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대 14건 ‘최다’ 성대 10건, 연대 8건 순.. 동료논문 끼워넣기 ‘꼼수’ 적발해야

[베리타스알파=윤은지 기자] 최근 10년간 교수가 본인 논문에 미성년 자녀를 공저자로 등록한 사례가 49개에서 138건에 달하는 것으로 밝혀졌다. 미성년자도 논문 작성에 참여할 수는 있지만 자녀의 대학 입시를 위해 활용됐을 가능성이 높아 비난이 일고 있다. 교육부가 4일 공개한 2차 실태조사 결과에 따르면 미성년 공저자 등록 사례는 1차 조사에서 파악된 29개교 82건의 논문 외 20개교 56건이 추가로 파악됐다. 10년간 모두 49개교 138건이다. 적발된 학교 수로 따지면 전체 4년제대학 231곳 가운데 23%에 해당한다. 서울대 연세대 고려대 등 주요 상위권대학 대부분에서 관련 사례가 확인된 가운데 서울대가 14건으로 가장 많았고, 성균관대 10건, 연세대가 8건으로 뒤를 이었다. 

논문 공저자에 미성년 자녀 이름을 올리는 것이 법적으로 금지된 것은 아니다. 실제 연구 참여도와 기여도가 높다고 판단되면 공저자로 등록하는 데 제한은 없다. 하지만 연구에 대한 기여도가 극히 낮거나 참여하지 않은 사람을 저자로 표시하는 것은 자녀뿐만 아니라 어떤 사람이라도 연구 부정행위에 해당한다.  

일각에서는 교수들끼리 동료 자녀나 친인척의 이름을 끼워 넣는 ‘꼼수’도 조사 대상에 포함해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교육부가 두 차례 전수조사를 실시했지만 교수사회에서는 “새로운 형태의 꼼수가 횡행하는 만큼 재발방지를 위해 더 강력한 대책을 마련하고 총체적인 연구윤리 개선에 나서야 한다”는 지적이 나왔다. 지인의 부탁을 받고 다른 자녀를 올려줬거나 자녀가 아닌 친척을 끼워 넣은 사례는 적발되지 않았기 때문이다.  

최근 10년간 교수가 본인 논문에 미성년 자녀를 공저자로 등록한 사례가 138건에 달하는 것으로 밝혀졌다. 미성년자도 논문 작성에 참여할 수는 있지만 자녀의 대학 입시를 위해 활용됐을 가능성이 높아 비난이 일고 있다. 교육부가 4일 공개한 2차 실태조사 결과에 따르면 미성년 공저자 등록 사례는 1차 조사에서 파악된 29개교 82건의 논문 외 20개교 56건이 추가로 파악됐다. /사진=베리타스알파DB

<미성년자녀 공저자 등록.. 10년간 49개교 138건>
교육부의 2차 실태조사는 1차 조사보다 조사 대상 논문의 범위를 확대하고, 대학의 자체 조사 가이드라인을 제시해 보다 엄격하게 실시했다. 전국 4년제대학(대학원 포함) 전임교원 7만5000여 명을 대상으로 2007년 2월28일부터 2017년 12월31일까지 약 10년간 발표된 논문 가운데 중고등학생 자녀가 교수와 함께 저자로 포함된 사항을 조사했다. 

조사 결과 논문에 미성년 자녀를 공저자로 등록한 사례는 서울대 연대 고대 등 49개교에서 138건에 달했다. 주요대학 중에선 서울대가 14건으로 가장 많았고, 성대(10건) 연대(8건) 경북대(7건) 국민대(6건) 경상대(5건) 인하대(5건) 순으로 나타났다. 

가톨릭대 건국대 경일대 부경대 포스텍 등 5개교가 각 4건, 가천대 단국대 부산대 세종대 숙명여대 영남대 한국외대 등 7개교 각 3건, 가톨릭관동대 대구대 대진대 순천향대 아주대 안동대 인천대 전주교대 중앙대 한국교통대 한양대 홍익대 등 12개교 각 2건, 고려대 동아대 동의대 삼육대 상명대 서울과기대 서울교대 서울여대 순천대 영산대 울산대 을지대 이화여대 전남대 청주대 충남대 침례신학대 한서대 등 18개교 각 1건으로 나타났다.  

적발된 교수들은 연구 당시 자녀가 주로 실험하는 것을 돕거나 영문 철자 등을 교정하는 역할을 했다고 주장했다. 서울대 A교수는 2012년부터 2013년까지 고교생 자녀를 자신의 국제학술지 등재 논문에 공저자로 기재했는데 연구 수치와 결과를 기록하는 것을 자녀가 도왔다고 설명했다. 부산대의 B교수도 논문 철자를 교정했다는 이유로 고3 자녀를 국제학술지 등재 논문에 공저자로 이름을 올린 것으로 확인됐다. 연세대의 C교수는 자신이 속한 학회의 봉사활동에 중학생 자녀를 참여시키고 자기 논문에 공저자로 표기하기도 했다. 

