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교육 풍선효과 우려’.. ‘선행학습 금지법’ 긍정 9.1% 불과

[베리타스알파=권수진 기자] 교육정책의 일관성이 결여됐다는 지적의 목소리가 높다. 한국교육개발원이 최근 공개한 ‘2017년 교육여론조사’ 보고서에 따르면 전체 응답자의 63.3%가 교육정책에 일관성이 없다고 답했다. 국민 여론이 반영되고 있지 않다는 응답도 43.2%로 높은 편이었다. 국민이 신뢰하고 지지하기 위해서는 일관성 있는 정책기조와 국민 여론을 반영하려는 노력이 필요하다는 비판이 제기된다.  

설문조사 결과 현행 방과후 수업의 사교육비 경감 효과가 비교적 높다고 인식한 경우가 많았다. 최근 논란이 된 방과후 영어 수업 금지 조치가 사교육 풍선효과를 일으킬 수 있다는 우려와 맥을 같이 한다는 분석이다. 반면 선행학습 금지정책에 대해서는 효과를 크게 체감하지 못하고 있어 정책을 손볼 필요가 있다는 지적이다. 

한국교육개발원 교육여론조사는 매년 일반 국민을 대상으로 교육/교육정책에 관한 여론을 파악하기 위해 실시하는 조사다. 올해 발표된 12차 설문조사는 지난해 8월 2주부터 9월1주까지 4주간 만19세 이상 75세 이하 전국 성인남녀 2000명을 대상으로 실시했다. ▲교육정책/학교교육 평가 ▲교사 ▲학생 ▲교육과정/교육내용 ▲고교 정책/대입 ▲교육복지/교육재정 ▲대학교육 ▲교육현안/미래교육 ▲교육관의 9개영역 총 52문항이었다. 업계 한 전문가는 "설문조사 시점이 지난해 8월임을 감안하면 현재 상황은 더욱 악화됐을 것으로 본다. 연말에 교육정책 뒤집기가 빈발했고 사교육 풍선효과에 대한 이슈도 확대됐다고 보기 때문이다. 교육정책이 헛발질은 지방선거에 당장 영향을 미칠 것으로 본다. 여론조사에서 국정지지도가 교육부문이 가장 낮은데다 최근 대통령 지지도도 떨어지는 상황이기 때문이다"고 전망했다.  

한국교육개발원이 실시한 '2017 교육여론조사' 결과 응답자의 63.3%가 교육정책 일관성이 결여됐다고 지적했다. 국민 여론이 반영되지 않고 있다는 응답도 43.2%로 높은 편이었다. /사진=베리타스알파DB

<교육정책 일관성 결여 지적 63.3%.. ‘선행학습 금지법’ 사교육 경감효과 ‘글쎄’>
교육정책의 일관성에 대한 지적의 목소리가 높다. 전체 응답자의 63.3%가 우리나라 교육정책 일관성이 ‘대체로 없다’고 응답했다. ‘보통’이라는 응답은 27.5%, 긍정적 답변은 9.3%에 그쳤다. 장기적 비전 역시 대체로 없다는 응답이 62.3%로 가장 많았고, ‘보통’이라는 응답이 27.7%, ‘있다’가 10.1% 순으로 뒤를 이었다. 

국민여론 반영도 부족하다고 느끼는 것으로 나타났다. 교육정책에 국민여론을 반영하고 있는가 하는 물음에 ‘보통’이라는 의견이 44.3%로 가장 높았지만 ‘반영하고 있지 않다’는 응답이 43.2%로 근소하게 뒤따랐다. 

대학입학전형에서 가장 많이 반영돼야 할 항목은 ‘특기/적성’으로 26.7%의 응답자가 선택했다. 이어 인성/봉사활동 25.9%, 수능 성적 24.4%, 고교 내신 성적 13% 순이었다. 개발원은 “특히 고교 내신 성적의 경우 2011년 35%에서 지속적으로 감소하고 있다”며 “고교가 더 이상 대입이라는 블랙홀에 갇혀서 본연의 교육적 역할을 하지 못해서는 안 된다는 국민적 인식이 자리잡아가고 있음을 확인시켜준다”고 설명했다. 

