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말은 사전예고제와 대입기본 무시한 언론의 해프닝'..교육부 '매년 안내'

[베리타스알파=윤은지 기자] 올해 수시부터 수능최저학력기준(이하 수능최저)을 없애거나 완화하는 대학이 늘어난다는 보도는 사실일까. 25일 연합뉴스의 보도로 촉발된 수능최저 폐지 논란은 다수 언론이 사실 확인없이 무비판적으로 받아 쓰면서 급속도로 확산, 기정사실인 것처럼 돼버렸다. 고교생 학부모들의 단체 채팅방과 입시관련 SNS를 중심으로 삽시간에 퍼져나갔고 다음날인 26일에는 수능최저 폐지를 반대하는 청와대 청원에 4만 명 이상이 몰렸다. 하지만 확인 결과 당장 올해부터 수시에서 수능최저를 폐지한다는 보도는 사실이 아닌 데다 폐지 관련 언급도 특별 권고사항이 아닌 매년 있어왔다는 게 교육부의 설명이다. 교육계는 2019학년 대입전형 시행계획이 이미 1년 전 발표된 상황에서 전형방법 변경은 얼토당토않은 얘기라고 꼬집었다. 한 교육 전문가는 “정부가 현행 2년6개월 전에 실시하는 사전예고제를 3년6개월 전으로 강화한다는 기조를 밝힌 상황에서 언론이 나서서 사실 확인 없이 혼란 조장에 앞장서는 것은 지탄받아 마땅한 일”이라며 목소리를 높였다. 

다만 수시에서 당장 수능최저가 폐지되진 않더라도 향후 대입에서 폐지될 가능성은 간과할 수 없다는 게 교육계 전문가들의 공통된 의견이다. 지난해 9월 교육부는 학종 개선방안으로 수능최저 폐지와 교사추천서 폐지에 대한 각 대학의 의견을 수렴했고, 앞선 8월 2021수능 개편안 유예를 발표할 당시에 함께 공개한 대입 개선방안에도 학종 수능최저학력기준 완화/폐지가 포함됐기 때문이다. 최근에도 2022학년 대입 개편을 앞두고 수능최저를 둘러싼 논의가 지속적으로 흘러나오고 있다. 수시전형을 준비하는 수험생들이 수능최저로 인해 평가내용과 방법이 상이한 수능까지 준비해야 하는 이중부담을 지고 있기 때문에 수능최저를 폐지해야 한다는 의견이 대두되는 상황이다.  

올해 수시부터 수능최저학력기준(이하 수능최저)을 없애거나 완화하는 대학이 늘어난다는 보도는 사실일까. 확인 결과 당장 올해부터 수시에서 수능최저를 폐지한다는 보도는 사실이 아니며 폐지 관련 언급도 특별 권고사항이 아닌 매년 있어왔다는 것이 교육부의 설명이다. 교육계는 2019학년 대입전형 시행계획이 이미 1년 전 발표된 상황에서 전형방법 변경은 얼토당토않은 얘기라고 꼬집었다. /사진=세종교육청 제공

<사전예고제, 대입 '기본' 모르는 언론.. 4만명 국민청원까지 ‘혼란 조장’>
수능최저 폐지 논란은 연합뉴스 보도에서 시작됐다. 교육부가 최근 각 대학에 ‘2018학년 고교교육 기여대학 지원사업’ 세부사항을 안내하며 수능최저 폐지를 권고했다는 내용이다. 보도는 “대학에 발송한 안내문에서 교육부가 '수시모집 내 최저학력 기준의 축소/폐지'는 사업 대상 선정 과정에서 중요한 평가요소라고 강조했다”면서 2019학년 수시모집에서 수능최저 기준을 없애거나 완화하는 대학이 늘어날 것이라고 전망했다. 타 언론에서는 한 사립대 입학처 관계자의 말을 인용해 “이전에도 기준 축소와 완화 방침을 명시했지만 ‘폐지 권고’를 명문화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라며 “상당히 강력한 메시지이기 때문에 상당수 대학이 폐지를 고민할 것”이라고 사실인 냥 분위기를 조장하기도 했다. 

