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능최저충족여부 정시 가능성 가늠자..'발표 시기, 정확도 관건'

[베리타스알파=권수진 기자] 평가원이 올해부터 수능 가채점 등급컷 발표를 추진한다고 27일 밝혔다. 가채점 단계에서 사교육 입시기관의 등급컷에 의존할 수밖에 없어 ‘깜깜이 입시’로 불리는 상황을 타개하겠다는 의지로 읽힌다. 성기선 한국교육평가원장은 기자간담회에서 “올해부터 수능 가채점 결과 발표를 추진하겠다”고 밝혔다. 6월모평에서 시범적으로 실시한 후 도입 여부를 결정한다는 방침이다. 성 원장은 “1차 채점인 만큼 수험생들이 참고만 해달라는 전제를 달아 6월모평 4~5일 뒤 발표할 것”이라고 말했다. 

성 평가원장은 지난해 12월 ‘2018 수능 채점결과’ 브리핑 당시 가채점 예상등급컷 공개 방침을 이미 밝히기도 했다. 실제 모평, 수능을 치른 이후 실채점 기간까지 수험생들이 ‘깜깜이 입시’를 치러야 한다는 지적은 꾸준히 제기돼왔다. 9월모평을 치른 후에는 본인의 성적을 알지 못한채 수시원서접수를 치러야 하고, 수능을 치른 후 역시 성적을 모른 채로 대학별고사 응시여부를 결정해야했기 때문이다. 

이에 대한 대안으로 <베리타스 알파>는 지난해 “‘깜깜이 대입’을 벗어나는 법‘을 통해 “교육부/평가원이 일부 지역의 채점 데이터를 샘플링해 예상 등급컷을 내 준다면 수요자들의 불편은 상당 부분 해소될 것”이라고 짚기도 했다. “유일한 단점은 예상등급컷과 실채점 결과가 다를 경우 혼란이 벌어질 수 있다는 점이지만 교육부/평가원이 충분한 표본을 확보할 수 있다는 점을 살려 예상값이 크게 빗나가는 일은 없을 것으로 보인다”고 지적했다. 

관건은 발표 시기와 정확도다. 수험생들이 등급컷을 활용하는 가장 중요한 이유가 수시지원대학, 대학별고사 응시 여부를 결정하기 위해서인 만큼 그 이전에 발표되는 것이 가장 바람직하기 때문이다. 과거 도입된 전례가 있지만 표본채점 결과와 실채점 결과의 격차가 큰 문제로 폐지에 이르렀다는 점도 고려사항이다. 한 교육계 관계자는 “과거와 같은 폐지 전철을 밟지 않기 위해서는 사교육 등급컷을 대체할 수 있을 정도의 정확도와 신속한 발표가 필요해 보인다”고 말했다. 

평가원이 올해 수능에서 가채점 등급컷을 발표하는 방안을 추진한다. 6월모평에서 시범적으로 실시한 후 도입여부를 최종 결정할 방침이다. 사교육 등급컷에 의존하는 현 상황을 타개하겠다는 의지로 읽힌다. 교육 수요자들이 활용할 수 있을 만큼의 정확성과 신속도를 갖추느냐가 관건으로 떠올랐다. /사진=베리타스알파DB

<평가원 ‘가채점 등급컷’ 공개추진.. 발표 시기 관건>
평가원의 가채점 결과 발표 방침은 9월모평, 수능 직후 이뤄지던 ‘깜깜이 입시’를 개선하겠다는 의지다. 평가원 차원의 등급컷 발표에 대해 교육계는 환영하는 분위기다. 현재까지는 평가원이 채점 결과를 발표하기도 전에 해당 시험 성적을 가늠해 수시원서접수, 대학별고사응시 등을 결정해야 했기 때문이다. 그 때문에 교육 수요자들은 입시기관이 내놓는 등급컷에 의존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었다. 성 원장은 “정보가 없어 자신의 성적이 수능최저에 맞는지 모르는 경우가 많고, 결과적으로 대학도 전형료 장사라는 비판을 받을 수밖에 없다”며 “입시학원들이 예상등급컷을 발표해 설명회 등으로 불안감을 조성하는 등의 현상을 바로잡을 것”이라고 말했다. 평가원은 6월모평에서 시범실시한 후 검토해 최종 결정하겠다는 입장이다. 

