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력 15년 이상이면 누구나’..'학교혼란 우려'

[베리타스알파=윤은지 기자] 내년부터 자율형공립고(자공고)와 특목고 자율학교에서도 교원경력 15년 이상이면 교장자격증이 없어도 교장이 될 수 있는 교장공모제가 전면 확대된다. 교육부는 26일 교장공모제 개선 방안을 발표하고 ‘교육공무원임용령’ 일부개정안을 27일부터 40일간 입법예고한다고 밝혔다. 교장공모제는 교감이나 장학관 중 교장자격증 소지자를 대상으로 승진후보자 순위에 따라 교장을 임명하는 승진방식과 달리, 각 학교 운영위원회 주도로 공개모집을 통해 교장을 선발하는 제도다. 기존 교장공모제는 자율학교나 자공고라 하더라도 교장자격증을 소지자의 응모비율을 85% 이상으로 규정하고, 교장자격증 미소지자의 신청은 15%로 제한했다. 이번 개정으로 자율학교와 자공고에서는 교장자격증이 없어도 교육경력 15년 이상 교육공무원, 사립학교 교원이라면 교장응모가 가능해진다. 

연공서열 방식이 아닌 능력에 따른 임용이 가능하다는 취지에는 이견이 없지만, 이 같은 교장공모제 확대가 특정 교원단체의 교장임용을 늘리기 위한 시도가 아니냐는 지적의 목소리가 높다. 전교조는 학교 현장의 민주적 리더십을 높이는 정책이라며 환영 입장을 밝힌 반면, 교총은 최근 3년간 확인된 자격증 미소지자 50명 가운데 40명이 전교조 출신 교사라며 강력하게 반발했다. 교장공모제의 전면 확대가 교원들의 기존 승진체계를 뒤흔들어 기피하는 보직교사 업무 등 궂은일을 도맡아 온 교사의 승진기회를 박탈하는 불공정한 처사라는 지적이다.  

내년부터 자율형공립고(자공고)와 특목고 등 자율학교에서도 교원경력 15년 이상이면 교장자격증이 없어도 교장이 될 수 있는 교장공모제가 전면 확대된다. 교육부는 26일 교장공모제 개선 방안을 발표하고 ‘교육공무원임용령’ 일부개정안을 27일부터 40일간 입법예고한다고 밝혔다. 교장공모제는 교감 장학관 중 교장자격증 소지자를 대상으로 승진후보자 순위에 따라 교장을 임명하는 승진방식과 달리, 각 학교 운영위원회 주도로 공개모집을 통해 교장을 선발하는 제도다. /사진=베리타스알파DB

<교장자격증 미소지자 응모비율 15%제한 폐지.. ‘내부형 교장공모’ 확대> 
교장공모제는 3개 유형으로 구분한다. ▲초빙형은 일반학교에서 교장자격증 소지자를 대상으로 공모를 실시하며 ▲내부형은 자율학교와 자공고에서 운영하며 신청학교의 15% 범위 내로 교장자격증 미소지자도 응모할 수 있다. 교장자격증 미소지자의 경우 초중등학교 교육경력이 15년 이상인 교육공무원이나 사립학교 교원이어야 한다. ▲개방형은 특성화중/고 특목고 예/체고에서 운영하며 교장자격증 미소지자를 대상으로 한다. 해당학교 교육과정과 관련된 기관 또는 단체에서 3년 이상 종사한 경력을 갖춰야 한다. 

핵심은 교장자격증이 없는 교사도 교장이 될 수 있는 ‘내부형 교장공모’ 응모 비율을 폐지하는 것이다. 15년 이상인 교원이면 누구나 공모에 참여할 수 있게 되는 셈이다. 내부형 실시학교의 85% 이상이 초빙형과 동일하게 교장자격증 소지자만 지원할 수 있어 초빙형과의 차별성이 모호하고, 전국시도교육감협의회의 15% 제한 삭제 건의사항을 수용했다. 그 동안 초중등교육법 시행령에 따라 특목고 등 자율학교와 자공고에서 실시하는 내부형 공모학교 가운데 교장자격증 미소지자가 응모할 수 있는 학교를 신청학교의 15%로 제한했다. 신청학교가 7곳이라면 1곳 정도만 가능한 셈이다. 올해 3월1일 기준 교장공모제를 실시하는 1792개교 가운데 교장자격증 미소지자는 89명이다. 이 가운데 내부형은 56명, 개방형은 33명이 임용됐다. 이번 교육공무원임용령 개정으로 내부형 교장공모의 15% 제한 규정을 폐지, 교장자격증 미소지자의 교장 응모가 확대될 전망이다. 

