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선아니라 폐지냐'..'수요자 현장 혼란 부추겨'

[베리타스알파=권수진 기자] 대입 학종의 선발비율을 3분의 1로 규제하는 것은 온당할까. 조희연 서울교육감은 학종 선발비율을 3분의 1로 규제하자는 제안을 담은 ‘학생부종합전형의 공정성 제고를 위한 개선방안’을 6일 내놨다. 6월 교육감 선거를 앞두고 내놓은 조 교육감의 학종개선책을 놓고 다양한 비판이 파장을 키우고 있다. 학종의 성과를 인정하면서도 서울 주요대학의 학종 선발비율을 3분의 1로 규제해야 한다는 주장 자체가 논리가 맞는 않는다는 평가부터 선거를 앞둔 무책임한 포퓰리즘이라는 비판까지 더해졌다. 교육감 선거를 앞둔 시점도 시점이지만 현직 교육감이 교육부와 엇박자인 대입정책을 꺼냈다는 사실만으로 수요자와 교육 현장의 혼란을 부추겼다는 신랄한 비판도 제기됐다. 

한 교육계 관계자는 “내용과 형식 시점 모두 부적절해 보인다. 현직 교육감이 교육부조차 꺼내지 않은 비율을 적시한 점이나 다양한 포럼을 통해 의견을 수렴하고 있는 다른 교육청과 달리 기자회견을 자처하고 나서 교육부보다 앞서가는 내용을 공표한 행태는 선거를 앞두고 한건 해보겠다는 포퓰리즘에 다름 아니다. 포럼을 통해 의견수렴을 하고 있는 교육부 국가교육회의 모두 같은 진영일 텐데 대외적으로 자중지란으로 비치는 것은 물론 수요자와 현장 혼란을 가중시키는 무책임한 행위"라고 비판했다.    

그간 학종의 신뢰도 제고를 강조한 교육부조차 학종의 선발비율에 관해서는 섣불리 언급하지 않았다는 점에서  너무 나갔다는 비판도 있다. 한 대학 관계자는 “학종의 신뢰도를 높이기 위한 여러 방안이 논의되기는 했지만 그간 학종이 정부 주도로 확대돼왔다는 점에서 김상곤 부총리가 학종 축소까지 주장하지는 않았다”며 “선거를 앞두고 진보 진영 내에서도 자중지란이 일어난 모양”라고 지적했다. 

서울교육청이 내놓은 개선안에 따르면 학생부종합전형과 학생부교과전형 수능위주전형을 각 1:1:1로 맞춰 학종 선발비율이 전체의 3분의 1을 넘지 않게 해야 한다는 것이다. 하지만 비중을 축소하는 것이 개선의 의도라고 볼 수 있냐는 지적의 목소리가 높다. 고교 한 관계자는 “학종이 개선해야 할 점이 있다면 고쳐 나가야지, 비율을 축소한다고 해서 문제가 해결되는 것인가”라며 “학종이 지역균형효과 등 성과가 있음을 인정하고 있으면서도 비율을 제한해야 한다는 것이 앞뒤가 맞지 않는다”고 지적했다. 이 관계자는 “학종의 개선이라고 말하고 있지만 학종의 비율을 줄여야 한다고 보는 등 사실상 학종을 고사시키겠다는 의도로 보인다”고 지적했다. 

공공입학사정관제를 운영하자는 주장에 대해서는 대학의 자율권을 침해할 뿐만 아니라 어떻게 비용을 충당할 것인지 대안이 없다는 점도 지적됐다. 한 대학 관계자는 “공정성을 제고하겠다는 취지 자체는 좋지만 대학이 각 인재상에 맞는 지원자를 선발한다는 대입 운영의 자율권을 침해할 우려가 있을 뿐만 아니라, 대학별 전임사정관도 처우불안으로 개선이 시급한 시점에 각 대학에 파견할 사정관은 어떻게 선발하고 어떤 재원으로 운영할지도 없이 그냥 질러 보는 얘기로 들린다”고 말했다. 

조교육감의 개선안에는 학생부 기재사항을 축소하고 자소서/추천서를 폐지해야 한다는 내용도 담겼다. 학종이 가져온 긍정적 변화에 대해서는 인정하면서도 막상 개선안이 담고 있는 내용은 학종 파행을 통해 사실상 학종의 무력화를 의도한 것 아니냐는 지적이 제기된다. ‘부담완화’라는 목적에 몰두해 정성평가로 실시되는 학종의 평가요소를 모두 없앤다는 우려 때문이다.  