사업을 담당하는 교육부 대입정책과 관계자에게 확인한 결과 이 같은 보도는 사실이 아닌 것으로 드러났다. 대입정책과 나수정 주무관은 “수능최저학력기준의 완화를 유도하는 내용은 예전부터 사업안내에 포함됐던 부분”이라며 “사업 설명회 당시 해당 부분에 대한 질의응답이 있었고, 설명회에 참석하지 못한 대학 관계자들을 위해 관련 내용을 정리해 안내자료로 대학에 보낸 것”이라고 설명했다. 실제 언론들이 수능최저 폐지와 관련된 항목으로 지목한 평가지표인 ‘수능성적의 합리적 활용 및 개선노력’(3점) 지표는 2016년 동일사업 계획에도 ‘수능성적의 합리적 활용 - 전형별 수능최저기준 설정의 적절성’(10점)이라는 항목으로 담겨 있었다.

올해 수시모집에 적용될 가능성에 대해서도 반박했다. 교육부 관계자는 “보도는 당장 올해 수시모집부터 일괄적으로 수능최저를 폐지한다는 식으로 나갔는데 이는 사실과 다를뿐더러 강제할 수도 없는 사항”이라며 “2019학년 전형계획 자체는 이미 확정돼 각 대학이 홈페이지를 통해 공지했고, 2020~2021학년 전형계획에 권고하는 내용”이라고 전했다. 사업 성격상 어디까지나 대학의 전형변화를 유도하는 것일 뿐 특정 내용을 강제할 수 없다는 사실도 강조했다. 결과적으로 이번 논란은 사업의 흐름을 읽지 못하고, ‘사전예고제’라는 대입의 기본조차 파악하지 못한 언론의 부풀리기와 무분별한 받아쓰기가 낳은 해프닝인 셈이다. 

한 교육 전문가는 “정부가 수시에서 수능 영향력을 줄이기 위해 수능최저 폐지를 유도하고 있는 것은 맞지만 당장 올해 입시부터 적용한다는 건 처음부터 말도 안 되는 얘기”라며 “엄격히 따지면 2020학년 전형계획에 적용하는 것도 3년 사전예고제 취지에 어긋나는 것”이라고 꼬집었다. 이어 “화제성만 중시하는 언론이 작은 변화에도 민감한 학생과 학부모들의 불안감을 이용하는 꼴”이라고 강도 높게 비판하기도 했다.  

현재 시행되고 있는 대입 3년 사전예고제에 따르면 이미 공개한 전형계획은 대학이 자체적으로 변경할 수 없다. 고등교육법 시행령에 규정된 예외사항에 한해 대교협의 승인을 받아야만 전형계획 변경이 가능하다. 각종 정부재정지원사업에 따른 정원감축과 조정, 대학구조개혁평가에 대비한 구조조정, 사후조치에 따른 정원감축 등이 예외사항에 해당돼 전형계획을 변경할 수 있는 근거가 된다. 전형계획 변경은 주로 모집인원 변동에서 나타나는 셈이다. 전형방법에 해당하는 수능최저 유무, 대학별고사 실시 유무, 학생부-대학별고사 반영비율 등을 변경하는 경우는 사실상 전무하다.  

실제 수능최저 폐지에 대한 보도가 줄을 잇자 고3학생과 학부모들의 SNS를 중심으로 논란이 급속도로 확대됐다. 관련 보도가 나온 다음날인 26일에는 수능최저 폐지 방침에 반발한 학부모들이 청와대 국민청원 게시판에 ‘수능최저 폐지 반대 및 학생부종합전형 축소를 원합니다’라는 청원을 올리기도 했다. 청원은 다음날 오후4시 기준 하루만에 4만5000여 명이 넘는 네티즌의 동의를 받았다.

