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8 8개교 확대.. ‘인성 평가 최적'

[베리타스알파=박대호 기자] 최근 대입에 불어닥치는 ‘수시확대’ 바람은 의학계열에서도 적용된다. 원광대와 전북대에 분산배정된 49명의 서남대 정원을 제외한 2019학년 본래 계획됐된 의대 모집인원은 2879명. 이 중 62.8%(1808명)의 모집인원이 수시 선발인원이다. 수시 선발인원 가운데 43.7%(790명)는 학생부종합전형이며, 39.5%(715명)는 학생부교과전형이다. 여타 논술전형은 14.3%(258명)에 그치며 특기자전형은 고작 2.5%(45명) 규모다. 학종과 교과전형에 대한 철저한 대비없이 의대 진학을 노리기란 쉽지 않아졌다.

특히 수험생들이 주의깊게 살펴야 할 대목은 ‘다중미니면접’이다. 이미 치러진 2018학년 수시를 기준으로 보면, 학종의 경우 전체 모집인원 중 88.3%에서 면접이 실시됐으며, 교과전형도 36.5%가 면접을 통해 최종 합격자를 선발했다. 면접을 치르는 수시전형을 피하는 것은 의대 진학 선택지를 크게 낮추는 결과가 될 수밖에 없다.

이처럼 의대 진학에 있어 영향력이 막대한 면접에서 가장 각광받고 있는 면접방식이 다중미니면접이다. 의학계열 진학자들에게 필수요소로 여겨지는 ‘인성’ 측정에 있어 가장 탁월한 면접으로 자리잡아 있기 때문이다. 서울대 의대가 2012학년 다중미니면접 시범도입 당시 밝혔던 ‘의사소통 능력과 라포트(Rapport, 의사와 환자의 심리적 신뢰) 형성 능력이 있는 지원자를 선발하고, 공부만 잘하는 지원자를 걸러내기 위한 시도’라는 다중미니면접의 취지는 여전히 유효하다. 일각에선 1시간 남짓한 면접에서 얼마나 인성을 측정할 수 있겠냐는 부정적 시선을 보이기도 하지만, 다중미니면접 도입에 드는 의대들의 노력은 예상보다 큰 데다, 현 시점에서 최선의 인성평가 도구란 점도 바뀌지 않는 사실이다.

다중미니면접 대비는 의대 면접 전반을 대비하는 효과로 이어지기도 한다. 의대 면접에서 가장 빈번하게 활용되는 단순 인성면접조차 다중미니면접과 유사한 방식으로 진행되는 경우가 많기 때문이다. 의대 수시 진학을 노리는 경우라면 미리부터 다중미니면접 기출문제를 기반으로 출제유형 등을 미리 살펴둬야만 하는 셈이다. 한 교육 전문가는 “현재 의대는 자연계열 최상위권 수험생들의 최대 관심 모집단위다. 그러다 보니 자신의 적성을 고려하지 않고 인성도 갖추지 못한 ‘공부만 잘하는 의대생’이 많았다. 모 대학에서 발생한 동기 여학생 성추행 사건 등 직접 생명을 다루는 의사라는 직업군에서 발생하지 말아야 할 일들로 인해 다중미니면접 도입의 당위성 또한 한껏 높아진 상태다. 지난해 성대가 다중미니면접을 전격 도입하는 등 선호도 높은 의대들이 다중미니면접 도입에 적극 나서는 것도 이 때문”이라며 “물론 아직 아쉬운 대목은 존재한다. 의대들이 저작권 문제, 변별력 문제 등을 이유로 기출문제 공개에 소극적이라는 점이다. 발 빠른 사교육이 기출문제를 복기해 ‘고객’들에게만 제공함으로써 정보 불균형이 일어난다는 점을 고려하면 수요자들을 위한 투명한 정보공개가 절실하다. 의대들이 진정한 수요자 친화조치가 무엇인지에 대해 다시금 생각해봐야 할 때”라고 말했다.

다중미니면접은 최근 의대 진학을 노리는 수험생이라면 주의깊게 살펴야 할 전형요소로 자리잡았다. 가장 비중이 큰 학생부종합전형은 대부분 면접을 실시하고 있으며, '인성측정'의 중요성에 동감한 의대들은 다중미니면접 도입에 적극적인 모습인 때문이다. 다중미니면접에 대한 이해 없이는 수시에서 의대 합격을 노리기는 쉽지 않아진 셈이다. /사진=베리타스알파DB

<다중미니면접은? 국내 첫 도입 강원대 의전원>
다중미니면접은 최근 의대 선발에 있어 가장 각광받는 면접방식이다. MMI(Multiple Mini Interview)로도 불리는 다중미니면접은 기존 면접실 1곳에서 진행되는 단발성 면접이 아닌 소규모 면접이 계속해서 이어지는 독특한 구조를 지니고 있다. 명칭 그대로 ‘작은 면접 여러 개로 구성되는 면접’이 다중미니면접이다.