서울교육청이 내놓은 '학생부종합전형의 공정성 제고를 위한 개선방안'이 사실상 학종 무력화 조치 아니냐는 지적이 제기된다. 학생부 기재사항 축소, 자소서/추천서 폐지 등을 언급하고 있어 평가틀을 흔든다는 우려에서다. 학종의 성과를 인정하면서도 학종 선발비율을 3분의1로 제한해야 한다는 주장을 내놓은 점도 문제가 됐다. /사진=베리타스알파DB

<학종 성과 인정하면서도.. 학종 '3분의1'로 제한?>
조희연 교육감은 6일 배포한 학종개선안을 통해 대입전형 선발 비율을 일정하게 규제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개선안에 따르면 “학종의 전체 선발비율이 3분의 1을 넘지 않도록 상한선을 두고 대입정원의 일정 비율 이상을 학생부교과전형으로 선발하도록 해야 한다”는 것이다. 조교육감은 기자회견에서 “학종 교과 수능 간 선발비율이 1:1:1 정도로 균형을 유지”하기 위해서라고 부연했다. 

학종 비율을 3분의1로 제한할 경우 그간 학종 확대를 장려한 정부 기조가 순식간에 뒤집히는 것과 마찬가지라는 우려가 제기된다. 2019입시에서 건국대 경희대 고려대 서강대 서울대 서울시립대 성균관대 등은 이미 학종이 40% 이상을 차지하고 있다. 한 교육계 관계자는 “학종이 확대되던 와중에도 특정 비율로 강제할 수 없었던 이유는 대학별 여건이 달랐기 때문이다. 학종 축소 논리 역시 마찬가지다. 대학들이 학종 확대를 대비해 사정관을 선발하고 시스템을 구축해놓은 상황에서 또다시 일률적으로 비율을 줄이라고 하는 것은 옳지 않다”고 지적했다. 결국 대입 사전예고제라는 기본도 무시한 발언이 되는 셈이다. 

특히 학종의 성과를 인정하면서도 ‘특정학교 학생의 입학에 유리하게 입시를 운영한다’는 점을 들어 규제를 주장해 앞뒤가 맞지 않는다는 지적도 있었다. ‘일반고의 경우 교과와 학종에서 가장 입학생 비율이 높고 자율고/특목고는 논술과 정시에서 입학생 비율이 높다’는 연구결과를 소개했지만 막상 ‘몇몇 대학’이라는 모호한 표현으로 학종이 특정 고교에 유리하다는 입장은 그대로 견지했기 때문이다. “서울의 15개 주요 대학 중 몇몇 대학들은 상대적으로 특목고, 자사고 등 특정학교 학생들의 입학에 유리하게 입시를 운영해 비판받고 있다”고 밝히면서 학종이 불투명한 입시를 치른다고 지적했다. 조 교육감은 이에 더해 “현재 제기되고 있는 학종의 핵심적인 문제점은 모든 대학에 적용된다기보다 서울대를 비롯한 세칭 일류대학들의 학종 운영상의 문제로 볼 수 있다”며 “이들 대학에 대해서는 대입전형 간 선발비율의 균형을 유지할 수 있도록 공적 규제를 해야 한다”고 말했다. 

학종 비율 제한을 서울 주요대학에 한정하고 있다는 점에 대해서도 의문이 제기되기도 했다. 학부모/학생의 불신과 우려가 있다는 명목으로, 마치 상위대학이 '부정한 학종'을 실시하고 있는 듯한 뉘앙스를 풍겼기 때문이다. 교육계의 수장인 교육감이 대입과 대학에 대한 불신을 전제로 비판의 날을 세웠다는 점에서 적절하지 못하다는 비판도 제기된다. 한 교육계 관계자는 “특정 학교 학생들의 입학에 유리하게 입시를 운영한 대학이 어디인지 명확히 밝히고 있지 않으면서 ‘서울의 15개주요대학 중 몇몇 대학’이라는 이름으로 비판을 가하고 있다”면서 “마치 상위권대학이 입시부정을 저지르고 있다는 것으로 해석될 우려가 있다”고 말했다.

