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형계획 8개교 학종 37.6% ‘최대’.. 정시 31.8% '소폭 확대'

[베리타스알파=박대호 기자] 최근 교육계는 극심한 혼란상을 겪고 있다. 수시확대 정책을 꾸준히 이어 온 교육부가 갑작스레 ‘정시확대’를 일부 상위대학들에 주문하며 돌연 태도를 바꾼 데다 고교교육 기여대학 지원사업에 꾸준히 포함됐던 수능최저 축소/폐지 방침을 두고 언론들이 호들갑을 떨며 현 고2가 치를 2020학년 대입이 크게 바뀌는 것 아니냔 우려의 목소리가 높다. 학종이 크게 줄고 정시가 늘어날 것이란 예상부터 수능최저 폐지로 특정 고교유형이 강세를 보일 것이란 전망까지 나오며 혼란은 커져만 가고 있다. 

하지만, 예상들과 달리 실제 2020학년 대입을 관통하는 키워드는 여전히 ‘학종시대’다. 2년 연속 교육과정을 위반판정이 나온 데 불복, 행정소송을 벌여 교육부 ‘눈치보기’에 적극적일 수 밖에 없는 연세대를 비롯해 수요자들의 혼란을 잠재우기 위해 서강대 성균관대 한양대 중앙대 한국외대 동국대 숙명여대가 앞서 2020학년 전형계획을 공개한 상황. 이들 대학의 전형계획을 분석한 결과 정시가 확대되는 것은 맞지만, 학종 역시 ‘동반 확대’ 양상이며 그 비중도 정시에 비해 컸다. 상위대학 입학을 위해 가장 먼저 대비해야 할 전형은 여전히 학종이란 결론이 나오는 셈이다. 정시는 수시이월이 더해지며 공개된 것보다 실질 규모가 커지는 특징을 가지지만, 학종의 비중을 따라잡기는 쉽지 않을 것으로 예상된다. 

물론 아직 전형계획을 공개하지 않은 대학들이 있고 대교협 승인이 나지 않은 만큼 추이는 다소 바뀔 수 있다. 다만, 8개교 전형이 보여주는 흐름을 뒤집을 정도의 큰 변화가 생길 가능성은 매우 낮다. 전형계획 상세안을 공개하지 않은 상위대학 중 고려대가 9일 정시확대 방침을 밝혔지만 그 규모는 58명에 불과했다. 경희대도 정시 모집인원을 70여 명 늘리는 선에 그칠 예정이다. 두 대학의 정원내 모집인원이 3000명을 상회한단 점을 고려하면, 미미한 확대에 그치는 셈이다. 서울시립대도 논술 등의 인원조정은 있겠지만 2019학년 전형양상을 유지하기로 방침을 정하는 등 예년과 마찬가지로 수시 학종에 무게를 싣는 대학들이 더 많은 형국이다. 서울대는 모든 가능성을 열어뒀다는 입장이지만, 기본적으론 2019학년의 방침을 유지한다는 데 초점을 맞추고 있어 학종의 중요도는 여전할 것으로 보인다. 

수능최저도 마치 ‘전면 폐지’되는 것처럼 오해를 산 것과 달리 변화상이 많지 않다. 2020학년 연대가 전면 수능최저를 폐지하면서 우려가 컸지만, 다른 상위대학들은 기존과 별반 차이 없는 수능최저를 유지하기로 결정한 상태다. 외대가 교과전형, 서강대가 학종에서 수능최저를 폐지한 정도의 차이만 더해진다. 특히 이미 수능최저가 많지 않은 상위대학 학종은 수능최저 폐지 여부와 관계가 없는 전형이기에 변화의 여지부터 적다. 2019학년 기준 고대와 이대가 학종 전반에 수능최저를 적용하고 있는 가운데 서울대 연대 서강대는 일부 전형에서만 수능최저를 반영하며, 나머지 상위대학은 대부분 수능최저를 적용하지 않았던 실질이다. 