이와 함께 교장공모제 유형 구분도 교장자격증 소지자만을 대상으로 하는 ‘초빙형’, 교육경력 15년 이상 교원이 참여할 수 있는 ‘내부형’으로 명확히 한다. 기존 ‘초빙형’은 일반학교만을 대상으로 교장자격증 소지자가 응모한 경우만 해당됐으나 개선안에는 교장자격증을 소지했다면 일반학교, 자율학교, 자공고 등 고교유형과 상관없이 ‘초빙형’으로 분류된다. 

교장공모 절차도 보완한다. 학교공모교장심사위원회 위원구성 비율과 방법을 법령에 명시, 공모교장 심사가 학교 구성원의 의견이 고르게 반영된 객관적 평가가 될 수 있도록 했다. 학부모위원에 대한 규정은 있지만 교원과 외부위원에 대한 규정이 없어 학교 구성원의 의견이 고르게 반영되지 못한다는 측면을 감안했다. 심사위 위원수는 현행과 동일한 10명 내지 20명이지만, 학부모 교원 외부위원 등 위원구성비율을 명시했다. 위원의 40~50%는 학교운영회가 추천하는 학부모여야 하며, 30~40%는 교직원 전체회의 무기명 투표를 통해 선출된 교원이어야 한다. 교장은 위원에 포함되지 않는다. 위원의 1학교운영위원회가 추천하는 지역사회인사, 동창회 임원 등 외부인사는 전체 위원의 10~30%까지 가능하다. 심사의 투명성을 높이기 위해 심사 절차가 끝난 후 위원 명단도 공개한다.

공모교장은 3단계를 거쳐 선발된다. 1단계 교원, 학부모, 지역사회 인사 등으로 구성된 학교심사위원회에서 서류심사와 심층면접으로 3배수 범위 내에서 추천한다. 2단계로 1차 학교심사위 추천후보를 심층 심사해 상위 2인을 교육감에게 추천하면, 3단계에서 1,2차 심사결과를 합산, 최종 1명을 선정해 교육부장관에서 임용제청 추천하는 방식이다.  

<‘능력에 따른 임용’ 교장공모제.. 취지 좋지만 학교 혼란 우려>
교장공모제는 승진위주의 교직문화를 개선해 교장 임용방식의 다양화하기 위해 도입됐다. 대다수 학교에서 이뤄지는 승진방식이 교장의 독선적 운영을 부추기고 잦은 근무지 변경으로 안정성이 떨어진다는 지적을 반영했다. 능력중심 교장 임용으로 단위학교 자율성을 강화하고 책임경영을 유도하려는 목적이다. 1996년 초빙교장제가 처음으로 도입된 이후 2002년 노무현 대통령 공약과 함께 교장공모제 도입 필요성이 대두됐다. 이에 따라 2007년 초중등교육법 시행령 개정으로 2010년까지 3년간 시범 운여을 실시한 뒤 2012년 교육공무원법 개정으로 교장공모제가 법제화됐다. 2017년 3월1일 기준 전국 국공립학교 9955개교 가운데 18%인 1792개교가 공모학교로 지정돼 운영 중이다.

4년 임기가 보장되는 공모교장의 특성상 잦은 교장 교체로 인한 학교 혼란을 방지하고 안정적인 학교 운영이 가능하다는 장점이다. 현장 교사들은 학교 특성을 반영한 장기계획으로 일관성이 있는 학교 운영에 긍정적인 평가를 내놓았다. 도서벽지 지역의 경우 교장 발령 이후 1년 만에 전보를 신청, 잦은 교장 교체로 학부모들의 불만이 적지 않았기 때문이다. 개방형 교장공모의 경우 기업인이나 공무원처럼 교원 자격증이 없는 이들도 교장 응모를 허용해 확대를 요구하는 목소리도 적지 않다.  

