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종개선방안 '대학별 평가결과 공개, 사정관 신분 안정화'

[베리타스알파=윤은지 기자] 김상곤 교육부장관이 학종 개선안으로 제시하고 있는 블라인드 면접이 학종 평가취지에 어긋난다는 의견이 제기되면서 논란이 커지고 있다. 광주에서 열린 대입정책포럼에 참여한 중앙대 차정민 입학사정관은 “학종은 3년간의 고교 생활 기록을 종합 평가하는 전형"이라며 “학종에서 면접은 학생부 서류평가 결과를 검증하기 위한 과정이자 학생부 기반 개인별 맞춤형 질문이 가능한 것이 특징”이라고 설명했다. 하지만 블라인드 면접을 실시할 경우 학생부 기반 면접이 불가능해져 학종 취지에 벗어난다는 지적이다. 이 경우 학업적성면접이나 구술고사 등 다른 면접 형태에 의존해야 해 수험생들에게 또 다른 부담을 줄 수 있다. 차 사정관은 “블라인드 채용과 면접이 공정 사회를 위해 바람직한 방향인 것은 맞지만, 블라인드 면접만이 정답이라는 이분법적 사고에서 벗어날 필요가 있다”면서 “블라인드 면접이 취지에 적합한 지 판단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학종이 ‘깜깜이 전형’이라는 오해를 벗기 위해서는 대학별로 평가결과를 공개해야 한다고 제안하기도 했다. 합격생 내신성적과 고교유형 등을 공개하고 대학별 공통 평가요소를 활용하는 방안도 제시했다. 고교에서도 교내 프로그램 평가원칙을 강화해 사회경제적 배경이 학생부에 영향을 미칠 수 없도록 교육과 평가 체계를 보완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와 함께 학종 평가의 전문성을 높이기 위해 입학사정관 신분 안정화 정책을 실시할 것을 제안했다. 사정관 지위와 처우 기준을 마련하고 재정지원을 강화해야 한다는 설명이다. 사정관 양성기관 제도를 마련해 정규교육과정을 설치하거나 전임입학사정관 자격증 제도 도입을 검토할 것도 요청했다. 

광주교육청은 22일 오후2시부터 5시까지 교육청 대회의실에서 제1차 광주 대입정책포럼을 실시했다. 교육부가 오는 8월까지 마련할 대입제도 개편안에 의견을 제시하기 위해서다. 교육청 차원에서 열린 첫 대입정책포럼으로 눈길을 끈 포럼은 고등학교 교사 100명과 광주와 전남/북 대학 관계자, 광주교육청 대입 관계자 등이 참석했다. 참석자들은 ‘학생부종합전형의 발전적 제언’을 주제로 학생부 기록과 평가 공정성, 교사의 구체적 제언과 학교의 노력을 다룬 발제자 발표를 경청했다. 발표자로 GIST대학 김희삼 교수(미래사회의 변화와 교육), 중앙대 차정민 입학사정관(학생부종합전형 개선방안), 광덕고 신희돈 교사(학생기록부 기록과 평가의 공정성) 등이 참여했다. 교육청은 포럼 결과를 바탕으로 광주진학부장협의회, 진로교사협의회와 구체적인 건의안을 마련해 교육부와 국가교육회의에 제안할 예정이다. 대입정책포럼은 3월말까지 3차에 걸쳐 진행된다. 

블라인드 면접이 학종 평가취지에 어긋난다는 의견이 제기됐다. 광주에서 열린 대입정책포럼에 참여한 중앙대 차정민 입학사정관은 “학종은 3년간의 고교 생활 기록을 종합 평가하는 전형"이라며 “학종에서 면접은 학생부 서류평가 결과를 검증하기 위한 과정이자 학생부 기반 개인별 맞춤형 질문이 가능한 것이 특징”이라고 설명했다. 하지만 블라인드 면접을 실시할 경우 학생부 기반 면접이 불가능해져 학종 취지에 벗어난다는 지적이다. /사진=광주교육청 제공