개발원은 대입전형과 관련해 “특기/적성, 인성/봉사활동, 수능 성적을 중심으로 대입전형을 단순화할 필요가 있다”면서도 “다만 정부 주도의 급격한 변화는 대학의 자율성 침해와 국민적 혼란이라는 문제를 야기할 수 있어, 충분한 연구와 사회적 논의 과정을 거쳐 국민적 공감대를 형성한 후 고교의 요청을 대학이 수용하는 방법으로 진행될 수 있도록 정부가 여건을 조성하는 것이 필요하다”고 설명했다. 

사교육비 경감 효과에 관한 설문조사도 눈에 띈다. 최근 영어 수업 금지로 논란이 된 방과후수업의 경우 사교육비 경감 효과가 큰 정책으로 꼽혔기 때문이다. 영어 수업 금지에 따른 사교육 풍선효과 우려와 맥락을 공유한다고 볼 수 있다. 사교육비 경감효과가 가장 큰 정책으로 EBS 수능 연계(23.1%)를 고른 경우가 가장 많았고 이어 방과후 학교 운영(초등돌봄교실 포함)(17.6%), 대입전형 단순화(12.8%) 순이었다. 

반면 선행학습 금지정책(9.1%), 과정중심평가 강화(6.2%), 자유학기제(5.3%), 수능 절대평가(3.4%) 등은 사교육비 경감효과가 크지 않은 것으로 봤다. 사교육 부담을 줄이겠다는 취지에서 도입된 선행학습 금지법에 대한 효과를 크게 체감하고 있지 못하고 있다는 점에서 정책을 손볼 필요가 있다는 지적도 제기된다. 

<등록금 부담 경감 요구 가장 높아>
새 정부가 중점을 두고 추진해야 할 고등/평생교육 정책은 등록금 부담 경감(29.5%), 복잡한 대입전형 단순화 추진/적용(19.4%), 중장기 대입제도 개선(9.7%), 대학생 기숙사 수용 인원 확충(10%) 순으로 나타났다. 

유/초/중등교육 정책의 경우 누리과정을 전액 국고지원해야 한다는 의견이 18.4%로 가장 많았다. 이어 온종일 돌봄교실 초등학교 전 학년 확대/내실화(14.9%), 고교 무상교육 단계적 실시(12.6%), 교사/교육 프로그램/교육시설 질 균등화(10.5%) 순이었다. 이 같은 결과에 대해 개발원은 “이들 4개 정책은 새 정부가 더욱 관심을 기울여야 할 정책들로 시사된다”고 말했다. 

반면 단계적 고교체제 개편(8.4%), 미래 교육환경 조성/안전한 학교 구현(7.1%), 기초학력보장법 제정 등 국가차원의 기초학력 보장체제 구축(5.5%), 유아/초등학생 적정 학습시간/휴식시간 보장 법제화(4.8%), 초/중학교 학생 평가제도 개선(4.2%), 교육 민주주의 회복/교육자치의 강화(3.7%), 교장공모제 확대/교원 인사제도 개선(2.3%), 소프트웨어 교육내실화 및 선도 핵심 교원 육성(1.7%) 등은 비교적 낮은 순위를 나타냈다. 이에 대해 개발원은 “국민의 지지를 받는 4개 정책을 우선적으로 추진하되, 나머지 정책들은 좀 더 여유를 갖고 충분한 연구과정을 거쳐 중/장기적으로 추진하는 것을 검토해볼 필요가 있다”고 진단했다. 

<유치원/초등학교 재정지원 필요성 인식 높아>
초중고/대학 중 고교에 교육재정지원이 가장 우선적으로 확대돼야 한다고 보는 응답이 28.4%로 많았다. 고교 이외의 학교급에 대한 재정지원 확대 필요성에 대해서 전체 국민들은 유치원>초등학교>대학>중학교 순으로 재정지원의 필요성을 인식하고 있었다. 

