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8명 가운데 20명 '재수생 강세'.. '탐구선택 유/불리 부각'

[베리타스알파=박대호 기자] 명실상부한 자연계열 최고 선호도 모집단위인 서울대 의대의 올해 정시 합격선(커트라인)은 몇점일까. 고교 현장과 진협, 교육계를 통해 28명의 합격생 표본을 분석한 결과 올해 서울대 의대 정시 커트라인은 서울대 환산식 기준 393.2점에서 끊긴 것으로 드러났다. 393.31점, 393.25점 등의 수험생들이 합격한 반면, 동일 점수인 393.2점 수험생 2명의 희비는 엇갈렸다. 한 학생은 합격증을 거머쥐는 데 성공했지만, 같은 점수를 받은 한 학생은 불합격한 상황이다.

같은 점수를 지닌 수험생들의 운명을 가른 것은 동점자 처리기준인 학생부교과 성적으로 추정된다. 지난해 대비 한층 낮아진 수능 변별력과 이를 부추긴 영어 절대평가 도입 등의 배경으로 동점자가 급증, 커트라인에 같은 점수를 지닌 동점자가 모이게 됐고 결국 학생부교과성적을 기준으로 합격/불합격이 결정된 것으로 풀이되는 때문이다. 면접에서의 결격, 교과외영역에서의 감점 등도 영향을 줄 수 있는 요소지만, 실제 가능성은 높지 않다는 게 중론이다. 이처럼 학생부교과 성적으로 인해 커트라인이 드러난 것은 2016정시 이후 2년만의 일이다. 

재수생 강세는 올해도 되풀이됐다. 파악된 28명의 합격생 중 확실하게 N수생(이하 재수생)으로 파악된 인원만 20명이다. '강대'로 명성이 높은 대성에서 전체 모집인원의 절반인 15명의 합격자가 나온 가운데 시대인재에서 2명의 합격자가 나왔고, 이투스교육 산하 학원인 강남하이퍼와 강북청솔에서도 각 1명의 합격생이 배출됐다. 나머지 1명의 재수생은 학원을 활용하지 않은 '독학재수'로 밝혀졌다. 올해 수능 변별력 하락 등의 배경으로 서울대 정시 전반에서 재수생 비율이 늘어난 특징이 의대에도 고스란히 적용된 것으로 보인다.

다른 시각에서 합격생 성적을 분석하면 정시의 고질적 문제점인 탐구 선택에 따른 유/불리 문제가 한층 부각된다. 커트라인 수험생과 감점요소가 동일하다는 가정 아래 과탐Ⅰ, 과탐Ⅱ를 다른 과목으로 바꾸면 불합격으로 바뀌는 사례들이 나타나기 때문이다. 원점수를 기준으로 보면 동일한 성취도를 거뒀음에도 단지 과목 선택에 따라 유/불 리가 발생해 대입에서 당락이 갈리는 문제는 정시에서 필히 해결돼야 할 과제로 지적받고 있다. 한 교육 전문가는 “현재 대입 개편안 논의 과정에서 정부는 학생부와 수능을 중심으로 대입전형을 단순화하겠다는 방침을 여러 차례 밝히고 있다. 그 과정에서 학생부종합전형에 공정성이 필요하다며 자소서 추천서 폐지 등의 방안이 거론된다. 하지만, 정량평가인 수능을 주요 평가요소로 하는 정시도 완전한 공정성을 갖췄다고 보기 어렵다. 상대적으로 정성평가 대비 공정성을 갖췄다는 것은 인정하지만, 수요자 입장에서 전혀 예측 불가능한 선택과목 난이도에 따라 최상의 모집단위인 서울대 의대 정시에서마저 합/불이 엇갈리는 것은 정시가 예측 불가능한 전형이라는 점을 잘 드러내는 사례다. 대입개편 과정에서 정시의 공정성도 원점부터 다시 따져봐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올해 서울대 의대 정시 커트라인은 393.2점으로 결론 지어지는 모양새다. 393.2점을 받은 두 수험생이 지원해 합/불로 결과가 엇갈린 때문이다. 두 수험생의 점수가 같은 이상 2년전 치러진 2016정시와 마찬가지로 동점자 처리기준인 학생부교과성적에 따라 당락이 갈렸을 가능성이 높다. /사진=베리타스알파DB

<서울대 의대 커트라인 393.2점 사실상 ‘결론’>
2018 서울대 의대 정시 합격선(커트라인)은 393.2점으로 결론지어진 모양새다. 서울대가 예정보다 하루 앞당겨 29일 정시 합격자를 발표한 가운데 지역 진협과 고교현장 교사, 교육계 관계자들을 통해 지원자들의 합/불 사례를 모아 성적을 분석한 결과 동일한 서울대 환산식 기준 393.2점 수험생의 당락이 갈린 결과가 나온 때문이다. 31일 교육계에 따르면 393.2점 수험생 가운데 1명은 합격, 1명은 불합격으로 결과가 엇갈린 상황이다.

