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고동락하는 ‘일신우일신’ 첨병 교사들

[베리타스알파=윤은지 기자] ‘한빛학사’로 유명한 충북 청주 소재 세광고는 통상 지방 명문고가 여전히 정시중심에서 머무르는 것과 달리 수시체제를 뚜렷이 일군 일반고다. 3만평 이상 웬만한 대학캠퍼스 못지않은 넓은 교사(校舍)로 눈길을 사로잡은 세광고는 선발효과가 전무한 일반고임에도 매년 꾸준한 진학실적으로 한 번 더 이목을 집중시킨다. 충북에선 서울대 등록실적으로 매년 수위를 다투고 있다. 2015대입에서 무려 9명의 서울대 등록자를 배출한 데 이어 2016대입에서도 9명, 지난해 대입 7명의 실적이다. 무엇보다 압도적인 수시실적이 눈에 띈다. 최근 3년간 수시실적으로만 2015학년 8명, 2016학년 7명이며, 지난해에는 5명을 배출했다. 매년 150건 이상, 많게는 200건이 넘는 수도권 주요대학 합격실적을 내며 평준화지역 고교의 파란을 일으키고 있다.

전국명문을 겨냥한 세광고의 도약은 우선 충북에선 모르는 사람이 없을 정도로 유명한 한빛학사를 빼고 얘기하기 어렵다. 여기에 2010학년부터 운영7년차에 돌입한 과학중점학교 역시 수시체제의 안착에 기여했다. 세광고는 한빛학사와 과학중점이라는 디딤돌 위에 동고동락한 교사들의 열정과 헌신이 쌓이며 도약의 날개를 달게 된 셈이다.

세광고의 오늘을 만든 주역은 김선진 교감을 필두로 한 교사들이다. 연간 60시간 이상 연수, 외부 전문가 초청 강연, 선진학교 견학 연수 등 수업과 진로진학 어느 하나 놓치지 않고 ‘일신우일신(日新又日新)’ 세광의 오늘을 이끌어왔기 때문이다. EBS 대입지도 대표강사로 전국 고교를 누비며 충북진학지도협의회 회장을 역임하고 대교협 대표강사로도 활동했던 김 교감은 자타가 공인하는 진로진학 전문가다. 교사 가운데 2명은 현직 대교협 상담교사이자 충북 진학지도지원단으로 활동하고 있다.

1953년 개교한 세광고는 60년 이상 역사와 전통을 자랑하지만 처음부터 선망의 학교였던 것은 아니다. 세광고가 이름을 알리기 시작한 건 한빛학사과 성과를 낸 다음부터다. 동문들의 전폭적인 지원에 교사들의 열정과 헌신이 더해지면서 한빛학사는 단순 기숙사 그 이상의 의미로 전국에 이름을 알리기 시작했다. /사진=베리타스알파DB

<한빛학사로 시작한 5단계 관리 시스템>
세광고는 지난해 대입에서 7명이 서울대에 등록하며 전국 일반고 가운데 35위에 이름을 올렸다. 충북에선 청원고(12명)의 뒤를 이었지만 수시실적으로 따지면 자공고인 청원고와 동일한 5명이다. 2016학년 8명(수시7명+정시1명), 2015학년 9명(수시8명+정시1명)으로 꾸준한 실적이다. 선발효과가 전무한 일반고가 한 해 7명의 서울대 등록자를 배출한 사실은 괄목할만한 성과다. 상위권대학 합격자도 면면이 상당하다. 2017학년 합격자 기준 서울대를 포함해 연세대 고려대 서강대 한양대 성균관대 중앙대 경희대 서울시립대 한국외대 등 상위 10개대학 합격은 무려 85건에 이른다. 2009학년 대입에서 상위10개대학 207건의 합격실적으로 대박을 터뜨린 이후 2014학년 124건, 2015학년에는 103건, 2016대입에선 107건의 합격소식을 거머쥐었다.

