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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학생부 기재요령’ 전면 개편 요구.. ‘과정 없애 획일화 우려'김경범 '학생중심 학생부 전환' 제안.. '수능, 기울어진 운동장'
  • 권수진 기자
  • 승인 2018.02.22 16:18
  • 호수 27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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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베리타스알파=권수진 기자] 금지 사항으로 점철된 ‘학생부 기재요령’에 전면 개편이 필요하다는 지적이 제기됐다. 김경범 서울대 교수는 21일 광주교육청에서 열린 제2차 광주대입정책포럼에서 ‘학교생활기록부 정보와 학생부 종합전형’을 주제로 발제에 나섰다. 

김경범 서울대 교수는 대입제도 개편방안을 위해 마련된 정책자문위원회 입시제도혁신분과장을 맡은 인물이라는 점에서 눈길을 끈다. 현재 교육부가 주관하는 대입정책포럼에서 좌장으로도 참여하고 있다. 김 교수는 그간 서울대 입학관리본부 연구교수로 활동하며 서울대 수시운영의 틀을 만든 인물로 평가받는다. 이후 학종의 우수성을 알리는 서울대 주최 포럼에도 연사로 참여해 학종의 긍정적 영향과 학생부 개선요령 등에 대해 목소리를 내놓기도 했다. 

이날 포럼에서 김 교수는 학생부가 의무와 금지 사항만 늘어났다며 현 학생부 기재요령은 학교의 구성원을 통제의 대상으로 간주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이로 인해 학생부는 획일화되고 있는 실정이다. 김 교수는 “교사들이 기재요령에 포함된 학생부 기록 예시를 반복적으로 기록해 학생부 정보를 획일적으로 만든다”고 꼬집었다.

학종의 공정성을 높이기 위한 방안으로는 ‘고교-대학 연계포럼’을 실시할 것을 제안했다. 고교와 대학이 불공정성의 원인이 서로에게 있다고 여기는 만큼 불신을 걷어낼 논의의 장이 필요하다는 것이다. 고교는 교육과 기록 방법을, 대학은 평가방법을 서로 소통함으로써 교육과 입시를 연결할 수 있다고 봤다. 

학생부 기재요령에 개편이 필요하다는 지적이 꾸준히 제기되고 있다. 규제/금지사항이 많다보니 학생부의 획일화 문제가 드러난다는 비판이다. 학생의 성장과정을 드러낼 수 있도록 해 '미래 사회를 위한 창의적인 인재'를 길러야 한다는 목소리에 힘이 실리고 있다. /사진=광주교육청 제공

<‘학생부 기재요령’ 획일화 초래.. 성장과정 못 드러내>
김 교수는 현재 학생부 기재요령이 학교 구성원을 통제의 대상으로 간주한다고 지적했다. 김 교수는 “학교 폭력이나 사교육 관련 사회적 이슈가 발생할 때마다 학생부에는 의무와 금지 사항만 늘어났고, 입력 가능한 글자 수를 제한하는 등 여러 제약이 생겨났다”고 말했다. 

더 큰 문제는 학생부가 획일화된다는 점이다. 김 교수는 “교사들은 학생부 기재요령에 포함된 학생부 기록 예시를 반복적으로 기록해 학생부 정보를 획일적으로 만든다”며 “교사의 자율권, 학교의 자율권은 감시와 통제의 대상이 된 듯하다”고 지적했다. 획일화로 인해 학생 개인보다는 학교의 영향력이 커진다고 진단했다. 불공정한 고교등급제 논란이 생길 수 있다는 우려다. 

급선무는 학생부 기재요령의 총체적인 개편이다. 김 교수는 “학생부 기재요령과 예시에 대한 총체적 개편, 학생에 대한 상시 관찰 기록을 누가할 수 있는 프로그램의 도입, 수행 평가 활성화, 교실 수업의 질적 변화, 정규 수업과 학내 활동의 연계, 교사 간 관계 및 교사와 학생 간 관계 변화 등 고교 교육과 학교 문화의 포괄적 변화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기존의 ‘학교’ 중심 학생부를 ‘학생’ 중심 학생부로 전환해야 한다고 제안했다. 학생 중심 학생부란 ‘학교가(선생님이) 무엇을 가르쳤는가’에 대한 기록이 아닌, 학생이 주어로 기술된 학생부, 즉 ‘학생이 무엇을 어떻게 배우고 성장했는가에 대한 개별화된 기록’이라고 설명했다. 김 교수는 “학습 결과만이 아니라 배움의 동기, 과정, 결과와 후속 활동까지 기록한 학생부가 학생 중심 학생부”라고 설명했다. 

