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자율 후책무’..올해 10개대 220억 시범사업 운영

[베리타스알파=권수진 기자] 대학 재정지원사업이 4개 사업으로 통합 개편된다. 일반재정지원에 해당하는 ‘대학혁신지원사업’은 대학의 자율성을 확대하기로 했다. 대학이 스스로 수립한 발전계획에 따라 자율적 집행이 가능하도록 한다는 방침이다. 교육부는 이 같은 내용을 담은 ‘대학재정지원사업 개편계획’을 21일 확정 발표했다. 

올해 실시하는 대학 기본역량 진단 결과에 따라 ‘대학혁신지원사업’은 내년부터 추진된다. 자율개선대학은 모두 지원하고 역량강화대학은 일부만 지원하는 식이다. 교육부와 대학은 주요성과, 사업비 등을 포함한 협약을 체결해 성과와 책임성을 담보하는 ‘선자율 후책무’ 방식으로 사업을 추진한다.

그간 대학 재정지원사업은 목표부터 성과관리까지 정부 주도하에 추진되면서 대학 자율성이 침해된다는 비판이 꾸준히 제기돼왔다. 시장주의적 사업 방식으로 경쟁이 심화된다는 지적도 있었다. 다수의 재정사업을 진행하다보니 대학은 각 재정사업 선정 준비를 따로 진행하면서 대학 전체 발전전략을 모색하기 어려운 점도 있었다. 교육부는 “대학은 경쟁력 강화를 위한 과제와 구현 방법을 스스로 선택하고, 정부는 대학의 자율적 혁신 성장을 지원한다는 점에서 대학의 여건에 기반 한 경쟁력 강화가 이뤄질 것으로 기대된다”고 밝혔다. 

대학 재정지원사업이 올해부터 4개 사업으로 단순화된다. 대학이 수립한 중장기 발전계획에 따라 자율적 집행이 가능하도록 해 대학의 자율성을 확대한다는 방침이다. /사진=베리타스알파DB

<‘대학혁신사업’ 내년부터 추진.. ‘2018 대학 기본역량 진단 결과’ 기반>
개편계획에 따르면 주요 재정지원사업은 국립대학 일반재정지원 특수목적지원의 3개유형, 국립대학육성 대학혁신지원 산학협력 연구의 4개 사업으로 구분된다. △국립대학의 경우 기존의 PoINT(국립대학 혁신) 사업을 ▲국립대학 육성사업으로 확대한다. 기초학문 보호, 국가 전략적 기술 연구/개발, 고등교육 기회 제공 등 국립대의 공적 역할을 강화한다는 목적이다. 

△일반재정지원의 경우 기존 ACE+(대학자율역량강화) CK(대학특성화) PRIME(산업연계교육활성화 선도대학) CORE(대학인문역량강화) WE-UP(여성공학인재양성)의 5개 사업을 ▲대학혁신지원사업으로 통합한다. ACE CK CORE 등은 특정 분야/영역을 지원하는 사업으로, 하향식으로는 대학의 총체적/자율적인 혁신을 유도하기에 미흡하다는 한계 때문이다. 

이번 개편은 그간 재정지원사업이 정부 주도로 추진되던 데서, 대학이 스스로 수립한 ‘중장기 발전계획’에 따라 진행한다는 점이 가장 큰 차이점이다. 중장기 발전계획은 대학의 비전과 목표(인재상), 대학 혁신 전략(중점 육성 분야), 종합 재정 투자 계획(재정계획, 투자 우선 순위, 예산 투입 계획), 성과관리 방안 등이 담긴다. 투자 영역 범위/분류 등은 대학이 자율로 설정할 수 있으나 세부사업 단위로 예산을 작성한다. 중장기 발전계획을 실현하기 위한 재정사업별, 자체 재원별 활용방안도 기술한다. 

중장기 발전계획에 따른 성과지표 설정 시 대학은 스스로 정량/정성 ‘자율성과지표’를 설정할 수 있다. 교육부는 자율성과지표 설정 시 세계대학평가 결과도 활용할 수 있다고 제시했다. 대표적인 세계대학 종합평가 지표는 THE세계대학평가다. 영국의 대학 평가기관인 THE(Times Higher Education)가 2004년부터 세계 주요대학의 경쟁력을 평가해 발표하는 것으로 아시아대학평가, 설립 50년 이내 대학평가, 세계대학평판도 등을 비정기적으로 발표하고 있다. QS 역시 THE와 양대산맥을 이루는 대학평가다. 영국 대학평가기관인 QS(Quacquarelli Symonds)가 2004년부터 발표한 순위로 아시아대학순위, 전공별 대학순위 등도 비정기적으로 발표한다. 상하이 자오퉁 대학 순위는 2003년부터 매년 세계 500대 대학을 발표하며 지난해에는 800대 대학을 발표했다. 상하이자오퉁 대학은 중국 교육부와 상하이 자치정부가 공동 관할하는 국가중점대학으로 대학 내 고등교육연구소에서 순위를 발표한다. 로이터는 아시아/태평양 지역 대학을 대상으로 학술 논문 수, 특허 출원 건수 등을 평가해 ‘아시아 최고 혁신대학’ 75개 순위를 발표한다. 이외에도 ARWU(Academic Ranking of World Universities, 세계대학 학술순위)는 상하이자오퉁대가 2003년부터 발표하는 순위로, 대학의 학술/연구부문의 질에 대해 평가하고 있다. 네덜란드 라이덴 대학이 발표하는 라이덴(Leiden) 순위는 대학의 연구역량을 나타내는 논문 중 인용도가 높은 상위10% 논문을 기준으로 대학 순위를 발표하고 있다.  

