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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육감 직선제 폐지론 재부상.. ‘교육정치화의 최대피해 수요자'‘정치인 진입, 지역편차 정책엇박자 악순환 심화'
  • 권수진 기자
  • 승인 2018.02.13 14:03
  • 호수 27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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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베리타스알파=권수진 기자] 교육감 직선제를 폐지해야 한다는 주장이 다시 제기됐다. 12일 바른사회운동연합과 한반도선진화재단이 공동 주최한 ‘교육감의 조건’ 세미나에서다. 이날 천세영 충남대 교육학과 교수는 “올해 선거를 마지막으로 교육감직선제를 폐지하고, 2022년부터 간선제로 전환하되, 지방의회 동의를 거쳐 지방자치단체장이 추천하고 대통령이 임명하는 방식으로 운영하자”고 말했다. 교육감 선거제도의 모순과 교육의 정치화 문제에 대해 반성해야 한다는 취지다. 천세영 교수는 한국교육학술정보원 원장을 역임한 교육 전문가다. 

교육감 직선제를 폐지하자는 주장은 그간 꾸준히 제기된 교육계 핵심이슈다. 교육감의 정치 이념에 따라 교육정책이 지역마다 다르고, 중앙정부와 엇박자를 일으키는 등 수요자를 정책 혼선의 피해자로 만드는 고질적 문제가 반복되고 있다는 지적 때문이다. 중장기 교육정책을 설계하기 위해서는 국가교육회의의 실질적 운영과 정권초월 교육위원회의 도입이 필수적이라는 전제 아래 교육감 직선제부터 폐지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았다. 이날 포럼에서 천 교수는 직선제를 폐지한 후 지자체장과 교육감의 임기를 2년 간격으로 엇갈려 배치해 교육행정과 일반 행정의 상호독립성을 확보해야 한다고 봤다. 

현 정부의 정책에 대해서는 국가주의가 오히려 심화되고 있다고 비판했다. 천 교수는 “아마추어리즘 혹은 탁상공론식 전교조/운동권 논리의 무차별적 침투가 이뤄지고 있다”고 지적했다. 자사고/외고 폐지 정책에 대해서는 “자사고 외고 탄압은 단순히 엘리트교육 파손을 넘어 한계에 부딪힌 사학의 절멸로 이어질 것”이라며 교육자유의 파괴에 대해 우려했다. 

이날 세미나에서는 ‘교육감 선거 폐지, 교육기적 다시 한번’을 주제로 한 천세영 교수의 발표에 이어 김태완 한국미래교육연구원 원장(‘미래세대의 교육을 위한 교육감의 역할과 책임’), 우동기 대구교육감(‘대구행복역량 교육 8년의 성과와 과제)’의 발표가 이어졌다. 

교육감 직선제를 두고 폐지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다. 교육의 정치화 문제가 끊임 없이 불거지는 등 수요자를 정책 혼선의 피해자로 만든다는 지적이다. /사진=한반도선진화재단 홈페이지 캡처

<교육감 직선제 폐지론 .. ‘교육 이념화’ 해결해야>
천 교수가 지적한대로 ‘교육의 정치화’ 문제는 교육감 직선제와 떼놓을 수 없다. 교육감 선거가 유권자에 영향력을 행사하는 특정 노조에 의해 좌우되거나 이념적으로 편향된 정치인들이 교육의 영역으로 진입하는 통로로 기능하고 있기 때문이다. 지난해 자유한국당 혁신위원회는 “교육감은 무엇보다 경험과 전문성을 바탕으로 교육행정을 올바로 이끄는 교육전문가를 선출해야 한다”고 지적하기도 했다. 

이날 천 교수 역시 "교육감은 선거로 뽑는 정치인이 아니라 존경으로 추대하는 선생님이며 교장이며, 교장 중의 교장인 ‘대교장’”이라고 설명했다. ‘정치’하는 사람이 아닌 ‘교육’하는 사람이 교육감이 돼야 한다는 맥락이다. 

