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입자원 절벽에 '여대위기론' 돌파구 만들까

[베리타스알파=윤은지 기자] 최근 남녀공학 전환 논란이 불거진 성신여대가 여대 지위를 유지하기로 했다. 성신여대 김호성 총장이 지난 2일 신년사에 이어 21일 한 언론 인터뷰를 통해 공학전환 공론화 의사를 내비쳤으나 학생들의 반대의견은 압도적이었다. 성신여대의 공학전환 논란은 한 차례 해프닝으로 마무리됐지만 대입자원의 급격한 감소를 앞두고 ‘여대위기론’이 재부상한 모양새다. 과거에 비해 여대 선호도가 하락하고 취업시장에서 상대적으로 불리한 여건으로 인해 여대들이 남녀공학 전환 카드를 꺼낸 건 처음이 아니다. 하지만 올해 고교 1학년 입학생들이 대입을 치르는 2021학년부터 지원자수가 대입 정원을 크게 밑도는 대규모 미달사태를 예고돼 대학들의 생존전략이 본격화될 것으로 보인다. 김 총장 역시 여대는 취업에 불리할 뿐 아니라 수험생 모집에도 어려움을 겪고 있다며 공학전환을 대안으로 제시했다. 

최근 남녀공학 전환 논란이 불거진 성신여대가 여대 지위를 유지하기로 했다. 성신여대 김호성 총장이 지난 2일 신년사에 이어 21일 한 언론 인터뷰에서 공학전환 화두를 던졌으나 학생들 사이에선 반대의견이 압도적이었다. 성신여대의 공학전환 논란은 한 차례 해프닝으로 마무리됐지만 대입자원의 급격한 감소를 앞두고 ‘여대위기론’이 재부상한 사건으로 읽힌다. /사진=성신여대 제공

<‘공학전환 논란’ 성신여대, ‘여대 유지하기로’.. 반대 96%>
남녀공학 전환 논란이 휩싸인 성신여대가 여대로 남는다. 재학생 졸업생 등 학내 구성원 여론조사 결과 반대 의견이 약 96%에 달해 압도적인 것으로 나타났다. 이에 대해 성신여대 김호성 총장은 “학생이 반대하는 일을 강제로 추진할 생각과 권한이 없다”는 입장을 표한 것으로 알려졌다. 

성신여대 중앙운영위원회(중운위)는 24일 페이스북 페이지를 통해 “중운위 구성원과 성신학보사 기자 2명이 김호성 총장과 약 4시간 동안 이야기를 나눈 결과 남녀공학 전환 의사가 없음을 확인했다”고 밝혔다. 

중운위는 지난 22일부터 23일까지 재학생과 휴학생, 졸업생 등 2360명을 대상으로 남녀공학 실시에 대한 찬반을 묻는 설문조사를 실시했다. 이 가운데 반대의견은 2267명으로 약 96%를 차지한 반면 찬성의견은 약 3%(93명)에 불과했다. 응답자 비율은 재학생이 81%(1935명), 휴학생 10%(245명), 졸업생 7%(180명) 순이었다. 

김 총장은 중운위와 대화 과정에서 “남녀공학 전환은 필요한 상황이 온다면 논의할 수 있으나 현재는 시기상조”라며 “학생들의 의견이 최우선돼야 한다”고 말한 것으로 알려졌다. 김 총장은 학생이 반대하는 일은 강제로 추진할 생각이 없으며 그럴 권한이 없다고도 말했다. 최근 불거진 논란에 대해서 “공학전환은 언론과의 신년사 인터뷰에서 학교 발전을 위한 방안 중 하나로 언급한 것”이라며 “의도치 않게 공학전환에 대한 공론화가 진행돼 그 과정에서 상처받은 모든 학생들에게 사과한다”고 밝혔다.  

중운위는 같은 날 발표한 입장서를 통해 “여대는 여성에게 배움의 기회를 제공함으로써 여성이 우리 사회에 당당히 설 수 있도록 교육한다는 취지가 담겨 있다”며 “중운위는 학생대표로서 학생들과 같은 의견으로 남녀공학 전환을 반대한다”고 강조했다. 이어 “학교 재정이 부족하다면 재학생들과 꾸준한 소통을 통해 다른 방법을 모색해야 한다”면서 “경쟁력을 높이려면 남녀공학 전환이 아니라 내부에서 학생에 대한 다방면의 지원부터 해줘야 한다”고 말했다. 

<성신여대 총장 "여대, 수험생 모집과 취업 모두 불리">
지난 21일 성신여대 김호성 총장은 한 언론 인터뷰에서 성신여대 개혁방안 중 하나로 남녀공학 전환을 제시했다. 김 총장은 “여대로 특성화하는 게 낫다면 당연히 여대로 남아야겠지만, 지금 이대로는 전망이 힘든 것이 사실”이라면서 이같이 밝혔다. 김 총장은 앞서 교내 신년사에서도 “공학 전환을 공론화해 구조적 불이익을 없애는 방안을 모색하겠다”고 말한 바 있다.   

