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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육시론] 자연과 함께하는 학교를 꿈꾸며 - 전영호 한민고 교장전영호 한민고 교장
  • 베리타스알파
  • 승인 2018.01.23 12:23
  • 호수 27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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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등학교에서만 27년간 교육을 담당해 왔다. 제자와 함께한 수많은 시간들을 돌이켜볼 때 과연 어떤 교육을 하였는가를 생각하게 된다.

결론은 많은 시간들을 제자들이 희망하는 대학에 잘 진학할 수 있도록 입시 위주의 교육을 해왔다는 것이 솔직한 대답이다. 제자들의 입시교육에 열중하면서도 늘 미흡하고 아쉬웠던 부분이 있다. 자연을 활용한 인성교육이다. 특히, 생명과학 전공자로서 생태와 환경교육에 관심이 많았고 이에 따라 학교 숲과 화단 조성/운영을 통한 인성교육을 적극적으로 하지 못한 데 대한 아쉬움이 많이 남는다.

시멘트와 아스팔트로 꽉 채워진 도심에 위치한 학교는 그야말로 마음의 공간을 비워둘 여유가 없이 답답하다. 학교 부지가 좁다 보니 운동장에서 학생들이 운동을 제대로 할 수 없고 화단을 비롯한 학교 숲을 조성할 수가 없다. 이렇다 보니 학생들은 정서적으로 메마르게 된다.

전영호 한민고 교장

봄철에 생명체가 싹트는 장면을 볼 수 없고 나무 기둥을 통해 올라오는 물 흐름소리를 들을 수가 없다. 여름철에 따가운 태양빛을 가려줄 나무가 없고 녹음이 생태계에 미치는 영향을 설명할 수가 없다. 가을철에는 울긋불긋 아름답게 물드는 단풍잎을 감상할 수 없고 떨어지는 낙엽을 볼 수 없어 겨울을 준비하는 식물의 지혜를 깨닫지 못한다.

사람은 태어나면서부터 자연환경에 둘러싸여 자라고 자연환경 속에서 보고 듣고 느끼고 의문을 가지고 성장/발달한다. 사람은 자연의 혜택을 받으며 살아간다. 자연을 떠나서는 잠시도 살아갈 수 없다. 결국 학교에서 생활하는 학생들은 도시화, 기계화돼 있는 사회구조 속에서 자연의 중요성을 깨닫지 못해 자연과 생명을 경시하고 결국 지배하려는 행동양태가 나타날 것이다. 학생들 중에는 아토피와 같은 피부병과 정신적 피로감을 호소하는 학생들도 꽤 많다.

아주 작은 학교 공간이라도 자연 환경을 조성하고 가꾸어 이를 교육에 반영하면 다양한 생명체들과 함께 살아갈 수 있는 조화와 질서를 배우고 자연에 감사할 수 있는 마음을 가지게 됨으로써 조화로운 인성교육이 잘 이루어질 수 있을 것이다.

학교교정에 숲을 조성해 가꾸고, 이 숲에서 배우며, 이 숲과 함께 성장하는 학생의 마음은 오늘날 문제시되는 교육의 병과 환경의 병을 동시에 치유할 수 있는 소중한 교육적 가치를 지닌 여러 가지 교재가 될 것이다. 학교 숲과 화단 그리고 주변의 우거진 수목들이 학생에게 미치는 유익한 점을 몇 가지 들어보고자 한다.

학교 숲은 사람의 생명 유지와 직결되는 산소를 공급해 준다. 녹색 잎은 눈을 보호해 준다. 수목에서 발산하는 피톤치드와 테르펜이 유해한 병균을 죽이고, 스트레스를 없앰으로써 심신을 순화하고 여러 가지 병을 예방해 준다. 공부에 찌들려 운동부족에 시달리는 학생들에게 몸과 마음을 상쾌하게 해준다.

