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육부 추인용' '여론무마용' 평가 뒤집을까

[베리타스알파=윤은지 기자] 27일 오후2시 위원 인선 이후 열린 국가교육회의 첫 회의에서  신인령 의장이 국가교육위원회 창설을 언급했다. 정권과 독립된 의사결정기구인 국가교육위원회 설치를 거론하긴 했지만, 외고 국제고 자사고의 일반고 전환, 고교학점제 시행, 초중등교육 권한 교육감 이양 등 영향력이 크고 논란이 많은 현안들을 이미 교육부가 결론지은 탓에 발언의 무게감은 떨어졌다. 

위원들은 이날 정부서울청사에서 열린 첫 회의를 통해 국가교육회의 운영방향과 운영세칙을 심의하고, 교육부에서 문재인 정부 교육분야 국정과제 추진상황과 향후 계획을 보고받는다. 신 의장은 모두발언을 통해 “교육정책만큼 중요하고 기대와 관심이 많은 정책도 없다”며 “그만큼 논쟁과 갈등도 불가피하기 때문에 이를 해소하고 국민적 공감을 이뤄내는 게 교육혁신의 시작”이라고 강조했다. 

신 의장은 “저출산/고령화와 4차산업혁명의 변화에 대응하는 새 비전과 미래 교육정책 방향 제시가 교육회의에 주어진 과제”라며 “그간 추진됐던 모든 교육정책을 엄정하게 진단하고 개혁 추진방향을 정립하는 한편 미래사회 교육을 위한 실천과제를 깊이 있기 논의해 나갈 것”이라고 밝혔다. 이어 “협력과 분권 중심의 교육 거버넌스 개편을 위해 법적 기구인 국가교육위원회 창설 논의를 본격화하고, 국민적 공감대 형성이 필요한 현안은 다양한 여론수렴을 통해 국정과제 추진 동력을 확보하는 데 조력할 것”이라고 말했다. 특정 분야나 관련 전문가가 더 필요하다고 판단될 경우 전문위원이나 자문위원으로 보강할 수 있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국가교육회의는 현 정부 중장기 교육정책 방향을 제안하고 복합적인 교육현안에 대한 대안을 제시하는 등 교육개혁을 이끌기 위해 만든 대통령 직속 자문기구다. 9월12일 ‘국가교육회의 설치 및 운영에 관한 규정’에 따라 신설됐다. 2019년 독립기구인 ‘국가교육회원회’가 설치될 때까지 역할을 할 예정이다. 

중장기 교육정책을 정부에 제안하는 역할을 맡은 대통령 직속 자문기구인 국가교육회의가 민간위원 구성을 마무리하고 13일 정식 출범했다. 민간위원에는 ▲강경숙 원광대 중동특수교육과 교수 ▲강남훈 한신대 경제학과 교수 ▲권호열 강원대 컴퓨터학부 교수 ▲김대현 부산대 사범대 교수 ▲김정안 서울교육청 학교혁신지원센터장 ▲김진경 전 대통령비서실 교육문화비서관 등이 위촉됐다. 이와 함께 ▲박명림 연세대 대학원 지역학협동과정 교수 ▲장수명 한국교원대 교육정책전문대학원 교수 ▲장옥선 전 구리남양주 교육지원청 교수학습국장 ▲황선준 경남 교육연구정보원장 등이 임명됐으며 상근위원으로는 ▲조신 경기교육재정계획심의위원회 위원이 인선됐다. 의장 포함 위촉위원 임기는 1년이며 연임이 가능하다. 