관건은 발표 시기다. 평가원이 고려하고 있는 시기는 시험을 치른 후 최대 4~5일 정도다. 이 기간을 9월모평에 대입하면 다소 촉박한 일정이다. 올해 9월모평은 9월5일 실시한 후 5일 후인 9월10일부터 14일까지 수시원서를 접수하기 때문이다. 등급컷 발표에 최대 5일이 소요될 경우 수시원서 접수를 시작하는 시점과 맞물려 등급컷이 발표되는 셈이다. 마감날짜가 14일이긴 하지만, 이는 대교협이 발표하는 대입전형 기본사항에 따른 것으로, 주어진 일정 중 3일 이상 원서접수를 시행하도록 규정하고 있어 마감일정보다 빠른 날짜에 원서접수를 마감하는 대학도 존재한다. 지난해 역시 9월모평 시점과 수시원서접수 간 여유는 부족했다. 9월6일 모평을 시행한 후 11일부터 15일 사이에 원서접수를 실시했기 때문이다. 올해와 동일하게 원서접수 시작 기준 5일의 차이였다. 

수험생들은 9월모평의 경우 평가원 등급컷이 발표되기 이전에 대략적인 지원 전략의 얼개를 짜놓은 뒤 등급컷을 활용해야 할 것으로 보인다. 9월모평을 보기 전 6장의 수시기회 중 대부분을 확정지어 놓고 9월모평 결과에 따라 1~2장의 원서만 수정하는 형태로 지원전략 수립계획을 세워야 할 전망이다. 한 교육계 전문가는 “막판 들어 원서전략을 대폭 수정하거나, 9월모평 이후에서야 지원전략을 수립하는 일은 피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수능의 경우 수능이후 치러지는 가장 빠른 대학별고사가 불과 2~3일 후에 치러진다는 점도 고려해야 한다. 매년 목요일에 치러지는 수능이 끝나면 그 주 주말인 토, 일요일에 논술/면접을 실시하는 대학들이 있기 때문이다. 한 교육계 관계자는 “도입 첫 해인 만큼 빠른 발표가 이뤄질 수 있을지 미지수”라며 “당분간은 입시기관의 영향력을 완전 배제하기는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등급컷 정확도 주목>
등급컷의 정확도 역시 중요한 문제다. 과거 2003, 2004 수능에서 표본채점을 실시해 발표하는 제도가 있었지만 표본채점 결과와 실채점 결과 사이의 격차 때문에 폐지에 이른 전례가 있기 때문이다. 수험생들이 등급컷을 실제 수시/정시 지원과 연결지어 활용한다는 점을 고려하면 중요도는 더욱 강조된다.

현재까지는 다수 입시기관들이 가채점 등급컷을 내며 판단기준 역할을 대신하고 있다. 시험 당일 발표되는 추정 등급컷은 인터넷 포털 사이트 검색어 순위에 오르내릴 만큼 교육계 전반의 관심거리다. 수험생들은 가채점을 통한 자신의 위치를 파악하기 위해, 교사들은 진학지도 등의 목적으로 관심이 쏠린다. 

등급컷 주목도가 높은 상황에서 입시기관별 정확도는 천차만별인 상황이다. 신뢰도를 따져보면 2015~2018학년까지 적중도가 가장 높았던 곳은 대성이다. 2015학년과 2016학년은 국어A 국어B 수학A 수학B 영어 1등급컷을, 2017학년은 국어 수학(가) 수학(나) 영어 1등급컷을, 가장 최근 치러진 2018학년은 국어 수학(가) 수학(나) 1~2등급컷을 기준으로 평가했다. 4년간 발표된 총 64개 등급컷 중 대성은 42개를 적중해 65.6%의 적중률이었다. 대성은 2018수능에서도 자연계열 만점자를 배출하며 꾸준히 만점자 배출 행보를 이어나가고 있을 만큼 최상위 재수생들이 대거 집결해있는 배경이 대성이 선보이는 뛰어난 분석력의 기반으로 풀이된다. 대입 ‘최고 전문가’로 꼽히는 이영덕 대성학력개발연구소장의 분석 노하우가 더해졌기에 가능했던 일이라고 교육계에서는 평가하고 있다. 대성에 이어 종로하늘 64.1%, 이투스 유웨이 각 57.8%, 메가 56.3%, EBS 진학사 각 54.7% 순으로 뒤를 이었다.  