대입 운영이 대학의 자율권에 맡겨져 있는 만큼, 특정한 비율로 전형 비율을 규제하는 것 역시 부적절하다는 지적의 목소리가 높다. 현재 대학들이 학종을 확대해온 모습을 살펴봐도 정부가 특정 비율을 목표로 가이드라인을 제공한 것이 아니라 ‘고교교육 기여대학 지원사업’을 통해 학종 확대를 유도하는 간접적인 방식이었기 때문이다. 실제로 대학별 학종비율을 살펴보면 전년 대비 확대해가는 추세였지만 그 비율은 천차만별이다. 대학이 구축한 학종 시스템, 인력 등의 여건을 토대로 대입 전형을 설계하고 있기 때문이다. 

<학생부 기재 내용 축소.. 학종 ‘개선’이 아닌 ‘퇴행’ 우려>
서울교육청은 학종 개선방안으로 학생부 기재 내용을 대폭 축소할 것을 제안했다. 하지만 학생/학부모/교사의 부담을 완화시킨다는 논리로 과도하게 단순화하는 것은 학종의 본질 자체를 흔든다는 지적도 나온다. 기재수준 격차를 완화한다는 목적이 주가 되면서 하향평준화로 이어진다는 우려다. 

서울교육청이 제시한 방안은 “정규 교육과정 내 활동을 중심으로 한 ‘창의적 체험활동’(자율동아리/진로/봉사활동) 이외의 기록 제한, ‘수상경력’ 기록 정량 제한, ‘진로희망’ 폐지 등으로 학생부 스펙을 목적으로 하는 활동을 축소”한다는 것이다. 최근 김상곤 교육부장관 겸 사회부총리가 학생부 기재사항을 축소해야 한다고 밝힌 방침과 같은 맥락이다. 

하지만 학종을 폐지하는 것이 목적이 아닌 한, 학종을 통해 학생을 변별하기 위해서는 일정 수준의 평가항목이 존재해야 한다는 시각도 있다. 교육계에서는 지난해 학교/교사별 기재 수준 차이를 줄인다는 목적으로 도입된 표준 가이드라인이 오히려 현장의 혼선을 불러온 점이 지적되기도 했다. 방안에 따르면 ▲수상경력은 학교별로 사전 등록된 교내상만을 기재하며 수상 사실은 수상 경력만에만 기재 ▲진로희망사항은 학부모 진로희망을 삭제 ▲독서활동상황은 제목과 저자만 기재하는 등이 주요 골자다. 기재수준 간극을 줄이는데 집중하다보니 오히려 확대된 학종시대에 충실한 학생부라는 본질에서 멀어졌다는 비판이 거셌다. 고교 입장에서는 학생의 모습을 충실히 담아내기 힘들고, 대학 입장에서는 학생의 정성평가가 더욱 힘들다는 문제였다. 

교내대회는 수상경력만을 기재하도록 하고 수상 사실은 수상 경력란에만 기재하도록 했다. 창의적 체험활동상황, 세부능력 및 특기사항, 행동특성 및 종합의견 등 다른 어떤 항목에도 기재할 수 없게 된 것이다. 교내대회에 참가했더라도 수상을 하지 못한 경우라면 학생부에 나타낼 방법이 없다. 이에 대한 대학으로 학교들은 ‘대회’라는 이름을 빼거나 ‘활동’ 등 다른 명칭으로 바꾸는 방법을 통해 대회라는 사실을 알 수 없게 바꾸고 있다. 이런 방법을 택하는 학교와 그렇지 않은 학교 사이에 학생부 기재 내용 차이가 발생하게 되는 셈이다. 

기재 금지 원칙이 오히려 교사의 관점에 따른 차이를 일으킨다는 지적도 있다. 한 학교 내에서도 동일 활동에 대한 기재유무가 달라진다는 것이다. 덕원여고 김상근 교사의 설명에 따르면 “어떤 교사들은 학생부 기재 금지내용이기 때문에 관련 내용은 학생부에 기재할 수 없다는 원칙론을 얘기하기도 한다. 교육자로서 정부가 정한 원칙을 입시를 위해 편법을 쓸 수 없다는 논리를 펴기도 한다. 하지만 어떤 교사들은 학생이 한 활동이 맞으므로 기재 용어를 바꿔서라도 기재해야 한다고 주장한다”고 지적했다. 학생부 기재가 전적으로 교사의 권한인 만큼, 학교 방침이 있다고 하더라도 결정은 교사의 몫이기 때문에 차이가 생긴다. 