<연구부정 추가조사.. 대입활용 적발 시 ‘입학취소’>
교육부는 적발된 논문에 대해 위법성을 판단하고 해당 논문이 대입에 활용된 경우에는 자녀들의 입학을 취소시킬 예정이다. 정부 연구비를 지원 받았다면 해당 교수에 대한 징계와 사업비 환수에도 나선다. 각 대학은 1,2차 조사결과 대상 논문 전체에 대한 ‘부당저자 표시 여부’를 검증하고 결과를 교육부에 제출해야 한다. ‘연구윤리 확보를 위한 지침’에 따라 연구 수행 당시의 대학이 1차적 연구부정 검증 권한을 보유하기 때문이다. 

교육부는 각 대학의 검증결과에 대해 절차의 적정성 여부 등을 검토한 후 부적정 판단 시 재조사를 권고할 계획이다. 최종적으로 ‘부당 저자표시’로 판명된 사안에 대해서는 징계, 사업비 환수와 더불어 대입 활용여부를 조사해 입학취소 등의 조치를 취할 예정이다. 김병욱(더불어민주) 의원이 입수한 자료에 따르면 1차 조사 때 적발한 82건 가운데 64%에 달하는 53건의 논문에 정부 예산이 투입된 것으로 나타났다. 이 가운데 교육부가 파악한 33건에만 100억원이 넘는 예산이 지원된 것으로 알려졌다.

관련 제도도 개선한다. ‘연구윤리 확보를 위한 지침’ 훈령을 개정해 미성년자가 논문에 저자로 포함될 경우 ‘학년’이나 ‘연령’을 추가로 표시하도록 한다. 미성년자가 논문에 저자로 포함된 실태를 파악할 필요성이 인정되는 반면 현재는 저자의 ‘소속기관’만 표시하고 있어 총체적인 파악이 어렵다는 점을 고려했다. 초/중등학교 소속으로 표시된 경우 교사인지 학생인지 구분이 불가하다는 지적이다. 미성년자를 저자로 포함 시 ‘소속기관’과 ‘학년’ ‘연령’ 표시를 의무화해 총체적인 실태파악과 학계 자체적인 점검 기제를 강화할 방침이다. 

교육부는 이번 조사에 이어 매년 실태조사를 실시하고 감사의 주요 점검사항으로 반영해 체계적인 관리체계를 마련할 계획이다. 이와 함께 학술연구 발전을 위한 기반으로 연구윤리를 강화하기 위한 중장기 제도개선 방안도 마련한다. 

김상곤 부총리 겸 교육부장관은 “논문에 기여하지 않은 미성년자가 논문에 저자로 표시되는 것은 명백한 위법행위이자 학문의 발전과 건전한 연구 풍토의 근간을 흔드는 행위”라며 “공정하고 엄격한 절차에 따라 관련 검증이 이뤄지고, 잘못이 밝혀지는 경우 법에 정해진 바에 따라 단호하게 조치하겠다”라고 밝혔다. 

<동료교수 논문에 끼워넣기 등 ‘허점’ 지적도>
두 차례에 걸쳐 실태조사를 실시했지만 정작 교수사회에서는 “잡기 쉬운 하수만 걸렸다”는 평가가 나오고 있다. 교육부 조사 대상에는 지난 10년간 미성년 자녀를 자신의 논문에 직접 올린 경우만 포함됐기 때문이다. 지인의 부탁을 받고 다른 자년를 공저자로 올리거나 자녀가 아닌 친척을 끼워 넣은 사례는 제외된 것이다. 

연구윤리 부정 여부를 각 대학에서 1차적으로 판정한다는 점도 한계로 거론된다. 교육부는 확인된 138건의 연구에 대해 수행 당시 교수가 소속됐던 대학에서 연구윤리위원회를 열어 검증 절차를 진행한 뒤 6월까지 결과보고서를 제출하도록 했다. 문제가 된 사안에 대해서 징계를 내리는 등 조치를 취하겠다는 방침이다. 하지만 한 국립대 교수는 “동료 교수의 자녀가 걸린 일인데 누가 먼저 선뜻 나서겠느냐”면서 “결국 제 식구 감싸기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논문의 참여도와 기여도는 대부분 주저자인 교수가 판단하는 데다 이에 대한 기준이 모호하다는 점도 문제로 지적된다. 저자인 교수가 ‘공헌과 기여가 충분했다’고 주장하면 이를 반박하는 것이 어렵기 때문이다. 이미 교육부에 제출한 연구윤리위 보고서 가운데 다수는 “자녀의 기여도가 있다고 판단된다”는 결론이 담긴 것으로 전해지기도 했다. 

교육부의 조치가 지나치게 단편적이라는 평가도 있었다. 한 대학 관계자는 “대체로 실효성 있는 조치”라면서도 “미성년 저자 연령 표시 등의 개선안은 국제학술지의 관행과 어긋나 현장에서 지켜지지 않을 가능성이 높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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