교육부는 발전계획에 따라 재정을 지원하고, 발전계획에 부합하도록 사업비의 자율적인 집행을 허용한다. 다만 정규 교직원 인건비, 토지 매입비, 업무추진비, 공공요금 사용은 제한한다. 대학이 수립한 하나의 ‘중장기 발전계획’을 교육부의 다른 재정지원 사업 평가에도 공동 활용해 사업 간 정합성과 중복방지 효과를 제고할 예정이다.  

‘선자율 후책무’ 방식으로 진행한다. 자율성을 보장하되 대학의 자율 성과지표를 포함한 ‘성과협약’으로 성과와 책임성을 담보하는 방식이다. 성과협약이란 대학혁신협약으로, 교육부와 대학 간에 주요성과, 사업비 등을 포함한 협약을 체결한다는 방침이다. 

대학혁신사업은 내년부터 자율협약형(Ⅰ유형)과 역량강화형(Ⅱ유형)으로 구분해 실시할 방침이다. ‘2018년 대학 기본역량 진단’ 결과에 따라 Ⅰ유형은 전체 자율개선대학에, Ⅱ유형은 정원감축/구조조정을 조건으로 일부 역량강화대학에 지원할 방침이다. 대학별로 30~90억원 내외로 지원할 계획이다. 각 사업연도 종료 후에는 중장기 발전계획에 따른 대학혁신 협약 이행을 중심으로 평가해 우수 대학에는 추가 지원하고 미흡 대학은 사업비를 조정한다. 교육부는 “대학 진단 결과에 따라 일정 수준 이상의 대학에 재정을 지원해 공적 재원의 사회적 책무성을 확보하고, 투자의 효과성을 제고한다”고 밝혔다. 구체적인 기본계획은 올해 하반기에 발표할 예정이다. 

△특수목적지원은 대학 핵심 기능인 ▲산학협력(LINC+)과 ▲연구(BK21 플러스)로 통폐합해 단순화한다. 일반재정지원사업의 기본적 지원을 바탕으로 수월성 제고 등 대학의 경쟁력 향상을 지원한다는 방침이다. 

사업목적 외 예산을 사용하거나 법령위반 입시비리 횡령 등 대학의 부정비리가 확인된 경우에는 차년도 지원금을 삭감하고 지원 중단, 사업비 환수 등의 관리가 이뤄질 방침이다. 

<올해 시범사업 운영.. 220억원 규모>
내년 일반재정지원사업 추진에 앞서 올해 시범사업(PILOT)을 운영한다. 220억원 규모로 총 10개 내외 대학을 대상으로 실시한다. 대학이 제출한 ‘중장기 계획’을 ▲대학의 비전과 목표의 일관성 ▲대학혁신전략 ▲종합재정투자계획 ▲성과관리체계 구축방안 등을 중심적으로 종합평가할 계획이다. 

수도권 대구/경북/강원 충청 호남/제주 부산/울산/경남의 5개 권역으로 나눠 권역별 2개교, 총 10개교를 선정하고 대학별로는 약 20억원 규모로 지원한다. 대학의 자율 성과지표를 바탕으로 교육부와 대학 간 ‘대학혁신협약’을 체결해 대학 자율성 확대와 더불어 책무성도 강화한다는 방침이다. 

<대학 기본역량 진단.. 자율개선/역량강화/재정지원제한 대학 구분>
대학혁신사업(일반재정지원)의 지원 근거가 될 ‘대학 기본역량 진단’은 기존 대학 구조개혁평가가 이름을 바꾼 것이다. 1주기 평가에서는 A등급, B등급, C등급, D+등급, D-등급, E등급의 6개 등급으로 대학을 평가했지만, 대학 기본역량 진단(이하 2주기 평가)은 자율개선대학, 역량강화대학, 재정지원제한대학의 3개 영역으로만 대학을 구분한다. 

자율개선대학은 일정수준 이상의 자율역량을 갖춘 대학을 의미한다. 정원감축에 대한 자율권을 확보하게 돼 정원감축 권고 대상에서 제외된다. 대학의 판단에 따라 정원감축 여부를 결정할 수 있게 되는 것이다. 이에 더해 일반재정으로 대학의 ‘중장기 발전계획’에 따른 자율 혁신을 지원받게 된다. 정부가 밝힌 자율개선대학 비율은 60% 내외다. 이들 대학은 올해 시행되는 진단 결과에 따라 2019년부터 2021년까지 3년간 지원을 받게 된다. 정부-대학 간 협약을 체결하고 매년 성과관리를 통해 지원규모를 조정한다.

