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요자입장보다 학교이익만'..교육계 'SKY이름값 해야'

[베리타스알파=권수진 기자] 연세대가 교육부의 모집정지 처분에 불복해 행정소송을 진행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최근 타 대학들에 앞서 가장 먼저 2020전형계획을 공개하면서 교육부 지침에 적극 호응한 모습과는 대조적인 행보다. 연대는 수시 전 전형의 수능최저를 폐지하고 정시를 확대하는 ‘파격변화’를 단행했다. 대학가에서는 "겉으로는 2020전형계획을 가장 먼저 전폭적으로 수용해 정권에 우호적인 제스쳐를 보내는 한편 행정소송을 통해 모집정지 처분에 불복하는 이중플레이"라는 뒷말이 무성하다. 대학가 한 관계자는 "연세대는 서울대가 학종을 통해 일반고 문호를 확대하고 고대가 동참하면서 한동안 최상위권 입결의 낙수효과를 누려왔다. 대학의 입장에서 인재상에 맞는  입시정책을 쓰는 것은 고유권한이지만 상위대학 가운데 유일하게 특목고 자원과 입결중심의 입시정책을 고수해온 대학이다. 일반고 문호확대와 고교교육정상화를 위해 학종이 확대되는 흐름에는 홀로 버티면서 입결을 독식하다 정시확대에는 가장 먼저 손을 드는 행태가 곱게 보일리 없다. 교육부 입장에서도 앞에서는 입맛을 맞추는 듯하면서 행정소송을 벌이는  이중플레이의 혐의를 벗기 어렵다"고 비판했다. 

연대의 행정소송은 지난해 모집정지처분에 대한 불복이다. 연대는 2016학년과 2017학년, 2년 연속 교육과정을 넘어선 대학별고사를 출제해 교육부로부터 서울캠 34명, 원주캠 1명의 모집정지 처분을 받았다. 연대는 곧바로 이의신청을 제기했으나 교육부는 이를 받아들이지 않고 사전 처분을 확정했다. 연대는 교육부를 상대로 ‘정원 모집정지 취소’ ‘정원 모집정지 집행정지 가처분’ 소송을 제기한 것이다. 

물론 교육계의 비난 움직임이 단순히 표리부동의 태도 때문만은 아니다. 문제는 연대 입시정책의 지향점이 수요자의 입장이라기보다 학교의 이익에 맞추고 있다는 점 때문이다. 한 교육 전문가는 “전형안에 대한 평가는 정부의 입맛에 맞느냐 아니냐의 문제가 아니라 수요자의 입장에서 봐야 한다. 지난 정권에서 교육과정 위반에 입결위주 정책을 고수해 열등생 딱지가 붙었던 대학이, 현 정권 들어 단순히 정부 입맛에 맞는 대입안을 내놨다고 해서 우등생으로 인식될 순 없다. 연대는 학종중심으로 바뀐 서울대 고대 사이에서 홀로 특기자전형과 논술 등을 통해 특목고출신들과 높은 입결의 수험생들을 독식해왔다. 일반고나 지방출신에 대한 문호를 상대적으로 가장 협소하게 운영해온 셈이다. 연대에 대한 비난여론은 이러한 배경에 갑작스러운 대입의 변화를 통해 정권에 영합하는 기회주의적 측면까지 합쳐지면서 증폭됐다고 본다"고 지적했다.  

연세대가 교육부의 모집정지 처분에 불복해 행정소송을 진행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최근 타 대학들에 앞서 가장 먼저 2020전형계획을 공개하면서 교육부 지침에 적극 호응한 모습과는 대조적인 행보다./사진=연세대 제공

<연대 모집정지 왜.. 2년연속 교육과정 밖 출제>
연대(서울) 연대(원주)가 당장 올해 치러질 2019 입시에서 일정 모집인원을 미선발하게 된 것은 공교육정상화법에 따라 진행된 교육과정 위반 여부 판정에서 2년 연속 교육과정을 벗어난 대학별고사를 실시했기 때문이다. 교육과정을 벗어난 대학별고사로 인해 실제로 모집정지 처분이 내려진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공교육정상화법 제10조에 따르면 입학전형에서 대학별고사(논술 등 필답고사, 면접/구술고사, 실기/실험고사 및 교직적성/인성검사)를 실시하는 경우 고교 교육과정의 범위와 수준을 벗어난 내용을 출제/평가해서는 안 된다고 규정하고 있다. 이에 따라 한국교육과정평가원 선행교육예방연구센터는 논술, 구술/면접고사를 실시한 57개대학의 2294개 문항을 대상으로 고교교육과정 위배 여부를 분석했다. 고교 교육과정 범위와 수준을 벗어낸 내용을 출제/평가한 경우 총 입학정원의 10퍼센트 범위에서 모집정지 조치를 내릴 수 있다. 