현재 기재요령은 학생의 성장과정을 드러낼 수 없다는 점을 지적했다. 학생의 교내 수상 실적은 수상(대회) 명칭, 등급, 수상연월일, 수여기관, 참가 대상만 학생부에 기록할 수 있을 뿐, 학생의 준비과정, 참여 정도, 평가기준/방법, 결과물에 대한 정보, 학생의 후속 활동 등의 내용은 학생부의 어떤 항목에도 입력할 수 없기 때문이다. 김 교수는 “수상 실적에 학생이 성장해가는 기록을 담으려면 중간/기말고사처럼 개별 교과 학습 내용에 대한 문제풀이식 평가에 따른 수상이 아니라 한 학기에 걸친 논술, 토론, 교과 융합 활동의 평가로 수상의 개념을 전환하고, 여기에 학생의 준비과정, 학생의 참여 정도, 평가기준/방법, 결과, 후속 활동을 기록해야 한다”고 설명했다. 최근 지적되고 있는 과도한 수상 실적 남발의 문제는 대학에서 제공되는 상의 개수를 제한하거나 고교에서 기록하는 수상의 상한을 만드는 방법을 제안했다. 

미래 사회를 위한 창의적인 인재를 길러내는 데도 ‘규제’의 학생부는 바람직하지 못하다고 봤다. 김 교수는 “학생부 기재요령에 의해 통제된 마인드를 가진 교사들이 미래사회를 살아갈 학생들의 능력과 소질을 키워줄 수 없다”며 “규제와 금지의 공간에서 학생의 창의성은 자라날 수 없다”고 지적했다. 

<‘고교-연계 대학 연계포럼‘ 제안.. 학종 공정성 제고방안>
창의적인 인재를 길러내기 위해 학종 외에 다른 선택지는 없다고 봤다. 김 교수는 “1994년 이래 20년 남짓 동안 수능을 대비하는 학교 수업이 학생의 창의적인 생각을 키워내지 못했다는 것을 경험했다”고 말했다. 이에 더해 “학종이 사라지면 학교 수업의 질적 제고를 위한 동력도 함께 사라지고 학교 교육을 통해 창의적 인재를 육성할 수단도 물거품이 된다”고 말했다. 학종은 ‘후퇴’가 아닌 ‘개선’이 필요하다는 주장으로 읽히는 대목이다.  

학종의 공정성을 제고하기 위한 방안으로 고교-대학 연계 포럼을 제안했다. 불공정의 원인이 서로에게 있다고 여기는 만큼 신뢰 회복의 장이 필요하다는 의미다. 김 교수는 “고교는 자신이 만든 학생부를 두고 학생의 학업 역량이 어떻게 평가되는지 모른다. 학생부에 대한 종합적 평가의 실례를 알지 못한 채 결과만을 갖고 유추할 뿐”이라며 “대학이 알려주는 정보와 고교가 알고 싶은 정보 사이의 불일치로 인해 공정성에 대한 불신이 잉태된다”고 지적했다. 이로 인해 고교는 ‘내신 순으로 선발하면서 특목/자사고에 유리하도록 만들기 위해 종합평가라는 이름을 쓰고 있는 것은 아닌지’ 의심하기도 한다는 설명이다. 신뢰 회복을 위해 대학은 대학의 ‘평가 항목’에 대한 설명이 아닌, 학생부에 담긴 정보가 어떻게 해석되는지 고교에 알려야 한다고 꼬집었다.  