동일 성적을 지닌 지원자들의 희비를 가른 지점은 학생부 교과성적으로 추정된다. 현재 서울대는 의대뿐만 아니라 정시 전반에서 수능100%로 선발을 진행하되 동점자 처리기준으로 학생부 교과성적을 활용하는데 이에 따라 합/불이 엇갈린 것으로 풀이된다. 한 대입 전문가는 “동일 성적대 학생이 커트라인에 몰리면 결국 당락을 결정하는 것은 동점자 처리기준인데 서울대는 최근 들어 학생부 교과영역을 동점자 처리기준으로 활용하고 있다. 동일한 393.2점 수험생이 정시 모집인원 끄트머리인 공동 30위를 형성했고, 동점자 처리기준에 따라 학생부교과 성적까지 살펴 합격자가 결정된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올해 서울대 의대 정시 커트라인을 결정한 결정적 요소가 학생부 교과성적이라고 ‘확정’하지 않고 ‘추정’하는 것은 서울대의 전형방법 때문이다. 동점자 처리기준인 학생부 교과성적외의 요소가 합/불을 갈랐을 가능성이 남아 있다. 서울대는 정시선발에서 의대의 경우 적성/인성면접을 시행해 결격 여부를 가리고 있으며, 학내/외 징계 등 학생부 교과외 영역들도 감점자료로 활용한다. 수능 환산식만 놓고 보면 393.2점으로 점수가 같지만 불합격 결과를 받아든 수험생이 실제로는 면접에서 결격 판정을 받았거나 교과외 영역에서 감점을 받아 합/불이 갈렸을 수 있다는 얘기다. 

만약 면접과 교과외영역에서 ‘변수’가 발생한 것이라면 가능성이 보다 높은 것은 면접이다. 교과외영역의 경우 출결 봉사 교과이수기준의 3개 항목 중 1개도 충족하지 못한 경우에만 1점 감점하는데, 출결의 경우 무단결석 1일 미만, 봉사는 40시간 이상, 교과이수기준은 탐구와 생활/교양에서 일정교과 이수 등 기준이 상세히 공개돼있어 수험생 스스로 감점요소임을 사전에 인지할 수 있고, 기준도 비교적 느슨한 편이어서 실제 감점을 받는 사례가 많지 않기 때문이다. 반면, 면접은 결격 기준이 공개돼있지 않고 결격 여부도 별도로 통보되지 않는다. 수험생 본인조차 면접이 불합격 요인인지를 알 수 없는 구조인 셈이다. 수험생은 학생부교과 성적이 당락을 좌우한 것으로 알고 있지만, 실제론 면접이 당락을 가른 요인이었을 수 있단 얘기다.

다만, 실제 면접이나 교과외영역이 당락을 좌우했을 가능성은 높지 않다. 현장 표본들을 집계해본 결과 393.2점보다 낮은 합격자가 없었던 때문이다. 서울대 의대는 올해 학사편입학 종료시점에 발맞춰 5명 늘어난 30명을 정원내로 모집했다. 파악된 28명의 합격자 가운데 393.2점보다 낮은 성적을 받은 경우는 존재하지 않았다. 학생부교과성적이 아닌 면접의 결격, 교과외영역의 감점으로 인해 합/불이 나뉜 것이라면 393.2점보다 낮은 성적으로도 합격한 사례가 있어야 한다. 물론 확인되지 않은 2명의 합격자 중에서 393.2점보다 낮은 수험생이 나온다면 커트라인이 뒤집히겠지만, 가능성은 매우 희박하다.

