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인당 월 27만1천원..영어 대신 국어 '풍선효과 입증'

[베리타스알파=권수진 기자] 지난해 초중고생 1인당 평균 사교육비는 월 27만1000원으로 5년 연속 증가세를 이어가며 역대 최고치를 갱신했다. 사교육비 총액 역시 학령인구 감소에도 불구하고 증가했다. 교육계에서는 급진적 정책이 사교육 돕기로 귀결된 결과라고 지적한다. 한 교육계 전문가는 “당초 지난해 확정하기로 했던 수능개편이 한 차례 유예되는 등 섣부른 교육정책이 반복되면서 불안감을 느낀 수요자들이 사교육에 몰리게 된 것”이라며 “자주 정책을 뒤집는 것 자체가 사교육을 돕는 정책운용이라는 증명”이라고 말했다. 영어 절대평가 도입의 영향으로 영어 사교육비가 줄어든 대신 국어 사교육비가 급증해 ‘풍선효과’가 현실화됐다는 우려도 나온다. 

학교급별로 살펴보면 1인당 월 평균 사교육비는 고교에서 가장 많이 늘었다. 고교보다 증가세는 적었지만 중학교 초등학교 역시 사교육비가 증가하는 추세였다. 교육부와 통계청은 이 같은 내용을 담은 ‘2017년 초중고 사교육비 조사 결과’를 15일 발표했다. 조사는 전국 1484개교 초중고 학부모 4만여 명과 담임교사 방과후학교 교사 등을 대상으로 실시했다. 사교육비는 초중고 학생들이 학교 정규 교육과정 이외에 학교 밖에서 보충교육을 받기 위해 개인이 부담하는 과외 사교육비를 뜻하며 개인/그룹과외비, 학원비, 학습지, 인터넷/통신강좌비 등이 포함된다. 

수월성 교육 수요를 만족시키던 외고/자사고의 폐지가 가시화되면서 사교육 쏠림 현상이 가속화 될 우려도 제기된다. 고입에서 자사고가 사교육을 유발한다는 명분으로 폐지를 추진하고 있지만 오히려 재학생들의 학력차가 크지 않은 자사고 재학생들은 사교육에 의존할 필요가 없다는 것이 자사고의 입장이다. 학내 정규수업과 특성화 프로그램을 통해 교육 수요를 만족시키고 있다는 설명이다. 한 교육계 전문가는 “지금 정책 방향은 공교육 가운데 평등을 구현한다는 논리로 수월성 교육을 축소함으로써 결과적으로 수요자들을 사교육으로 내모는 형국”이라고 지적했다. 

이번 조사결과 자체의 신뢰도가 떨어진다는 지적도 있다. 월 평균 사교육비 수치가 30만원도 넘지 않는다는 결과는 현실을 제대로 반영하지 못했다는 지적이다. 교육 시민단체 사교육걱정없는세상은 "영유아 사교육비, EBS교재구입비, 방과후학교수강비, 어학연수비 등이 포함되지 않았다"며 "2018년 조사결과 발표부터는 해당 항목을 포함해야 한다"고 비판했다. 

지난해 초중고생의 1인당 평균 사교육비가 월 27만1000원으로 역대 최고치를 갱신했다. 사교육비 총액 역시 18조6000억원으로 전년 대비 3.1% 늘어났다. 사교육 감소를 정책 전면에 내걸고 있지만 오히려 사교육 증가에 일조했다는 비판을 피하기 어렵게 됐다. /사진=베리타스알파DB

<1인당 월평균 사교육비 27만1000원.. ‘역대 최고’>
1인당 월 평균 사교육비는 27만1000원으로 역대 최고치를 기록했다. 전년 25만6000원 대비 1만5000원(5.9%) 상승한 수치다. 학원/보습교육 물가상승분을 고려한 실질 사교육비로 따져봐도 전년 대비 4.3% 증가한 수치다. 해당 수치는 실제 체감하는 사교육비와는 거리가 있다. 조사 대상 가운데 사교육비를 받지 않는 학생의 지출액을 0원으로 계산했기 때문이다. 사교육에 참여하는 학생들의 지출만 평균을 낼 경우 38만4000원으로 전년 37만8000원 대비 7000원(1.8%) 증가했다. 

사교육비가 늘어난 것을 두고 ‘사교육만 웃는 교육정책’이라는 점이 드러난 것 아니냐는 지적이 대두된다. 최근 교육당국이 사교육 수요에 대한 명확한 진단에 실패하면서 헛다리 짚기식 정책이 반복되고 있기 때문이다. 각종 정책 변화 자체가 불러일으키는 사교육 팽창효과도 만만치 않다. 입시 정책이 변화할수록 사교육이 쾌재를 부른다는 점은 널리 알려진 사실이다. 사교육 시장은 수익이 걸려있는 만큼 대처에 적극적일 수밖에 없고 수요자들은 이에 몰리기 때문이다. 특히 새정부 들어 수능 절대평가 도입 논의 등 급속한 교육 정책변화가 반복되고 있다. 자소서/추천서 폐지, 학생부 항목 축소 등 학종을 흔드는 조치로 인해 대입지형 지각변동에 대한 우려도 제기된다. 