1953년 개교해 60년 이상 역사와 전통을 자랑하지만 처음부터 선망의 학교였던 것은 아니다. 오히려 도심에서 떨어진 외곽에 위치, 후기모집 기피학교 이미지가 짙었다. 세광고가 이름을 알리기 시작한 건 한빛학사가 성과를 낸 다음부터다. “아무리 실적이 좋아도 지역명문고는 청주고라는 틀을 깨기가 어려웠다”라며 입을 연 김 교감은 “주변에 공단이 생기고 타지에서 오신 분들이 세광고에 학생들을 보내기 시작했다”고 설명했다. “한빛학사는 세광고 졸업생들의 학교를 일으켜보겠다는 염원이 담긴 학사로 단순 기숙사 그 이상이다. 동문들의 전폭적인 지원과 교사들의 열정 헌신이 더해지면서 서울대 실적이 나오기 시작했다. 교사들이 기숙사에서 함께 먹고 자며 학생들의 학업뿐만 아니라 일상까지 돌본 열정과 헌신이 없었다면 지금의 세광고는 없을 것”이라고 단언한다.

한빛학사의 공력은 1990년대 후반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당시 스무 명이 넘는 서울대 합격자를 내며 전국에 이름을 알렸다. “매년 20명 이상, 많을 때는 30명까지 서울대 합격자를 냈다. 원서를 쓰려고 버스 2대를 대절해 서울대를 찾기도 했다”고 설명한 김 교감은 “충북 학무모들 사이에서 세광고에 대한 인식이 완전히 바뀐 것은 말할 것도 없고, 일반고 성공사례로 한빛학사가 전국 고교 사이에서 회자되기 시작했다”라고 회상했다. 학종중심 수시체제에서도 괄목할만한 실적을 낸 한빛학사의 교육 경쟁력은 충북에서는 모르는 사람이 없을 정도다.

김 교감은 “그렇다고 상위권 학생들만 관리한다고 생각한다면 세광고를 제대로 보지 못한 것”이라고 강조했다. 세광고는 25년 이상 축적된 수준별 학력지도 노하우를 바탕으로 5단계 시스템으로 전교생을 케어하는 특징이다. 한빛학사-한누리반-일반반-한마음반-특기자반으로 구성했다. 한빛반과 한누리반이 심화수학 심화영어 논술(면접) 등을 위주로 대비한다면 일반반은 영어 수학 수준별 수업으로 맞춤형 수업을 실시한다. 학업능력이 다소 뒤처지는 학생들을 위한 한마음반을 별도 구성해 기초수학과 기초영어 수업으로 보완하고 있다. 20명 남짓한 특기자반은 운동부 학생 전문지도와 영어 일본어 등 외국어 회화수업을 진행한다. 한빛학사와 한누리반이 100% 수익자부담으로 운영되는 것과 달리 일반반과 한마음반 특기자반은 학교차원에서 지원한다. 매년 졸업생의 70% 가까이 4년제 대학에 진학할 수 있는 배경이다.

수준별 맞춤형 지도는 특히 일반고에서 필요한 시스템이다. 김 교감은 “선발부터 학업능력이 가려지는 특목고나 자사고와 달리 일반고는 한 교실에서도 학력격차가 상당하다. 최상위권과 기초학력 지도가 필요한 학생이 함께 있는 교실에서 교사들은 어느 수준에 맞춰 수업을 진행해야 할지 난감할 수밖에 없다”라며 일반고의 난점을 지적하면서 “세광고의 수준별 관리 시스템은 이 같은 일반고의 애로사항을 충분히 반영해 어느 학생 하나 놓치지 않고 관리하기 위한 고민의 결과”라고 설명했다.

올해 한빛학사는 선발방법에 변화가 생겼다. 중학교 내신성적 반영을 폐지하고 자체 지필고사만으로 선발한다. 선발인원은 32명이며 세광고에 배정된 신입생 가운데 희망자를 받는다. 이 가운데 4명은 선발성적이 시험선발 모집인원의 2배수인 56명 이내일 경우, 원거리 거주자 순으로 우선선발한다. 한빛학사와 동일한 시스템으로 관리하지만 기숙사를 이용하지 않는 한누리반 26명도 한빛학사와 함께 선발한다.

