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년마다 다른 대입'..새우등터지는 현장과 수요자

[베리타스알파=윤은지 기자] 교육부 차관이 2020학년 대입 전형계획 제출 하루 전 대학에 정시확대를 요청한 무리수의 과정이 밝혀지면서 결국 현장과 수요자들을 혼란으로 몰아넣는 김상곤 교육정책의 민낯이 드러났다. 선거를 앞둔 상황에서 차관의 무리수라는 돌출변수는 과정상 당정청이 빚은 불협화음을 드러내면서 교육정책에 대한 인식과 운용수준을 보여준 셈이다. 한 교육전문가는 "수요자를 위한 정책방향이나 정책운용의 기본원칙은 도외시한 채  선거공학과 정치논리로만 밀어붙였음을 그대로 드러냈다"면서 "수시정시 전형비율을 늘리라면 늘릴수 있다고 밀어붙였다는 사실이 놀랍다. 교육부는 정책방향을 제시할 뿐 대교협을 통해 대학자율로 운영한다는 대입운용의 원칙도 아예 무시됐다.  흔들면 흔들수록 사교육이 유리해진다는 너무 상식적인 판단조차 없었다. 오죽하면 교육부차관이 막판까지 망설이다 총대를 멨겠나. 단지 휘발성이 높은 입시정책을 흔들어 선거판에 활용하려는 정치꾼들 덕에 수요자들과 현장만 새우등 터진 꼴"이라고 비난했다.  또 다른 전문가는 " 최근 교육부로 높은 자리에 날아든 정치꾼 '어공'(어쩌다 공무원)들이 문제다. 교육부에 수십년간 몸담아 온 늘공(늘 공무원)들은 대입을 급작스럽게 바꾸는 게 얼마나 큰 리스크를 감당해야 하는 일인지 안다. 입시 자체가 원칙적으로 각 대학에 달린 일이기 때문에 구체적으로 지시할 수도 없다. 대입을 자율체제로 운용하기 위해 대교협까지 만든 상태이기 때문이다. 그 동안 교육부 정책은 방향을 제시하고 대입전형을 사전에 확정하라는 사전예고제나 재정지원사업을 이용해 유도하는 선에서 그쳤다. 직접적이거나 강제로 지시한 적은 한 번도 없었다. 선거를 앞둔 상태에서 당정청 모두 정치꾼들이 나서서 금도를 넘어선 것으로 본다. 피해는 고스라니 1년마다 다른 대입을 치는 현장과 수요자들의 몫이다. 정치꾼들이 의도했는지 모르고 했는지 모르지만 결국 이난리의 최대 수혜자는 사교육이 될 것이다”라고 비난했다. 

 교육부 차관이 2020학년 대입 전형계획 제출 하루 전 대학에 정시확대를 요청한 무리수가 교육에는 무지하고 선거에만 급급한 정부 탓이라는 지적이 제기됐다. 정시확대 자체는 올해 초 협의된 사안이었지만 청와대의 압박에 그간 정책기조를 뒤집어야 교육부가 의견 전달을 미루다 자충수를 뒀다는 해석이다. /사진=베리타스알파DB

<청와대, 정시확대 이미 합의했다?.. 교육부가 쩔쩔맨 이유>
교육부가 10년간 유지해온 수시확대 기조에 급제동을 건 메시지일 뿐 아니라 전형계획 제출을 하루 앞둔 급박한 시점에 서류 한 장 없이 ‘전화’로 정책방향을 통보한 것을 두고 대학가는 물론 교육 현장이 들끓었다. 시기와 절차 모두 의문을 자아내기에 충분한 사건이었기 때문이다. 연대가 곧바로 2020학년 정시 확대를 담은 전형계획을 발표하면서 논란에 불을 붙였다. 교육부 이진석 고등교육정책실장은 2일 기자 브리핑에서 “이대로 가면 수시와 정시 비율이 9대 1까지 갈 수 있을 것을 우려한 조치”라고 해명했지만 충분한 답변은 될 수 없었다. 