<학종 공정성 높이려면.. “블라인드 면접 대안 아냐”>
차 사정관은 22일 오후 광주교육청에서 열리는 제1차 광주대입정책포럼에서 ‘학생부종합전형 개선방안’에 대해 발표했다. 차 사정관은 “그간 학종은 학교수업의 중요도를 높이고, 창의적 체험활동의 실질적인 운영을 이끌어내며 교육과정 다양화, 진로교육 활성화 등 다방면에서 고교 교육 정상화에 기여해왔다”며 “대학에서도 학종 입학생의 우수성이 입증되고 있으며, 점수에 따른 선발이 아닌 모집단위 특성에 맞는 학생 선발이 가능해졌다. 고교-대학 연계가 확산되고 대학 입학전형 운영 전문성이 향상되는 성과가 있다”고 분석했다. 

다만 여전히 학종의 공정성과 신뢰도에 대한 우려가 있다며 평가 공정성을 높이기 위한 방안을 제시했다. “학생부 종합전형은 합격 가능성에 대한 예측이 어려운 소위 ‘깜깜이 전형’이라는 지적이 있다. 대학별 평가결과 공개를 제도화하고 학생중심 수업을 활성화해 학교 내에서 학생의 부모나 직업 등 학생의 사회경제적 배경이 평가에 영향을 주는 것을 차단해야 한다”며 "공교육 위주 평가원칙을 재천명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대학별 공통 평가요소를 활용하고 자료를 상세히 공개할 것을 주문했다. 

평가 공정성을 높이고자 최근 학종에서 ‘블라인드 면접’ 도입이 논의되고 있지만 이는 학종 취지에 맞지 않는다며 공정성 제고는 다른 방식으로 해결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차 사정관은 “블라인드 채용과 면접은 공정 사회를 위한 바람직한 방향”이라면서도 “다만, 면접 취지에 적합한지 판단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블라인드 면접만이 정답이라는 이분법적 사고에서 벗어나야 한다고 말하기도 했다. 

차 사정관에 따르면 학종은 3년간의 고교생활 기록을 바탕으로 종합 정성평가를 실시하는 데 초점을 맞춘 전형이다. 학종에서의 면접은 학생부 서류평가 결과를 검증하고, 학생부 검토내용을 바탕으로 개인별 맞춤형 질문을 실시하는 과정이다. 하지만 블라인드 면접을 시행할 경우 학생부 기반 면접은 어려워진다. 차 사정관은 “학생부 기반 면접이 불가능하다면 이는 학종 취지를 벗어나는 것”이라면서 “이 경우 학업적성면접이나 구술고사 등 다른 형태 면접을 실시해야 하는 데 부담만 늘어날 뿐”이라고 비판했다. 

사회경제적 배경에 따라 평가결과가 결정된다는 소위 ‘금수저 전형’이라는 지적에 대해선 오해를 불식시켰다. 대교협이 고교교육 기여대학 지원사업 54개대학을 전수조사한 자료에 따르면 학종 입학생은 논술이나 수능, 실기 등 여타 전형에 비해 국가장학금 Ⅰ유형 수혜비율이 높았다. 국가장학금 Ⅰ유형은 소득 8분위 이하를 조건으로 소득분위별로 장학금을 지원하는 소득연계 장학금이다. Ⅰ유형 수혜비율은 학생부교과(48.8%)가 가장 높았고 학생부종합(45.3%) 실기(37%) 수능(35.2%) 논술(34.2%) 기타(11.8%) 순으로 나타났다. 

<학종 블라인드 면접 도입.. ‘실효성은 물음표’>
블라인드 면접은 지난해 교육부가 대학들에 보낸 ‘고교교육 기여대학 지원사업 개편방향’에  포함된 것으로 알려지면서 논의가 확산됐다. 지원자의 출신지역이나 학교 등을 가린 채 진행하는 면접으로 현재 공공기관 채용에 우선 도입된 상태다. 교육부는 면접에 블라인드 방식을 적용하면 가점을 주는 지표를 신설할 것으로 알려졌다. 하지만 서류평가에서는 고교명을 확인할 수 있고 서류평가에 참여한 사정관이 면접에 참여하는 경우도 있어 실효성에는 물음표가 붙는다. 