사교육비 조사결과를 살펴보면 학교급별로도 모두 상승한 가운데 고등학생의 증가세가 컸다. 28만4000원으로 전년 대비 2만2000원(8.4%) 증가했다. 중학생이 29만1000원으로 전년 대비 1만6000원(5.7%) 증가, 초등학생이 25만3000원으로 전년 대비 1만2000원(4.8%) 증가했다. 

월평균 교과 사교육비는 19만8000원으로 전년 대비 6000원(3.4%) 증가했다. 영어 7만9000원(0.5% 증가), 수학 7만8000원(3.3% 증가), 국어 1만8000원(14.2% 증가), 사회/과학 1만1000원(8.5% 증가) 순이었다. 국어의 증가세가 14.2%에 달했던 반면 영어는 0.5% 에 그쳤다. 

예체능/취미/교양은 교과 사교육비보다 더 많이 증가했다. 7.2만원으로 전년 대비 8000원(12.9%) 증가했다. 음악 5.3%, 미술 10.3%, 체육 17% 기타(취미/교양) 31.2% 등 전반적으로 크게 상승한 모습이다. 

<사교육 웃는 교육정책.. 공교육 강화 시급>
사교육비가 전년 대비 증가한 데 더해, 추후 사교육비를 확대시킬 요소가 더 많다는 점에서 우려의 목소리가 크다. 올해부터 1,2학년 대상 영어 방과후수업이 금지되는 것과 관련해서도 현장의 혼란은 여전하다. 뒤처질 것을 우려해 사교육에 몰릴 것이라는 우려는 이미 학부모들 사이에서 팽배하다. 한 학부모는 “초등학교 3학년 때 영어공부를 시작하면 다른 아이들보다 뒤처져 더 비싼 과외를 시켜야 한다”고 우려하기도 했다. 이 같은 분위기를 감지하지 못하고 교육부는 유치원/어린이집까지 확대하는 정책을 내놨다가 급히 철회하기도 했다. 유아 방과후 영어수업 금지 정책이 나온 직후 청와대 국민청원 게시판은 관련 민원으로 들끓었다. 한 청원자는 “나라에서 학원연합회의 손을 들어 자영업자들의 이득을 도와주겠다는 이유가 아니라면” 굳이 영어 교육을 철폐하려는 이유가 납득되지 않는다고 강하게 비판하기도 했다. 

자사고/외고 폐지도 결과적으로 사교육 몰아가기라는 지적도 있다. 교육 다양화와 특성화를 통해 다양한 교육 수요를 충족시키지 못함으로써 공교육 범주가 아닌 사교육 영향권으로 유도한다는 것이다. 고입에서 자사고가 사교육을 유발한다는 것이 폐지의 명분이지만 이는 현 자사고 입시방법을 제대로 이해하지 못한 주장이라는 것이 중론이다. 광양제철고 민사고 상산고 포항제철고 현대청운고 등 전국단위 자사고 5개교는 지난해 ‘자사고에 대한 올바른 이해’라는 반박문을 통해 현 자사고 입시에서 전형준비를 위한 사교육 유발요인은 찾아보기 어렵다고 설명했다. 자사고 입시에서 지필평가나 교과지식 질문은 금지됐기 때문이다. 선발방식 역시 사교육 영향을 받기에는 무리가 있다. 특히 서울 자사고의 경우 1단계에서 정원의 1.5배수를 추첨으로 선발하고, 2단계에서는 면접으로 최종합격자를 선발한다. 내신성적을 따지지 않고 일단 지원하면 추첨 대상이 되는 구조다. 

자사고 측은 오히려 사교육 차단 효과를 역설했다. 재학생 학력차가 크지 않아 정규수업, 특성화 프로그램에 대한 이해도/만족도가 높기 때문에 별도의 사교육에 의존할 필요가 없다는 것이다. 학생 수준이 천차만별이어서 사교육이 유발될 수밖에 없는 일반고와는 다르다는 설명이다. 일반고의 경우 우수학생은 수업수준에 대한 부족감, 중위권 학생은 성적에 대한 불안감, 하위권 학생은 수업 이해도 저하의 문제로 사교육을 찾는 경우가 많기 때문이다. 
 