사실상 커트라인으로 판명된 393.2점은 수학과 탐구에서만 감점요소가 있는 사례다. 국어에선 틀린 문제가 없고, 영어는 1등급, 한국사는 3등급 이내 들어 국어 영어 한국사에서 감점이 없다는 전제 하에 수학(가)에서 원점수 기준 4점의 감점을 받아 표준점수 126점을 기록하고, 과탐은 물리Ⅰ이나 생명과학Ⅰ 중 한 과목과 지구과학Ⅱ를 선택해 지구과학Ⅱ에서만 2점의 감점이 있는 경우 393.2점이 된다. 

물론 393.2점이 나오는 다른 경우의 수도 존재한다. 수학(가) 4점 감점 등 국어 수학 영어 한국사 점수 조건이 앞선 사례와 모두 같은 상황에서 화학Ⅰ이나 지구과학Ⅰ 중 한 과목을 선택해 2점의 감점을 받고, 물리Ⅱ를 선택해 다 맞은 경우에도 393.2점의 환산점수를 받을 수 있다. 

다만, 실제 표본은 물리Ⅱ가 아닌 지구과학Ⅱ를 선택한 사례였다. 물리Ⅱ를 조합해 393.2점을 받는 것은 2018수능 과목별 응시인원 상 희귀한 사례였던 때문이다. 2018 수능 전체 과탐 응시자는 24만4733명이지만 물리Ⅱ 응시자는 겨우 2839명으로 1.2%에 불과하다. 반면 지구과학Ⅱ 응시자는 1만424명으로 4개 과탐Ⅱ 과목 중 가장 응시자 수가 많다. 몇 명 되지 않는 물리Ⅱ 응시자면서 마침 화학Ⅰ이나 지구과학Ⅰ을 선택하고 수학에서만 4점 감점이 나오는 조건을 전부 충족하는 사례는 찾기 어려울 수밖에 없다. 

물리Ⅱ 표본이 적다는 것은 다른 합격생 표본에도 적용되는 문제다. 합격생 표본에서 물리Ⅱ를 선택한 사례는 많지 않았다. 공식적인 결과는 아니지만, 지금까지 나온 합격자 표본을 볼 때 사실상 정시 수석으로 보이는 유일한 자연계열 과탐Ⅱ 선택 만점자 운암고 강현규군도 물리Ⅱ를 선택하지 않고 생명과학Ⅰ+화학Ⅱ 조합으로 만점을 받았다. 

반면 강군보다 높은 표점을 기록한 표점수석 학생은 물리Ⅱ를 선택한 흔치 않은 사례였다. 지구과학Ⅰ+물리Ⅱ를 선택, 물리Ⅱ에서 원점수 기준 2점의 감점을 받았다. 물리Ⅱ의 경우 원점수 48점과 47점이 모두 동일한 표점 69점, 백분위 99이기에 표점/백분위만으론 실제 감점을 당한 문제 배점이 원점수 2점인지 3점인지 알 수 없지만, 표점수석 학생이 직접 2점 감점임을 밝힌 상태다.

커트라인으로 추정되는 393.2점과 소수점 단위에서 작은 차이만 보인 표본들은 합격한 것으로 판명났다. 국어 수학(가) 영어 한국사 등에서 감점이 없었지만, 물리Ⅰ에서 3점, 지구과학Ⅱ에서 6점의 감점이 있는 경우는 393.25점으로 커트라인과 가장 인접한 표본이었다. 그 위로는 국어 영어 한국사에서 감점이 없는 대신 수학(가)에서 3점의 감점이 있고, 지구과학Ⅱ에서 추가로 3점의 감점이 있는 393.31점이었다. 393.31점의 경우 나머지 과탐은 물리Ⅰ 생명과학Ⅰ 중 한 과목이었다. 

이처럼 커트라인이 393.2점에서 형성될 것이란 사실은 이미 교육계에서 예상했던 일이기도 하다. 서울대 의대 정시에서 단연 두각을 보여 온 대성은 물론이거니와 휘문고 우창영 진학부장, 신동원 교장 등 공교육계 전문가들도 서울대 변표 발표 직후부터 수능 난이도나 학생들의 성적대 등을 살핀 결과 393점 초반대에서 서울대 의대 합격선이 끊길 것이라며 입을 모은 바 있다. 

