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남일 진선여고 교장 인터뷰

[베리타스알파=박대호 기자] 진선여고는 최근 뛰어난 진학실적으로 각광받는 일반고다. 명실상부한 전국 최고의 교육특구인 강남에 자리해 있지만 명성이 쟁쟁한 주변 고교들로 인해 결코 여건이 좋다고만은 볼 수 없는 곳. 그럼에도 2018학년 수시 9명, 정시 6명의 서울대 최초합격자를 배출하며 수시 기준 전국 1위 여고로 당당히 올라서는 성과를 냈다.

조남일 진선여고 교장은 지금의 진선여고가 만들어지기까지 현장을 지켜온 ‘산 증인’이다. 10여 년 전 연구부장을 맡던 시절 고입체제 변화로 미달이 나올 수도 있는 상황을 맞이하자 교사들의 구심점 역할을 하며 수요자들의 눈길을 진선여고로 끌어들인 장본인이기도 하다. 2015년 진선여중 교장으로 부임하며 고교를 잠시 떠났지만, 지난해 9월 진선여고 교장으로 자리를 옮기며 교직생활을 바친 곳으로 다시 돌아왔다.

조남일 진선여고 교장

- 선발권이 없는 일반고지만 단연 눈에 띄는 진학실적을 보유하고 있다. 뛰어난 진학실적의 원동력은
“진학실적에 결정적 역할을 하는 것은 진학지도 시스템이다. 학생들의 내신성적과 모의고사 성적은 3년 동안 누적해 보관한다. 상담이 취약한 2월과 3월 초에도 담임교사들이 학생 성적을 파악해 진학상담을 해줄 수 있는 시스템을 구축했다. 스캔형 OMR카드 리더기를 도입해 교육청 모의고사 당일 바로 성적을 파악해 결과를 제공하는 것도 진학지도를 위한 노력 중 하나다.

학생들에게 방향을 명확히 제시하는 진학지도시스템은 수시와 정시에서 모두 좋은 결과를 가져다 줬다. 기본적인 방향은 계열에 따라 전략을 달리하는 것이다. 인문계는 의대가 없기에 정시에서 완벽에 가까운 수능성적을 거둬야 서울대나 최상위권 대학에 진학할 수 있다는 사실을 주지시키는 반면, 자연계는 기초 학력이 높은 경우가 많아 수시에선 정시보다 다소 높은 대학에 지원하고, 정시에서는 성적에 맞게 지원하도록 했다. 그 결과 인문계 학생들은 수시에서 강세를 보여주고 있으며, 자연계 학생들은 수시에서 의대 등에 도전한 후 실패하더라도 정시에서 적정지원을 함으로써 수시 정시 모두에서 성과가 나는 결과로 이어졌다. 선배들의 입시결과를 아는 후배들도 자연스럽게 수시와 정시에서 고른 경쟁력을 갖게 됐다.

진학실적에서 또 하나 빠트릴 수 없는 것은 교사들의 노력이다. 정시는 수능성적이 당락을 결정하지만, 수시는 1~2학년 때 활동하고 기록한 내용들이 중요한 역할을 한다. 고3 때 들어 진학지도를 시작하는 것은 늦은 대처다. 1~2학년 때부터 담임교사와 교과 담당 교사들이 교과 수업과 학생부 기록에 꼼꼼하게 임해야 진학에 도움을 줄 수 있다. 워크샵 연구회 등을 많이 하며 이러한 체제를 만들기 위해 노력했다. 물론 학생들도 교사들의 노력에 호응해 열심히 노력하고 있다. 교내 활동을 하면서도 학업을 게을리 하지 않고 담임 교사의 진로/진학 지도를 허투루 듣지 않는 기특한 모습이다.

시간관리에도 힘쓰고 있다. 학기말 여분의 시간들을 최대한 알뜰하게 활용한다. 기말고사 이후부터 방학식까지의 학기말에는 수업이 제대로 이뤄지지 못하는 경우가 많다. 이 시기에는 학생/학부모 대상 입시설명회, 영어팝송경시대회, 영어 에세이 대회나 말하기 대회 등을 배치하고 교사들이 잘 지켜본 후 학생부에 반영함으로써 버려지는 시간이 없도록 한다.”