소요시간은 통상의 면접 대비 길다. 일반적인 면접은 짧으면 10분 내외, 길더라도 20분 내지 30분 정도로 끝나는 경우가 많지만, 다중미니면접은 ‘방’으로 불리는 여러 개의 면접실을 순차적으로 돌며 길게는 1시간 이상 면접을 치르기도 한다. 1시간 이상 소요되는 다중미니면접을 실시하는 대표적인 의대로는 서울대 인제대 등을 들 수 있다.

다중미니면접이 처음 등장한 것은 2000년대 초 캐나다의 맥매스터 의대다. 이후 다중미니면접은 캐나다 의대 입시에서는 주류로 자리잡았다. 미국으로도 전파돼 뉴저지 버지니아 오하이오 캘리포니아 등지에서 주로 시행되고 있다. 다중미니면접을 시행하는 외국 의대들 가운데 우리나라에 널리 알려진 대학으로는 칼텍(Caltech)을 들 수 있다.

다중미니면접이 우리나라에 도입된 것은 의전원의 도입과 맞물려 있다. 기존 의대 체제에 비해 의전원 체제는 학업능력이 뛰어난 성적 우수자들을 뽑는데 상대적으로 효율적이지 못했다. 때문에 의전원들은 입시에선 학업역량 못지 않게 다양한 경험과 인성 등을 강조했다. 이 같은 배경으로 강원대 의전원이 2008학년 입시에서 다중미니면접을 국내에서 처음으로 도입/시행했다.

다중미니면접은 이후 2011학년 한림대, 2012학년 서울대 등으로 차차 확대됐다. 서울대는 전국최상위 선호도를 지니고 있음에도 성적중심의 입시를 포기하고 다각도의 인성검증을 위해 2012학년 의전원 입시에서 시범적으로 다중미니면접을 도입했다. 다만, 지금과는 사뭇 다른 형태였다. 지원자가 면접실을 순차적으로 도는 것이 아니라 교수들이 지원자를 찾아가는 형태로 일종의 인성면접을 강화한 모습이었다. 2013학년부터는 학부모집에서 ‘다면인적성 심층면접’이란 이름으로 다중미니면접 시행이 본격화됐다. 서울대는 의대뿐만 아니라 치대 수의대로도 다중미니면접을 점차 확대해 현재는 전체 의학계열 수시에서 다중미니면접을 통해 합격자를 선발하고 있다.

<기존 면접들과 어떻게 다른가>
현재 다중미니면접 외 면접들의 경우 교과면접과 인성면접 서류면접 등으로 크게 나눠볼 수 있다. 교과면접은 의학계열이 아닌 서울대 인문/자연계열 기준 일반전형에서 실시되는 면접및구술고사(구술면접)가 대표적인 예다. 일정 시간 동안 주어진 문제를 혼자 푼 후 면접실에 들어가 풀이과정/답 등을 설명하고 그에 대한 면접관의 추가질문을 해결해나가는 방식으로 면접이 진행된다. 학업역량 측정에 중점을 둔 면접형태라 할 수 있다. 반면 인성면접은 교과면접과는 사뭇 다른 형태를 보인다. ‘위법행위를 목격했을 때 어떻게 행동할 것인가’와 같은 간단한 질문이 주어질 수도 있고, 그보다는 복잡한 일정 상황을 제시해 수험생의 대답을 보기도 한다. 후자의 경우는 다중미니면접에서도 자주 활용되는 방식이다. 서류면접은 서류 진실성 확인 차원에서 치러지는 면접을 뜻한다. 지원자가 제출한 학생부 자기소개서 교사추천서 등에 기반해 활동내용을 보다 구체적으로 물어봄으로써 기록이 부풀려진 것은 없는지 등을 확인하는 면접이다. 이 과정에서 인성 측정이 함께 이뤄지기도 한다.