<2년만에 재현된 ‘학생부’ 당락 좌우.. 수능 변별력 탓>
이렇듯 학생부교과 성적을 통해 당락이 좌우되면서 실질적인 커트라인이 판별된 것은 올해가 처음이 아니다. 불과 2년 전 치러진 2016 정시에서도 동점자 처리기준인 학생부교과 성적을 통해 커트라인이 결정됐다. 당시 강남대성에서 서울대 환산식 기준 526.6점을 받은 수험생 4명이 지원해 2명은 합격하고 2명은 불합격하면서 밝혀진 사실이다. 

당시 같은 526.60점을 받고도 운명이 엇갈린 4명의 지원자 중 1명은 물리Ⅰ+생명과학Ⅱ를 선택해 영어 3점(원점수 기준) 감점, 물리Ⅰ 3점 감점으로 원점수 394점, 표준점수 528점을 받았다. 나머지 3명은 과탐 선택이 화학Ⅰ 생명Ⅱ인데다 영어 1문제(3점)를 틀린 점까지 같아 원점수 기준 397점, 표준점수 526점으로 모든 점수가 동일했다. 원점수와 표준점수는 다소 차이가 있지만 서울대 환산점수는 526.6점으로 같았다. 

물론 2016정시 역시 올해와 마찬가지로 면접 결격, 교과외영역 감점 등의 영향이 있었을 개연성은 있다. 하지만, 올해보다 2배 많은 4명의 표본을 통해 검증됐단 점에서 동점자처리기준인 학생부 교과성적에 따라 당락이 결정됐다고 보는 것이 정확하다. 

반면 2017 정시에서는 학생부교과 성적이 아닌 수능 성적에 따라 당락이 갈렸다. 합격자 25명을 전수조사한 결과 화학Ⅰ+생명과학Ⅱ 조합으로 수학(가) 4점, 화학Ⅰ 2점, 생명과학Ⅱ 9점 감점을 각각 받은 535.59점이 최저점 합격자인 것으로 밝혀졌고, 같은 과탐 조합으로 국어 5점, 화학Ⅰ 3점, 생명과학Ⅱ 5점 감점을 받은 535.48점 수험생은 불합격해 535.59점이 커트라인으로 확정됐다. 물론 지원자를 전수조사한 것은 아니기에 커트라인과 동일한 535.59점이 존재할 가능성은 있다. 하지만 어디까지나 가능성에 불과했다. 끝내 535.59점과 같은 동점자 표본은 확인되지 않았다. 

확정된 사실이 아니고 확인 역시 불가능한 사항이지만 2016학년은 학생부교과 성적, 2017학년은 수능 성적에 따라 당락이 결정됐다고 보는 것은 확연한 차이를 보이는 수능 변별력 때문이다. 2016학년 수능은 2015수능, 2014수능 등 줄기차게 이어져 온 쉬운 수능들에 비해선 다소 변별력을 갖춘 편이었지만 전반적인 난이도를 따져보면 ‘쉬운 수능’이란 기조에선 벗어나지 않았다. 원점수 추정 등급컷 기준 수학(B) 100점, 영어 98점 등이 1등급컷이던 2015 수능과 비교한다면 1등급컷이 국어A 수학A/B 각 96점, 영어 94점, 국어B 93점으로 형성된 2016 수능의 변별력이 높다고 해석할 수 있지만, 국어 수학(가/나) 각 92점, 영어 94점의 1등급컷을 보인 2017수능과 비교하면 변별력이 결코 높다고 보기 어려웠던 것이다. 

통상 수능 난이도가 낮으면 상위 구간에 수험생이 많이 몰려 동점자 역시 많아지지만, 수능 난이도가 높으면 수험생 간 점수 격차가 커져 동점자가 많지 않게 된다. 2017수능은 수능 종료 당일 2011수능에 버금가는 ‘6년만의 불수능’으로 불릴 정도로 난이도가 높았고 교육계에서도 ‘변별력을 잘 갖춘 수능’이란 평가를 받았다. 때문에 동점자가 2016수능 대비 상당수 줄어들 수밖에 없게 된다. 2016의대 정시는 동점자 처리기준인 학생부교과 성적, 2017의대 정시는 수능 성적에 따라 당락이 좌우됐다고 볼 수밖에 없는 것이다.