1단계 선발시험으로 한빛학사와 한누리반 모집정원 58명의 2배수인 116명을 선발한다. 선발시험은 예비소집일 신입생 전체를 대상으로 실시하는 반 배치고사로 대체한다. 시험문제는 100% 중학교 교과과정을 바탕으로 지식보다는 사고력에 중점을 뒀다. 국수영 각 100점으로 총점 300점이다. 2단계에선 1단계 선발고사 성적 300점과 2차 선발고사 성적 320점을 합산, 620점 만점 고득점 순으로 합격자를 정한다. 2차 선발고사는 국어 영어 각 100점, 수학 120점으로 수학의 배점이 약간 더 높다. 시험 문제 난이도는 1차 선발고사보다 높다.

한빛학사에 선발된 학생 전원에게 장학금을 수여한다. 선발고사에서 1등을 차지한 수석은 100만원, 나머지 32명에게는 기숙사 생활지원금 30만원이 지급된다. 수석의 경우 학사선발 성적 5%이내를 유지할 경우 기숙사 생활지원금으로 매 학기 70만원을 받는다. 1,2학년 때에는 6개월마다 반을 개편해 긴장의 끈을 놓지 않도록 했다. 2학년2학기말 이후에는 3학년 1년 동안 학업과 대입준비에 집중할 수 있도록 개편 없이 운영한다.

<교사-학생, 기숙사 동고동락 ‘사교육 원천차단’>
김 교감은 세광고를 '오너와 재단에 의한 사학비리와는 전혀 무관한 학교'라고 표현했다. 세광고는 학교법인 세광학원 소속 기독교 정신으로 세워진 미션스쿨이다. 사학이지만 이사장이 교사들의 교육활동에 간섭하는 일은 일절 없으며, 이사진들과 협의를 통한 투명한 학교경영으로 사학비리와는 거리가 멀다는 것이다. 때문에 “무엇보다 교사들의 열정을 제약 없이 그대로 재현할 수 있다는 게 가장 큰 장점”이라고 꼽았다. 김 교감은 “우리 학교에선 교사 7명이 한빛학사에 머물며 학생들과 모든 일상을 함께 한다. 같이 먹고 자면서 학업뿐만 아니라 학생들의 생활전반을 돌보는 일이 쉬운 일은 아니다. 세광고가 과거 기피학교에서 선호학교가 되기까지 그 원동력에는 교사들의 보이지 않는 헌신이 8할 이상”이라고 설명했다.

통상 1년 단위로 새롭게 구성되는 고교교육 시스템과 달리 세광고는 고교 3년의 로드맵을 가지고 체계적으로 지도한다. 김 교감은 “1학년 때 학년부장을 맡은 교사가 3학년까지 그 해 입학생들을 책임진다”고 덧붙였다. 로드맵은 1학년1학기부터 3학년2학기까지 4단계로 구성했다. 고교생활에 적응하고 내신과 수능 시스템에 적응해야 하는 1학년1학기는 자기주도학습능력을 키우는 데 집중한다. 1학년1학기부터 2학년1학기는 진로/전공 탐색기로 설정했다. 정규수업과 창체활동 방과후수업을 유기적으로 연결해 교육과정을 일체화한 특징이다. 2학년2학기부터 3학년1학기는 진로와 전공을 확장하는 시기다. 교과학습과 동아리, 스터디그룹을 연계해 학생 개개인의 스토리를 심화하는 데 집중한다. 3년 동안 쌓은 결과물을 바탕으로 3학년2학기 진학을 결정하면 고교 3년의 로드맵이 완성되는 셈이다.