- ‘정책 연속성’ 어디로
직선제로 불거진 가장 큰 문제는 교육정책의 연속성 문제다. 수요자들을 가장 직접적인 피해자로 만들고 있다는 점에서 우려의 목소리가 크다. 이념적 성향에 따라 정책을 뒤집을 뿐만 아니라 중앙정부와 엇박자가 발생하면서 정책의 예측가능성을 떨어뜨려 왔다는 지적이다. 중앙정부뿐만 아니라 지방자치단체와 엇박자를 보인 경우도 있었다. 서울 지역이 가장 대표적인 예로 꼽힌다. 직선제 이후 임기 4년을 채우지 못하고 당선무효가 되거나, 보궐선거에 당선돼 남은 임기를 채운 교육감들 사이에 성향이 달라지면서 역점을 둔 정책에 입장차가 뚜렷하게 드러났기 때문이다. 

혁신학교 정책과 자사고 정책이 대표적이다. 자사고 정책은 당초 보수성향 교육감 주도로 운영됐다. 이후 진보성향의 조희연 교육감이 취임하면서 상황은 돌변했다. 자사고 지정취소의 기반이 된 운영평가를 실시하면서 평가지표를 두 차례 걸쳐 수정/추가해 경희고 배재고 세화고 우신고 이대부고 중앙고에 대한 지정취소 처분을 내리기도 했다. 당시 교육부는 조 교육감의 행정행위를 재량권 일탈/남용으로 판단, 지정취소에 대한 직권을 취소하면서 6개교가 일시적으로 자사고 지위를 회복했지만 서울교육청의 교육부에 대한 기관소송 제기로까지 이어졌다. 교육부는 서울교육청이 지표를 두 차례 수정한 것과 직권취소 처분에도 지정취소를 강행하려 한 것을 고려해 특목/자사고 운영평가 표준안을 만들고 지정취소와 관련해 교육부장관과 해야 하는 ‘협의’를 ‘동의’로 수정하는 등 초중등교육법시행령을 정비하기도 했다. 

혁신학교는 진보성향 교육감이 주도한 경우다. 혁신학교는 김상곤 교육부장관이 경기교육감 재임 시절 도입한 학교 모델이다. 지난해 국감 시즌에는 조희연 서울교육감이 혁신학교의 학력저하 문제를 옹호하려다 비난 여론에 휩싸이기도 했다. 성적향상 정도가 자율고보다 높다는 주장이었지만 근거가 된 자료는 혁신고의 학업성취도를 자공고와 자사고를 합한 개념인 자율고와 비교하는 ‘꼼수’를 쓴 데다 자료 자체의 유의확률, 즉 자료의 오류가능성이 높다는 점이 드러나면서 무리수임을 많은 언론에서 지적 받았다. 

‘공교육 정상화’ ‘일반고 살리기’ 등의 슬로건으로 혁신학교를 지정해 확대해왔지만 학력저하 문제가 끊임없이 대두되는 상황이다. 곽상도(자유한국) 의원이 교육부로부터 받은 ‘혁신학교 학업성취수준’ 자료를 분석한 결과, 기초학력미달에 해당하는 혁신학교 고교생이 11.9%에 달해, 전국 고교 평균 4.5%와 큰 격차를 보였다. 보수성향 교육감과 시민단체의 비판에도 확대를 고수해 논란은 증폭됐다. 

- '정치적 요소'의 교육 개입 문제 부각
민선교육감의 권한은 더욱 커지는 상황이다. 현 정부는 교육부의 초중등교육 관련 권한을 각 시도교육청과 단위학교에 이양하고, 고등/평생/직업교육 중심으로 재편을 완료한 상황이다. 교육감의 성향에 따라 교육정책이 ‘좌지우지’될 가능성이 더욱 높아진 것이다. 