2018정시에서 다시금 학생부교과 성적에 따라 커트라인이 결정되는 일이 발생한 것도 수능 변별력에서 비롯된 것으로 보인다. 2018수능은 2016 수능에 비하면 분명 다소 어려운 수능이다. 2017수능과 비교하더라도 절대적인 난이도에선 약간만 뒤처지는 수준에 불과하다. 하지만, 영어 절대평가 도입이란 변화로 인해 변별력은 크게 낮아져 있었다. 비슷한 난이도라면 상위권 동점자가 많이 나올 수밖에 없는 구조였던 셈이다. 결국 수능 변별력이 하락함에 따른 동점자 확대, 그로 인한 서울대 의대 정시에서의 동점자 처리기준 활용의 수순이 이어지게 된 것이다. 

올해 수학(가) 킬러문항이 30번 한 문제에 불과했단 점도 이처럼 동점자 간 학생부교과 성적으로 합/불이 갈리는 사례를 재현하는 데 영향을 끼친 것으로 보인다. 한 교육 전문가는 “올해 수학(가) 응시인원 17만3155명 가운데 만점인 표점 130점을 받은 학생은 165명에 불과했다. 반면, 상위권 변별력을 가르기 위한 ‘킬러문항’ 30번에 수험생들이 고전하면서 4점짜리 1문제를 틀리는 경우 받게되는 표점 126점엔 1752명이나 몰려 있는 상태였다. 킬러문항이 단 한 문제에 그친 데다 과탐도 아주 어렵다고 보긴 힘든 난이도였고 영어는 절대평가로 인해 1등급 비율이 크게 늘어나는 등 변별력이 낮아질 요소들이 즐비해 동점자가 많아질 수밖에 없는 구조였다”라고 평가했다.

올해 서울대 의대 정시 당락의 ‘키 포인트’가 학생부교과 성적이 될 것이란 건 예견된 사실이기도 하다. 수능 채점결과가 나오고 서울대가 변표를 발표하면서 학생들의 점수대가 어느 정도 밝혀진 이후 교육계에서는 일찌감치 학생부교과 성적을 잘 살펴야 한다고 당부했다. 당시 한 교육 전문가는 “서울대 의대 합격자 결정에 활용되는 전형요소는 수능, 적성/인성면접, 비교과, 교과성적인데 비교과 기준이 상당히 느슨해 실제 감점을 받는 경우는 많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적성/인성면접은 결격 여부를 결정짓기에 충실히 준비해야 한다”라며 “합격선에 아슬아슬하게 걸릴 가능성이 높은 수험생들은 동점자 처리기준으로 활용되는 학생부교과성적을 다시금 살펴봐야 한다”고 교과성적의 중요성을 강조하기도 했다. 

이처럼 학생부교과 성적이 커트라인 결정 요인이며, 당락을 좌우하는 주요 기준으로 작용하는 데 대한 우려의 시선도 존재한다. 대입 전형유형이 지닌 상이한 특성으로 인해 수요자 선택권이 확대된다는 시각에서다. 한 고교 교사는 “동점자 처리기준으로 다시금 수능성적을 활용할 것인지, 충실한 학교생활을 강조하는 차원에서 학생부 성적을 활용할 것인지는 대학이 자유롭게 결정할 수 있는 사안으로 보인다. 하지만, 정시는 어디까지나 수능위주 전형이다. 서울대는 이미 수시에서 학생부종합전형을 전폭 확대, 교과전형 논술전형 특기자전형이 없는 대학이다. 정시에서마저 동점자 처리기준으로 학생부를 활용하면 학생부 성적이 좋지 않은 학생들에게 많은 기회를 뺏는 결과가 될 수 있단 점을 기억했으면 한다. 학생부 성적은 수시에서 주된 평가요소로 활용하고 정시에서는 최대한 배제하는 것이 바람직해 보인다”라고 지적했다.

<올해도 ‘재수생 강세’ 되풀이.. ‘확인 표본’ 28명 중 20명>
올해도 서울대 의대 정시에선 ‘N수생(이하 재수생) 강세’가 되풀이됐다. 합격 여부가 드러난 28명 가운데 15명이 ‘강대’로 대표되는 대성 출신이었으며, 2명은 시대인재, 2명은 이투스 산하 학원인 강남하이퍼와 강북청솔에서 수험생활을 보낸 사례로 밝혀졌다. 나머지 1명의 재수생은 독학으로 재수험에 도전, 사교육계 실적엔 포함돼있지 않았다.