<수능최저 폐지.. '올해 아니지만 가능성 무시 못해'>
당장 올해부터 적용되는 것은 아니지만 수시 수능최저 폐지는 교육계에서 비중 있게 다뤄지고 있는 이슈다. 지난해 9월 교육부는 대입전형의 공정성과 투명성을 높이기 위해 개선방안으로 학종에서 수능최저를 폐지하고, 교사추천서를 없애는 방안에 대해 각 대학의 의견을 수렴한 것으로 알려졌다. 앞선 8월 2021수능 개편안 유예 결정과 함께 공개한 대입전형 개선방침에도 수능최저 폐지가 포함됐다. 

당시 공개한 대입제도 개선의 전반적인 얼개는 △논술 축소 △교과관련 특기자전형 단계적 폐지 유도 △학종 수능최저학력기준 완화/폐지 △학종 공정성/투명성 강화 △사교육 유발요소 개선 위한 교사추천서, 학생부 기재양식 개편 △선행학습 유발요인 검토/제재 강화 △학종 평가기준 정보 공개 △블라인드 면접 도입 △입학사정관 회피/제척 법제화 등이다. 

이 가운데 '논술 축소'와 '교과관련 특기자전형의 단계적 폐지' 등은 교육부가 이전부터 강조해오던 내용이다. '블라인드 면접'과 '사정관 회피/제척 법제화'는 최근 공개한 2018학년 고교교육 기여대학 지원사업의 지원대학 선정 평가지표에 포함됐다. 반면 지난해말 교육부가 의견수렴을 위해 각 대학에 보낸 ‘고교교육 기여대학 지원사업 개편방향’ 공문에 포함됐던 '교사추천서 폐지'는 확정된 기여대학 사업계획안에선 빠졌다. 학종에서 전형요소를 지속적으로 축소해가는 데 대한 대학 측의 반발이 적지 않았기 때문으로 보인다. 서울의 한 사립대 입학관계자는 “수시가 확대되면서 추천서를 받는 양이 많아지면서 내용도 천편일률적이 돼 가는 것은 사실”이라면서도 “비슷한 추천서들 가운데 학생을 가까이에서 바라보고 지도한 교사의 시각을 통해 학생부에서는 드러나기 힘든 부분이 진솔하게 드러난 추천서가 있기 때문에 포기할 수 없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학종 평가기준 정보 공개'에 대한 요구는 날로 높아지고 있지만 현재까지 구체화된 내용은 없다. 다만 지난해 기여대학 사업에 참여한 연세대 중앙대 경희대 한국외대 건국대 서울여대 등 6개대학이 대입전형 표준화 방안 연구를 통해 학종 평가요소를 명확히 하고 표준화한 평가세부내용을 공개하는 등 점진적인 노력을 보이고 있다. 연세대 등 6개대학은 올해 입시부터 해당 평가내용을 적용할 방침이라고 밝혔다.  

아직 어느 사업이나 계획에서도 구체적인 언급이 없는 사안이 '수능최저 완화/폐지'다. 지난해 9월 대입 개선방안 공개 당시 추천서 폐지와 달리 수능최저는 이미 적용하지 않는 대학이 많아 폐지 가능성이 높게 점쳐졌다. 특히 수시전형 가운데 정성평가를 표방하는 학종에 정량평가 기준인 수능최저를 적용하는 건 맞지 않다는 지적에도 무게가 실린다. 학종 자체가 기존의 평가와 달리 점수 등 서열화된 지표에 초점을 맞추지 않고 정량지표에서 드러나지 않는 지원자의 전공적합성과 발전가능성 등 잠재력을 평가하기 위해 도입된 전형이기 때문이다. 

이 같은 배경에서 매년 대학들은 학종에서 수능최저를 완화하거나 폐지하는 추세를 보이고 있다. 지난해 실시한 2018수시에서 학종 수능최저 미적용 전형을 1개라도 운영하고 있는 대학은 수도권 29개교 기준 28개교다. 전형으로 따지자면 87개 전형에 달한다. 교과에서 수능최저 미적용이 8개교 10개 전형, 논술이 8개교 8개 전형, 특기자 14개교 26개 전형인 데 비해 월등히 많다. 고려대만 유일하게 모든 학종에서 수능최저를 적용하고 있고, 상위17개대학 중에선 한양대 중앙대 경희대 한국외대 서울시립대 건국대 동국대 숙명여대 인하대 등 절반 이상의 대학이 수능최저 없이 전형을 운영했다. 서울대의 경우 지역균현선발전형에 국 수(가/나) 영 사/과탐(2과목 모두) 중 3개 2등급의 수능최저 기준을 적용하는 반면, 일반전형은 예체능계열을 제외한 전 모집단위에서 수능최저를 적용하지 않는다. 