2014년 공교육정상화법이 발효돼 3년차를 맞이했지만, 올해 처음 처분이 내려지게 된 것은 실제 교육과정 위반 여부를 판정하기 시작한 지 2년에 불과하기 때문이다. 첫 해에는 제대로 된 가이드라인이 잡혀있지 않아 판정이 이뤄질 수 없었다. 한 교육계 관계자는 “법 시행 초기에 제도가 제대로 정착되지 못했다”며 “대학들이 교육과정 위반 여부를 스스로 점검해 발간하는 선행학습 영향평가 보고서가 ‘중구난방’ 격으로 발간되면서 제대로 된 판정이 불가능했다”고 설명했다. “한국교육과정평가원 산하 선행교육예방실이 기재요령 등을 대학에 알리고 교육함으로써 2016학년 처음 교육과정 위반 판정이 내려질 수 있었다”고 덧붙였다. 

이에 따라 지난해 교육과정 위반 판정을 받은 대학은 모두 11개교다. 연대를 포함해 울산대 역시 2년 연속 교육과정을 벗어난 대학별고사를 실시해 모집정지 처분을 받았다. 분석결과 전체 대학별고사 시행대학의 위반문항 비율은 평균 1.9% 수준으로, 수학 1%, 과학 4.3%로 나타났다. 이번 모집정지 처분 대상이 된 3개대학 외에도 건양대 상지대 서울대 서울시립대 안동대 한라대 GIST대학 DGIST의 8개교가 교육과정 위반 판정을 받았다. 재작년에는 3개대학 외 가톨릭대 건국대(서울) 경북대 경희대 부산대 서강대 성균관대 한국항공대 한양대(에리카)의 9개교가 교육과정을 벗어난 대학별고사를 출제한 것으로 드러났다. 재작년 교육과정 위반 판정을 받은 이후 지난해 벗어난 대학들은 2년 연속 위반판정을 받기 전까진 모집정지 처분을 벗어날 수 있어 한 숨 돌린 상태다. 반면 지난해 교육과정 위반 통보를 받은 8개교는 2018입시에서 또 교육과정 위반 문항이 나오는 경우 모집정지 처분을 받기 때문에 촉각을 곤두세운 상태다. 

<2020 파격 변화.. 수능최저 폐지, 정시 확대>
연대가 교육부와의 갈등이 부각되는 한편, 다른 한쪽으로는 교육부의 기조에 발맞춘 입시변화가 눈에 띈다. 연대는 2020학년 수시 전 전형의 수능최저를 폐지하고 정시를 확대하는 ‘파격 변화’를 예고했다. 연대의 대입전형 변화는 고교교육 기여대학 지원사업 탈락의 기로에서 내린 승부수란 평가다. 2년 연속 교육과정 밖 대학별고사 출제로 인해 일부 모집정지 처분을 받은 점, ‘폐지권장’ 대상인 특기자전형을 여전히 높은 비율로 유지하는 점 등으로 인해 사업 탈락이 유력하던 상황에서 교육부 지침에 적극 호응, ‘반전’을 꾀하는 것으로 풀이되기 때문이다.

수능최저 기준을 전면 폐지하는 점이 단연 눈에 띈다. 2019학년까지 수능최저를 적용하던 활동우수형, 기회균형, 논술에서 모두 수능최저를 폐지, 수능 영향력 없이 선발을 진행한다. 현재 상위대학 가운데 수능최저를 전면 폐지한 대학으론 한양대 건국대 등이 있다. 연대는 “고교 교육과정 활성화에 기여하고, 학생들의 수능 부담을 완화하기 위해 수능최저 폐지를 결정한 것”이라며 “전형을 단순화함으로써 학생들의 부담이 완화될 것으로 보고 있다”라고 이유를 밝혔다. 

전형별 규모 변화도 많다. 전체 모집인원은 3433명으로 2019학년의 3430명과 별반 차이를 보이지 않은 가운데 전형별 모집인원에는 대폭 손질이 가해졌다. 가장 변화가 큰 것은 정시다. 2019학년 1011명(29.5%)에서 2020학년 1136명(33.1%)으로 125명의 인원을 늘린다. 2016학년 1051명(30.5%)에서 2017학년 1003명(29.4%)으로 모집인원을 한 차례 줄인 후 2018학년 1016명(29.6%), 2019학년 1011명(29.5%)으로 비슷한 규모를 유지해오다 확대 추세로 기조를 바꿨다. 교육부가 최근 상위대학들에 전달한 ‘정시확대’ 방침을 적극 구현한 것이다. 

특기자는 축소 폭이 뚜렷하다. 같은 실기위주 전형 가운데 예체능 전형인 체육인재를 제외하고 보면, 2019학년 761명(22.2%)에서 555명(16.2%)으로 대폭 줄어든다. 계열별로 보면 어문학인재 54명(1.6%), 과학인재 273명(8%), 국제인재 228명(6.6%)이다. 2018학년 전형계획을 통해 예고한대로 사회과학인재계열은 폐지됐다. 기존 인문학인재는 어문학 전공만 모집을 실시하는 변화를 주면서 어문학인재로 명칭을 변경했고, 과학공학인재와 IT명품인재는 과학인재로 통합됐다. 

