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요자 피해 가능성'..전형 운영부실, 소외지역 정보차별

[베리타스알파=김대연 기자] 교육부가 대입전형료 산정기준을 내놨다. 교육부는 ‘대학 입학전형 관련 수입/지출의 항목 및 산정방법에 관한 규칙’ 전부개정령안을 입법예고한다고 19일 밝혔다. 입법예고 기간은 20일부터 내달 30일까지 41일간이다. 개정령안의 주요내용은 ▲‘수당’과 ‘경비’로 대입전형료 수입 항목 구분 ▲전형별 지원자수 예측과 입학전형 운영에 따른 인원/시간/횟수 반영을 통한 입학전형료 수입 산정 ▲지출기준의 표준화 ▲지출항목의 산출근거 명확화 ▲자산의 취득/운용 성격 지출 금지 등이다.

대학가에서는 사실상 지난해 제시했던 ‘25%’ 목표 달성의 초석으로 홍보비 축소 등의 내용을 담은 산정기준을 발표, 추가적인 전형료 인하를 강행하는 것 아니냔 우려가 나온다. 산정기준이 마련되기도 전인 지난해 이미 교육부가 일괄인하 압박을 통해 15.24%까지 전형료를 내린 상태이기 때문이다. 대학가에서는 교육부가 포퓰리즘의 일환으로 대입전형료 인하 압박을 가속화할 경우 오히려 수요자 피해가 확대되는 상황이 벌어질 것으로 우려하고 있다. 한 전문가는 “방만했던 전형료 지출이나 임의적인 전형료 산정 문제에 가이드라인을 만들었다는 것 자체는 의미 있다고 본다. 문제는 그동안 행태로 볼 때 기준마련자체가 추가인하압박으로 이어질 것이라는 우려다. 이미 교육부는 지난해 인기에 영합한 인하 정책을 명분으로 수요자에 대한 피해가능성이나 전형별 차이를 고려하지 않고 일괄해 인하폭을 밀어붙인 전력이 있기 때문이다”고 지적했다.

교육부가 제시한 대입전형료 산정기준을 놓고 대학가에서는 추가적인 전형료 인하를 강행하려는 사전포석이라는 우려가 팽배하다. 대입전형료는 지난해 이미 산정기준이 마련되기도 전에 일괄인하 압박을 통해 15.24%까지 밀어붙인 상태이기 때문이다. /사진=베리타스알파DB

<대입전형료 항목별 정의, 산정방법..‘구체화’>
교육부가 대입전형료 산정기준을 마련한 것은 그간 불명확했던 항목들을 명확하게 규정함으로써 오해의 소지를 없앴다는 평가다. 개정령안에 따르면 대입전형료 수입 항목을 기존 ‘입학전형료’에서 ‘수당’과 ‘경비’로 구분했다. ‘수당’이란 입학전형 관련 업무를 수행하는 사람에게 지급되는 부가 급여를 말한다. 부가 급여의 명목은 문제출제 시험감독 시험평가 전형준비/진행 전형홍보 회의참석 등이 해당된다. ‘경비’는 수당을 제외하고 입학전형을 운영하는데 소용되는 제반 경비를 말한다. 홍보비 회의비 업무위탁수수료 인쇄비 자료구입비 소모품비 공공요금 식비 여비 주차료 시설사용료 등이 해당된다. 

수입 항목의 산정방법은 수당과 경비 각 항목별로 구분해 산정하게끔 바뀔 예정이다. 기존 수입 항목에 대해 ‘입학전형과 관련해 응시자에게 받는 금액’이라는 포괄적이고 모호한 정의를 버리고 구체적으로 변경된다. ‘수당’은 전형별 지원자수를 예측해 입학전형 운영의 투입인원과 투입시간을 고려한 뒤, 학교별 지급단가 규정에 근거해 비용을 산정하도록 규정됐다. ‘경비’도 전형별 지원자수를 예측해 입학전형 운영에 따른 인원 수량 면적 횟수 시간 등을 고려한 뒤 학교별 지급단가 규정에 근거해 비용을 산정하도록 했다. 수당과 경비를 산정할 때 전형별 지원자수 예측은 무슨 수로 어떻게 할 것인지에 대해 모호한 문제점이 있다. 전부개정령안에서는 ‘대학입학전형관리위원회’를 통해 수당과 경비 산정방법을 결정하도록 유보해뒀다.

지출 항목 기준은 보다 엄격해진다. 현행 ‘수당’ 항목은 대학 자체적인 각종 수당 규정에 근거하도록 규정돼있다. 하지만 개정안에 따르면 출제 감독 평가 준비/진행 홍보 회의에 따른 수당만 지급할 수 있도록 표준화될 예정이다. 회의비는 현행 입학전형 관련 모든 회의에서 지출이 가능하다면, 개정안에서는 대학이 주최하는 입학전형 관련 회의에 한해 지출이 가능하도록 명시했다. 