평가원이 가채점 등급컷을 발표하기 시작하면 사교육기관 등급컷에 대한 의존도는 점차 줄어들 전망이다. 한 교육계 관계자는 “평가원 가채점 등급컷이 자리잡기까지는 사교육 등급컷이 완전히 사라지지 않겠지만 지금보다 영향력은 덜할 것으로 보인다”며 “다만 평가원의 가채점 등급컷이 시험 당일 나오기는 쉽지 않을 것이라서 입시기관의 시험 당일 등급컷이 계속해 명맥을 이어나갈 가능성도 있다”고 말했다. 또 다른 교육계 전문가는 “입시기관보다 평가원이 충분한 표본을 확보할 수 있는 만큼 사설 입시기관보다 더 높은 정확도를 보여야 한다는 기대치가 있을 것”이라며 “사교육 등급컷에 의존하는 현실을 타개하기 위해서는 그만큼의 효용을 보여줘야 한다”고 말했다. 

<가채점컷.. 수능최저 충족여부, 정시 합격 가능성 등 가늠>
9월모평 성적의 경우 수시원서접수에 활용된다. 통상 9월모평 가채점 결과를 통한 수능최저충족여부 등을 판가름해 수시6장 카드를 확정짓기 때문이다. 9월모평은 6월모평과 더불어 수능을 출제하는 평가원이 직접 주관하고, 재수생들이 시험에 응시한다는 특성 때문에 수능최저 충족 가능성, 정시에서의 합격가능 대학 판별 등 수시 지원전략에 필요한 사항들을 판단하는 기준점으로 중요하게 활용된다. 3/4/7월 학평과 6월모평이 있긴 하지만 9월모평보다는 중요도가 덜한 편이다. 학평은 재수생을 제외하고 재학생만 응시하기 때문에 표준점수/백분위/등급 등 성적 전반이 실제와는 차이가 있는 경우가 많다. 평가원이 아닌 교육청 주관이라는 점, 제2외국어/한문영역 시험이 시행되지 않는다는 점 역시 중요도를 낮추는 요소다. 6월모평은 재수생이 응시한다는 점, 수능을 주관하는 한국교육과정평가원이 주관하는 모평이라는 점 때문에 학평 대비 중요도가 높지만 반수생이 투입되지 않는 시기란 점에서 9월모평에 비해서는 중요도가 낮다. 대학 1학기를 마치고 7월부터 수능을 준비하는 반수생들은 고득점자들이 상당해 최상위권 판도를 흔드는 요소로 분류된다. 출제범위도 중요하다. 9월모평에서부터 수능에 출제되는 ‘전 범위’로 확대되기 때문이다. 결과적으로 평가원 주관, 재수/반수생 투입, 전범위 출제 등의 요건을 갖춘 9월모평이 수능최저충족 가능성, 정시 합격가능성을 판단하는 데 가장 효율적인 셈이다. 

수능최저 충족 가능성을 따져야 하는 이유는 수능최저를 만족하기 어려운 대학에 지원할 경우 아까운 수시지원카드 1장을 고스란히 날리는 결과로 이어지기 때문이다. 서류/면접평가에서 합격권에 들었다 해도 수능최저를 충족하지 못하면 불합격할 수밖에 없다. 올해 상위17개대학 기준, 학종에서 수능최저를 설정하고 있는 대학은 7개교다. 고려대가 일반전형 인문계열 기준, 국어 수학(가/나) 영어 사/과탐 4개 등급합 6이내의 기준을 설정하고 있는 식이다. 정시 합격 가능성을 따지는 이유는 수능을 통해 정시에서 합격할 수 있을 것으로 판단되는 대학을 수시에서 지원하지 않기 위해서다. 기본적으로 수시 지원전략이 ‘상향지원’인 만큼 수시는 수능성적만으로는 지원하기 어려운 대학을 선택지로 두는 경우가 많다.

수능 성적의 경우 대학별고사 응시여부를 결정짓는 잣대로 활용한다. ‘수시납치’를 피하기 위해 수능 가채점 결과를 토대로 본인이 논술/면접 응시 여부를 판단해 의도적으로 불합격할 수 있기 때문이다. 수능성적이 예상보다 잘 나와, 수시에 지원한 대학보다 더 선호도가 높은 대학에 지원할 수 있을 것으로 예상된다면 수시 대학별고사를 응시하지 않는 방법이다. 

하지만 현재는 본인의 수능최저 충족 여부도 제대로 알지 못한 채 대학별고사에 응시해야하는 실정이다. 입시기관들이 수능채점결과 발표 이전 등급컷을 내놓긴 하지만 기관별 등급컷이 다른 경우가 많고, 실채점 결과와도 일치한다는 보장이 없어 일단 대학별고사에 응시하는 것 밖에는 방법이 없는 상황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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