일부 언론에 따르면 청와대도 교육부의 ‘무리수’에 당황스럽다는 반응을 보였다. 이미 교육부와 논의가 끝난 사안인데 급작스럽게 각 대학에 통보하는 식이 됐는지 알 수 없다는 의견이다. 지난 1월 청와대와 교육부는 2020학년 대입부터 수시 비중을 더 이상 확대하지 않는 쪽으로 협의를 마친 것으로 알려졌다. 이에 따라 오는 8월 발표하기로 한 2022학년 대입정책 개편은 대통령 직속 국가교육회의가, 2020학년 대입전형은 교육부가 맡는 것으로 정리가 됐다. 한 여당 의원은 “학생부종합전형에 대한 부정여론이 높아 줄곧 정시확대 방향을 전달했는데도 교육부가 별다른 움직이 없었는데 이렇게 황당한 방식으로 처리할 줄은 몰랐다”고 말했다. 

교육부가 비정상정인 방식으로 정시확대를 요청한 배경을 두고 여러 언론들의 추측이 이어졌다. 한 언론에서는 청와대의 지시를 놓고 교육부가 의견차를 보이다 어쩔 수 없이 따른 끝에 나온 행보라는 해석이 나왔다. 한 여권 관계자는 “이전 정부가 지속적으로 수시확대를 추진해왔고, 재정지원 등을 활용해 수시를 늘리는 대학에 인센티브를 줬다”면서 “교육부 역시 이런 역할을 해왔는데 갑자기 정책을 선회하자니 교육부 입장에서도 쉽지 않았을 것”이라고 분석했다. 

대학의 반발을 예상한 교육부가 청와대의 의견을 전달하는 것을 계속 미루다가 사단이 난 것이라는 의견도 있었다. 한 교육 전문가는 “청와대나 국회의원이 교육에 대해서 몰라도 너무 모른다. 전형비율은 청와대가 늘리라면 늘리고, 줄이라면 줄일 수 있는 것이 아니”라면서 “최근에 교육부로 온 높은 자리에 있는 사람들은 몰라도 교육부에 수십 년간 몸담아 온 사람들은 대입을 급작스럽게 바꾸는 게 얼마나 큰 리스크를 담보하는 일인지 안다. 입학 자체가 원칙적으로는 각 대학에 달린 일이기 때문에 구체적으로 지시할 수도 없다. 그 동안 교육부의 정책도 대입전형을 사전에 확정하라는 사전예고제나 재정지원사업을 이용해 유도하는 선에서 그칠 뿐 직접적이거나 강제로 지시한 적은 한 번도 없었다”고 비판했다. 

여당 의원들의 대입에 대한 '몰이해'는 최근 펴낸 보고서에서도 여실히 드러났다. 여당 초/재선 의원 20여 명으로 구성된 ‘더미래연구소’가 내놓은 ‘학생과 학부모 등 수요자 중심의 입시제도 개편안을 제안한다’는 보고서에는 학종을 폐지하고 ▲수능 ▲수능+내신 ▲내신 전형을 각각 동일한 비율로 선발할 것으로 주장했다. 수도권 소재 한 사립대 입학 관계자는 이 보고서를 두로 “정치인들이 대입을 얼마나 우습게 여기는지 보여주는 보고서”라고 꼬집었다. 이 관계자는 “아무리 대학이 정부지원금을 받고 있다고 하지만 어떤 학생을 어떻게 뽑을지는 어디까지나 대학의 권한”이라며 “전형비율을 강제할 수 있다는 발상 자체가 대입과 대학에 대한 무지함을 드러내는 것”이라고 비판의 날을 세웠다. 

일부 언론에서는 차관의 무리수를 계기로 당정청의 불협화음이 본격 수면 위로 드러났다는 지적도 있었다. 한 여당 의원은 “김상곤 부총리 취임 이후 교육 정책의 혼선에 여당 의원들의 불만이 극에 달한 상황”이라며 “당정 협의를 해도 교육부가 여당의 의견을 잘 수렴하지 않는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6일 열린 교육부와 여당의 당정 실무협의에서도 여당 의원들이 교육부의 조치를 강하게 비판한 것으로 전해졌다. 회의에 참석한 한 여당 의원은 “회의에서 최근 대학들의 수시 비중이 급격히 늘어나고 있는 문제에 대한 우려의 목소리가 있었다”며 “그렇다고 전화 한 통화로 대학에 정시 확대를 요구한 행태에 대해선 당과 협의를 해야 했다는 의견을 교육부에 전달했다”고 말했다. 

