요구하지도 않고, 부모가 졸업했다는 이유로 들어올 수도 없다. 인종이나 국적도 상관하지 않는다. 전 세계적으로 볼 때 아시아에는 똑똑하고 의지가 뚜렷한 학생들이 많다. 한국이나 중국에 유망한 학생들이 얼마나 많은가. 하지만 세계대학 50위권 내에 드는 명문대의 인종이나 국적 비율을 살펴보면 대부분이 백인이다. 부자이고 백인인 학생들에게 느슨한 잣대를 들이댄 것으로 밖에 생각할 수 없다. 미네르바스쿨의 학생들은 다르다. 미국대학이지만 미국학생은 20% 수준에 불과하다. 전체 학생의 75% 이상 미국 이외의 나라에서 온 학생들이다. 

똑똑하고(smart) 성실한(hard-working) 학생, 이 두 가지면 충분하다. 시험성적만 높은 학생은 뽑을 수 없다는 게 미네르바의 원칙이다. 미네르바스쿨의 학생들도 학습량이 상당하다. 성실하지 못하면 결국 버텨내지 못할 걸 알기 때문에 뽑지 않는 것이다.

이런 학생들을 어떻게 찾느냐. 인지능력 테스트, 에세이, 면접 이 세 가지로 선발한다. SAT(미국대학입학자격시험)나 ACT(미국대학입학학력고사)점수는 보지 않는다. SAT나 ACT 점수가 학생들의 지적능력보다는 부모의 재력과 연관성이 더 높다는 것은 여러 연구들을 통해 증명된 사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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