평가 결과에 대한 설명도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고교 입장에서는 떨어진 이유를 알아야 개선할 수 있기 때문이다. 김 교수는 “고교는 학생이 왜 떨어졌는지, 상대적으로 무엇이 부족해서 떨어졌는지 궁금하다”며 “대학은 평가 결과에 대한 모든 사례를 설명하기 어렵겠지만, 아무 설명도 하지 않는다면 고교 신뢰를 얻기 어려울 뿐만 아니라 고교 교육을 통해 원하는 학생을 육성하지도 못하게 된다”고 말했다. 

대학 입장에서 지적하는 학생부 기록의 불공정성은 학교와 교사에 따라 학생부 기록이 달라진다는 점이다. 학교 간 차이의 경우 교육 프로그램과 ‘좋은 수업 방법’의 적극적 공유를 해법으로 제시했다. 김 교수는 “대학은 평가 결과를 고교와 소통하고, 교육청은 학교 수업방법의 개선과 학생부 기록을 잘 하도록 고교를 도와주는 ‘학교컨설팅’을 강화한다면 적어도 지금보다는 학교 간 차이를 줄일 수 있다”고 말했다. 

교사 간 차이의 경우 교사들이 학생 정보를 공유/소통하고, 다 함께 학생부를 기록하는 학교 내 절차를 명문화해야 한다고 진단했다. 김 교수는 “학급담임, 교과담임, 특정 활동을 담당하는 교사들 모두는 학생 개인에 대한 기록을 누적해야 한다”며 “매 학기와 학년 말 학생을 담당했던 모든 교사가 모여 학생부 기록을 점검하는 절차를 만들어야 한다”고 말했다. 

김 교수는 “불공정성의 원인을 두고 대학은 고교 기록에, 고교는 대학 평가에 있다고 생각한다”며 “대학-고교 공동의 노력으로 불공정성을 해소할 수 있다”고 말했다. 김 교수는 “포럼을 통해 고교는 ‘우리가 이렇게 교육하고 기록하니 이런 학생을 선발하라’고 주장하고, 대학은 ‘우리가 이렇게 평가하니 이런 학생으로 가르쳐달라’고 주장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두 주장이 서로 만나야 교육과 입시가 연결된다는 것이다.

<수능 ‘기울어진 운동장’ 과목선택 따른 유불리 심해>
이날 포럼에서는 수능의 불공정성에 대해 지적한 발언도 나왔다. 박봉기 살레시오여고 교사는 수능을 두고 ‘기울어진 운동장’이라고 표현하며 가정환경, 거주지역, 사교육 환경, 재학생/졸업생, 학교 수준, 성별 등 차이를 측정하기에 불공정하다고 말했다. 

연구결과도 예시로 들었다. 경희대 입학전형연구센터는 지난해 2017학년 출신지역별 대입전형 합격자를 학종과 수능으로 나눠 분석한 결과 경제적 소득이 높은 지역 학생들은 수능으로 진학하는 비율이 높고 학종은 그 반대였다. 소득이 높은 지역으로 분류되는 강남구의 경우 수능으로 합격한 학생 비율이 93%, 학종으로 합격한 학생은 7%였다. 분당구 역시 82%가 수능, 18%가 학종으로 합격하면서 수능 합격 비율이 월등히 높았다. 이어 서초구(수능 77%/학종 23%), 대구 수성구(72%/28%), 경기 과천(68%/33%), 송파구(64%/36%) 순이었다. 

반면 상대적으로 소득이 낮은 지역으로 분류되는 성북구는 85%가 학종, 15%가 수능으로 합격해 학종의 비율이 높았다. 이천도 마찬가지로 92%가 학종, 8%가 수능으로 합격한 것으로 조사됐다. 강북구(수능 21%/학종 79%), 경기 시흥(24%/76%) 순이었다.

과목 선택에 따른 유불리가 심한 점도 지적했다. 박 교사는 “매년 평가원의 사탐 난이도 조절 실패로 표준점수나 백분위뿐만 아니라 변환표준점수로 환산해도 점수 차이가 너무 크다”며 “과목 선택 때문에 당락이 결정된다면 불합리한 제도”라고 말했다. 

수능이 ‘속도전’인 점도 한계로 짚었다. 주어지는 시간에 따라 결과가 달라질 수 있는 시험이라는 것이다. 박 교사는 “사고력을 중시하는 시대에 속도전은 시대착오적이고, 사교육을 조장하고 고교교육의 정상화를 저해하는 시험”이라고 비판했다. 