홍보비는 대학의 입학정원 규모에 따라 각 5%씩 축소조정될 계획이다. 개정령안은 홍보비를 입학정원 1300명 미만인 경우 총 지출의 35%, 1300명 이상 2500명 미만인 경우 25%, 2500명 이상인 경우 15%로 축소 조정했다. 현행 홍보비는 입학정원 1300명 미만인 대학의 경우 전형료 총 지출의 40%, 1300명 이상 2500명 미만인 경우 30%, 2500명 이상인 경우 20%를 넘지 않도록 제한하고 있다. 지출 항목의 산정방법도 강화된다. 현행 지출항목의 산정방법은 단순 지출한 실제 비용에 근거하고 있다. 하지만 개정령안에 따르면 인원 수량 단가 등의 산출근거를 명확히 하고 횟수 시간 등 증빙서류를 갖추도록 규정했다. 자산의 취득과 운영 성격의 지출은 금지됐다. 

<대입전형료 추가인하 압박 이어지면.. 수요자 직격탄>
대입전형료가 이미 지난해 15.24% 수준으로 인하됐는데도 교육부가 다시 대입전형료 산정기준을 마련했다는 데서 재차 전형료 인하를 강행하는 것이 아니냔 전망도 나온다. 지난해 교육부가 대학들에 전형료 인하안을 전달하는 과정에서 ‘25%’를 엑셀파일에 담는 등 사실상 목표치를 제시했지만, 실제론 그에 미치지 못하는 인하율을 기록하는 데 그쳤던 때문이다. 다만 교육부의 대입전형료 인하 압박이 지속될 경우 대입전형 운영이 부실해질 것이라는 우려가 대학가에 팽배하다. 특히 정성평가의 특징인 학종은 다단계에 평가 참여 인원이 많아 비용이 많이 들 수밖에 없는 구조다. 서류 평가와 면접 과정에서 복수의 인원이 참여해 재차 검증하는 절차도 거친다. 전임사정관의 임금은 고교교육정상화사업에서 지출되지만 교수들이 맡는 위탁사정관의 비용은 전형료에서 지출된다. 면접관이 몇 명이냐, 며칠 차출되는가에 따라서도 수당이 달라진다. 전형을 그대로 유지한 채 수당만 줄어드는 경우 여러 단계의 검증 절차가 축소될 가능성이 높아진다. 한 교육 전문가는 “지원자 면면을 상세히 파악해야 할 학종이 전형단계가 간소화돼 학종 본래 취지가 무색해질 우려가 있다”고 말했다. 무분별한 전형료 인하 압박은 대입의 핵심으로 떠오른 학종의 운영자체를 무력화시킬 가능성이 있는 셈이다.  

수요자 피해가 우려된단 의견도 있다. 가장 우려되는 대상은 논술전형이다. 많은 대학들이 수요자 친화적인 조치로 매년 모의논술을 실시하거나 논술가이드북을 발간하고 있다. 하지만 교육부의 대입전형료 인하 압박이 지속되면 수험생을 위한 양질의 자료를 더 이상 제작할 수 없는 ‘한계상황’에 다다르게 돼, 수요자 피해로 이어져 결국 사교육 의존도만 심화될 것이라는 전망이 나왔다. 한 교육계 관계자는 “모의논술, 논술가이드북 등은 논술을 대비하기 위한 3대 이정표로 활용됐다. 선행학습영향평가로 기출문제를 확인할 수 있지만 출제의도와 해설을 보다 상세하게 정리한 논술가이드북에 미치지는 못한다. 모의논술 역시 학생들이 직접 문제를 체험하게 한다는 점에서 중요한 요소다. 이런 프로그램들이 사라지게 되면 결국 사교육을 통해 논술을 대비하라는 말 밖에는 되지 않는다”고 말했다.

통상 출제/검토/채점의 과정을 거치는 논술은 최근 고교교과과정 이탈이나 난도 조절 문제를 검토하기 위해 상당히 많은 참여인원을 참여시켜왔다. 다수의 교수가 논술을 출제하는 데 참여하고 해당 문제가 고교과정을 이탈하지는 않았는지 고교 교사의 검토를 거친다. 시험을 응시하고 난 후 채점도 해야 한다. 한 대학 관계자는 “똑같이 논술을 실시하는 대학이라도 1차 채점만 하는 대학이 있는 반면, 2차 3차의 과정을 거쳐 신중을 기하는 대학도 있다”고 설명했다. 한 교육 관계자는 “대학들이 실시하고 있던 절차를 무시하고 무작정 낮추라고 한다면, 2번 검증하던 절차를 한 번으로 줄이거나 인원을 줄이는 등의 조치가 취해질 것”이라고 분석했다.

전형료 추가인하압박은 수요자들을 향한 대입정보 안내를 한층 위축 시킬 가능성이 높다. 대학들이 도서벽지를 대상으로 실시해오던 설명회를 축소하면서 소외지역에 대한 정보차별까지 우려된다. 개정령안에 따르면 홍보비는 입학전형 관련 정보를 제공하는 데 쓰이는 비용으로 규정하고 있다. 홍보비가 대학 규모별로 각 5%씩 축소된 만큼 대학들은 효율을 고려해 대도시 등 인원이 많이 모이는 곳에 우선적으로 가게 될 가능성이 높다. 한 대학 관계자는 “홍보라는 측면은 수험생에게 알권리를 공평하게 제공하는 역할”이라면서 “홍보비가 축소되면 효율성이 대두되고 결국 일부 피해가 불가피할 가능성이 있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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