이미 학생부 항목이 평가요소의 기능을 대폭 잃은 상태라는 지적도 있었다. 강좌명/이수시간, 제목/저자만을 기록하도록 했기 때문이다. 면접이 있는 학종에서는 해당 활동에 대한 추가 질문을 실시해 평가 과정에서 반영할 여지가 있지만, 그렇지 못한 경우 사실상 평가에서 배제할 수밖에 없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꾸준히 불거지는 ‘기재사항 부풀리기’ 문제는 학종 평가에 대한 고교의 오해에서 비롯된다는 지적이다. 대학들은 그간 수상 실적, 동아리 실적 등이 학종의 당락을 좌우하는 요소가 아닐뿐 아니라 개수에 따른 가산점도 없다고 끊임없이 밝혀왔다. 대학의 한 관계자는 “교내상은 학생의 관심이나 학업능력을 뒷받침하는 정도로 활용된다. 학교마다 상의 개수가 다르기 때문에 학교별 상의 종류와 개수를 전부 비교하고, 개수에 따른 정량평가는 진행하지 않는다"고 강조했다. 

지난해 조승래(더불어민주) 의원이 서울대 수시 합격자 5명 이상 배출한 102개 고교의 교내대회를 전수조사한 결과 교내대회 입상과 학종 간 뚜렷한 상관관계가 없는 것으로 밝혀지기도 했다. 전국에서 서울대 수시합격자를 가장 많이 배출한 하나고(53명 이상)의 경우 1인당 교내대회 개최 수는 102개 학교 가운데 33위를 기록했고, 1인당 입상 수의 경우 72위를 기록했다. 하나고의 뒤를 이은 경기과고(52명 이상) 역시 대회 개최 수 20위, 입상 수 39위를 기록했다. 반대로, 교내대회 개최 수 3위, 입상 수 3위를 기록한 대전동신과고는 서울대 수시 합격자 5명을 배출하는데 그쳤다. 교내상이 평가 지표 중 하나는 될 수 있어도 합격여부를 결정하는 주요 요인은 될 수 없다는 분석이다.

동아리 활동 역시 마찬가지다. 학종은 정량평가가 아닌 정성평가이기 때문에 동아리 개수가 많다고 해서 평가에 유리한 것은 아니다. 4월 토크콘서트로 진행된 고려대 입시설명회에선 입학사정관들이 동아리활동에 대한 오해를 푸는 시간을 가지기도 했다. 동아리활동 개수가 많을수록 좋은 것이 아니냐는 질문에 대해 “어떤 학교는 한 학기에 1개의 동아리에만 참여하도록 제한하는 경우도 있고 어느 곳은 4~5개까지 가능한 경우도 있다”며 “각 고교로부터 학교특성소개서를 받아 특성을 파악해 평가과정에 고려한다”고 설명했다.

<자소서/추천서 폐지.. 학종 '무력화' 우려>
학생부 기재항목을 줄이는 데서 더 나아가 자소서/추천서까지도 폐지해야 한다는 입장이어서 사실상 학종의 무력화를 의도한 것 아니냐는 지적도 있다. 서울교육청은 교사추천서는 폐지하고 자소서는 개선하거나 폐지해야 한다는 입장을 내놨다. 서울교육청은 “자소서는 4문항 5000자 쓰기로 인해 대필 논란, 금수저 전형을 위한 자료라는 비난이 있으므로 사교육 개입 여지를 최소화할 수 있도록 개선/폐지를 고려해야 한다”고 말했다. 

폐지 발언의 배경은 자소서/면접이 사교육 유발 요소라는 데 있다. 자소서를 작성하고 면접을 대비하는데 사교육의 도움을 많이 받고 있다는 주장이다. 하지만 전제와 순서부터 맞지 않다는 게 현장 전문가들의 의견이다. 사교육에 들이는 전체 비용을 놓고 봤을 때 자소서/면접이 차지하는 비용은 현저히 낮은 데다 현재 부담완화를 이유로 줄어든 학생부기재요령을 손보는 등 전반적 보완책이 만들어진 다음 논의할 얘기라는 것이다. 한 교육 전문가는 “사교육 부담으로 말하면 내신/수능 대비가 고교 생활 내내 가장 많은 영향을 미친다. 반면 자소서/면접을 대비하는 시간은 고3 수시 접수철에 몰릴수 있다. 사교육 요인배제가 목적이라면 타겟이 틀렸다. 게다가 개악됐다고 평가받는 학생부기재요령부터 보완해 학생부부터 정상화시켜야한다"고 밝혔다. 