<비정상적 정책지시.. 대학가 불만 들끓어>
2020학년 대입전형계획 제출 마감일이었던 지난달 30일 고려대 경희대 서강대 성균관대 연세대 이화여대 중앙대 한국외대 한양대가 참여하는 서울 9개대학 입학처장협의회는 이날 만남을 갖고 2020대입에서 정시를 확대하기로 합의했다. 매년 수시확대 기조를 보여온 각 대학이 급작스럽 대입정책을 뒤집은 데는 교육부의 압박이 있었다. 이날 박 차관은 상위 주요대학 총장을 직접 만나거나 전화를 걸어 “수시확대를 적정선에서 중단하라”며 정시를 확대해달라는 메시지를 전달한 것으로 알려졌다. 

절차를 무시하고 ‘지침’ 식으로 전달된 방향에 대학가의 불만의 목소리가 커졌다. 그간 교육부가 학생부위주전형을 중심으로 한 ‘수시확대’를 권장해오다 갑작스레 방향을 선회하면서 적극적으로 지침을 따랐던 대학들만 피해를 보는 상황이 됐기 때문이다. 한 대학 입학처장은 “정부가 돈줄을 미끼로 대학을 마음대로 주무를 수 있는 존재라고 여기는 것”이라며 “대입전형 규모는 교육부가 임의대로 정할 사안이 아니다. 대학별로 우수 인재 선발에 가장 적합한 도구를 찾아 활용하는 것 역시 대학이 가진 자율성의 일환인데 이를 두고 왈가왈부하는 것은 폭력”이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이어 “이렇게 급격한 변화를 주려거든 명분이나 근거라도 확실해야 하는데 그런 내용도 찾아볼 수 없다”고 강하게 비판했다. 김재철 한국교총 대변인은 “대입은 한국에서 가장 예민한 문제이기 때문에 3년 전 주요사항을 예고하도록 돼 있다”며 “그럼에도 총장들에게 직접 전화해 정책 변경을 논의한 것은 현장 의견을 무시한 처사”라고 말하기도 했다.  

갑작스런 입시기조 변경으로 상위대학들은 ‘비상사태’에 놓였다. 전형계획 수정을 위한 연장기간이 있다곤 하지만 너무 급작스레 방침이 결정된 탓에 행정처리가 산적해 있기 때문이다. 이미 입학전형위원회를 통해 합의한 내용도 뒤집어야 하기에 고충이 만만찮다. 한 대학 입학관계자는 “수시 정시 모집인원은 입학처에서만 결정하는 것이 아니다. 각 단과대학이나 학부/학과 전공 교수들과도 합의한 사항이다. 일일이 이런 것들을 수정하는 데 겨우 2주의 시간은 너무 짧다”라고 토로했다. 

<'사전예고제는 어디로?' 수요자 사라진 교육정책>
이번 사태에서 가장 뒤로 밀린 건 다름 아닌 학생과 학부모, 대입 수요자들이다. 한 교육 관계자는 “아무리 좋은 정책이라도 교육 현장에서 받아들이고 적응할 시간이 필요하다”며 “예고 없이 바꿔대니 학생들은 입시계획을 새로 짜야할 판”이라고 우려를 표했다. 

일각에서는 이번 사태를 두고 1년마다 대입이 달라지는 ‘누더기 대입정책’이라고 꼬집기도 했다. 실제로 현 고3부터 중3은 학년마다 입시제도가 제각각인 상황을 피할 수 없게 됐기 때문이다. 현행 고3은 ‘수시확대’ 기조에 따라 2019학년 입시를 치르게 되지만 현 고2부터는 정시확대 방침으로 정시 선발인원이 늘게 됐다. 고1의 경우 2015개정교육과정의 도입으로 수능 출제범위 자체가 달라진다. 중3은 수능 절대평가, 수시-정시 통합선발 등이 이슈인 ‘2022학년 대입 개편안’을 앞두고 있다. 중3학생들은 학생부 기재방식과 내신 반영방법도 변호가 예고된다. 수험생과 학부모 인터넷 커뮤니티에서 “수험생은 인생을 갖고 장난치냐”는 비판의 목소리가 나오는 배경이다. 