수험생들이 주의깊게 봐야 할 부분은 논술이다. 학종과 정시가 동반 확대되는 반대급부로 논술과 특기자는 줄어들 예정이지만, 여전히 상위대학 입시에서 중요한 비중을 차지하는 논술이기에 적극 활용하는 방법을 생각해봐야 한다는 게 전문가들의 조언이다. 한 대입 전문가는 “최근 교육부가 일부 상위대학에 정시확대를 주문, 그보다 선호도 낮은 대학들에까지 연쇄효과가 나타나면서 정시가 소폭 확대되는 양상이지만, 그래도 여전히 제일 중요한 전형은 학종으로 보인다. 비중도 정시를 압도하는 상황”이라며 “대학들이 사교육 유발전형으로 몰려 온 논술과 특기자를 축소, 학종과 정시를 확대했지만 논술의 중요성은 여전하다. 특기자전형의 경우 연대 고대 등 제한된 대학들만 보유한 전형인 반면, 논술은 서울대 고대를 제외한 상위대학 전반에서 실시되는 전형이기도 하다. 통상 대교협의 발표는 전국 대학을 기준으로 하기에 논술의 비중이 작은 것처럼 보이는 ‘착시효과’가 나타나곤 한다. 하지만 논술의 비중은 2020학년에도 학종에 버금갈 정도로 높다. 특히 학생부에 상대적인 약점이 있는 경우라면 논술 지원을 적극 고려해야 할 것으로 보인다”라고 조언했다. 

최근 교육부의 돌출행동으로 정시확대 논란이 뜨겁지만, 2020학년 상위대학 입시의 중심축은 어디까지나 학종인 것으로 나타났다. 앞서 전형계획을 공개한 8개교의 2020학년 대입전형을 분석한 결과 학종은 37.6%로 '최다규모'를 차지, 여전히 맹위를 떨쳤다. /사진=베리타스알파DB

<2020학년 학종 37.6% ‘맹위 여전’.. ‘학종시대 이상없다’>
최근 교육부가 2020학년 전형계획 제출을 앞두고 일부 상위대학에 ‘정시확대’ 방침을 전달하면서 파문은 일파만파로 커지는 모양새다. ‘돈줄’인 재정지원사업과 ‘목숨줄’인 구조개혁평가(대학기본역량진단)을 모두 주관하는 교육부의 지시 앞에 대학들의 ‘눈치보기’는 본격화됐다. 이미 만들어놓은 2020학년 전형계획을 두고 장고에 들어간 대학도 여럿이다. 일정 비율 이상 정시모집을 실시하지 않는 경우 각종 불이익이 있을 수 있단 생각에서다. 교육부가 그간 공정해야 할 사업진행 과정에서 ‘자의적’인 해석으로 선정대학을 뒤바꾼 전례가 있고, 추후 감사를 통해 드러나도 ‘원상회복’은 요원하단 점에서 대학들은 몸을 사릴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교육계와 수요자도 아우성이다. 좀처럼 종잡을 수 없는 교육부의 노선 변경 때문이다. 그간 꾸준히 이어져 온 ‘수시확대’를 뒤집는 ‘정시확대’는 혼란상을 불러올 수밖에 없는 조치다. 여기에 그간 고교교육 기여대학 지원사업을 통해 꾸준히 대학들에 권장돼 온 수능최저 폐지/축소 문제가 언론을 통해 확대보도되면서 당장 내년 치러질 2020학년 대입에 뛰어드는 고2 수험생들은 ‘갈피’를 잡지 못하고 있다. 수시와 정시로 수험생들의 성향이 극명히 갈릴 것이란 예상이 나오는가 하면, ‘공정성 논란’이 있는 학생부종합전형(학종)이 크게 줄어들 것으로 보는 시선이 있는 등 혼란이 크다. 수능최저가 대거 사라지며 학종에서 특정 고교유형이 유리하고 일반고가 불리한 대입풍토가 될 것이란 예상도 존재한다. 