학종에서 자소서를 활용하는 이유는 학생부 보완의 성격을 가지고 있기 때문이다. 어디까지나 학생부는 ‘교사’가 작성하는 영역인 탓에 학생이 교육활동에 참여한 동기 등 지원자의 생각을 담기 어렵다. 학생부의 ‘세부능력 및 특기사항’을 통해 교사가 학생을 관찰한 내용을 서술한다면, 자소서는 학생의 입장에서 쓴 내용이 담기는 셈이다. 각 대학은 입을 모아 ‘자소서를 통해 과정을 드러내라’고 강조한다. 학생부로 미처 드러내지 못한 지원자의 태도나 잠재력을 파악할 수 있도록 자소서를 작성하는 것이 중요한 것도 그 때문이다. 학생부 기재사항이 축소될 경우 이같은 자소서의 중요성은 더 커진다.

추천서 폐지를 두고 현장의 반응은 갈리는 양상이다. 교사 업무부담을 줄이고 공정성을 제고할 수 있다고 본 경우도 있는 반면, 학종 평가요소를 없애는 방향으로만 가는 것은 바람직하지 못하다는 지적도 있었다. 교사의 평가 내용이 반영될 수 있는 요소는 필요하다는 것이다. 학생을 가까이에서 바라보고 지도한 교사의 입을 통해 학생부로 드러내기 힘든 부분을 보완해야 하는 것 아니냐는 지적이다. 

이미 학종에서 추천서를 활용하지 않는 대학도 많은 상황이지만 일괄적으로 추천서 폐지를 종용하는 것은 부적절하다는 비판의 목소리도 제기됐다. 한 교육 관계자는 “학종의 본질이 정성평가인 상황에서 현 정부는 학생부 기재 간소화 등 축소 일변도로만 흐르는 것에는 문제가 있다”고 말했다. 대학 입장에서는 학생 평가요소가 줄어들수록 정성평가가 어려워지지 않겠느냐는 반응도 있었다. 한 대학 관계자는 “추천서만으로 합격 여부를 결정하는 것도 아니고 학생을 파악하기 위해 가능한 많은 자료를 확보하고자 하는 것이 대학의 입장이기 때문에 무조건 없애겠다는 건 문제가 있다”고 말했다. 

추천서가 오히려 학생부의 부실을 보완할 수 있는 장치라는 반박도 있다. 한 대학 관계자는 “학생부 기재가 꼼꼼히 누적돼있지 않은 경우에 쓸 수 있는 마지막 카드”라며 “학생부가 평가 최우선요소인 것임에는 분명하지만 자소서와 추천서는 학생부의 미비한 사항을 보강하는 역할”이라고 설명했다. 일부 대학에서는 장학금이 필요한 학생에 대해 파악하는 통로로도 사용되고 있다. 추천서 양식이 대교협 공통양식으로 통일되기 이전, 가정형편관련 문항을 활용했던 한 대학 관계자는 “추천서에 ‘학생 형편이 어려우니 장학금을 지원하면 좋겠다’는 등의 문구도 쓸 수 있도록 했다”며 “지금도 추천서에 그런 내용을 써도 된다고 알리고 있는 상황”이라고 설명했다. 

자소서/추천서 폐지는 학생 개개인의 특성을 면밀히 살펴 정성적으로 평가한다는 전형 취지를 훼손할 우려가 제기된다. 한 교육계 관계자는 “단순히 성적이나 ‘결과물’이 아닌 학생의 학업 ‘과정’을 살펴 선발하고자 한 것이 학종의 취지”라며 “학생의 학업성장과정을 부연 설명할 수 있는 자소서와 교사추천서를 폐지하는 것은 이 같은 취지를 훼손할 우려가 있다”고 지적했다.