학종에서 수능최저는 전형취지와 달리 수능최저 충족 여부가 합격/불합격에 미치는 영향이 크다는 사실이 문제점으로 지적됐다. 학종은 논술이나 교과에 비해 상대적으로 경쟁률이 낮고 지원자가 적어 수능최저 충족여부가 선발에 결정적인 역할을 하는 경우가 적지 않기 때문이다. 교과와 비교과를 준비해야 하는 수험생들에게 수능 준비까지 더해지면 부담이 크다는 사실도 유의미하게 거론되는 지적 중 하나다.  

문제는 교과전형에서 수능최저의 적용 여부다. 교과는 전형 특성상 정량평가인데 내신의 경우 학교별로 출제 난이도가 다르기 때문에 수능최저라는 공통된 기준을 적용하지 않는다면 공정성 논란이 불거질 수 있다. 일각에서는 내신보다는 수능이 대학에서의 수학능력을 증명하는 지표로 적절하다는 의견을 내놓기도 했으나 학종 입학생들이 대학에서 우수한 성적을 내고 있다는 연구결과가 나오는 만큼 타당성은 떨어진다. 반면 수능최저 폐지를 찬성하는 입장에서는 교과나 논술처럼 평가지표가 명확한 전형에서 수능성적이 당락에 영향을 미치는 것은 합리적이지 않다고 지적했다. 대전의 한 고교 교사는 “교과는 학교생활의 충실도를, 논술은 창의적이고 논리적인 사고력과 글쓰기를 평가하기 위한 전형인데 학생들이 수능최저를 맞추기 위해 별도의 수능대비를 하는 것은 전형성격에 어긋나는 행태”라며 수험생들의 수험 부담을 호소했다.  

<고교교육 기여대학 지원사업.. 올해 65개대학 559억원 지원>
고교교육 기여대학 지원사업은 고교교육 내실화에 기여하고 학생 학부모의 부담을 경감하는 방향으로 입학전형을 바꾼 대학에게 교육부가 2년간 입학사정관 인건비와 전형연구 운영비 등을 지원하는 사업이다. 사업자체의 규모보다 대입 평가인력들의 인건비를 얻을 수 있는 유일한 사업이란 점에서 대학 입학전형 전반에 미치는 영향력이 상당하다. 올해는 65개대학을 대상으로 전년대비 15억6100만원이 증가한 약 559억4000만원을 지원할 계획이다.  

올해 사업은 대입전형 간소화와 공정성 제고, 사회적 배려대상자를 위한 대입지원 강화, 대입 출신고교 블라인드 면접 실시여부 등을 평가지표에 반영하는 방식으로 개편했다. 전형 단순화를 위해 2020학년부터 대입전형 명칭 표준화를 필수사항으로 적용할 방침이다. 이와 함께 공정성을 높이고자 제출서류에 부모직업 기재를 금지하고, 연령이나 졸업연도 등 불합리한 지원자격을 완화하며, 대입 출신고교 블라인드 면접 도입 등을 새로운 평가항목으로 신설한다.  

학종 개선책으로 거론된 블라인드 면접의 경우 공정성 제고방안으로 인정받아 공공기관 채용에 먼저 도입된 사안이지만 대입에서는 실효성이 떨어진다는 게 중론이다. 취지는 바람직하지만 면접을 면접을 제외한 전형 전체 단계에서 사정관이 지원자의 학교정보를 파악하지 못하는 것이 사실상 불가능하기 때문이다. 평가자는 교육과정만 살펴봐도 지원자가 어느 고교 출신인지 유추가 가능하고, 현실적인 여건상 서류평가에 참여한 사정관이 면접에 참여하는 경우가 적지 않아 실효성에는 물음표가 달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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