지난해 5월 한국교육학회가 ‘교육분권화와 자치’를 주제로 연 포럼에서는 정치적 요소의 개입 문제가 지적됐다. 정치적 선호에 따라 후보자를 택하고, 극단적 정책을 주장하는 교육감 후보가 당선된다는 것이다. 이는 결국 민의를 왜곡할뿐더러 대의제 민주주의를 침해한다고 봤다. 교육부 시/도지사 지방의회와의 정치적 갈등도 문제다. 학생인권 무상급식 교육복지 등 공약을 중심으로 갈등을 겪고 있기 때문이다. 갈등은 결국 교육정책의 빈번한 수정/폐지로 이어진다는 점에서 경계해야 한다는 지적의 목소리가 높다. 

교육의 자주성 훼손 문제도 지적했다. 교육감 선거에 관심이 낮을 뿐만 아니라 교육감선거가 정당과 관계가 없다는 사실, 교육감 후보자의 인물/정책에 대해 모르는 선거인 투표로 교육감을 선출한다는 것이다. 과도한 선거비용 문제도 있다. 정당의 지원/조직/자금 없이 선거자금을 조달하는 것이 현실적으로 거의 불가능하고 시/도지사보다 많은 선거비용을 부담한다는 것이다. 과도한 선거비용은 유능한 후보자의 진입을 가로막는다는 점에서 비판의 대상이 됐다. 또한 각종 비리와 불법으로 이어져 임기 중에 교육감을 그만두는 사태로까지 발전하기도 했다. 

기호효과 개선을 위해 도입한 순환제 투표용지 방식은 선거운동이 불가능한 위헌적 제도라는 점, 유치원 초/중등학교를 관장해야 하는 교육감 업무와 관련 없는 대학원 경력자는 전문성과 거리가 있다는 점 등도 문제점으로 제시됐다. 

<연이은 비리.. 직선제 폐지론 불지펴>
지난해 12월, 이청연 인천교육감이 뇌물수수혐의로 교육감직을 상실하게 되면서 폐지론에 더욱 힘이 실리고 있다. 이보다 한 달 앞선 11월에는 김복만 울산교육감이 1심에서 징역9년형을 선고받는 등 교육감 비리문제가 계속해서 터져 나오는 상황이다. 

반복된 비리는 직선제로 인한 구조적 문제라는 지적의 목소리가 높다. 선거비용이 과도해 비리와 불법으로 이어진다는 것이다. 선거공영제를 운영하고는 있지만 선거비용을 보장받지 못하는 경우가 더 많다. 2010년 서울교육감 선거 후보자 7명 중 3명은 한 푼도 돌려받지 못한 것으로 나타났다. 유효표의 15% 이상 득표할 경우 선거비용 전액, 10%이상 득표할 경우 절반까지 선거 비용을 국가로부터 보전 받을 수 있지만 10% 미만이면 이미 사용한 선거운동 비용은 일절 보장받지 못한다. 이 같은 구조는 현장경험이 두터운 교육계 인사들을 배제하고 자금 운용이 용이한 정치적 인사의 진입을 유도했다는 지적이 제기된다. 

대법원은 특정범죄 가중처벌 등에 관한 법률 위반(뇌물) 등으로 기소된 이 교육감에게 징역 6년, 벌금 3억원, 추징금 4억2000만원을 선고한 원심을 확정했다. 국가공무원법 제33조에 따르면 공무원으로 재직기간 중 직무와 관련해 형법 제355조, 제356조에 규정된 죄로 300만원 이상의 벌금형을 선고받은 경우 자격을 상실한다. 

이 교육감은 2015년 6월26일부터 7월3일까지 인천의 학교법인 소속 고교 2곳의 신축 이전공사 시공권을 넘기는 대가로 건설업체로부터 총 3억원을 받아 챙긴 혐의와 2014년 교육감 선거를 치르는 과정에서 선거홍보물 제작업자와 유세차량업자에게 계약을 대가로 각각 4000만원, 8000만원 등 총 1억2000만원의 불법 정치자금을 챙긴 혐의를 받았다. 

