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교육 내모는 교육부’ 학부모 성토

[베리타스알파=윤은지 기자] 내년부터 유치원 어린이집의 방과후 영어수업을 금지하겠다고 발표한 교육부가 하루 만에 입장을 바꿨다. 학부모들을 중심으로 청와대 청원을 넣는 등 거세진 반대여론을 의식한 것으로 보인다. 교육부 관계자는 확정된 바 없다며 의견수렴 절차를 거치겠다는 입장이지만 이달 중순 이미 각 시도교육청에 금지 방침을 통보한 것으로 알려져 '졸속행정' 논란에 휩싸였다.  

교육부는 27일 유치원과 어린이집에서 영어수업을 금지한다는 보도가 나간 이후 결정된 바가 없다는 내용의 설명자료를 이날 배포했다. 교육부 관계자는 “누리과정을 초등 준비교육 등에서 놀이문화 중심으로 바꾸는 교육과정 개선을 준비하고 있는 것은 맞다”면서 “유치원과 어린이집 방과후과정에서의 영어교육 금지와 관련해서는 확정된 바가 없다”고 전했다. 이어 “교육청과 학부모 등의 의견수렴을 통해 추후 방향을 결정할 예정”이라고 덧붙였다. 27일 유아교육 혁신방안을 발표하면서 “방과후에도 영어수업을 할 수 없다는 내용이 담긴 ‘방과후과정 운영개선 지침’을 각 교육청에 내려 보낼 것”이라던 방침을 하루만에 뒤집은 셈이다. 

내년부터 유치원 어립이집의 방과후 영어수업을 금지하겠다고 발표한 교육부가 하루 만에 입장을 바꿨다. 학부모들을 중심으로 청와대 청원을 넣는 등 거세진 반대여론을 의식한 것으로 보인다. 교육부 관계자는 확정된 바 없다며 의견수렴 절차를 거치겠다는 입장이지만 이달 중순 이미 각 시도교육청에 금지 방침을 통보한 것으로 알려져 '졸속행정' 논란에 휩싸였다. /사진=베리타스알파DB

교육청에선 당혹감을 감추지 못했다. 한 교육청 관계자는 “교육부에서 ‘내년부터 방과후 영어교육이 금지될 것’이라고 통보받아 유치원과 학부모에게 이미 금지방침을 안내했다”고 설명했다. 경북 소재 한 유치원에서는 이 같은 방침이 담긴 ‘2018학년 유치원 방과후과정 운영개선계획’이 이미 전달된 것으로 알려졌다. 교육청 관계자는 “교육부에서 내달 초 관련 지침을 내려 보낸다고 해서 궁금해하는 유치원과 학부모가 많아 사전 안내한 것”이라고 말했다.

청와대 국민청원 게시판에 올라온 ‘유치원 방과후 영어수업 폐지 반대’ 글에는 29일 오전 기준 4500여 명이 서명한 것으로 확인됐다. 육아 관련 인터넷 커뮤니티에서도 반대여론이 들끌고 있다. 유치원 영어교육 금지로 되레 더 비싼 사교육을 받아야 한다는 의견이 다수다. 한 학부모는 “유치원에서 영어교육이 금지되면 비싸더라도 영어유치원을 보내야 되는 것 아니냐”라며 성토하기도 했다. 

교육부의 입장 번복에 17개 시도교육청 유아담당 장학관들은 교육부 장관에게 면담을 요청하기도 했다. 또 다른 교육청 관계자는 “교육부가 이달 중순 교육청 장학사들을 불러 가진 협의회에서 선행학습 금지법에 따라 방과후 영어수업을 금지할 방침이라고 했다”면서 “일부 유치원에서는 이미 안내가 나갔는데 교육부가 다시 의견을 수렴하겠다니 당황스러울 따름”이라고 말했다. 

일각에서는 유아교육 관련법이나 교육과정을 개정 없이 교육부가 ‘행정지침’으로 밀어붙이는 과정이 다소 일방적인 행정처리 방식이라고 지적했다. 행정지침은 국회나 국무회의의 심의 의결 없이 해당 부처 장관의 결정만으로 시행 가능하다. 

교육부 관계자는 “2020년 적용하는 새 누리과정에 방과후과정의 정체성, 기준 등을 포함하기로 했다”면서 “이에 대해 공론화할 예정”이라고 해명했다. 한국유치원총연합회 관계자는 “정부의 졸속한 행정처리 방식이 드러난다. 유치원에 직접 의견도 묻지 않았다. 얼마나 많은 아이에게 영향을 미치는 정책인지 생각하지도 않고 정책을 추진하려던 것”이라고 지적했다. 교육청 한 장학사는 “유치원에서 이 같은 지침을 어기더라도 교육청에서 제재할 수 있는 법적 근거도 없다”고 설명하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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