하지만, 앞장 서 2020학년 전형계획을 공개한 연대 서강대 성대 한대 중대 외대 동국대 숙대의 8개 상위대학 전형을 분석한 결과 2020학년에도 학종의 맹위는 여전한 것으로 나타났다. 2020학년 이들 8개교의 전체 정원내 모집인원은 2만3705명(특성화고졸재직자 제외). 이 중 학종은 8919명으로 37.6%를 차지, 전체 전형 가운데 가장 큰 비중을 자랑한다. 숙대가 2020학년에도 ‘학종확대’의 기세를 이어나간 가운데 특기자전형과 별반 다르지 않은 실질의 국제형을 신설한 연대, SW특기자전형의 전형유형을 특기자에서 학종으로 바꾼 서강대와 성대 등 전형이동도 학종의 몸집이 커지는 원인이 됐다.

학종이 확대된 것은 갑작스러운 현상이 아니다. 최근 상위대학 입시에서 매년 ‘상종가’를 친 전형이 학종인 때문이다. 8개교를 기준으로 볼 때 학종의 비중은 2016학년만 하더라도 25.2%(6049명)로 21.1%(5050명)의 논술과 비등한 양상이었으며, 34.7%(8328명)의 정시보다 몸집이 작았다. 바로 다음 해인 2017학년에도 학종의 비중은 소폭확대된 27.6%(6566명)에 그쳤다. 19.8%(4713명)로 축소된 논술과는 확연히 격차를 벌렸지만, 33.4%(7939명)의 정시와 비교하면 차이가 컸다. 

2018학년은 학종이 대입의 주류로 떠오른 해다. 학종으로만 수시선발을 실시하는 서울대의 뒤를 이어 고대가 논술을 폐지, 학종 위주로 대입전형을 대폭 변경하고 여기에 다른 상위대학들까지 호응하면서 35.2%(8357명)로 대폭 규모를 키웠다. 같은 해 29.6%(7029명) 비중으로 축소된 정시를 누르며 ‘최다 규모 전형’으로 자리매김, 2018학년 대입이 ‘학종시대’의 포문을 연 계기로 기억되게 만들었다. 이어진 2019학년에는 36.5%(8675명), 2020학년에는 37.6%(8919명)로 2018학년과 같은 큰 폭의 변화는 없었지만 이미 학종은 상위대학 입시에서 수험생들에게 최고의 관심전형으로 단단히 뿌리를 내린 상태였다. 

학종시대 3년차를 맞이한 2020학년 대입 역시 학종의 중요도는 높다. 37.6%란 비중만 봐도 그렇다. 16.2%(3840명)의 비중인 논술은 물론이고 31.8%(7543명)인 정시보다도 모집인원이 많다. SW특기자가 학종으로 이동하고, 전형방법을 바꾸면서 인원을 늘리는 등 오히려 학종선발이 가진 긍정적 측면에 주목하는 상위대학이 많다. 결국 상위대학 입시를 위해 가장 먼저 합격 가능성을 가늠해봐야 할 전형이 학종란 점은 변함이 없는 셈이다. 한 대입 전문가는 “정시확대를 두고 말이 많지만 현 고2가 가장 중점적으로 대비해야 할 전형이 학종이란 점엔 변함이 없다. 정시의 경우 상대적으로 많은 시간을 확보한 재수생들을 상대로 힘겨운 싸움을 벌여야 한다는 점을 기억해야 한다. 지금까지 학생부가 다소 부실하더라도 걱정하지 않아도 된다. 교과전형과 달리 학종은 정성평가로 진행되기에 학업역량이 다소 뒤늦게 발현된 부분까지 고려할 수 있는 특징이다. 학종을 중심으로 대입전형을 준비하는 것이 가장 바람직한 선택이 될 것으로 보인다”라고 조언했다. 

