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책뒤집기로 사전예고제 깬 교육부'.. '현장혼란, 수요자 피해 불가피'

[베리타스알파=박대호 기자] 서울 상위 9개대학이 현 고2가 치르는 2020학년 대입부터 정시확대에 나선다. 대학가 복수 관계자에 따르면, 고려대 경희대 서강대 성균관대 연세대 이화여대 중앙대 한국외대 한양대가 참여하는 서울 9개대학 입학처장협의회는 30일 오전 만남을 갖고 ‘2020학년 대입전형 시행계획(전형계획)’에 정시확대 내용을 담기로 합의했다. 그동안 '대입의 원칙'처럼 유지돼온 ‘수시확대’에서 ‘정시확대’로 상위대학들의 대거 입시기조 전환은 전체 대입에 일대 파란을 몰고 올 것으로 예상된다. 큰 틀의 ‘정시확대’에만 합의한 것일 뿐 아직 행정적인 절차들이 남아있어 실제 정시확대 규모가 얼마나 될지는 현재로선 미지수지만, 통상 선호도 높은 상위대학의 대입전형 변화가 하위대학으로 연쇄반응을 일으킨다는 점을 감안하면 파장이 만만치 않을 전망이다. 고교교육의 파행 개선책임을 대학들에 떠넘기면서 시작된 ‘수시 중심’ 대입기조의 전반적 변화 조짐이라는 예상도 나온다.

이번 정시확대 합의는 교육부의 ‘압박’에서 비롯됐다. “수시확대를 적정선에서 중단하라”며 “정시를 확대해 달라”는 교육부 차관의 메시지가 상위대학에 전달되는 유례없는 일이 벌어진 때문이다. 정시 확대 폭을 두고 ‘일정 비율’이 전달됐다는 얘기도 있지만 이에 대한 대학 간 증언은 엇갈리는 상황이다. 대학 간 전달내용이 다르다는 점에서 2019학년 전형 비율을 기반으로 확대 폭 언급이 달랐을 가능성이 높다.

'정시확대'의 급작스러운 대입정책 뒤집기를 두고 대학가의 불만은 대단했다. 그간 교육부가 학생부위주전형을 중심으로 한 ‘수시확대’를 권장해오다 갑작스레 방침을 선회, 적극적으로 지침을 따랐던 대학들만 피해를 봐야 하는 상황이기 때문이다. 한 대학 입학관계자는 “이번 일은 교육부의 폭력이나 마찬가지다. 그간 교육부 지침을 잘 따르지 않던 대학들에게 면죄부를 주고 지침을 적극 따른 대학들에겐 불이익을 주는 것”이라며 “재정지원사업 등으로 인해 조치를 따를 수밖에 없는 상황이지만, 이런 갑작스러운 지침변경은 수요자입장을 생각하면 일어나서는 안 될 일”이라고 말하기도 했다. 

대학들은 정시확대가 그간 지적돼온 ‘학종의 공정성 지적’을 수용한 결과라는 입장이지만, 그보다는 교육부 방침을 따르기 위해 짜 맞춘 명분쌓기였다는 게 정설이다. 당장 올해부터 적용될 블라인드 면접, 내년부터 적용될 ‘서류 간소화’란 명분의 자소서/추천서 폐지 압박 등으로 학종의 선발가치가 크게 퇴색된 것이 무리한 교육부의 지침에도 불구하고 상위대학들이 입시기조를 바꾼 요인 중 하나란 평가다. 

이번 조치로 정부가 앞장서 펼치는 대입 사전예고제 무력화가 다시 지적의 대상으로 떠오를 전망이다. 대통령 공약사항과 국정과제를 통해 사전예고제 강화를 언급하고, 나아가 여당 주도로 사전예고제 확대를 담은 법안발의까지 이뤄졌음에도 이를 무시하고, 급작스런 교육정책 변화를 준 사례가 또 다시 나왔기 때문이다. 한 교육 전문가는 “이번 정부는 취임 초기부터 사전예고제 강화를 내세우며 수요자들의 예측 가능성을 중시한단 인상을 심는 데 주력했다. 하지만, 이후 행보들을 보면 수요자 배려는 온 데 간 데 없다고 봐야 한다. 추천서 폐지, 블라인드 면접 도입 등만 하더라도 충분한 논의 없이 급작스럽게 발표됐고, 적용시점도 당장 올해나 내년으로 결정돼있다. 겉으로만 ‘사전예고제 강화’를 외치고 있을 뿐 수요자들이 겪을 혼란은 일체 배려하지 않는 모습이다. 국가교육회의 정책숙려제 등도 결국 허울 좋은 껍데기에 불과한 것”이라며 “가장 큰 피해를 볼 것은 현 고2 학생들일 것으로 보인다. 그간 정부가 보여 온 수시확대 기조를 믿고 늘어난 수시비중에 맞춰 대입을 준비해온 학생들의 선택지는 줄어들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급작스런 제도 변경 시 충분한 사회적 합의를 거치고 수요자들이 대비할 시간을 준다는 ‘원칙’을 지키는 것이 그렇게 어려운 일인지 묻고 싶다”라고 강한 비판을 남겼다. 