사교육의 도움 없이 학생들이 학교 안에서 모든 것을 해결하도록 하기 위한 교사들의 노력도 상당하다. 여백을 찾아볼 수 없을 정도로 빽빽한 스케줄이 교사들의 열정을 대변한다. 대입흐름을 놓치기 않기 위해 다양한 분야의 외부 전문가들을 초청해 ‘학생부 작성요령’ ‘수시전형별 대비전략’ ‘수업-기록-평가의 일체화’ 등을 주제로 강연을 듣고 교과별로 우수한 선진학교를 직접 방문하기도 한다. 학생 만족도를 높이기 위한 수업연구회도 빼놓을 수 없다. 다양한 교과담당 교사 10인 이내로 한 팀을 구성, 주 1회 교수-학습과 관련해 협의하고 수업을 디자인한다. 학기말에는 공개수업을 실시, 같은 교과 교사들이 모두 수업에 참관해 성과를 공유한다.

학생만 아니라 교사들도 동아리를 꾸렸다. 학생들의 진로진학에 실질적으로 도움이 될 만한 자료집을 만들고자 구성했다. 학년별 담임교사를 중심으로 1학년 ‘진로진학 맞춤형’, 2학년 ‘진로/진학 준비’, 3학년 ‘대학별고사/자소서’ 자료집을 만든다. 1,2학년용 자료집은 다양한 수시전형에 대한 이해를 돕기 위해 대학별 전형계획 특징, 학생부 작성법, 학종 합격사례 등을 담았다. 반면 대입에 직면한 3학년 자료집은 대입전형별로 구체적으로 구성했다. 자소서, 논술, 구술/면접 등 3가지로 구분하고 분야별로 교사들을 적절히 배정해 체계적인 지도 아래 대입을 준비할 수 있도록 했다.

<‘선택중심’ 2015 교육과정.. ‘이미 진행 중’>
내년부터 적용하는 2015 개정 교육과정 대비도 이미 끝났다. 김 교감은 “2015교육과정의 핵심은 ‘학생 선택중심 교육과정’이다. 일반고에서 다양한 전문교과를 어떻게 운영할까 우려하는 시선도 있지만 세광에선 선택형 교육과정이 이미 진행 중”이라고 설명했다. 3개 학급 규모의 인문계열은 탐구 선택과목에 따라 반을 편성한다. 국제반 경제반 사회반으로 나눠 진로나 흥미가 유사한 친구들끼리 학급을 구성해 시너지 효과를 낼 수 있도록 했다. 자연계열은 내년 2학년부터 과학중점반 한 학급을 더 늘려 과중 4반, 이공자연 2반으로 나눈다. 과중반을 희망하는 학생들을 최대한 수용하기 위한 결정이다.

전문교과나 소인수과목을 개설해 일반고에 쉽게 채울 수 없는 심화학습 만족도도 높였다. 올해는 고급수학Ⅰ/Ⅱ 세계사 정보과학 생명과학실험 등 학생들이 원하는 심화과목을 정규 교육과정으로 편성해 주 3시간씩 이수할 수 있도록 했다. 2학년 학생들을 대상으로 교육과정 편성 상 발생하는 미 이수 교과목을 보충하기 위한 것으로, 2학년 여름방학부터 3학년1학기까지 이어지는 중장기 프로젝트에 가깝다.

학종이 확대되면서 비교과에 대한 관심이 매년 커지고 있지만 학종에서도 핵심은 교과, 즉 정규수업이라는 점을 놓치지 않는다. 대교협 대표강사, EBS 대입지도 상담교사로 활동했을 만큼 공교육 전문가인 김 교감은 “학종이 커지면서 학종을 오해한 일부 고교에서는 정규수업이 주가 아닌 부가 되는 학교도 많다”라며 “도입 초기 입학사정관제와 달리 학종은 교내활동에 주목해 고교교육을 정상화하는 데 초점을 맞춘 전형이다. 학종은 정규수업만으로도 대비할 수 있다”고 교과의 중요성을 강조했다.