<확대 양상 정시.. ‘연쇄효과’ 확대 추세 이어질까?>
2020학년 대입의 또 다른 특징은 수시가 줄고, 정시가 늘어난단 점이다. 수시전형 가운데 학종이 늘어났지만, 논술/특기자가 줄면서 전체 수시는 축소, 정시가 늘어나는 결과가 나오게 됐다. 2020학년 8개교의 정시 모집인원은 가군 2601명, 나군 4264명, 다군 678명으로 총 7543명이며, 비중으론 31.8%다. 2019학년 정시 모집인원이 6780명이고 비중은 28.6%란 점을 고려하면 그간의 대입기조와 다른 ‘정시확대’가 나타난 것은 분명하다. 

주의해야 할 부분은 확대 사실만 믿고, 정시준비로 갑작스레 대입 대비방법을 바꾸는 것은 지양해야 한단 점이다. 그간의 축소 추세에서 확대 추세로 돌아선 탓에 교육계는 물론이고 수요자들의 충격도 큰 상황이지만, 실제 확대 폭은 그에 미치지 못한 때문이다. 31.8%의 정시 비중은 2017학년 33.4%에 비해서도 낮고, 이미 학종이 대입전형의 주류로 떠오른 2018학년의 29.6%와 비교하더라도 큰 차이가 없는 수치다. 갑작스레 정시 대비로 방향을 선회할 만한 변화는 아니란 얘기다. 

정시가 ‘연쇄반응’이 일어나기 쉬운 전형이란 점도 고려해야 한다. 한 대입 전문가는 “최근 들어 대학별 반영방법 차이가 부각되긴 하지만 어디까지나 정시는 대학별 선호도에 따라 합격 성적대가 달라지는 전형이다. 상위 대학에서의 전형 변화는 그보다 선호도 낮은 대학으로 이어져 전체 틀을 뒤흔드는 결과로 이어지기 쉽다. 상위대학에서 발생한 소폭의 정시확대 양상으로 인해 수험생들이 지원선을 예상하지 못하는 결과가 나오게 될 것”이라며 “소폭 늘어나는 정시로 인해 결국 이득을 보는 것은 재수생들이라고 봐야 한다. 정시가 계속해서 줄어들다보니 수능최저가 높은 교과전형이나 논술전형으로 눈을 돌렸던 재수생들도 약간의 확대 폭에 의지해 정시를 노리게 될 가능성이 높다. 2018학년 2019학년과 큰 차이 없는 규모란 점을 염두에 두고 대입을 대비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당장 2020학년에는 대학들의 ‘눈치보기’로 인해 정시확대에 나서는 대학들이 빈번하겠지만, 추세가 오래 가진 못할 것이란 전망도 나온다. 한 대학 관계자는 “현재는 재학생 우수자원들을 비롯해 재수생 중에서도 학생부성적이 좋은 수험생들은 수시에서 합격, 정시까지 흐름이 이어지지 않고 있다. 정시에서 선발하는 학생들의 수준이 그다지 높지 않다는 것”이라며 “상위대학에서 소폭 정시를 확대하면 본래 그보다 낮은 선호도의 대학에 합격했을 학생들이 이동하게 된다. 이는 중상위권 대학들에게는 합격선 하락이란 큰 타격으로 다가오게 된다. 당장에야 교육부 눈치 때문에 정시를 늘리겠지만, 입시결과를 보고 나면 정시확대에 주저하게 될 수밖에 없다. 2020학년 대입결과를 받아든 해 발표하는 전형계획은 2020학년의 것인데 올해 8월 발표될 수능 체제도 변수다. 만약 전면 9등급 절대평가가 시행되면 정시 확대는 불가능해진다. 원점수제 절대평가도 기존 표준점수제 상대평가 대비 대학 입장에선 꺼릴 수밖에 없는 제도다. 정시확대가 2020학년과 2021학년에 국한된 잠깐의 변화가 될 가능성이 높아 보인다”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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