교육부가 갑자기 '손바닥 뒤집듯' 정책을 뒤집으면서 상위대학들이 2020학년 '정시확대'에 나서기로 합의하는 일이 벌어졌다. 그간 이어져온 '수시확대'에서 '정시확대'로의 입시기조 전환은 하위 대학으로도 번지며 대입에 일대 파란을 몰고 올 것으로 예상된다. /사진=베리타스알파DB

<상위대학들의 정시확대 추진 합의.. 현 고2 치를 2020대입부터>
서울 9개 상위대학이 현 고2가 치를 2020학년 대입부터 정시확대에 나서기로 합의했다. 베리타스알파 취재결과 고려대 경희대 서강대 성균관대 연세대 이화여대 중앙대 한국외대 한양대의 9개대학 입학처장협의회는 30일 가진 만남의 자리에서 2020학년 전형계획에 정시확대 내용을 담기로 의견을 모았다. 익명을 요구한 한 대학 입학 관계자는 “오늘 9개대학 입학처장협의회의 조찬 모임이 있었다. 큰 틀에서 정시확대에 대한 입학처장들의 합의가 있었다. 2020전형계획에 반영할 방법을 논의하라는 지침이 내려온 상황”이라고 털어놨다. 

일단 이번 정시확대는 일부 상위대학에 국한된 현상일 것으로 보인다. 당장 9개대학 이상으로 정시확대 방침이 번질 가능성은 크지 않았다. 상위대학에 비해 선호도가 낮은 것으로 알려진 대학에는 별다른 조짐이 없었기 때문이다. 9개대학 처장협의회에 참여하지 않고 있는 한 대학 입학처장은 “9개대학에 그런 지침이 내려졌다는 것은 알고 있지만, 우리 대학에는 별다른 지시사항이 없었다. 기존에 준비했던 대로 2020학년 전형계획을 마무리 지을 예정”이라고 말했다. 

9개대학 처장협의회를 통해 정시확대 방침이 합의됐지만 모든 상위대학이 정시확대에 나서는 것도 아닐 전망이다. 대입정책 등에 대해 의견을 같이 하는 모임이지만 실제 대학별 전형비율 등이 달라 일괄적인 행동이 쉽지 않은 때문이다. 교육부의 방침전달 이전 정시를 늘려놓은 곳도 존재했다. 9개대학 중 한 대학 입학처장은 “우리 대학은 교육부로부터 정시확대에 대해 별다른 언급이 없었다. 다른 대학에 비해 정시비율이 높기 때문으로 보인다. 정시 비율이 낮은 대학들을 대상으로 정시확대 방침이 전달된 것으로 보고 있다”라며 “우리 대학은 초과선발이나 미선발 등에 따른 자연증감분을 제외하면 2019학년과 동일한 정시 비중을 유지할 예정”이라고 설명했다. 다른 대학 입학 관계자는 "이미 우리대학은 교육부의 메시지가 내려오기 전 정시를 소폭 확대한 상황이다. 추가적인 정시확대 가능성에 대해 논의했지만 일단은 기존 소폭의 정시확대안을 유지하기로 했다"라고 말했다. 

하지만, 이번 결정으로 대학가에는 일대 ‘파란’이 예상된다. 규모와 무관하게 ‘수시확대’란 대입정책의 큰 틀이 뒤집히는 사건이기 때문이다. 고교교육의 파행을 대학들이 나서서 막아야 한단 ‘대의’에서 출발, 서울대가 앞장서고 여타 상위대학들이 뒤를 받치며 만들어진 ‘수시 중심’ 대입구조에도 큰 변화의 바람이 불 것이란 예상이 많았다. 한 대입 전문가는 “그간 교육부는 꾸준히 ‘수시확대’를 대학들에 주문해왔다. 물론 대입정책과 연관이 큰 사업으로 올해 5년차를 맞이한 고교교육 기여대학 지원사업을 통해 교육부가 명시적으로 ‘수시 확대’를 언급한 적은 없다. 하지만 ‘학교교육 중심 전형운영’이란 항목을 두고 대학별 전형비중의 적절성을 언급했으며, 입학사정관 규모에 따라 지원금을 차등배분하는 등 사실상 대학들의 ‘수시확대’를 적극 권장해왔다고 봐야 한다”라며 “9개대학이 모여 내린 결정이지만 그 여파는 클 것으로 보인다. 그간 대입정책 변화가 있을 때마다 국립대법인인 탓에 자유로운 목소리를 내기 어려운 서울대 외 9개대학이 목소리를 내며 상황을 주도해왔기 때문이다. 당장 2020학년에는 상위대학에 국한되는 정시확대가 이후로는 다른 대학들로 번져나갈 가능성이 높다”라고 진단했다. 