면접에서 블라인드 방식을 적용하더라도 전체 전형단계에서 학교명을 아예 모른 채 진행하기란 현실적으로 어렵다는 지적도 있다. 교육과정만 살펴봐도 어느 고교인지 유추하는 것이 가능하기 때문이다. 한 대학 사정관은 “고교명을 아무리 가린다고 해도 교육과정이나 운영 프로그램, 세부 특기사항 등을 살펴보면 어느 고교 출신인지 알 수 있다”며 “그렇다고 학종 평가에 필수적인 교육과정 자체를 가릴 수도 없는 노릇”이라고 말했다. 

현재 대입에서 활용되는 고교 프로파일은 대교협이 제공하는 공통 고교정보 양식을 따른다. 대교협이 발표한 공통 고교정보 양식은 7가지 항목을 포함한다. 고교유형, 기숙사, 교원, 학생 수 등 기본현황을 담은 ▲고교 기본정보와 ▲교육환경 및 구성원 특성 ▲교육과정 운영 현황 ▲동아리 활동 개설 및 운영방식 ▲교내 시상내역 ▲3개년 교육과정 편성표 ▲기타사항이다. 이 가운데 동아리 활동 및 운영방식, 교내 시상내역은 별도 엑셀양식에 맞춰 제출해야 한다. 3개년 교육과정 편성표는 고교 자체 파일을 제출하면 된다. 

<'고교별 교육환경 고려' 학종 취지에도 맞지 않아>
차 사정관의 지적처럼 각 고교별 차이를 감안하기 위해 오히려 출신 고교에 대한 정보가 필요하다는 의견도 있다. 한 대학 관계자는 “고교를 차별하기 위해서가 아니라 교내 대회가 100개인 고교와 5개인 고교의 차이를 감안해 학생이 불리한 평가를 받지 않도록 하기 위해 고교 현황이 활용된다”고 설명했다. 특히 상위권대학일수록 수년간 학종을 실시하면서 웬만한 고교에 대한 데이터베이스를 이미 구축, 블라인드 면접을 실시하더라도 효과는 제한적일 수밖에 없다. 

고교별 교내 프로그램과 교내대회 등 현황을 파악하는 고교 프로파일을 활용하지 않는다면 일종의 ‘역차별’이 발생할 수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고교별 교육과정과 비교과 프로그램에서 발생하는 편차를 외면하고 동일선상에서 비교한다면 오히려 공정성과는 멀어지는 셈이기 때문이다. 고교 프로파일을 두고 일각에서는 고교 줄세우기를 위한 것이 아니냐는 오해도 있지만 이는 ‘학종 흠집내기’에 불과하다는 것이 교육계의 의견이다. “고교 생활을 보내는 동안 어떤 교육과정이 제공됐는지, 학업과 학업외 활동 기회는 얼마나 제공됐는지, 선택의 기회가 얼머나 있었는지 등을 고려”해 고교별 차이를 감안하기 위한 자료라는 것이다. 주어진 여건을 얼마나 주도적으로 활용해 얼마만큼 노력했는지 평가하기 위해서는 학생이 처한 교육환경을 이해하는 과정이 필요하다는 것이 대학가의 설명이다. 

블라인드 면접으로 면접전형 자체가 무용지물이 될 가능성도 있다. 학종 면접은 지원자가 제출한 서류의 진위여부를 확인하는 방식으로 이뤄지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필연적으로 지원자의 고교생활과 그 과정에서 배우고 느낀 점 등을 묻게 되는데, 블라인드 면접이 도입되면 이런 질문이 불가능하다. 한 교육 전문가는 “고교생활에 대해 묻는 면접이 불가하다면, 제시문을 나눠주고 그에 대한 답을 요구하는 ‘제시문 기반 심층면접’으로 면접 형태가 바뀔 수밖에 없다. 수험생들이 면접 대비에 더 큰 부담을 느끼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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