여대는 학교 입장에선 ‘수험생 모집’에서 불리하고, 학생들은 ‘취업’에서 구조적 불이익을 겪는다는 점을 전환 논란의 근거로 제시했다. 김 총장은 “학령인구 감소와 등록금 동결로 재정적자가 심각한 상황에서 여대는 수험생의 절반인 여학생만을 대상으로 선발을 진행해야 한다”면서 “학생들은 여전한 사회적 차별 때문에 취업에서 공학 출신에 비해 불리하다. 이는 취업률 통계에서 나타난다”고 지적했다. 

다만 당장 전환추진에 대해선 선을 그었다. “물론 남녀공학 전환이 바로 추진할 문제는 아니다. 우리대학 생존전략에 대해 구성원 모두가 의견을 내고 공론화하자는 것”이라며 “전 구성원을 대상으로 투표도 필요하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성신여대는 지난 10년간 학내 구성원 사이 갈등으로 심한 내홍을 겪었다. 김 총장은 지난해까지 교수회장을 맡아 심 전 총장 퇴진에 앞장서기도 했다. 심화진 전 총장이 교비 횡령 혐의로 총장직에서 물러난 이후 김 총장은 지난해 10월 제10대 총장으로 부임했다. 김 총장이 임시 이사진의 총장직 제안을 받아들였을 당시 반발도 있었지만, 그는 ‘민주적 총장 선출 제도를 구축하면 바로 물러나겠다’는 약속과 함께 취임한 것으로 알려졌다. 

총장직선제를 앞둔 현 시점이 공학 전환 논의를 위한 적기라고 봤다. 김 총장은 “지금 공론화하지 않으면 이런 얘기를 하기가 힘들어진다”면서 “모두가 자유롭게 이야기할 수 있는 분위기가 됐으니 공청회도 해보고 필요하면 투표도 해보자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어 “총장직선제는 겨울방학 중 완성해 3월 정도면 차기 총장 선거 절차를 시작할 전망”이라며 “나는 승진/평가제도 정상화와 같은 교내 ‘적폐청산’ 과제 이행과 선거가 마무리되면 평교수로 돌아갈 생각”이라고 말했다. 

신년사에서 함께 밝힌 ‘구조조정 필요성’에 대해서는 “서로 융합하거나 협력할 수 있는 것은 같이 배우도록 교내 장벽을 허물자는 의미”라며 “지금은 노인복지사를 목표로 하는 복지학과 학생이 간호대학의 노인간호학 수업을 못 듣는다. 그런 걸 가능하게 해야 한다”고 설명했다. 

성신여대는 앞서 2010년 ‘성신대학교’로 교명 변경을 추진하다 학생들 반대로 중단된 경험이 있다. 당시 학교본부는 학교명만 달라지는 것이라고 밝혔지만 공학으로 전환하기 위한 수순이 아니냐는 학생들 반발에 부딪혔다. 지금도 학생들 사이에선 반대 여론이 상당한 것으로 알려졌다. 김 총장은 “교수와 교직원들 중에선 찬성 의견이 많지만 동문들과 재학생들은 반대하는 분위기인 것으로 알고 있다”고 전했다. 대학원에서는 이미 남학생들이 함께 공부하고 있고, 10년 전부터 외국 대학과 교류할 때 ‘성신 유니버시티’라는 이름을 쓰고 있다는 설명도 덧붙였다.  

<대입자원 절벽에 다시 고개드는 ‘여대위기론’>
대입자원 절벽을 앞두고 여대위기론이 다시 고개를 들고 있다. 여대위기론은 1990년대 여학생들의 대학진학이 보편화되고 남녀공학 선호가 늘면서 흘러나오기 시작했다. 여대에 가려는 학생이 줄고 소위 ‘학벌서열’에서 여대들이 밀리기 시작하면서 취업시장에서의 경쟁력도 낮아졌다는 분석이 나왔다. 

최근 저출산 여파로 학령인구가 대거 줄면서 대부분 대학이 생존전략 수립을 최우선 과제로 삼았다. 교육부는 2014년부터 학생 충원율과 졸업생 충원율 등의 지표를 활용해 대학구조개혁평가를 실시, 낮은 점수를 받은 대학은 신입생 모집 정원을 줄이고 재정지원도 삭감하고 있다. 2023년까지 부실대학 판정을 받은 대학을 중심으로 총 16만명의 구조조정을 예고한 상황이다. 이 가운데 상대적으로 수험생들의 선호도와 졸업생 취업률이 낮은 여대들은 고민이 더 깊다. 