정책 자체의 문제를 차치하고서라도 입시 정책의 변화 자체가 사교육으로 이끌고 있다는 지적도 만만치 않다. 지난 한 해 교육계는 고입 대입 할 것 없이 급격한 변화를 맞이하면서 연일 화두에 올랐다. 가장 대표적인 사례가 수능 절대평가다. 지난해 8월 발표된 2021 수능 개편안이 현장에 일으킨 파동은 예상만큼이나 컸다. 2015개정교육과정에 따라 통합사회/통합과학이라는 새로운 과목이 도입되면서 사교육 성행 우려가 이미 컸던 상황에서 절대평가라는 변수까지 더해지면서 수요자들의 혼란은 극에 달했다. 현 정부 교육 정책이 사교육 문제를 해결하지 못하는 데 대해 이범 교육평론가는 “경쟁과 서열화를 탓할 뿐 공교육 자체에 책임을 묻지 않는다”며 “‘공교육을 오염시키거나 왜곡시키는 요소들’을 걷어내는 데만 집중”한다고 지적하기도 했다. 

<사교육비 총 규모 약 18조6000억원.. 전년 대비 3.1% 증가>
지난해 총 사교육비는 18조6000억원으로 전년 18조1000억원 대비 5620억(3.1%) 늘어났다. 2015년 17조8000억원, 2016년 18조1000억원, 2017년 18조 6000억원으로 계속해서 증가세를 이어간다. 학원/보습교육 물가상승분을 고려해 실질 사교육비 총액을 따질 경우 전년 대비 1.5%가 증가한 수치다. 학원비 상승을 고려하더라도 사교육비가 늘어났다는 의미다. 

학교급별로 보면 초등학생이 8조1000억원, 중학생이 4조8000억원, 고등학생이 5조7000억원으로 각각 전년 대비 4.9%, 0.2%, 3.2% 상승했다. 초등학교에서 증가세가 가장 컸고 중학생은 전년과 비슷한 수준이었다. 

교과 사교육비 총 규모는 13조6000억원으로 전년 13조5000억원 대비 800억원(0.6%) 증가했다. 과목별로 살펴보면 영어가 5조4000억원으로 전년 대비 2.2% 줄어들었다. 지난해부터 절대평가로 실시된 영향으로 분석된다. 반면 국어는 1조3000억원으로 전년 대비 11.1% 늘어나 대폭 증가한 모습이다. 수학은 5조4000억원으로 0.6% 늘었다. 영어에서 줄어든 사교육비가 국어, 수학 등으로 이동하는 ‘풍선효과’가 현실화된 셈이다.  

예체능/취미/교양 관련 사교육비의 증가세가 컸다. 지난해 5조원으로 전년 4조5000억원 대비 4400억원(9.9%) 증가했다. 체육이 2조원, 음악 1조7000억원, 미술 8000억원 순이었다. 체육이 전년 대비 13.9% 상승했고 미술이 7.3%, 음악 2.5% 순으로 상승했다.  

<사교육 참여율 70.5%.. 전년 대비 2.7%p 상승>
사교육 참여율 역시 증가했다. 지난해 사교육 참여율은 70.5%로 전년 67.8% 대비 2.7%p 상승했다. 2015년 소폭(0.2%p) 증가한 것을 제외하고는 2007년 이후 지속적으로 감소 추세 였던 데서 다시 증가세로 돌아선 모습이다. 

학교급별로도 전반적인 상승세다. 고등학생(55%)은 2.6%p, 중학생(66.4%)은 2.5%p, 초등학생(82.3%)은 2.4%p 상승했다. 

교과(52.2%)와 예체능/취미/교양(41.1%) 모두 참여율이 1.2%p, 3.3%p상승했으나 예체능/취미/교양의 상승률이 더 높아, 교과와 예체능/취미/교양 간 참여율 격차는 13.2%p에서 11%p로 줄었다. 교과의 학교급별 상승률은 중학교(57.5%)에서 1.7%p로 가장 높았다. 초등학생(54.8%)가 1.4%p, 고등학생(43.4%)이 0.3%p 상승했다. 예체능/취미/교양의 경우 중학생(24.2%)은 3.6%p, 초등학생(66.8%)은 2.5%p, 고등학생(14.1%)은 2.4%p 상승했다. 

주당 사교육 참여시간은 6.1시간으로 전년보다 0.1시간 증가했다. 교과는 3.9시간, 예체능/취미/교양은 2.1시간이었다. 학교급별로는 초등학생 6.7시간, 중학생 6.4시간, 고등학생 4.9시간이었다. 초등학생은 전년 대비 0.2시간 감소했지만 중학생은 0.1시간, 고등학생은 0.3시간 각각 증가했다. 