다중미니면접에서 주로 활용되는 면접형태 중 하나는 인성면접과 유사한 ‘상황제시’다. 특정한 상황을 제시한 후 왜 이런 상황이 벌어졌는지 이런 상황이 지원자에게 닥친다면 어떻게 해결할 것인지 등을 묻는 경우가 많다. 제시문을 주고 일정시간 동안 읽고 생각하게 한 뒤 면접을 진행하는 ‘제시문 분석’형태도 자주 활용되는 방식이다. 이 경우에는 인성면접보다는 교과면접과 비슷한 실질을 띄기도 한다. 물론 교과면접처럼 심화 학업역량 측정과는 거리가 멀지만, 배경지식을 요구하는 경우도 종종 존재하기 때문이다.

이처럼 실시방식만 놓고 보면 상황제시의 경우 인성면접, 제시문분석의 경우 교과면접과 비슷한 모습을 보이기도 한다. 특히 인성면접은 다중미니면접과 명확히 구분되지 않는 경우가 많다. ‘상황제시’형 면접이 여러 개 출제되는 형태의 인성면접은 사실상 다중미니면접과 실질내용도 유사하다.

하지만 다중미니면접은 분명 여타 면접과 구분된다. 여러 개의 면접실을 돌면서 끊임없이 이어지는 ‘마라톤형’ 면접이라는 부분에서 차이가 크기 때문이다. 단순 학업능력/인성 측정을 넘어 인성 협동력 소통능력 등 측정하고자 하는 평가영역이 다양하다는 것도 다중미니면접이 여타 면접 대비 가지는 차별적인 요소다.

<2018 8개교,확대 움직임.. 인성 ‘방점’>
다중미니면접은 최근 확대 추세다. 2018학년 수시에서 다중미니면접 실시 의대는 서울대 성균관대 건양대 대구가톨릭대 동아대 아주대 인제대 한림대로 8개교나 됐다. 2013학년만 하더라도 다중미니면접 실시 의대는 서울대 한림대 등에 불과했지만, 불과 5년 새 다중미니면접을 도입한 의대들이 부쩍 늘어났다. 2019학년에는 ‘빅5’로 불릴 만큼 선호도 높은 의대 중 하나인 울산대가 다중미니면접을 도입하는 등 다중미니면접은 그 저변을 넓힐 예정이다.

향후 다중미니면접은 확대추세를 유지할 가능성이 높다. 대내외적 환경변화로 대학들의 다중미니면접에 대한 관심이 높아졌기 때문이다. 2011년 모 의대 의대생들이 동기 여학생을 집단 성추행한 사건, 해당 사건의 가해자가 향후 모 의대로 진학한 사실이 밝혀진 일 등 최소한의 인성을 검증할 수 있는 안전장치가 없는 의대 입시에 대한 사회적 비판 수위가 높아진 때문이다. 특히, 최근 수시전형은 서류평가, 교과성적의 주된 평가요소와 수능최저 등까지 활용해 학업역량 측정이 충분히 이뤄질 수 있는 구조라는 점도 추가적 인성평가도입의 배경으로 보인다.

유일한 걸림돌은 다중미니면접 도입에 드는 노력이 만만치 않다는 점이다. 한 의대 다중미니면접 출제교수는 “다중미니면접 시행에는 많은 노력이 든다. 어떤 인재를 선발할 것인지, 그에 맞춰 어떤 영역들을 평가할 것인지를 먼저 합의하는 과정이 필요하다. 이후 면접유형에 맞춰 면접문항들을 개발해야 한다. 개발한 면접문항을 가지고 실제 면접을 진행할 인력이나 면접에 앞서 시행될 서류평가 인력 등도 필수다. 개발한 면접문항의 유효성을 확인하기 위해 재학생들을 동원하기도 한다”라며 “인성평가에 탁월하다는 평가를 받고 있는 다중미니면접이지만 아직 완전한 의대 면접의 주류로 떠오르지 못하는 것은 이처럼 노력이 많이 필요하기 때문으로 보인다. 다만, 서울대를 비롯해 성균관대 인제대 한림대 등 굳이 인성측정에 노력을 기울이지 않더라도 우수 수험생을 선발할 수 있는 선호도 높은 의대들이 적극적으로 다중미니면접을 적용하는 이상 의대 전반으로 확대는 시간의 문제로 보인다. 실제 의대 교수들도 다중미니면접 적용에 대한 관심이 높다. 지식만 쌓은 의사를 길러내는 것이 결코 바람직한 방향이 아니라는 데 동의하고 있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투명한 기출문제 공개 필요.. 사교육 의존 행태 개선해야>
아쉬운 점은 의대들의 기출문제 공개 행태다. 2017학년 기준 다중미니면접을 모집요강이나 면접 가이드북을 통해 명시적으로 공고하고 시행한 서울대를 비롯해 계명대 대구가톨릭대 동아대 인제대 인하대 한림대 등의 대학들 가운데 기출문제를 전부 공개한 곳은 많지 않다. 기출문제에 더해 출제의도 평가기준까지 전부 공개한 한림대는 이례적인 사례다. 서울대도 기출문제는 전부 공개하지만 출제의도 평가기준 등은 공개하지 않고 있다.

