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외고 자사고 '잇따른 압박'..우려와 반발 불러고입동시실시, 지정/취소시 교육부 동의절차 폐지이어 3년간 6억원 지원
  • 윤은지 기자
  • 승인 2017.12.20 16:4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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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베리타스알파=윤은지 기자] 정부가 일반고로 전환하는 자사고 외고 국제고에 대해 3년간 6억원의 재정지원을 확정했다. 지난달 외고 국제고 자사고의 신입생 모집시기를 후기로 전환해 일반고와 고입을 동시에 진행하겠다며 초중등교육법 시행령을 개정하더니 이번엔 재정지원이라는 당근책으로 전방위 압박을 가하는 모습이다. 하지만 자사고측은 일반고의 3배 등록금으로 운영되는 자사고에게 6억원은 턱없이 적은 수준이며 재정지원을 하더라도 1학년은 일반고 등록금을 받고 2,3학년은 자사고 등록금을 받는 것이 가능하겠냐며 강도 높게 비판했다. 

앞서 교육부는 자사고 외고 국제고의 지정/취소에 대한 교육부의 동의 절차를 폐지한다는 방침을 알리기도 했다. 지정취소 권한이 전적으로 교육감의 손에 달리게 되면서 내년 교육감 선거에 자사고 외고 폐지 논란이 표심을 자극하는 이슈로 부상할 전망이다. 정권이 바뀌면서 폐지 논란에 휩싸인 외고 자사고 국제고 학부모들은 또 다시 정치권에 의해 좌지우지될 교육정책에 피로감을 호소했다. 교육현장의 반발도 심화됐다. 교육부 동의권이 폐지로 인한 고교교육의 지역별 불균형을 지적하는 목소리가 높았다. 교육감 성향마다 외고 자사고가 늘어나는 지역이 있는 반면 모조리 일반고로 전환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기 때문이다.   

정부가 일반고로 전환하는 자사고 외고 국제고에 대해 3년간 6억원의 재정지원을 확정했다. 지난달 외고 국제고 자사고의 신입생 모집시기를 후기로 전환해 일반고와 고입을 동시에 진행하겠다며 초중등교육법 시행령을 개정하더니 이번엔 재정지원이라는 당근책으로 전방위 압박을 가하는 모습이다. /사진=베리타스알파DB

<일반고 전환하면 3년간 6억원 지원.. ‘교육현장 모르는 소리’>
19일 청와대에서 문재인 대통령 주재로 열린 제54회 국무회의에선 이 같은 내용을 골자로 10월 교육부가 입법예고한 지방교육재정교부금법 개정안이 심의 의결됐다. 개정안에 따르면 자사고 등이 일반고 전환을 결정할 경우, 재학생이 졸업할 때까지 기존 자사고 교육과정과 신입생을 대상으로 한 일반고 교육과정을 병행해야 하는 과도기가 발생하기 때문에 3년간 재정지원으로 보완한다. 최근 일반고 전환을 결정한 울산의 성신고, 대구의 경신고, 광주의 송원고 등 광역단위 자사고 3곳을 포함해 전국의 자사고 외고 국제고는 84개교다. 전부 전환이 이뤄진다면 소요재원은 최대 500여 억원에 달할 전망이다. 

10월 입법예고 당시에는 사립학교에만 과도기간 중 교육과정 지원금을 줄 예정이었지만 공립학교도 지원이 필요하다는 지적에 따라 공립/사립 구분 없이 지원하기로 했다. 교육부 관계자는 “시행령이 의결되면 1차년도 3억원, 2차년도 2억원, 3차년도 1억원 등 학교당 총 6억원을 지원하도록 금액을 정한 시행규칙 개정안도 조만간 확정할 계획”이라고 설명했다.  

교육계에선 이 같은 지원이 턱없이 부족하다는 지적이 나왔다. 고교 현장에선 현실을 전혀 모르고 내린 결정이라는 설명이다. 자사고연합회 회장인 오세목 중동고 교장은 “지원금을 주겠다는 이번 정부 방침은 학교 현장에 대해 알아보지도 않고 기계적으로 만든 처방에 불과하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오 회장은 “현재 자사고는 정부지원 일절 없이 일반고의 3배에 해당하는 등록금으로 운영하고 있다”면서 “6억원이라는 액수는 학교 운영에 턱없이 적은 액수”라고 말했다. 이어 “정부 방침대로라면 1학년은 일반고 등록금을 내고 2,3학년은 자사고 등록금을 내게 될 텐데 학부모들이 받아들일 수 있겠냐”며 “형평성에도 맞지 않는다”고 꼬집었다. 

<선발시기 조정에 이어 재정지원 당근까지.. '전방위 압박'>
앞서 교육부는 초중등교육법 시행령 개정안을 입법예고하며 외고 국제고 자사고의 선발시기를 조정했다. 내년부터 자사고 외고 국제고는 12월 일반고와 고입전형을 동시에 진행한다. 교육부가 내세운 명분은 우수학생 선점효과를 해소하고 고교서열화를 완화하겠단 목적이지만 합당한 명분인가에 대해선 물음표가 달린다. 