자소서/추천서 폐지는 김상곤 부총리가 취임 100일 기자간담회에 이어 지속적으로 내비치고 있는 사안이기도 하다. 하지만 최근 헌법재판소가 2017학년 교대 수시모집요강의 검정고시 지원제한이 헌법에 위배된다고 판결하면서 자소서/추천서 폐지를 추진하기 어려워졌다. 자소서/추천서를 받지 않을 경우 학생부가 없는 검정고시생들의 학종진출 통로를 아예 막게 되는 셈이기 때문이다. 

<교과 전형 무조건 늘릴 수 있을까>
서울교육청은 학종의 비중이 과도하고 교과 비중이 적다는 점도 지적했다. 서울 주요7개대학의 전형별 모집인원을 비교해보면 학종으로 선발하는 비중이 전국 평균보다 높은 반면 교과로 선발하는 비중은 5%에 그친다는 것이다. 학생들에게 다양한 선택권 제공이라는 차원에서 제도적 보완이 필요하다는 입장이다.

하지만 대학들이 교과전형을 무작정 확대하기 어려운 이유에 대해 고찰하지 못했다는 한계가 지적된다. 교과전형의 경우 한 고교 내에서의 내신을 기준으로 선발하기 때문에 학교 간 차이를 고려하기 어렵기 때문이다. 한 대학 관계자는 “전교 1등이라고 해서 모두 같지 않듯, 내신이 비슷한 수준이라고 해서 무조건 학력수준이 동일한 것은 아니다”라고 설명했다. 

현 교과전형을 실시하는 대학들의 경우 ‘소속 고교에서 일정 수준 이상이 되면 학업을 잘 수행할 수 있을 것’이라는 전제 하에 선발을 실시하고 있지만, 그렇다고 선발비율을 과도하게 확대할 경우 고교 간 학력차 문제가 불거질 수밖에 없다는 지적이다. 기본적인 학력수준을 검증하기 위한 장치로 수능최저학력기준을 활용하고 있지만 이마저 폐지되는 것 아니냐는 우려도 존재한다. 한 교육계 관계자는 “학종에서 수능최저를 폐지하자는 주장의 근거로, 수능 점수까지 관리해야 하는 ‘이중고’를 들고 있는데, 이같은 논리가 교과전형에도 적용될 경우 교과전형은 학내 내신성적만을 기준으로 뽑아야 한다”며 “대학에서 수학할 수 있는 일정 수준의 학력을 검증할 장치는 필요하다”고 말했다. 

고교학점제 도입으로 고교 내신 절대평가 도입의 가능성이 높아지는 상황에서 교과전형 확대에 대한 우려는 더 크다. 교과는 내신성적만으로 선발하는 전형이지만 내신이 절대평가로 전환될 경우 그만큼 변별력이 줄어들기 때문이다. 한 교육계 관계자는 “수능도 절대평가, 내신도 절대평가 하자는 상황에서 정시와 교과전형의 변별력 우려가 더해짐에도 무작정 학종을 줄이고 나머지 전형을 확대해야 한다는 주장은 전체 그림을 제대로 살피지 못한 것”이라고 지적했다.  

<공공 입학사정관제 운영 가능할까>
개선안에는 공공입학사정관제 운영에 대한 내용도 포함됐다. 입학사정관의 일정 비율을 대학, 전/현직 고교 교원, 교육청 관계자 등 해당 대학 외부의 입학사정관제를 배정하는 제도다. 입학 전형 시기에 20~30%을 파견해 대학 소속 입학사정관과 함께 전형 업무를 담당하고 입학 전형 과정 자체도 평가하자는 것이다. 취지는 좋지만 대학의 자율성을 과도하게 침해하는 것 아니냐는 지적의 목소리도 높다. 비용의 문제도 불거졌다. 한 대학 관계자는 “공공 입학사정관을 위촉하기 위한 재원은 어떻게 마련할 것인지, 기존 대학에 있는 입학사정관들에 더해 추가로 인원을 늘리겠다는 것인지 등 구체적인 방안이 없다”고 지적했다. 

학종의 취지가 퇴색된다는 우려도 제기됐다. 한 대학 관계자는 “해마다 다른 대학으로 추첨을 통해 파견하자는 제안인데, 현재 2년마다 옮겨다니는 입학사정관에 대해서도 전문성 논란이 불거지는 상황에서 대학의 인재상에 맞는 지원자를 선발하겠다는 학종의 취지와는 더 멀어지는 셈”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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