27일 오후2시 위원 인선 이후 열린 국가교육회의 첫 회의에서  신인령 의장이 국가교육위원회 창설을 언급했다. 정권과 독립된 의사결정기구인 국가교육위원회 설치를 거론하긴 했지만, 외고 국제고 자사고의 일반고 전환, 고교학점제 시행, 초중등교육 권한 교육감 이양 등 영향력이 크고 논란이 많은 현안들을 이미 교육부가 결론지은 탓에 발언의 무게감은 떨어졌다. /사진=베리타스알파DB

<교육부 '추인용', 간신히 연내 출범.. '동력 떨어져'>
교육계 숙원인 국가교육위원회로 나아갈 징검다리 역할로 기대를 모았던 국가교육회의가 드디어 출범했지만 전문가들 사이에선 ‘속 빈 강정’이라는 강도 높은 비판이 나오고 있다. 당초 교육회의에서 중장기 과제로 논의하기로 했던 외고 국제고 자사고의 일반고 전환, 고교학점제 시행, 교육부의 초중등교육 권한 교육청 이양 문제 등 굵직한 현안들의 향배가 이미 교육부 차원에서 결정된 때문이다. 정권이 바뀔 때마다 뒤집히는 교육정책으로 누적된 교육수요자들의 피로를 해소하고 긴 안목에서 교육정책의 방향을 제시하겠다는 본래 의도는 사라진 지 오래다. 권한을 대폭 축소하겠다던 교육부는 장관 임명 이후 동시다발적으로 기존 정책들을 뒤엎으며 오히려 몸집을 키우고 있다. 

국가교육회의가 중장기 과제로 다룰 주요 교육정책들은 교육부에 의해 독단적으로 결정됐다. 문 대통령이 교육공약으로 제안했던 외고 국제고 자사고 폐지는 출범 이후 높은 지지율과 달리 상당한 반발을 불러일으킨 사안이다. 장기과제로 넘어간 것으로 여겨졌던 고교체제 개편 의제는 김 부총리의 초중등교육법 시행령 개정을 통한 ‘고입 동시실시’ 방침으로 한순간에 뒤집혔다. 거센 반대여론에도 불구하고 외고 자사고 폐지수순을 밟겠다는 입장으로 읽히면서 갈등이 재연됐다. 현재 자사고측은 헌법소원과 효력정지 가처분 신청을 예고한 상태다. 임명 후 ‘모르쇠’로 일관하더니 시행령 개정을 강행하면서 사실상 고입 동시선발 문제의 결론을 내린 셈이다.

적극적으로 추진하던 고교학점제도 현장의 반대에 부딪히면서 교육회의 의제로 넘어간 사안 가운데 하나다.  2015 개정 교육과정 도입과 함께 각 시도교육청이 TF팀을 결성하면서 박차를 가했지만 고교 현장에선 교원 수급문제, 시설 확보 등 산적한 선결과제들을 언급하며 회의론을 제기했다. 반면 교육부에서는 지난달 2020학년부터 고교학점제를 전면 도입하겠다고 공언했다. 초중등교육 권한을 교육부에서 교육청으로 이양하는 문제 역시 12일 교육자치정책협의회를 통해 윤곽이 드러났다. 이 가운데 교육감이 외고 국제고 자사고를 지정하거나 취소할 때 거쳐야 할 교육부 장관의 동의절차를 폐지하면서 전적으로 교육감의 권한에 맡기면서 고교현장의 또다른 혼란이 예기했다. 

당초 7월 출범하기로 했던 교육회의가 차일피일 출범을 미루면서 '여론무마용 피난처' 역할을 해왔다는 지적도 뒤따랐다. 한 교육 전문가는 “외고 국제고의 일반고 전환 논란을 시작으로, 교육계를 둘로 가른 2021수능 개편, 내신 절대평가 도입 등 불리한 여론이 격화될 때마다 교육부는 국가교육회의 의제로 넘길 것이라며 반대여론을 무마해왔다. 그러다 여론이 가라앉을 때쯤 갖가지 꼼수로 일방적 정책결정을 단행해온 것이 지금까지 교육부가 보인 행태”라고 꼬집으며 "출범 당시부터 정책결정기구가 아닌 자문기구인 탓에 ‘반쪽자리’라는 지적을 받아왔는데, 대통령이 아닌 민간위원이 의장을 맡아 이제 와서 출범한들 얼마나 영향력을 발휘할 수 있는지 의문”이라고 강도 높게 비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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