우수학생 선점해소나 고교서열화 완화는 모든 전기고가 후기고로 전환되지 않는다는 점에서 의미가 크게 퇴색된다. 고입 동시선발 적용 전인 현재 전기고 입시를 치르는 고교유형은 과고 마이스터고 특성화고 예고 체고와 자사고 외고 국제고다. 이 가운데 직업계열 고교로 분류되는 마이스터고 특성화고와 예체능계열 특목고인 예고 체고를 제외하면 과고 자사고 외고 국제고가 남는다. 자사고 외고 국제고가 후기모집으로 전환되더라도 여전히 과고는 전기모집이 가능한 셈이다. 우수학생을 선점하는 문제와 이로 인한 고교서열화는 재편되는 것일 뿐 해소될 것이라 보는 시각은 무리가 있다. 여기에 초중등교육법의 권한에서 벗어나 ‘특차’ 성격으로 전기고보다 앞서 입시를 진행하는 과학영재학교와 과학예술영재학교까지 더해지면 일반고에 앞서 입시를 실시하는 학교 수는 더 늘어난다.

교육부는 선발시기 조정으로 ‘일반고 살리기’에 역점을 두겠단 취지지만 되레 ‘일반고 죽이기’로 이어질 수 있다는 데 무게가 실린다. 영재학교 과고에 더해 자사고 등 정원이 줄어들지 않는 상황에서 결국 일반고로 퍼지는 우수자원의 총량은 별다른 차이가 없기 때문이다. 오히려 지금까지 전기고 가운데 1회만 지원 가능한 고교 체제 하에서 과고 외고 국제고 자사고에 지원했다가 불합격한 학생들이 일반고를 어쩔 수 없이 선택하면서 우수자원이 분산되는 효과가 있었다면, 바뀐 제도 하에서는 영재학교와 과고에서 줄줄이 불합격하더라도 또 다시 자사고 등을 선택할 수 있다는 점에서 우수자원의 특정 고교유형 쏠림효과는 심화될 가능성도 있다. 

교육계에서는 이번 교육부의 조치가 근본적 해결책이 아니라는 데 대체적으로 동의하는 양상이다. 한 교육 전문가는 “일반고의 교육력 약화는 일반고의 교육 경쟁력 강화로 풀어야 하는 문제다. 교육부의 이번 조치는 일반고의 교육력을 높이는 상향평준화가 아닌 자사고 외고 국제고 등의 경쟁력을 약화시키겠다는 것에 지나지 않는다. 수월성 교육과 평등교육의 문제가 아닌 국가 경쟁력의 약화문제로 봐야 하는 사안”이라며 “수월성 교육에 대한 수요는 항상 있어왔다. 이런 식으로 문제를 풀어나가면 결국 수월성 교육에 대한 수요는 해외로 눈을 돌리게 된다. 국가차원의 인재유출 문제로까지 번질 수 있다”고 경고했다.   

다만 일각에서는 재정지원의 당근책과 선발시기 조정 모두 광역단위 자사고에 적지 않은 영향을 끼칠 것이라는 분석을 내놨다. 법인전입금 부담비율이 학생납입금의 20% 이상인 전국단위 자사고는 10개교 모두 재정적인 어려움을 호소하는 학교가 없다. 외고 국제고는 공립학교 비율이 높은 편이다. 반면 법인전입금 부담비율이 납입금의 3~5%인 광역단위 자사고는 등록금 수입에 대한 의존도가 높다. 모집범위도 전국단위 자사고에 비해 광역으로 한정돼 미달사태 빈번하게 겪는 광역단위 자사고는 신입생 모집난이 재정난으로 이어지는 경우가 적지 않다. 올해 가장 먼저 일반고 전환을 선언한 광역단위 자사고 울산의 성신고 역시 신입생 미달로 인한 재정난을 호소해왔다. 대구 경신고의 일반고 전환 결정에도 신입생 모집의 어려움이 다소 영향을 미친 것으로 알려졌다. 

신입생 전원을 추첨으로 선발하는 송원고와 달리 성신고와 경신고 모두 학생충원의 어려움을 토로해왔다. 경신고는 지난해 입학 경쟁률 0.71대 1을 기록, 정원내 412명 모집(체육특기자 제외)에 294명이 지원했다. 성신고의 상황도 다르지 않았다. 성신고는 지난해 입시에서 일반전형 19명, 사회통합전형 30명이 미달됐다. 송원고도 낮은 경쟁률로 미달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는 상황이다. 지난해 송원고 일반전형 경쟁률은 224명 모집에 231명이 지원, 1.03대 1을 기록했다. 통상 자사고 지원자 가운데 허수 지원자가 일부 섞여있다는 점을 감안하면 실질적으로 경쟁률이 1대 1이하였을 가능성이 높다.