각 학교 진학부장들의 입장도 난처해졌다. 서울의 한 고교 교사는 “고3 학생들 사이에서 내년 입시에서 정시가 늘어나면 우리도 재수하는 게 유리한 것 아니냐는 얘기도 나오고 있다”고 토로했다. 고2 자녀를 둔 한 학부모는 “내신 잘 받아서 수시 준비하려고 일반고에 진학했는데 정시를 늘리겠다는 얘기를 들으니 허탈할 뿐”이라며 “이 나라를 벗어나야겠다는 생각밖에 들지 않는다”고 성토했다. 

대입 사전예고제를 강화하겠다는 정부가 이전보다 혼란스러운 입시정책을 펴게 된 데는 교육수요자보다는 선거와 공약만을 앞세운 잘못된 우선순위 때문이라는 비판의 목소리가 높다. 한 교육 전문가는 “당장 눈앞에 닥친 6월 지방선거 때문에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다가 더 큰 화를 불러 온 것”이라고 지적했다. 이 전문가는 “최근 언론들이 당장 2019학년 수능최저가 폐지될 것이란 오보를 내면서 촉발된 ‘정시확대’ 요구를 보며 정치권에서 ‘표심’을 생각할 수밖에 없었을 것이다. 급격한 변화를 통한 ‘인기몰이’에 나선 셈”이라고 상황을 짚었다. 교육계에서는 이처럼 정치논리에 사로잡힌 ‘교육정책 흔들기’를 중단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았다. 수도권의 대학 관계자는 “정시비율이 늘어난다고 해서 꼭 나쁘다고만은 볼 수 없다. 여러 선발도구 간 비중 조정은 발생할 수 있는 일이다. 하지만 특정 전형의 확대 내지 축소가 어떤 효과를 가져올 지 면밀한 사전연구 없이 정치논리로 교육을 흔드는 것은 있을 수 없는 일”이라고 꼬집었다. 

또다른 교육 전문가는 “이번 정부는 취임 초기부터 사전예고제 강화를 내세우며 수요자들의 예측 가능성을 중시한단 인상을 심는 데 주력했다. 하지만 이후 행보들을 보면 수요자 배려는 온 데 간 데 없다고 봐야 한다. 추천서 폐지, 블라인드 면접 도입 등만 하더라도 충분한 논의 없이 급작스럽게 발표됐고, 적용시점도 당장 올해나 내년으로 결정돼있다. 겉으로만 ‘사전예고제 강화’를 외치고 있을 뿐 수요자들이 겪을 혼란은 일체 배려하지 않는 모습이다. 국가교육회의 정책숙려제 등도 결국 허울 좋은 껍데기에 불과한 것”이라며 “가장 큰 피해를 볼 것은 현 고2 학생들일 것으로 보인다. 그간 정부가 보여 온 수시확대 기조를 믿고 늘어난 수시비중에 맞춰 대입을 준비해온 학생들의 선택지는 줄어들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급작스런 제도 변경 시 충분한 사회적 합의를 거치고 수요자들이 대비할 시간을 준다는 ‘원칙’을 지키는 것이 그렇게 어려운 일인지 묻고 싶다”라고 강한 비판을 남겼다. 

오락가락한 정책행보로 교육부 폐지론이 고개를 들고 있다. 지난 달 30일 교육부 차관이 주요대학에 전화를 걸어 정시확대 주문한 것이 알려지자마자 연대가 2020학년 전형계획에서 정시비중을 소폭 확대하는 것으로 화답했다. 언론의 오보로 밝혀지긴 했지만 앞서 25일에는 고교교육 기여대학 지원사업 당장 올해부터 수시에서 수능최저학력기준(수능최저)을 폐지하는 대학에 고교교육 기여대학 지원사업 대상대학 선정 시 유리하게 작용한다는 안내자료로 논란을 샀다. 수능영향력을 줄이는가 싶더니 다시 정시를 늘려 수능을 영향력을 확대하는 듯한 혼란상으로 학생과 학부모들의 혼란이 극에 달했다. 청와대 국민청원 게시판은 ‘3년 예고제는커녕 하루에도 오락가락 교육부를 폐지합시다’ ‘이번에 일반고 학부모들이 광화문으로 나가야 합니다’ ‘교육부장관 김상곤 퇴진을 원합니다’ 등의 청원이 줄을 잇고 있다. 닷새 전 수능최저 폐지를 반대하는 청원은 8만3000원명이 동의 의견을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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