이 교육감은 전교조 출신으로 청렴을 내세워왔다는 점에서 교육계의 충격은 더했다. 지난해 초 1심 재판부는 이 교육감에 징역 9년과 벌금 3억원을 선고하면서 “이 교육감이 뇌물 등 모든 공소사실에 대해 알지 못했다고 주장하지만, 핵심 증인인 A씨의 진술과 검찰 증거를 토대로 종합해볼 때 공소사실 모두 유죄로 인정된다”며 “교육계 수장만 아니라 범행 사실 일체를 부인하고 경제적 이득을 독차지해 중형이 불가피하다”고 양형 이유를 설명하기도 했다. 징역 6년과 벌금 3억원을 선고한 2심 재판부는 “지역교육 수장인 교육감으로서 누구보다 높은 도덕성과 인격을 갖춰야 하고 무엇보다 청렴해야함에도 학교 이전을 도구로 업자로부터 거액을 받았다”며 “범행 내용과 중대성, 반성이 없다는 점 등을 볼 때 이에 합당한 책임을 묻는 것이 정의에 부합하는 길”이라고 밝혔다. 

이 교육감이 건설업체로부터 받은 3억원이 빌린 돈이라고 주장하지만 이 역시 설득력이 떨어진다고 봤다. 2심 재판부는 “변제기일이나 이율을 확인하는 등 돈을 빌린 사람이 통상 하는 어떤 행동도 하지 않았다”며 “이는 3억원이 갚지 않아도 되는 뇌물이란 것을 말해준다”고 지적했다. 당시 이 교육감에게 선거빚이 4억원 있었다는 점도 뇌물수수의 동기로 충분하다고 봤다. 재판부는 “박씨를 통해 돈을 받는 방법으로 선거 빚을 은밀하게 해결하려 한 것”이라고 말했다. 

이 교육감은 범행을 부인하는 태도를 보여 교육계의 실망감은 더했다. 재판부는 “이 교육감은 자신의 관여 사실이 드러나는 것을 극도로 꺼리는 이중적 태도로 모호성을 유지했다”며 “범행 발각 이후 다른 피고인에게 책임을 전가하는 수단으로 사용됐다”고 지적했다. 

교육감의 비리 사건은 이 뿐만이 아니다. 직선제의 폐해는 서울에서 가장 심각하다. ‘교육소통령’으로 불릴 정도로 교육계의 영향력이 지대한 서울교육감은 지금까지 4명의 교육감 모두 법정에 서는 불명예를 안았다. 이 중 2명은 교육감직을 상실했고 나머지 2명도 교육감직을 유지하긴 했지만 선고유예를 통해 비껴갔을 뿐 법률위반 사실 자체는 여전히 남아있다.

나머지 지역도 사정은 마찬가지다. 충남의 경우 오제직 교육감이 뇌물/공직선거법 위반으로 교육감직을 상실했고 김종성 교육감은 ‘위계에 의한 공무집행방해’ 혐의로 징역형을 선고받았다. 대전 전남 제주 충북의 경우 교육감직을 유지하고는 있지만 ‘사전선거운동’ ‘횡령’ ‘공직선거법위반(가족)’ ‘지방자치교육법 위반 등으로 벌금형을 선고받았다. 부산과 경남은 각각 공직선거법위반으로 징역형과 벌금형을 받은 경우다. 계속된 비리 문제로 교육계에서는 폐지론이 대두되고 있다. 교원단체인 교총 역시 "정치적 이념과 진영논리, 진영 내 후보단일화와 선거 과정에서 필연적으로 발생할 수밖에 없는 선거자금과 관련한 다양한 비리가 있다”며 “문제해결을 위해선 헌법에서 보장하고 있는 교육의 중립성과 전문성을 보장 받을 수 있도록 교육감 선출제도의 폐지 등을 고려해야 한다”는 입장을 지속해서 밝히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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권수진 기자  ksj@veritas-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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