의대들이 기출문제 공개에 소극적인 것은 강제규정이 없기 때문이다. 현재 대학들이 공교육정상화법에 따라 대학별고사인 면접/논술 등의 교육과정 위반 여부를 자체 판정하는 도구인 선행학습영향평가보고서의 경우 교과 관련 대학별고사만 공개하도록 돼 있다. 다중미니면접은 교과와는 거리가 먼 면접인 만큼 보고서를 통해 기출문제를 공개할 의무가 없다. 때문에 일부 제시문만 공개하거나 일체 면접방식을 공개하지 않는 의대들이 종종 존재한다.

의대들은 기출문제를 전부 공개하지 않는 데 대해 여러 이유를 늘어놓는다. A의대 관계자는 “면접형식을 전부 공개하면 변별력을 확보하기 어렵다는 인식이 존재해 일부 문항만 공개하고 있다”라고 말했으며, B의대 관계자는 “변별력 문제에 더해 저작권 문제도 있을 수 있단 내부 논의가 있었다. 상황제시 면접의 경우 문제가 없지만, 제시문 분석 면접의 경우 발췌한 제시문을 가감없이 공개할 시 저작권 관련 문제가 있을 수 있단 지적이었다”라고 말했다.

이처럼 의대들이 여러 이유로 소극적인 자세를 보이는 동안 사교육은 한껏 기세를 올리고 있다. 의대 지원자들 사이에선 유명한 M모 학원, S모 학원 등은 전국 의대 다중미니면접 기출문제를 복기해 수험생들에게 제공한다. 결국 일정 비용을 지불하고 사교육을 찾은 학생들만 기출문제를 접할 수 있는 정보 불균형을 의대들이 만드는 셈이다. 때문에 의대 진학생이 그간 많지 않아 학교 자체적으로 면접 대비를 해줄 수 없는 일반고의 경우 어쩔 수 없이 사교육을 찾으라고 권하는 경우까지 나오고 있다. 한 고교 교사는 “전국단위 자사고나 의대 진학자가 많은 광역단위 자사고 등은 자체적으로 다중미니면접을 대비할 수 있는 역량이 있다. 하지만 대부분의 고교들은 아니다. 의대에 진학한 선배들이 없고 교사들도 면접 관련 정보를 얻기 어려운 건 마찬가지다. 모의면접을 진행해주거나 관련 정보를 제공할 여건이 마련돼있지 않은 것”이라며 “안타깝지만 의대 1단계 합격한 학생들이 면접에 관해 물어오는 경우 빈약한 기출문제만을 내밀 수 밖에 없는 현실이다. 어떻게든 학생의 진로희망을 이뤄주기 위해 학원을 알아봐주는 경우까지 존재한다”라고 전했다.

이 같은 상황에 비춰볼 때 의대들이 좀 더 적극적이고 투명한 기출문제 공개에 나설 필요가 있다는 목소리가 힘을 얻는다. 한 교육 전문가는 “수험생들 입장에선 다중미니면접이 다소 부담스러울 수 있다. 여러 개 유형이 융합형태로 출제되기도 하고, 서울대 다중미니면접에 출제된 적 있는 ‘자기PR’ ‘상황극 대처’ 등 독특한 방식의 면접이 시행되기도 하는 때문이다. 결국 수험생들의 부담은 다중미니면접이 일체 접해보지 못한 독특한 면접이란 데서 출발하는 것”이라며 “기출문제만 전부 공개되더라도 수험생들의 부담은 상당 부분 덜어질 수 있다. 기출문제를 공개하기 어려운 사정이 있다곤 하지만, 수요자를 중심에 두고 방침을 정했으면 한다. 지금처럼 기출문제 공개에 소극적인 것은 의대 스스로 수험생을 사교육으로 내모는 결과를 빚게 될 뿐”이라고 조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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