<판정 불복.. 실효성 논란도>
‘교과과정 밖’ 출제라고 인정할 수 있는 범위를 두고 대학과 정부 간 이견이 존재할 가능성이 열려있다는 점은 우려로 남는다. 한 대학 관계자는 “연대처럼 2년 연속 위반 했을 뿐만 아니라 논술과 면접 모두에서 위반사항이 지적된 경우라면 ‘노력을 들였다’는 말로 해명하기 어렵다”면서도 “일부 고사에서만 위반 판정을 받았거나 위반사실이 1회성에 그친 경우에는 이견이 클 수 있다”고 말했다. 

논란을 방지하기 위해서는 사후조치가 아닌 사전예방에 초점을 맞춰야 한다는 지적도 나온다. 한 대학 관계자는 “대학들이 노력을 쏟더라도 위반판정이 나올지 안 나올지는 알 수 없기 때문에 매번 불안함에 떨고 있는 상황”이라며 “차라리 출제위반 여부를 미리 검토해주는 기관을 만들었으면 한다”고 말하기도 했다. 교육과정 위반 판정을 피하기 위해 마냥 문제를 쉽게 출제하기도 어려운 상황이다. 변별력 문제 때문이다. 한 대학 관계자는 “선발에 문제가 없으면서 쉬운 적정난도를 찾는다 하더라도 교육과정 위반 가능성은 여전히 남는다. 교육과정에 계속 변화하다보니 정말 쉬운 개념이라 하더라도 교육과정에서 제외된 용어가 들어간다든지 하면 어김없이 위반 판정이 나오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교육과정 밖 출제의 가장 큰 피해자는 수험생이라는 점에서 사전예방의 필요성에 더욱 힘이 실린다. 대학이 교육과정 위반 판정을 받더라도 이미 해당 문제로 시험을 치른 수험생들은 입시를 마친 시점이기 때문이다. 한 교육 전문가는 “선행학습을 하지 않은 학생들이 교육과정 위반 문제로 입는 피해는 구제 대상으로 거론조차 되지 않고 있다”고 꼬집었다. 

<2019 모집인원 변동 여부 촉각>
모집정지 처분을 당장 2019입시부터 적용되도록 한 점도 문제가 있다는 지적이다. 소송 결과에 따라 당장 2019 모집인원에 또 다시 변동이 생길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연대의 경우 상위대학의 위상이 공고하고 연대(원주) 의예과도 자연계열 최상위 수험생들이 선호하는 모집단위인만큼 갑작스러운 모집인원 축소/확대에 대한 파급효과가 더 큰 편이다. 올해 입시를 치르는 예비 고3 학생/학부모들은 대입 문호에 촉각을 곤두세울 수밖에 없다. 

현재 대입은 사전예고제를 적용받는다. 사전예고제는 한국대학교육협의회(대교협)이 ‘대입전형 기본사항’을 고1 8월말(대입 2년6개월 전) 내놓으면 이를 기반으로 대학들이 ‘대입전형 시행계획’을 고2 4월말(1년 10개월 전)까지 발표하도록 한 제도다. 사전예고제에 따라 올해 치러질 2019 입시 관련 대입전형 시행계획은 지난해 4월말까지 모두 발표된 상황이다. 전형계획은 모집요강에 비하면 상대적으로 덜 구체적이지만, 모집인원과 전형방법 등이 담겨 있어 전반적인 입시를 예측할 수 있게 해준다. 전형계획에는 모집단위(계열)별 모집인원, 지원자격, 수능 필수 응시영역, 전형요소 및 반영비율, 학생부 반영 교과, 수능 영역별 반영 비율 및 가산점에 관한 내용이 반드시 포함돼야 한다. 한 번 공개된 전형계획은 대학 임의로 바꿀 수 없다. 구조조정에 따른 학과 개편과 정원조정, 기본사항 변경, 행정처분 등의 예외사항일 경우에만 대교협의 승인 하에 변경할 수 있다. 

특히 현 정부는 ‘예측가능한 입시가 되도록 대입 법제화 추진’을 공약으로 내걸었고 이는 국정과제에서 3년6개월 전 대입정책 예고제 법제화를 실시하겠다는 내용으로 구체화됐다. 현행 고1 8월말보다 앞선 중3 8월말, 자신이 치르게 될 대입정책의 기본틀을 파악할 수 있도록 한다는 취지다. 사전예고제 도입 취지가 입시가 코 앞에 임박해서야 전형을 파악할 수 있었던 폐해에서 벗어나는 것이 목적이었던 만큼 수요자의 예측 가능성을 더욱 높이겠다는 의도다. 

사전예고제 원칙에도 불구하고 공교육정상화법 위반대학에 대한 모집정지가 당장 올해 적용되는 이유는 모집정지 처분이 사전예고제의 예외사항이기 때문이다. 현재 사전예고제를 담고 있는 고등교육법은 시행령을 통해 ▲관계 법령의 제정/개정/폐지 ▲대학 구조개혁을 위한 학과개편/정원조정 ▲대학입학전형 기본사항의 변경 ▲시정/변경 명령을 통한 정원감축/학과폐지/모집정지 등의 행정처분 ▲다른 법령에서 대학입학전형시행계획을 변경할 수 있도록 정한 경우에는 이미 발표한 전형계획을 바꿀 수 있도록 예외를 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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