- 주변 지역에 여고가 많은 특징이다. 차별화되는 장점은 무엇인지
“먼저 자신있게 얘기할 수 있는 것은 공부만 하는 학교가 아니란 점이다. ‘놀기도 잘하는 학교’라고 생각하면 되겠다. 물론 수업의 질 향상에도 신경쓰지만, 교내 체육대회도 예선부터 실시하는 등 무게감있게 운영하고 있다. 1학년 수학여행, 2학년 교육테마여행, 3학년 졸업여행도 빠짐없이 실시된다. 매달 마지막주 금요일 오후엔 동아리 활동을 4시간 실시하고 10월 마지막주 토요일엔 동리 합동 발표회인 연화제를 연다.

교사 학생의 유대관계가 밀접하다는 것도 주변 학교들과 차별화되는 지점이다. 학생 교사 교류가 활성화되면서 진학 관련 조언에 대해 거부감을 느끼지 않고 잘 받아들이는 분위기가 형성된 부수적인 장점도 있다. 교사들의 평균연령이 낮다는 점이 이 같은 특징을 만드는 데 많은 도움이 됐다.”

- 대한불교진각종이 재단이다. 종교계열 재단을 둔 학교로서 특징은 없는지
“종교재단 학교면 종교 관련 수업이 실시된다고 오해하는 경우가 종종 있다. 하지만, 실제 종교가 교육과정에 미치는 영향은 크지 않다. 종교와 철학 과목이 있긴 하지만 수업 참여 여부는 학생들의 선택사항이다. 종교 관련 행사는 입학식/졸업식에서 10분 남짓한 짧은 행사가 전부다. 고3 학생들에게 안정감을 주기 위해 묵주 반지 등을 선물하고 좋은 얘기를 나누는 수능서원 불사가 있는데 반응이 좋다.

종교재단 학교이기에 타 학교와 차별화되는 장점도 있다. 진선여고 교사들은 신앙의 깊이에 차이가 있긴 하지만, 기본적으로 불교를 바탕으로 생각하고 학생들을 교육한단 공통점을 지니고 있다. 그러다보니 불교라는 종교의 분위기가 녹아들어 학교의 전체적인 분위기도 편안하고 부드러운 느낌을 준다. 학업에 열중하기 좋은 건강하고 원만한 분위기로 봐도 좋다.

교육목표와 인재상에도 이러한 종교재단의 영향과 분위기가 일부 묻어 있다. 불교 진각종의 종지를 바탕으로 지덕을 겸비한 창조적이고 민주적인 여성을 길러내는 것이 교육목표이자 진선여고의 인재상이다.”

- 올해부터 고입 동시실시 제도가 적용된다. 일반고 입장에서 어떻게 받아들이는지
“좋은 점도 있지만 마냥 좋아하기만은 어렵다. 특목고와 동시에 학생을 선발하게 되면 학생/학부모들은 내신성적을 잘 받을 수 있을지에 관심이 쏠리게 된다. 상대적으로 좋은 성적을 받을 수 있는 일반고에 지원하려는 학생들이 늘어날 것이다. 우리학교 입장에선 성적이 좋은 학생들을 받을 수 있는 기회인 것은 틀림없다.

하지만, 오히려 독이 될 수도 있다고 본다. 지원 시 합격이 가능한지도 내신 획득 못지 않게 학생 학부모들이 관심을 가지는 부분이기 때문이다. 현재 진선여고의 경쟁률은 9대 1에서 10대 1 수준으로 지역사회에 알려져 있다. 이처럼 경쟁률이 높은 학교에 지원 시 합격을 장담할 수 없다고 판단하는 경우가 많다면, 도리어 상위권 학생들의 지원이 저조해지는 결과가 나올 수 있다.”

- 진선여고 입학을 원하는 학생들에게 남길 조언은
“진선여고는 학생들이 성장하는 모습이 눈에 보이는 학교다. 입학할 때의 수준보다 졸업할 때의 수준이 눈에 띄게 성장할 수 있는 곳이라 자부한다. 주변 학교 학부모들 사이에서도 진선여고는 입학할 때 성적에 비해 훨씬 좋은 결과를 만드는 학교라는 인식이 널리 퍼져 있다.

교장으로 취임하며 학교경영 방침으로 ‘즐거운 학교, 재미있는 수업’을 제시했다. 학교가 환하고 학생들의 밝은 목소리로 가득 차길 바란다. 교실과 교정 전부 밝고 환하고 생동감 있게 운영하려 노력 중이다. 진선여고에 입학해 3년 동안 뛰어놀고 즐겁게 공부하다 보면 좋은 결과를 맞이할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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