급작스런 방침 전달로 2020학년 전형계획 확정일자도 다소 늦어질 예정이다. 본래는 30일로 입력이 전부 끝나지만, 연장기간을 둠으로써 정시 확대를 반영하는 방식이다. 다만, 수요자들에게 전형계획이 발표되는 시점은 예년과 같을 것으로 전망된다. 한 대학 관계자는 “일단 2020전형계획 입력은 오늘까지 전부 마무리 돼야 한다. 수정기간을 예년 대비 다소 긴 내달 중순까지 둘 것으로 방침이 전달된 상태”라며 “학생/학부모를 대상으로 한 발표시한은 지켜질 것으로 보고 있다. 4월말까지는 홈페이지 등에 공고될 예정”이라고 말했다. 

<바뀐 대입기조 왜? 교육부의 정책뒤집기 ‘압박’>
2020학년 전형계획은 대입 사전예고제에 따라 4월말까지 발표돼야 한다. 다만, 한국대학교육협의회(대교협)으로부터 사전 승인을 받는 절차가 있어 실제 전형계획 작성완료 시점은 그보다 앞으로 당겨진다. 2020학년 전형계획 작성 마감일은 공교롭게도 9개대학이 ‘정시확대’를 결정한 30일이다. 

전형계획 작성 마감 당일 급박하게 대입정책 기조를 ‘수시확대’에서 ‘정시확대’로 뒤집은 주역은 교육부다. 베리타스알파 취재에 따르면 교육부 박춘란 차관은 최근 대학 총장들에 직접 연락, 수시확대를 적정선에서 멈춰야 한다며 정시확대를 주문한 것으로 밝혀졌다. 이에 입학을 담당한 입학처장들이 모여 논의, 교육부의 요구안을 수락하기로 한 것이다. 익명을 요구한 한 대학 입학관계자는 “‘적정 수준에서 수시확대를 멈추라’는 전달이 있었다. 명시적으로 ‘정시확대’를 얘기하지는 않았다지만, 의도는 충분히 드러난 셈”이라고 말했다. 

대학들은 교육부의 전달사항을 ‘압박’으로 받아들일 수밖에 없다는 입장이다. 재정지원사업과 대학구조개혁을 총괄하는 교육부의 ‘지시’를 어길 시 ‘후환’을 걱정해야 한단 것이다. A대학 입학관계자는 “현재 대학들은 등록금 동결과 입학금 인하/폐지 등으로 인해 유례없는 재정난을 겪고 있다. 입학업무도 마찬가지다. 지난해 ‘강제’나 마찬가지였던 전형료 인하 권장으로 인해 재정지원사업인 고교교육 기여대학 지원사업에 목을 맬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대학기본역량진단으로 이름을 바꾼 대학구조개혁평가나 산학협력, 연구지원, 혁신지원 사업도 전부 교육부 소관인데 교육부의 ‘압박’을 무시할 수 있는 ‘간 큰 대학’은 드물 것”이라며 “그간 교육부가 재정지원사업을 기반으로 대학들에 알게 모르게 영향력을 행사해온 것은 잘 알려진 사실이다. 정권이 바뀌었다고는 하지만 프라임사업에서 점수가 높은 대학을 탈락시키는 등의 사실이 감사에서 드러나기도 했다. 대입전형 때문에 이러한 일을 겪을 수 없다는 게 솔직한 심정”이라고 토로했다. 