특히 숲은 훌륭한 교육 자료다. 덩굴식물인 칡과 등나무를 활용하여 “갈등”이라는 말을 잘 설명할 수 있다. 칡의 줄기는 시계 반대 방향으로 감고 올라가고 있는 데 반해 등나무는 시계 방향으로 감고 올라가므로 갈(칡)등(등나무)이라는 말의 유래를 설명할 수 있다.

만일 학교 숲에 서로 다른 두 나무의 가지가 붙어 자라는 연리지가 있다면 협동의 중요성을 잘 설명할 수 있다. “연리지는 두 가지가 함께 자라다가 한 가지의 발육이 좋지 않으면 다른 가지가 양분과 수분을 공급해 주어 함께 잘 성장해 나가는 특성추위와 강풍에도 서로 돕고 의지하며 끄떡없이 견디어 죽을 때까지 한평생 함께 하게 된다고 한다. 학생 여러분도 앞으로 살아가면서 어려운 일을 많이 겪게 될 때 연리지와 같이 서로 돕고 의지하며 살아가면 넉넉히 이겨나갈 수 있다”라고 훈화할 수 있다.

생태계는 구성요소들이 각각 다양해야 건강하고 안정되게 평형 상태를 유지한다. 이렇듯 사람도 저마다 다른 다양한 특성과 재능을 가진 사람들로 구성돼야 조화를 잘 이룰 수 있다. 건강한 사회를 이룰 수 있다는 점에서 모든 구성원들이 중요하고 존중돼야 한다는 교훈적인 이야기를 도출해 낼 수도 있다.

머루와 다래는 ‘청산별곡’ 국화는 서정주 시인의 ‘국화 옆에서’ 시의 교재로 쓸 수 있다. 훈민정음에 실려 있는 ‘뿌리 깊은 나무는 바람에 아니 불새’를 인용해 뿌리가 깊게 뻗은 나무는 아무리 강한 바람에도 흔들리지 않는다. 즉, 기초가 튼튼한 학생은 앞으로 잘 성장할 수 있다는 교훈을 예를 들어 설명할 수 있다. 미술의 데생 자료로도 사용할 수 있다. 과학의 관찰과 탐구 등에도 중요한 수업 자료가 되고 과제연구 자료로도 활용할 수가 있다. 예를 들어 닭의장풀의 잎은 공변세포, 기공, 노폐물 탐구에, 꽃은 세포분열과 꽃가루받이 관찰에 긴요한 자료이다. 그 밖에도 할미꽃, 제비꽃, 망초 등 전설을 담고 있는 식물들은 학생들에게 상상력을 키워 주고 흥미를 자아낼 수 있다.

식물의 활용도 다양해질 수 있다. 칡과 댕댕이덩굴은 섬유식물로 그릇과 끈을 만들어 쓸 수 있고, 환삼덩굴도 종이와 끈을 만드는 데 이용할 수 있다. 산초나무의 열매는 추어탕에, 애기똥풀은 염료용에 그 밖에도 식용, 향료용, 공업용, 약용 등 식물의 이용에 관해 설명할 수 있다.

우리나라에서 가장 흔하고 대표적인 소나무과에 속하는 소나무 리기다소나무 잣나무 곰솔 등과 참나무과에 속하는 떡갈나무 졸참나무 갈참나무 신갈나무 상수리나무 굴참나무 등을 식재해 가꾸면 식물의 분류와 유용성을 쉽게 설명할 수 있다.

학교에 수목과 화단을 조성하면 학생들에게 인성교육과 교과교육 자료, 휴식공간으로 효율적으로 이용할 수 있다. 다만 그 동안 학교에서는 입시 위주의 교육, 비좁은 학교 공간, 예산 부족, 관심 부족 등으로 등한시 해왔을 뿐이다. 앞으로 학교 구성원과 교육당국, 지방자치단체 등에서 관심을 갖고 울창하고 다양한 종류의 수목과 야생화가 자라는 학교를 조성해 이를 이용한 감성이 풍부한 학생으로 성장하도록 교육하는 데 좀 더 관심을 기울여야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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