<수능 논/서술형 도입.. ‘창의융합형 인재양성’vs'사교육 광풍 우려‘>
수능에 논/서술형을 도입해야 한다는 주장도 있었다. 김경희 참교육학부모회 사무국장은 “학교에서 수능 준비와 논술고사를 동시에 준비하는 것은 사실상 불가능하므로, 논술고사를 대비하기 위해서는 사교육에 의존할 수밖에 없다”며 “대학별 논술고사를 폐지하고 학교수업 혁신을 견인하는 방안으로 논/서술형 수능을 도입해야 한다”고 말했다. 도입 효과로는 토론 수업, 주제 중심의 프로젝트 학습, 글쓰기 수업 등 다양한 수업 방식을 촉진하게 될 것이라고 봤다. 

논/서술형 수능 도입은 지난달 교육부 주관으로 열린 2차 대입정책포럼에서도 언급된 논의다. 당시 발표자로 참여한 서울경인지역입학처장협의회 회장인 김현 경희대 입학처장은 논/서술형 수능을 객관식과 분리해 실시하자는 제안을 내놨다. 객관식 오지선다형인 수능Ⅰ과 논/서술형 수능Ⅱ로 구분해 실시하는 방안이다. 논/서술형의 경우 과목별로 실시하거나 인문(국어/사회), 자연(수학/과학) 등 통합논술로 실시할 수 있다고 제안했다. 시험일은 2회로 나눠 수능Ⅰ은 11월 초, 수능Ⅱ는 11월 중순에 치르는 등의 예시를 제시했다. 

김현 처장은 논술/서술형 수능을 도입할 경우 채점은 대학이 맡아야 한다고 봤다. 김 처장은 “논술/서술형 수능 도입의 가장 큰 어려움인 채점을 대학에서 시행해 실현 가능성을 높일 수 있다”고 설명했다. 변별력을 확보할 수 있어 동점자 문제도 해결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이에 더해 “4차 산업혁명 시대의 창의융합형 인재 양성 부합, 선진국 입시 방향, 국내 시도교육청의 IB교육과정 도입과 대입 연계 강화”를 꾀할 수 있다고 말했다.

예시로 든 제도는 현재 법학전문대학원(로스쿨)에서 적용하고 있는 법학적성시험(LEET)이다. LEET는 오지선다형인 언어이해, 추리논증에 더해 논술시험을 혼용 출제하고 있다. 언어이해와 추리논증 영역의 경우 채점결과에 따라 표준점수, 백분위가 제공되지만 논술영역의 경우 해당 대학 지원자에 한해 수험생의 논술답안지를 스캔한 파일을 내려받아 대학이 직접 채점하는 방식이다. 

물론 문제점도 상존한다. 대학 간 채점 결과가 다를 경우 채점의 객관성/공정성 논란이 불거질 수 있기 때문이다. 이에 대해 김현 처장은 “현재 대학 논술은 채점방향, 출제방향, 예시답안 등이 표준화돼있다. 대학들이 그런 노하우가 있기 때문에 대학에서 충분히 공정한 채점이 가능하다고 볼 수 있다”고 설명했다. 

사교육 활성화에 대한 우려도 있다. 논술 도입은 시기상조이며 서술형만 도입해야 한다는 의견도 있었다. 임병욱 인창고 교감은 “기존 수능의 틀에 서술형을 더하고 시간을 조정하면 될 것”이라면서도 “서술형은 100~180자 사이로 글자 수 제한을 둬야 한다”며 “200자 이상이 돼 논술형이 된다면 전국에 논술 사교육 광풍을 몰고 올 것”이라고 지적했다. 

사교육 우려에 대해 김현 처장은 “도입을 위해서는 고교교육이 논술/서술형 교육으로 바뀌어야 한다”고 진단했다. 고교 교육에서 서술형 교육이 도입되고 난 후 빠르면 2025학년 즈음 수능에서 평가할 수 있을 것으로 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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권수진 기자  ksj@veritas-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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