12일 서울지역 자사고 교장 22명은 프레스센터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고입 동시실시에 대한 강도 높은 반대의견을 밝혔다. 자사고교장협의회 회장을 맡고 있는 중동고 오세목 교장은 “자사고와 일반고 신입생을 동시 선발하고, 자사고에 불합격한 학생은 비선호 일반고에 강제 배정하겠다는 교육부 정책은 헌법에 보장된 국민의 기본권에 위배되는 매우 위험한 발상”이라고 말했다. 자사고 지정 당시 ‘교육과정 자율성’과 ‘전기선발권’을 보장하는 대신 연간 40억원 규모의 재정결합보조금은 지원하지 않기로 했던 약속을 저버렸다며 신뢰보호 원칙에 위반된다고 지적하기도 했다. 자사고연합회 오 회장은 “법령 개정을 계속 추진할 경우 자사고측은 즉각 효력 정지 가처분 신청으로 법령을 무력화하고 위헌 여부를 따질 것”이라며 “모든 수단을 동원해 끝가지 정책 관련자의 책임을 묻겠다”고 경고했다. 

<외고 자사고 지정/취소 ‘교육부 동의절차 폐지’.. '교육감 손에 달린 고교체제?'>
앞서 김상곤 교육부 장관 겸 사회부총리는 12일 교육자치정책협의회에서 교육자치를 강화하는 내용이 담긴 ‘교육자치 정책 로드맵’을 심의 의결했다. 이 가운데 시도교육청 자율성 확대의 일환으로 교육감이 외고 국제고 자사고를 지정하거나 취소할 때 교육부 장관의 동의가 필요한 절차를 폐지한다는 내용이 포함돼 교육계의 우려를 자아냈다. 교육감의 의지나 성향에 따라 자사고 외고 국제고가 더 늘어나거나 아예 사라질 가능성이 있기 때문이다. 이 같은 방침은 고교교육의 지역별 불균형을 심화하고 자사고가 없는 지역의 위장전입 문제 등 부작용을 예견했다. 거주지에 따라 교육기회가 달리 제공된다는 불평등 역시 문제점으로 지적됐다. 

자사고 외고 국제고의 지정/취소를 교육감에게 돌려주는 것은 주로 진보교육감이 요구한 내용이기도 하다. 2014년 조희연 교육감의 서울 자사고 폐지 사태가 계기가 된 교육부의 지정취소 동의권은 애초 ‘협의’만 거치게 돼 있었으나 그 해 초중동교육법 시행령을 개정하면서 ‘동의’로 바뀌었다. 당시 진보성향 교육감들의 자사고 지정취소 움직임에 교육부가 제동을 걸려는 것이라는 시각이 우세했다. 이에 조 교육감 등은 교육부의 동의권 폐지를 꾸준히 주장해왔다. 

교육계는 이 같은 결정에 대해 반발하고 있다. 한 교육시민단체 대표는 “교육부가 자사고 외고 국제고 지정/취소 권한을 넘겨주면 대체로 진보교육감이 수장인 지역에서는 자사고 외고 국제고가 사라질 것이고 보수교육감이 있는 지역에서는 자사고 외고 국제고 유치가 활발해질 가능성이 크다”며 “결구 교육감의 의지나 성향에 따라 고교교육의 지역별 불균형이 발생하는 꼴이 될 텐데 교육부가 이런 부작용에 대해 충분히 고민하지 않고 성급한 결정을 내린 것 같다”고 지적했다. 

자사고 외고 국제고를 유지하는 지역으로의 쏠림현상을 부작용으로 지적하는 시선도 있었다. 김재철 한국교원단체총연합회(교총) 대변인은 “자사고 외고 국제고 지정/취소 권한 이양이 실현될 경우 많은 학생들이 자사고 외고 국제고가 존재하는 지역으로 이탈할 수 있다”면서 “또 다른 사회적 비용을 초래할 수 있는 결정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한 교육계 관계자는 “자사고 외고 국제고 구성원이나 폐지에 반대하는 사람들의 정부에 대한 반발을 줄이려는 목적으로 교육감에게 책임을 떠넘긴 것은 아닌지 의심스럽다”고 말했다. 

외고 자사고 흔들기에 학교 현장에서 피로감을 호소하는 목소리가 쏟아져 나왔다. 서울지역 한 자사고 교장은 “이번 결정으로 자사고 외고 국제고 논란은 내년 교육감 선거의 화두가 될 수밖에 없다”라며 “가뜩이나 정부의 자사고 말살정책으로 혼란스러운 상황인데 내년에는 더 혼란스러워질 것이다. 교육이 진영논리에 좌지우지된다는 게 정말 개탄스럽다”고 말했다. 외고에 다니는 자녀를 둔 한 학부모는 “정권이 바뀌기 전까진 외고가 존폐논란에 휩싸일 것이라곤 생각도 못했다. 갑자기 폐지논란에 휘말리더니 이젠 교육감 선거로 또 다시 시끄러워질 일을 생각하니 아이 학습에 방해될까 걱정된다”고 호소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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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은지 기자  blink@veritas-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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