대학가에서는 이번 교육부의 ‘정시확대’ 방침을 두고 ‘폭력’이라는 얘기까지 나오는 실정이다. 그간 수시확대를 권장하며 재정지원을 늘리더니 갑작스레 ‘정시확대’로 선회, 그간 쌓아온 ‘공든 탑’을 무너뜨리고 있다는 점에서다. B대학 입학처장은 “정부가 대학들을 재정만 지원하면 맘대로 주무를 수 있는 존재라고 여기고 있는 것”이라며 “대입전형 규모는 교육부가 맘대로 정할 성질의 것이 아니다. 대학별로 우수 인재 선발에 가장 적합한 도구를 찾아 활용하는 것인데 이를 두고 늘려라 줄여라 하는 것은 ‘폭력’이다. 이렇게 급한 변화를 주려거든 명분이나 근거가 확실해야 하는데 그러한 내용도 일체 찾아볼 수 없는 상황”이라고 강하게 비판했다. 

그간 정부 방침에 적극적으로 따라온 ‘착한 대학’들이 피해를 본다는 의견도 귀담아 들을만 했다. C대학 입학처장은 “지금처럼 입시정책을 갑자기 바꾸는 것은 그간 정부방침에 적극적으로 호응해온 대학들을 무시하는 처사다. 오히려 정부방침에는 아랑곳하지 않고 ‘마이웨이’를 걸은 대학들에게 유리함을 주는 것이기 때문”이라며 “이런 식이라면 앞으로 교육부가 내리는 지시는 ‘불신’의 대상이 될 수밖에 없다. 적극적으로 정부 방침을 따르기보단 미온적인 태도를 유지하며 ‘적정선’에서만 움직이는 상위대학들이 많아질 것”이라고 말했다. 

이번 교육부의 결정은 당장 눈앞에 닥친 6월 지방선거와 연관이 크다는 게 중론이다. 한 대입 전문가는 “최근 언론들이 당장 2019학년 수능최저가 폐지될 것이란 오보를 내면서 촉발된 ‘정시확대’ 요구를 보며 정치권에서 ‘표심’을 생각할 수밖에 없었을 것이다. 급격한 변화를 통한 ‘인기몰이’에 나선 셈”이라고 상황을 짚었다. 

교육계에서는 이처럼 정치논리에 사로잡힌 ‘교육정책 흔들기’를 중단해야 한단 목소리가 높았다. 한 대학 관계자는 “정시비율이 늘어난다고 해서 꼭 나쁘다고만은 볼 수 없다. 여러 선발도구 간 비중 조정은 발생할 수 있는 일이다. 하지만, 특정 전형의 확대/축소가 어떤 효과를 가져오는지 면밀한 사전연구 없이 정치논리로 교육을 흔드는 것은 있을 수 없는 일”이라고 지적했다. 

<‘정시확대 규모는’.. 대학들의 ‘고민’, ‘30%’ 제시됐나>
문제는 그 ‘규모’다. 얼마나 정시확대가 벌어지는지에 따라 파장의 정도도 달라질 것이기 때문이다. 하지만, 대학들은 실제 2020정시 확대 규모에 대해선 말을 아꼈다. 행정절차를 거치지 않은 상황에서 정확한 규모를 발표하는 것은 불가능하단 점 때문이다. D대학 입학팀장은 “처장협의회에서 규모 관련 ‘일정 범위’가 논의된 것은 사실이다. 하지만 이는 처장들 간의 합의내용일 뿐, 대학 내부적인 의사결정 과정을 다시금 거쳐야 한다. 이 과정에서 해당 범위를 지키지 못하는 대학이 나올 수도 있다. 현재로썬 확대 규모에 대한 언급이 어려운 상황”이라고 설명했다. 

갑작스런 입시기조 변경으로 상위대학들은 ‘비상사태’다. 연장기간이 있다곤 하지만, 너무 급작스레 방침이 결정된 탓에 행정처리가 산적해 있기 때문이다. 이미 입학전형위원회를 통해 합의한 내용도 뒤집어야 하기에 고충이 만만찮다. 한 대학 입학관계자는 “수시/정시 모집인원은 입학처에서만 결정하는 것이 아니다. 각 단과대학이나 학부/학과 전공 교수들과도 합의한 사항이다. 일일이 이런 것들을 수정하는 데 겨우 2주의 시간은 너무 짧다”라고 말했다. 

정시확대 목표치에 대해선 증언이 엇갈린다. 일각에선 이번 정시확대 목표치가 사실상 ‘30%’라고 확언했다. ‘정시확대’를 교육부가 상위대학에 권장하는 과정에서 언급한 수치인 때문이다. E대학 관계자는 “정시 확대를 얘기하는 과정에서 ‘30%선까지 확대되면 좋겠다’는 얘기가 있었던 것으로 전달받았다. 현재 정해놓은 전형별 비중을 조정해 수시와 정시를 7대 3으로 조정하란 얘기로 받아들인 상태다. 단순 수치라고 얘기할 수도 있겠지만 지난해 전형료 인하 과정에서 25%를 엑셀파일에 담아 대학들에 내려보내는 등 교육부가 겉보기에만 ‘권장’이고 실질적으론 ‘강제’나 다름없는 지시를 해온 것은 하루 이틀 일어난 일이 아니다”라고 말했다. 