교장공모제 확대는 문재인 정부의 국정과제 가운데 하나다. 연공서열에 따른 승진이 아니라 능력에 따라 교장을 임용한다는 취지지만, 교장자격증 미소지자의 비율을 대폭 확대하면서 학교 내 혼란을 일으킬 것이란 우려도 나온다. 특히 ‘내부형’ 교장공모는 도입단계부터 반대 목소리가 높아 교장공모제의 당초 취지까지 훼손할 수 있다는 지적도 상당하다. 

<극명한 입장차.. 교총 “특정 교원단체 출신 선거용 징검다리”>
이날 발표에 대해 한국교원단체총연합회(교총)는 특정 교원단체를 위한 제도라며 강하게 반발했다. 교총 김재철 대변인은 “묵묵히 교육과 연구를 통해 승진을 준비해온 수많은 교장 후보들을 무시한 처사”라고 비판했다. 박남기 전 광주교대 총장은 “승진제도의 근간이 흔들릴 것”이라며 “도서, 벽지 근무를 신청하는 교사들 대부분이 승진 점수를 고려한 결정인데, 앞으로 점수와 무관하게 면접을 교장을 뽑는다면 누가 섬마을 교사로 가겠느냐”고 지적했다. 

‘학교의 정치화’를 우려하기도 했다. 김 대변인은 “내부형 교장공모제는 특정 교원단체(전교조)를 교장으로 심기 위한 잘못된 제도”라며 “실제 제도 도입 이후 특정 교원단체 사람들, 그 중에서도 노조 집행부 사람들이 대거 임용됐다”고 주장했다. 공모제 도입 이후 전교조 집행부 출신이 교장에 임용된 사례가 다수 발생했고, 교장직을 마친 이후 진보성향 교육감의 측근에서 일한 것에 대한 비판이다. “근무평정이나 연구실적 등 교원으로서 열정과 전문성을 가늠할 수 있는 기본적인 기준도 배제하고 오직 교육감과 연관된 보은인사 수단으로 악용돼 온 것이 엄연한 현실”이라고 덧붙였다. 

지난 10월 국회 교육문화체육관광위원회 나경원(자유한국당) 의원이 교육부에서 받은 ‘내부형 교장공모제 당선명단’ 자료에 따르면, 2015년부터 최근까지 이 제도를 통해 교장으로 임용된 50명 가운데 80%에 해당하는 40명이 전교조 출신 교사인 것으로 확인됐다. 김 대변인은 “정부와 교육감이 내년 교육감 선거를 의식하고 교총과 관리직을 견제하기 위해 특정 교원단체 편들기에 나선 것 아니냐”고 꼬집었다. 

내부형 교장공모제 확대가 문재인 정부와 진보교육감들이 추진하는 혁신학교 확대를 위한 수순이라는 의혹도 제기했다. 김 대변인은 “내부형 교장공모제를 통해 임용된 교장이 있는 학교 대부분이 혁신학교”라며 “결국 내부형 교장공모제 확대는 혁신 학교 확대를 추진하기 위한 징검다리”라고 말했다. 이어 “혁신학교에 대한 검증이 제대로 이뤄지지 않은 상황에서 일방적으로 이러한 절차를 밟으며 확대하려는 시도는 심각한 문제”라고 주장했다. 

반면 전교조는 이번 방침을 환영한다는 입장이다. 전교조 송재혁 대변인은 “내부형 교장공모제 확댄느 학교민주화 실현을 위해 당연하고 반드시 필요한 제도”라며 “유능한 교사가 민주적인 절차로 교장에 임용될 수 있는 환경이 마련됐다”고 평가했다. 이어 “이번 개선안이 내부형 교장공모제 대상을 일반학교까지 확대하고 전교조가 요구하는 학교장선출보직제로 가는 징검다리가 되길 바란다”고 말했다. 

다만 아쉬움도 표했다. 송 대변인은 “개선된 공모교장심사위원회 위원 구성비율 가운데 교원(30~40%)과 학부모 위원(40~50%)이 같은 비율이 아닌 것은 아쉽다”면서 “교직원과 학부모를 같은 교육주체로 보는 게 아니라 경제적 논리에 따라 교원을 공급자, 학부모를 소비자로 보는 것은 아닌가 하는 의문이 든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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