국가 재원이 우선적으로 투자돼야 하는 분야에 대해서는 유아 보육/교육 무상화가 24.8%로 가장 높았고 이어 초등학교 돌봄교실 14.4%, 대학교 등록금 감면, 장학금 확대 13.7%, 고등학교 교육 무상화 12.1%, 소외계층 교육지원 11.2% 순이었다. 소외계층 교육지원에 대한 의견은 지난해 20.4% 대비 줄어든 반면, 유아 보육/교육 무상화, 초등학교 돌봄교실 운영 강화, 고등학교 교육 무상화에 대한 투자 필요성에 대한 의견은 각 3%정도 증가한 변화다. 

올해부터 대학평가의 큰 틀이 바뀐다. 국민 여론조사 결과 대학평가 시 가장 중요하게 반영해야 할 지표를 묻는 질문에서 ‘대학 경영의 건전성/투명성’을 꼽은 응답이 26.3%로 가장 높았다. 설립자의 횡령 비리 등으로 인해 폐교 절차를 밟는 대학이 속속 나타나는 등으로 인해 경영 건전성에 대한 요구가 매년 높게 나타나고 있다. 이어 교수들의 교육 역량(21.6%), 교육과정 운영의 적절성(21.2%) 순으로 응답이 높았다. 졸업생의 취업률(13.1%), 교수들의 연구 역량(10.4%), 교육여건/시설의 충족도(7.4%)를 고른 경우도 있었다. 

한편 수도권대학보다 지방대학을 우선적으로 지원하는 것에 대해 국민들은 찬성한다는 의견이 55.4%로 가장 높았으나, 찬성 비율이 매년 낮아지고 있다는 점도 주목할 만하다. 개발원은 “2013년 조사 이후 찬성의견이 지속적으로 높은 응답률을 보이고 있으나, 지지 정도는 과거보다 조금씩 낮아지고 있는 것으로 나타나, 지방대학 우선 지원 정책도 주기적인 중간 점검이 필요한 것으로 보인다”며 “질적 수준이 낮은 지방대학이 적지 않고 이들 대학까지 지방대학이라고 우선적으로 지원해야 하는가에 의문을 가진 국민들이 점차 증가하고 있다는 점을 시사하고 있다고 해석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고교의 경우 직업교육 확대에 대한 요구도 있었다. 일반고 내 직업연계교육 확대에 대한 질문에서 찬성한다는 응답은 70.2%로 압도적으로 높게 나타났다. 마이스터고/특성화고 확대 등 고교 단계에서 직업교육 비중을 확대하는 것 역시 찬성이 63%로 가장 높았고 ‘잘 모르겠다’ 23.7%, ‘반대’ 13.3% 순이었다. 다만 ‘잘 모르겠다’는 의견이 지난해 14.6% 대비 크게 늘어난 점이 특징이다. 

교육부와 한국교육개발원이 발간한 2016년 교육통계연보에 따르면, 전체 2353개 고교 중 마이스터고는 42개교, 직업교육특성화고는 472개교로, 전체 고교 중 직업교육 중심 학교가 차지하는 비율은 21.8%에 불과하다. 진로교육을 희망하는 학생들이 가장 선호하는 마이스터고는 42개교로 한정된 상황에서, 직업교육특성화고의 계열별 분포를 살펴보면 공업계열 195개교, 상업계열 185개교, 가사/실업계열 46개교, 농업계열 37개교, 수산/해양계열 8개교로 과거 산업인력을 양성하던 체제에서 크게 달라지지 않았다. 개발원은 “이러한 현재 고교 체제는 진로교육을 희망하는 학생들이 실제 자신이 원하는 학교/계열에서 교육받을 기회 자체를 제한받고 있는 것과 다르지 않다”며 “학생들이 희망하는 계열 중심으로 직업교육특성화고의 비중을 확대할 필요가 있다”고 진단했다. 