이들 재수생의 비율은 전체 합격생 대비 66.7%에 달한다. 2명의 표본이 불투명한 상황이란 점을 고려하면 재수생 비율이 더욱 늘어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2016학년엔 합격생 전수조사가 이뤄지지 않았지만 대성출신만 따져도 합격자 중 56%(재수생 14명/전체 정원내 합격자 25명)가 재수생이었다. 합격생 전수조사가 이뤄진 2017학년에도 동일한 56%(14명/25명)가 재수생으로 채워지는 등 재수생 강세는 해마다 반복되는 것도 모자라 그 정도를 더해가는 모양새다.

재수생 강세 현상 속에서 특히 눈길을 끄는 것은 대성이다. 매년 서울대 정시 모집인원의 절반 안팎을 차지하는 실적 때문이다. 2016정시에선 25명의 합격자 중 56%인 14명이 대성 출신이었으며, 2017정시에서도 25명 중 48%인 12명이 대성 출신으로 채워졌다. 올해는 30명을 모집한 가운데 15명이 대성 출신으로 정확히 절반을 차지한 모습이다. 최근 3년간 서울대 의대 정시 모집인원 80명 가운데 51.3%인 41명을 대성에서 싹쓸이한 셈이다. 학원가에서는 단기간의 온라인 수강생이나 단과 수강생마저 자사 실적이라며 홍보하는 ‘실적 부풀리기’가 만연해 있지만, 대성은 이와 궤를 달리한다. 올해 15명의 합격자 중 4명은 조기선발반부터 11개월간 대성에서 공부한 사례였으며, 9명은 정규반 10개월 전 과정을 들었고, 나머지 2명도 반수과정 5개월을 수강한 사례였다. 이 같은 실적 때문에 재수생들 사이에서는 재수-정시 루트로 서울대 의대 입학을 노리는 경우 대성으로 발길을 돌려야 한다는 기류마저 흐른다. 강남하이퍼와 강북청솔, 시대인재 등도 서울대 의대 합격생을 배출하며 역량을 입증한 사례들이다. 

올해 의대에서 재현된 ‘재수생 강세’는 서울대 전반의 합격현황과 무관하지 않아 보인다. 올해 유독 재수생이 강세를 보인 것이 의대에도 적용됐다고 봐야 하는 때문이다. 올해 서울대 정시 최초합격 실적에서 재수생은 유독 두각을 드러낸 상황이다. 2016학년에는 전체 서울대 정시 최초합격자 중 48.4%, 2017학년에는 46.4%가 재수생으로 채워졌지만, 올해는 재수생 비율이 55%로 절반을 훌쩍 넘겼다. 지난 2년간 56% 선에서 머물던 재수비율이 올해 갑작스레 66.7% 혹은 그 이상으로 뛰어오른 것은 서울대 전반 뿐만 아니라 2018정시를 관통한 재수생 강세와 연관이 깊다는 평가다. 

물론 재수생 강세현상은 부정적으로만 바라볼 일은 아니다. 현 대입구조 상 어쩔 수 없는 일이기 때문이다. 재학생의 경우 정시 외에도 수시 일반전형과 지역균형선발전형(지균)을 통해 서울대에 진학할 수 있어 선택의 여지가 많지만, 재수생은 대부분 정시를 통하지 않고선 서울대 진학이 어렵기에 정시에 집중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재수생은 재학생으로 지원자격이 제한돼있는 지균에는 아예 지원이 불가능하며, 일반전형은 자소서를 가다듬어 재도전해 볼 여지가 있지만 재학생에 비교하면 소수 사례에 불과하다고 봐야 한다. 물론 올해 의대 커트라인은 학생부교과 성적이 좌우하긴 했지만, 기본적으로 일정수준 이상 수능성적이 뒷받침돼야 하는 상황에서 재학생보다 상대적으로 많은 시간을 수능 대비에 쏟을 수 있는 재수생이 유리함을 가져가는 것도 재수생 강세의 근본적인 원인 중 하나다. 

상대적으로 불리한 여건 속에서도 재수생과의 경쟁을 뚫고 합격했기에 더 의미 있는 재학생 합격자는 만점자 강군의 출신고교인 운암고를 비롯해 강서고 단대부고 휘문고 등에서 나왔다. 지난해의 경우 재학생과 재수생 표본을 모두 공개했지만, 올해는 개인정보 보호 차원에서 상세한 고교별/수험생별 성적대는 공개하지 않을 예정이다. 일부 개인정보 노출을 허용한 사례도 있지만, 재수생들의 출신고교나 탐구 선택도 일부만 공개하는 선에서 그칠 계획이다.