여대가 공학 대비 동문 네트워크가 약해 기부금 부족에 시달린다는 약점도 있다. 학생 수가 줄면서 등록금 수입은 감소한 반면 수험생들 사이에서 장학금이나 좋은 시설에 대한 요구는 더 커졌다. 이럴수록 외부에서 끌어오는 자금이 필수적인데 여대는 남녀공학보다 뒤처진다는 지적이다. 한 여대 관계자는 “SKY는 가만히 있어도 기부금이 쏟아진다. 동문들 인맥으로 대기업들이 나서 삼성관, LG관 등을 지어준다”며 “그런데 여대 졸업생들은 대부분 가정에 흡수된다. 기껏해야 중소기업 CEO 몇 명 밖에 없다”고 털어놨다. 기부금이나 발전기금을 받아낼 수 있는 동문 찾기가 힘들다는 하소연이다. 

이 같은 이유로 이미 공학으로 전환하거나 남여공학 체제인 대학과 통합한 대학도 적지 않다. 1994년 성심여대는 가톨릭대학교와, 효성여대는 대구가톨릭대와 통합했다. 상명대는 1996년 상명여대에서 남녀공학 전환에 성공해 상명대가 됐다. 부산여대도 공학으로 전환하면서 교명을 신라대로 바꿨다. 현재 전국 4년제대학 가운데 여대 지위를 유지하는 대학은 이화여대 숙명여대 성신여대 서울여대 동덕여대 덕성여대 광주여대 등 7곳에 불과하다. 

하지만 여전히 여대 구성원들 중에는 공학 전환에 반대하는 의견이 많다. 여대의 역사와 전통을 무시하고 정체성을 훼손해선 안 된다는 의견이다. 2014년 ‘재정지원제한대학’(하위15%)으로 지정돼 위기를 맞았던 덕성여대에서도 2015년 취임한 이원복 총장의 발언으로 공학 전환이 논의선상에 올랐지만 재학생과 졸업생들이 반발로 유야무야됐다. 당시 재정지원제한대학 명단에는 덕성여대를 제외하고도 서울 소재 여대 2곳이 포함됐던 것으로 알려졌다. 이들 여대는 교육부가 제시한 정원감축 조건을 수용해 명단 지정을 피해갔지만 서울 소재 여대 가운데 절반이 위기를 겪는다는 사실은 부정할 수 없었다.

숙명여대는 2015년 9월 일반대학원에 남학생 입학을 허용하기로 학칙 개정을 추진했다가 강한 반발에 부딪쳐 무산됐다. 학교 측은 연구역량 강화와 대학원 평가 대비 등을 이유로 개방 필요성을 역설했지만 재학생들이 총장실을 점거하고 동문들도 정체성 훼손을 거론하며 극렬히 반대하자 계획을 철회했다. 숙대는 특수대학원에 한해 남학생 지원자격을 부여한다. 

학사의 경우 여학생에게만 지원자격을 부여하지만, 석/박사과정은 대부분 대학이 남학생 입학을 허용한다. 전체 여대 가운데서 이대가 유일하게 학사과정에 이어 대학원에서도 남성 입학을 허용하지 않는다. 지난해 2월 전국 4년제 여대 7개교에서 20명이 넘는 남성이 학위를 받은 것으로 알려졌다. 성신여대는 가장 많은 남학생에게 석/박사 학위를 수여해 총 9명이 졸업장을 받았다. 광주여대는 5명, 덕성여대 서울여대 각 3명, 동덕여대 숙명여대 각 2명의 남자 졸업생을 배출했다. 남학생과의 협업이 연구역량 향상에 도움이 된다는 시각 때문이다. 최근 대학 간 학점교류가 늘면서 인근 대학의 남학생이 여대에서 수업을 듣는 경우도 빈번해져 더 이상 ‘금남의 구역’이라 칭하기 어렵다는 평가를 받는다. 

<서울 6개 여대 취업률 47.6%.. 수도권 대학 평균 53.5%>
2016년 기준 서울 6개 여대 평균취업률은 47.6%로 여대 제외 40개 수도권 대학 평균 취업률인 53.5%보다 낮았다. 대학 정보공시 사이트인 대학알리미에 따르면 2016학년 6개 여대 취업률은 숙명여대가 54.4%로 가장 높았고 이화여대(50.4%) 덕성여대(48.8%) 서울여대(44.6%) 성신여대(43%) 동덕여대(42.7%) 순으로 나타났다. 

취업 후 직장 유지여부를 고려한 취업유지비율을 산출할 경우 순위가 바뀌어 성신여대의 취업률이 가장 낮았다. 취업의 ‘질’까지 고려한 취업유지비율 역시 숙명여대가 49%로 가장 높았으며 이화여대(46.2%) 덕성여대(43.2%) 서울여대(39.6%) 동덕여대(38.1%) 성신여대(37.3%) 순이었다. 취업유지비율은 최초취업률에 취업 후 3개월 뒤에도 건강보험 직장가입 자격을 유지하고 있는지 나타낸 유지취업률을 곱해 산출한 지표다. 취업유지비율이 높다는 것은 그만큼 안정적인 직장에 취업했다는 의미를 나타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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