<초중고 교육 긍정평가 15% 그쳐>
초중고 교육을 두고 ‘잘 하고 있다’고 평가한 응답은 15%에 불과했다. 반면 ‘보통’이라는 응답이 52.3%, ‘잘 못하고 있다’가 32.8%로 응답률이 높은 편이었다. 초중고 학부모 응답자의 평가 역시 잘 하고 있다는 평가는 16.8%에 그쳤다. ‘보통’ 53.6%, ‘잘 못하고 있다’ 29.6%였다. 평균 점수는 전체 응답자 기준 2.77점으로 지난해 2.58점보다는 상승했지만 5점 만점에 비해 아직 만족 수준이 높지 못하다는 평가다. 

고교에 대한 평가가 가장 낮았다. ‘잘 못하고 있다’는 응답이 47.8%로 가장 높았고 ‘보통이다’가 41.2%로 뒤를 이었다. ‘잘하고 있다’는 응답은 11%에 그쳤다. 중학교의 경우 ‘보통이다’ 52.4%, ‘잘 못 하고 있다’ 29.7%, ‘잘하고 있다’ 17.9% 순이었고 초등학교의 경우 ‘보통이다’ 49.2%, ‘잘하고 있다’ 29.1%, ‘잘 못하고 있다’ 21.8% 순이었다. 이에 대해 개발원은 “다른 학교급보다 고등학교에 대한 다양한 지원정책들이 보다 강화돼야 할 것으로 시사된다”고 설명했다.

초/중학교 시기에는 조기 유학을 고려하지 않다가 고등학교 단계의 학부모가 되면 조기 유학을 고려하는 사람이 많다는 점에 비춰봤을 때 현 고교 정책에 대한 심도있는 고민/검토가 필요하다는 지적의 목소리가 높다. 개발원은 “다양한 교육적 욕구를 가진 학생과 학부모가 점차 증가하고 있는 상황에서, 일반고의 육성과 다양한 형태의 일반고 발전 모형이 개발돼야 한다”며 “예컨대 일반고의 진로/진학지도 프로그램이 강화돼야 하고, 수업내용과 방법의 개선, 우수 교사들의 배치가 집중돼야 한다”고 진단했다. 

긍정평가를 받기 위한 방안으로는 ‘학생을 위한 맞춤형 상담/학생지도 활동’을 33.1%로 가장 많이 꼽았다. ‘수업 내용과 방법의 질 개선’ 27.3%, ‘진로교육/진학지도 강화’ 14.1% 순으로 뒤를 이었다. 이 같은 결과는 2011년 조사 이후 유사한 경향으로, 학생지도와 수업지도를 학교가 가장 중시해야 할 것으로 인식하고 있어 학교의 본질에 충실할 수 있는 정책들이 중요하다는 시사점을 던지고 있다. 

<대학교육 불만족도 높아.. 불신 회복해야>
대학교육에 대한 설문조사 결과 대학의 인재양성에 대한 부정적 인식이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우리나라 대학이 사회가 필요로 하는 인재를 양성하고 있다고 생각하는가에 대한 질문에 그렇지 못하다는 의견이 59.2%, 보통 32.8%, 그렇다 8.2% 순이었다. 이러한 경향은 2006년 조사 이후 계속되고 있다. 개발원은 “국민들의 대학교육에 대한 불만이 매우 깊음을 시사한다고 볼 수 있다”며 “정부는 대학의 인재 양성 기능 강화를 위한 고등교육 정책/재정지원에 대한 심도 있는 고민과 검토를 고려해야 할 것으로 보인다”고 분석했다. 

대학교수에 대한 불신 역시 높았다. 대학교수의 자질에 대한 신뢰도를 묻는 문항에서 신뢰하지 못한다는 응답이 50.1%로 높게 나타났다. 해당 문항에 대한 조사가 시작된 2015년 이후 계속된 경향이다. 개발원은 “국민들이 대학교수 자질에 대해 여전히 신뢰를 보이고 있지 않는 것으로 보여, 대학교수의 자질 검증과 제고에 대학/정부가 더욱 주의를 기울여야 함을 시사한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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