<정시의 ‘문제점’ 돌출.. 과탐 선택 따라 갈리는 ‘희비’>
정시에서 재수생이 많은 것은 부정적으로 바라볼 사안은 아니지만, 이번 서울대 의대 정시 합격선 분석을 통해 부각되는 문제점이 존재한다. 선택과목을 어떻게 결정하느냐에 따라 합/불이 달라질 수 있는 정시의 ‘고질적인 문제점’이다. 정시가 상대적으로 타 전형 대비 공정성을 갖췄고, 학생부를 잘 갖추지 못한 학생들에게 기회를 열어준단 점에서 효용이 큰 것은 분명하지만 완전무결한 전형이 아니며 개선점이 많다는 점을 시사하고 있는 대목이다. 

실제 사례로 보면 정시는 탐구영역 선택에 따라 ‘로또’에 가까운 사례를 보인다. 올해 커트라인으로 사실상 확정된 393.2점은 국어 한국사 영어에서 감점요소 없이 수학(가) 4점 감점, 지구과학Ⅱ 2점 감점만 있어야 나오는 점수다. 이 때 감점이 없는 과탐Ⅰ은 물리Ⅰ이나 생명과학Ⅰ 중 어느 것을 택하더라도 점수에 변동이 없다. 

문제는 동일한 원점수라 하더라도 탐구영역 선택에 따라 합격과 불합격이 뒤바뀌는 ‘로또’ 사례가 나온다는 점이다. 이는 과탐Ⅰ과 과탐Ⅱ 모두에 해당되는 문제다. 국어 영어 한국사와 과탐Ⅰ은 만점이며, 수학(가) 4점, 과탐Ⅱ 2점이 각각 감점된 것으로 실제 커트라인 수험생과 조건을 동일하게 설정한 후 과탐Ⅰ을 화학Ⅰ으로 바꾸면 서울대 환산점수는 392.69점으로 커트라인을 밑돌게 된다. 과탐Ⅱ도 마찬가지다. 동일한 조건 아래 지구과학Ⅱ를 화학Ⅱ나 생명과학Ⅱ로 바꾸면 서울대 환산점수는 392.64점으로 떨어진다. 커트라인과 0.56점의 차이가 있어 불합격 판정을 피할 수 없다.

이처럼 과목 선택에 따라 합/불이 뒤바뀌는 것은 과탐 표준점수 만점이 영역마다 달라 생기는 불합리함을 보정하기 위해 백분위에 따라 일정 점수를 부여하는 변환표준점수(변표)를 활용하는데서 비롯된다. 물리Ⅰ이나 생명과학Ⅰ은 만점을 받을 시 백분위 100이 나오는 반면, 화학Ⅰ과 지구과학Ⅰ은 만점자라 하더라도 백분위가 99에 그치기 때문에 같은 만점이라도 변표가 달라 환산점수도 따라 오르내리게 될 수밖에 없다. 이러한 탐구영역 선택에 따른 유/불리 문제는 탐구영역이 완전한 선택체제로 바뀐 2005학년 수능부터 현재까지 계속 지적되는 사항이지만, 뾰족한 해결방법이 존재하지 않는 상황이다. 표점 변표 백분위 등 어떤 점수지표를 쓰더라도 과목 선택에 따른 유/불리는 해결되지 않는다. 

이처럼 과탐선택에 따라 합/불이 갈리는 문제는 향후 풀어나가야 할 정시의 문제점이다. 한 교육 전문가는 “백분위가 높은 과목은 그만큼 상위성적을 받기 어려웠던 과목이기에 일정부분 혜택이 돌아가야 한단 주장도 있다. 하지만 이는 본질을 제대로 들여다보지 못한 의견에 불과하다”라며 “실제 수능에서의 난이도나 만점을 받을 시 백분위를 전혀 예측할 수 없는 상황에서 선택한 탐구과목으로 인해 대학 합격과 불합격이 엇갈린다는 것은 개선돼야 할 문제점이다. 현재 정시가 가진 약점이라고 봐야 한다. 정시가 분명 다른 수시전형 대비 절차적인 부분에서 공정성을 갖췄음에도 이상적인 대입전형으로 바라볼 수 없는 이유 중 하나”라고 평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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