역량강화대학은 재정지원이 전면 제한되지는 않는다. 이 중 일부는 구조조정 촉진 및 지역 균형발전 차원에서 지원하며 진단 결과에 따라 선정여부가 갈린다. 대학은 정원 감축 권고에 따라 자체 정원 감축 계획을 수립하되 발전계획 등 질적 변화 전략과 연계해 수립해야 한다. 역량강화 대학 중 희망하는 대학에 대해서는 진단결과/대학여건 등을 분석한 개선 방향도 제시하는 맞춤형 컨설팅을 지원할 방침이다. 

재정지원제한대학은 자율개선대학과 역량강화대학에 들지 못한 나머지 대학을 뜻한다. Ⅰ유형과 Ⅱ유형으로 다시 나눠, Ⅰ유형 대학은 정원감축 권고와 재정지원 일부 제한으로 운영 효율화를 유도하는 반면, Ⅱ유형 대학은 정원감축 권고와 함께 재정지원을 전면 제한해 사실상 ‘부실대학’으로 판정, 퇴출을 유도한다. 

Ⅱ유형 대학은 기존 1주기 평가에서의 E등급 대학과 마찬가지로 국가장학금과 학자금대출이 전면 제한된다. Ⅰ유형 대학은 국가장학금의 경우 소득연계형은 지원하되 대학노력이 부가되는 Ⅱ유형을 제한받으며, 학자금대출도 취업후상환학자금은 허용되지만 일반학자금 대출이 50% 선에서는 허용된다. 

올해부터는 평가 지표도 일부 변경된다. 교원의 일자리 수준 개선을 유도하겠다는 목적으로 전임교원 보수수준의 하한값을 설정하고, 정년/비정년 전임교원 운영실태 진단도 함께 실시한다. 기존 1주기 평가에서 전임교원 강의담당 비율 등만 평가하다보니 대학들이 비정년 저보수 전임교원을 양산했단 비판을 반영한 것으로 풀이된다. 시간강사 보수수준 상향도 함께 이뤄질 계획이다.  

<사업비 집행 관리 관건>
대학에 자율성을 부여하는 방안이 확정되면서 사업비 집행 관리에도 관심이 쏠린다. 지난 사업의 경우 부적절한 관리실태가 드러나기도 했기 때문이다. 지난해 감사원이 공개한 ‘대학재정지원사업 집행 및 관리실태’ 감사보고서에 따르면 2016년 BK21플러스사업에 부정하게 집행된 사업비는 5억3000만원에 달했다. 

주요 대학 재정지원사업은 2016년 한해 약 1조4564억원 규모다. ▲BK21플러스 ▲산업연계교육활성화선도대학(PRIME) ▲대학특성화(CK) ▲특성화전문대학육성(SCK) ▲산학협력선도(전문)대학육성(LINC) ▲대학인문역량강화(CORE) ▲학부교육선도대학(ACE) ▲고교교육정상화기여대학지원 ▲평생교육단과대학지원사업 등 9개 사업에 쓰였다. SCK사업이 2972억원으로 가장 많은 예산이 책정됐고 BK21플러스사업 2725억원, CK사업 2467억원, PRIME사업 2012억원, LINC사업 2435억원이 배정됐다. 이외 4개 사업은 최소 300억원에서 최대 600억원 수준이다.

사업별로 살펴보면 BK21플러스사업의 경우 타 기관 취업 등 이중소속된 부적격자에게 부당 지급된 금액이 5억3000만원에 달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17개대학 99개사업단에 달했다. 사업에 참여하는 대학원생은 전일제 대학원생으로, 주말 생계형 단기근로나 학기당 6학점 이내 강의를 제외한 경제활동이 금지된다. 주 40시간 이상 교육과 연구에 전념해야 할 의무가 있기 때문이다. 사업비로 채용한 신진연구인력도 동일한 이유에서 소속 대학 외 일체의 이중소속을 금지하고 있다. 

부정/비리가 적발된 경우에도 그대로 사업 수혜를 받은 경우도 있었다. 수혜제한 기준에 따르면 이사장 총장을 비롯한 대학 주요보직자가 부정이나 비리를 저지른 경우, 사업비 집행/지급정지 삭감 등의 제한조치를 받게 된다. 하지만 일부 대학에서 교육부나 사업 전문기관에 부정 비리 현황을 허위로 보고해도 교육부 내 담당부서와 사업기관 사이에 부정 비리 정보가 공유되지 못해 별다른 제재가 없었다. 

사업비 운영지침을 위반한 경우도 있었다. 대학 인문역량 강화사업 코어(CORE)의 경우 교육프로그램 개발과 관련 없는 전자저널의 연간 구독료로 사업비 6억1000만원을 집행하기도 했다. 다른 대학은 교비인 교내장학금으로 학생들에게 해외연수비를 지원하는 프로그램을 계획하고 사업에 선정되자 8400만원을 사업비에서 유용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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