사교육 수강 목적은 교과의 경우 학교수업 보충/심화 목적이 48.8%로 가장 높았다. 이어 선행학습 20.9%, 진학준비 17%, 불안심리 5.2%, 기타 3% 순이었다. 전년 대비 응답률을 살펴보면 선행학습 목적은 4.3%p, 진학준비는 1.5%p 하락했으나 학교 수업 보충/심화는 4.7%p로 증가한 특징이다. 

예체능/취미/교양의 경우 취미/교양/재능개발 목적이 58.6%로 가장 높았고 이어 진학준비 9.8%, 학교수업 보충/심화 9.4%, 친구 사귀기 9.1% 순이었다. 전년 대비 학교수업 보충 심화는 2.2%p, 진학준비는 0.2%p 상승한 반면 취미/교양/재능개발은 1.2%p 하락했다. 

초등학생의 경우 보육 목적으로 교과 사교육에 참여하는 비중이 높아졌다. 10.1%로 전년 8.9% 대비 1.2%p 상승한 수치다. 예체능/취미/교양 역시 전년 12.5% 대비 14.3%로 1.8%p 상승했다. 초등학생 방과후학교 돌봄교실 참여율이 5.7%로 전년 4.9% 대비 0.8%p 상승하면서 초등학생에 대한 보육 수요가 많아졌다는 분석이다. 

<예체능/취미/교양 사교육 증가>
올해 사교육비 총액 중 예체능/취미/교양 사교육이 차지하는 비중이 또 다시 상승했다. 전체 대비 비중을 살펴보면 2012년 18%에서 2013년 20%, 2014년 21%, 2015년 22%, 2016년 25%, 2017년 27% 순으로 지속적으로 늘어왔다. 

학교급별로 예체능/취미/교양 월평균 사교육비를 살펴보면 초등학생이 10만7000원, 중학생이 3만5000원, 고등학생이 4만5000원이었다. 초등학생과 중학생은 모두 전년 대비 7000원 상승했고 고등학생은 8000원 상승했다. 

사교육 참여율은 초등학생이 66.8%로 전년 대비 2.5%p 상승, 중학생은 24.2%로 3.6%p 상승, 고등학생은 14.1%로 2.4%p 상승했다. 

세부 과목별 월 평균 사교육비는 음악이 2만4000원으로 전년 대비 5.3% 상승, 미술이 1만1000원으로 10.3% 상승, 체육이 2만8000원으로 17% 상승, 취미/교양이 7000원으로 31.2% 상승했다. 참여율은 음악 18.3%, 미술 8.3%, 체육 24%, 취미/교양 5.3%였다. 

특히 중학생의 경우 음악/미술에서, 고등학생은 체육/취미/교양에서 1인당 월평균 사교육비가 크게 증가했다. 중학생 음악 사교육비는 전년 9000원에서 1만2000원으로 23.3%, 미술은 3000원에서 5000원으로 67% 증가했다. 고등학생 체육은 6000원에서 1만1000원으로 77.4%, 취미/교양은 6000원에서 9000원으로 54.9% 상승했다. 

<월 소득 700만원 이상, 200만원 미만 사교육비 격차 ‘4.9배’>
가구 소득 수준별로 살펴보면 월평균 소득 700만원 이상 가구의 월평균 사교육비는 45만5000원, 200만원 미만 가구는 9만3000원으로 나타났다. 700만원 이상 가구의 사교육비를 200만원 미만 가구의 사교육비로 나눈 값은 4.9배로 나타났다. 전년 5배와 비슷한 수치다. 

월평균 소득 700만원 이상 가구의 참여율은 전년 81.9% 대비 1.7%p 상승한 83.6%, 200만원 미만 가구는 전년 40.2% 대비 2.9%p 상승한 43.1%로 참여율 차이는 40.5%p였다. 

<서울 39만원 ‘최고’.. 전남 ‘최저’>
시도별 월평균 사교육비는 서울이 39만원으로 가장 높았다. 이어 대구 30만원, 경기 28만6000원 순으로 톱3였다. 반면 가장 적었던 곳은 전남으로 15만7000원이었다. 
전년 대비 증가폭이 가장 컸던 곳은 대구다. 13.2%의 증가세였다. 이어 서울 10.6%, 세종 10.6%, 강원 10% 순으로 증가했다. 반면 감소세였던 곳은 충북(3.8%) 전남(3.1%) 울산(1.4%) 제주(1.3%) 순이었다. 

사교육 참여율을 따져 봐도 서울이 76.7%로 가장 높았다. 이어 세종 74%, 대구 73.6% 순으로 톱3였다. 전년대비 증가폭이 가장 컸던 곳은 충남으로 5.1%p 상승했다. 이어 세종 4.8%p, 대구 4.7%p, 경남 4.4%p 순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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