반면, ‘30%’가 제시된 것은 사실무근이라는 대학들의 입장도 존재한다. 일부 대학 입학관계자는 “30%라는 구체적인 수치가 제시되진 않았다. 지금까지 수시확대 기조를 이어오며 정시비율이 크게 낮아져 있는데 전형계획 확정에 임박해 30%를 제시하는 것은 상식에 맞지 않는다. 그보단 낮은 비율을 제시한 상황”이라고 말했다. 

대학들의 증언을 종합하면 교육부가 내린 지침은 대학별로 다를 가능성이 높다. 올해 치러질 2019학년 대입 기준 9개대학의 정원내 선발비율을 보면 개별 대학의 정시 비율은 전부 제각각이기 때문이다. 고려대가 15.8%(600명)로 정시비율이 가장 낮은 가운데 서강대 20.2%(320명), 성균관대 21%(705명), 이화여대 22.9%(694명) 중앙대 26.4%(1145명) 순이었고, 경희대(29.3%, 1390명), 연세대(29.5%, 1011명)는 30%를 약간 밑도는 정시 비율을 보였다. 반면 한양대(852명, 30.3%), 한국외대(1185명, 34.8%)는 정시비율이 30%를 웃돌았다. 이처럼 대학별 정시비율이 다른 상황에서 일괄적인 ‘30%’제시는 어려웠을 것으로 보인다. 

대학들은 정시 확대 규모를 놓고 고심을 거듭하고 있다. 일부 대학의 경우 이미 정시확대 내용을 담은 2020 전형계획을 확정짓기도 했지만, 그 확대 폭은 크지 않은 상황이다. 9개대학 중에서도 별다른 정시확대 제의를 받지 않은 대학은 정시확대에 동참하지 않을 것이기에 실제 확대 규모는 2020 전형계획 확정 이후에나 알 수 있을 전망이다. 

물론 확대 규모가 크지 않더라도 그 파장이 클 것이란 사실엔 변함이 없다. C대학 입학처장은 “대학들의 협의내용대로 모든 것이 이행된다 하더라도 정시확대 규모가 아주 클 것이라고 보긴 어렵다. 기존에 확보해둔 입학사정관 문제나 수시선발의 장점, 나아가 교육부의 급박한 방침전달 시기 등을 볼 때 급격한 변화를 주긴 어렵기 때문이다. 다만, 확대 폭이 작다고 해서 그 파장이 작다고 봐선 안된다. 그간 지켜져온 ‘수시확대’ 기조에 따라 본래는 수시확대에 나서려던 대학들까지 정시확대로 방침을 선회하는 것이란 점에서다. 본래 확대하려던 수시 인원을 생각하면, 드러난 수치 이상으로 정시 규모를 늘린 것이라고 봐야 한다”라며 “개별 대학 기준으론 많지 않은 인원이라 하더라도 대학별 인원이 합쳐지면 무시못할 규모다. 선호도 순으로 수험생들이 대학을 고르는 일이 잦다는 점을 볼 때 2020학년 정시 합격선에도 큰 변화가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협외회 제외, 서울대 2020 전형계획은?>
서울대는 현재 서울 9개대학 입학처장협의회의 구성원에서 제외돼 있다. 다른 대학이 전부 사립대인 것과 달리 국립대란 점 때문이다. 한 교육 전문가는 “국/공립대는 아무래도 사립대에 비해 언로의 제한이 있을 수밖에 없다. 서울시립대 역시 전국 유일의 국공립 4년제대학이기에 9개대학 협의회에 참여하지 않는다”라고 설명했다. 

9개대학이 ‘정시확대’에 동의하면서 대학가의 셈법은 복잡해질 전망이다. 상위대학의 뒤를 쫓아 정시확대에 동참해야 하는지, 기존의 수시확대 기조를 유지해야 하는지 등도 판단하기 쉽지 않다. 그간 대입전형 변화를 이끌어온 서울대의 행보에 관심이 쏠릴 수밖에 없는 이유다. 

서울대는 일단 2020학년에는 별다른 전형변화를 주지 않겠단 계획이다. 서울대 입학관계자는 “2020학년 전형계획은 2019학년과 큰 변화가 없다. 기존의 입시방침을 유지할 계획이다. 8월 대입개편안이 나온 이후에나 대입개편 방안을 논의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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