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황치혁의 건강 클리닉]

진료를 하다보면 놀랄 일이 많다. 예상보다 회복이 너무 빠른 경우도 있고, 좋아지기 힘들다는 COPD 파킨슨병이 확 좋아져 스스로 감탄하기도 한다. 그런데 동일한 나이의 환자들인데 외관 건강상 10년 이상 나이차가 나는 경우에도 놀란다.

요즘 오시는 두 분의 동갑내기 여자 환자분이 있다. 우리 나이로 72세다. 나이는 같지만 두 분의 외모로 판단되는 나이는 완전히 다르다. 한 분은 내가 누님이라고 불러도 이상하지 않을 정도로 젊으신 반면, 다른 분은 어머니 정도의 나이 아니면 이모로 보일 정도다.

진료실이 아니라 친구들을 만나도 마찬가지이다. 최근 상갓집에서 만난 친구들의 얼굴을 찬찬히 살펴봤다. 머리가 벗어지거나 흰머리에 배가 나온 친구들과는 대조적으로 아주 젊어 보이는 이도 보인다. 30대 초반까진 외모나 건강도 차이가 나지 않았는데 50대 중반을 넘어서니 뚜렷한 차이를 보인다. 심한 경우엔 동갑내기 친구들이 외모에서 10년 이상 차이를 보일 정도다. 건강관리의 중요성이 새삼 느껴진다.

한의학에서 말하는 건강관리의 핵심은 욕심내지 않고 무리하지 않는 것이다. 세상살이에서 어찌 욕심을 버릴 수 있겠냐는 반문도 있겠지만 욕심을 줄이면 스트레스도 따라 줄고 건강에도 도움이 된다. 옛사람들이 낙향해서 음풍농월(吟風弄月)하며 살던 삶을 따라 해도 좋을 듯하지만 현실에선 선택하기 어렵다.

또 하나는 자기의 현재 능력을 인정하는 지혜다. 나이 60이 넘어도 마음은 언제나 청춘이다. 몇 년 전까지만 해도 삼일 밤을 꼬박 새우며 일할 수 있었을지 몰라도 이제는 힘들다는 것을 인정하고 싶지 않은 게 사람의 마음이다. 20대 초반에 운동을 안 하다가도 축구 한 게임은 거뜬했는데, 사십줄을 넘어서면 1주일 이상을 고생한다. 지난해만 해도 폭탄주 10잔은 문제없었는데 이제는 몇 잔도 어렵다.

그만큼 노화가 진행됐다는 것이다. 나이를 먹으면 몸은 늙어간다는 것을 인정하기 싫지만 그래도 받아들여야 한다. 어제와 오늘을 비교하면 큰 차이는 없지만 1년 혹은 2년 전과 비교하면 소화기계, 심혈관계 등의 능력은 떨어진다. 한마디로 자신의 현실, 저하된 체력을 받아들이란 얘기다.

이 대목에서 강조하고 싶은 말이 있다. 건강은 완만한 하강곡선을 그리는 게 아니라 계단식으로 수직하강한다. “왕년엔 내가 3일 낮밤으로 일을 했어도 끄떡 없었다”고 무리를 하게 되면 틀림없이 병이 난다. 병이란 자기 몸이 더 이상 견딜 수 없어 이제 그만 쉬어야 한다는 신호다. 이런 신호가 오는 것을 무시하고 계속 무리를 한다면 건강은 수직 하강한다. 그 다음에는 안타깝게도 다시 원래 상태로 회복되지 않고 떨어진 상태보다 조금 회복되는 수준에서 그친다. 건강이 나빠진 다음에 정신을 차리고 운동을 하고 휴식을 취하는 것은 ‘소 잃고 외양간 고치는 것’과 다름없다. 건강이 나빠지기 전에 대책을 세우는 것이 가장 현명한 방법이란 얘기다.

40대를 넘어서면 우리의 몸은 잔 고장을 일으키는 자동차와 같은 상태다. 닦고, 조이고, 기름치면 오래 쓸 수 있지만, 관리도 잘 안 하면서 무리하게 쓰면 결국 일찍 큰 고장을 일으켜 수리비용이 많이 들어간다. 자칫하면 폐차의 위기를 맞기도 한다.

사람의 몸에서 잔 고장을 일으키는 부위는 소화기계 심혈관계와 근골격계다. 오랜 세월 동안 한 순간도 쉬지 않고 움직여온 심장은 피로할 수 밖에 없다. 게다가 식생활 스트레스 등의 문제로 혈관에 콜레스테롤이 침착되고, 혈전이 쌓이게 되면 심장은 더 힘들어진다. 소화기의 사정도 별 다를 것이 없다. 잘 씹지 않아서 부담을 주기도 하고, 너무 많이 먹어 힘들게도 만든다. 게다가 40대 후반에 치아의 상황까지 나빠지게 되면 소화기가 받는 부담은 이만저만이 아니다. 소화불량도 생겨나고 위염도 생기고 위궤양도 발생한다.

자동차를 잘 정비하듯 소화기 관리를 잘 하는 요령은 비교적 간단하다. 우선 식사량을 적절하게 줄이는 것이다. 요즘 성인병의 대부분은 과영양으로 생겨난다. 소식하면 과영양으로 발생되는 여러 성인병을 예방하고 몸 안의 장기를 덜 피로하게 만들 수 있다. 적게 먹으면 소화기의 부담이 줄어드는 것은 물론이다. 체내에 노폐물이 덜 쌓이게 하는 것도 소식의 장점이다.

소화가 잘 되지 않는 음식도 피해야 한다. 작년까지 냉면을 시원하게 먹을 수 있었는데 올해엔 냉면 먹으면 소화가 덜 된다고 느끼면 그걸 인정해야 한다. 이제 나도 물냉면을 소화할 능력이 부족하단 것을 인정해야 한다. 냉면 한 그릇이 아니라 반 그릇으로 줄여보고, 그래도 소화를 시키지 못하면 포기해야 한다. 쉽지 않겠지만 작년의 나의 육체와 올해의 내 몸이 달라졌다는 걸 받아들여야 한다.

매일 하던 운동량도 힘이 들면 줄여야 한다. 지난해엔 호수공원을 40분에 돌 수 있었는데 이젠 힘들다면 45분으로 늘려 운동 강도를 낮춰야 한다. 운동을 하다가 통증이 나타나면 즉시 멈춰야 한다. 문제가 생겼다는 신호다. 하루 이틀 쉬었다가 다시 운동을 해도 통증이 있다면 치료를 받아야 한다.

똑같이 출고된 자동차도 잘 정비하며 타면 험하게 탄 분에 비해 두 배 이상 오래 탈 수 있다. 자동차도 오래 세워 놓으면 여기저기 녹이 슬듯 몸도 적당한 운동을 필요로 한다. 적절한 운동은 위축된 근육을 적절히 자극해 근육량을 유지시키는 것은 물론이고 몸을 유연하게 만들어 준다. 꾸준한 운동은 혈관의 구석구석을 청소하는 역할도 한다. 혈관 벽에 쌓인 노폐물을 없애주는 역할도 하고 혈관의 탄력도 되살려준다. 물론 자기 체력에 맞는 운동을 선택, 서서히 강도를 높여야 한다. 자기가 무난하게 감내할 수 있는 운동량이나 노동량이 얼마나 되는지도 정확히 알아야 건강이 추락하는 것을 방지할 수 있다.
/한뜸 한의원 황치혁 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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