비교과활동보다 교과에 무게중심을 둬야 한다는 건 학종 전문가들이 입을 모아 강조하는 부분이다. 사교육 업체들은 매년 ‘학종 합격자 평균 교내상 몇 개, 동아리 몇 개, 봉사활동 몇 시간, 책 몇 권’ 등 필수스펙을 열거하고 있지만 이는 정성평가인 학종 성격을 제대로 이해하지 못한 것이다. 서울대 입학사정관을 지낸 진학지도협의회 소속 한 교육 전문가는 “학종의 기본요소는 비교과가 아닌 교과”라고 강조하기도 했다. “‘학종은 활동이다’라고 말할 때 활동은 교과학습활동을 우선해야 한다. 비교과활동은 매우 부수적인 부분이다. 학종의 취지가 교실수업 개선을 뒷받침하는 데 있다는 사실을 염두에 두면 공감이 갈 것”이라고 설명한다. 김 교감의 학종에 대한 시각과 궤를 같이 한다. 김 교감은 “R&E 활동내용이 없다고 걱정하는 학생들이 있다”라며 “그럴 때마다 대학이 어떤 학생을 뽑을 때는 특정 활동을 했다고 해서 뽑는 게 아니고, 탈락시킬 때도 특정 활동이 없다고 해서 탈락하는 게 아니라는 점을 분명히 주지한다”고 힘줘 말했다.

방과후수업도 100% 학생 선택으로 개설된다. 세광고 야간교실개방은 흔히 떠올리는 ‘야간자율학습’을 생각하면 오산이다. “희망자가 2명이라도 원하는 학생이 있으면 개설”한다는 세광고 방과후수업은 학생들이 잘 선택하지 않는 과목도 다수다. 법과정치 경제 동아시아사 세계지리 등 일반고에서는 선택하는 학생이 많지 않아 사교육을 이용할 수밖에 없는 과목들이다. 통상 학교 수업이 불가능한 탓에 해당 과목을 배우고 싶어도 선택학생이 많은 과목으로 몰리는 게 대부분 고교의 현실이다. 과탐에서도 물리Ⅱ 화학Ⅱ 생물Ⅱ 지구과학Ⅱ 등 전국적으로 선택학생이 5% 내외인 과목도 개설한다. 방과후수업에 머무르는 것이 아니라 학기 초 학생이 희망의사를 밝히면 정규 교육과정에 편입해 운영도 가능하다. 방과후수업에서 그치는 것이 아니라 이를 진로집중 심화활동과도 연계한다. 수학과 영어의 경우 동일한 교과를 심화형과 보충형으로 나눠 수준별 강좌를 개설한다. 소인수과목이나 기초과목 심화과목 논술 면접 등을 대비한 방과후수업도 개설된다.

야간교실은 학생 맞춤형 교실 개방으로 학업역량은 물론 꿈과 끼를 키우는 시간까지 일거양득이 가능한 특징이다. 논술과 구술면접, 자소서 등 정규수업만으로 준비할 수 없는 다양한 전형요소를 사교육 없이 대비할 수 있도록 교사들이 나섰다. 관현악 앙상블이나 몸 만들기, 특기자 레슨 등 예체능과 비교과 수업이 개설될 수 있는 이유다. 1년간 전체 218교과, 83%가 참여하는 방과후 수업은 온라인 수강신청 시스템을 통한다.

정규수업을 강조한다고 해서 비교과가 약한 것은 아니다. 동아리 활동은 학생 1인당 평균 2~4개 동아리에 소속돼있을 정도로 활발하다. 창체시간을 활용한 정규 동아리는 51개, 자율동아리는 무려 99개에 달한다. 학생들이 직접 활동내용을 구상하고 지도교사를 찾아가 결성하는 자율동아리는 활동분야도 다채롭다. 드론의 원리를 이해하고 프로그래밍을 개발, 직접 드론을 조정하는 동아리가 있는가 하면 인도 베다수학, 프랙탈 기하학 등 정규수업만으로 배울 수 없는 심화수학을 연구하는 동아리도 있다. 학업관련 동아리 못지않게 비교과 동아리도 스펙트럼이 넓다. 급식표를 조사해 식문화 지도를 만들고 감자를 직접 수경재배하는 장기 프로젝트를 수행하는 동아리도 있다. 자전거를 타고 대청댐에서 금강하구언까지 금강 종주길에 오르기도 한다. 치매 광역센터 활동에 참여하며 지역사회와 연합해 치매 인식개선을 위한 캠페인도 한다. 캠페인에 머물지 않고 치매를 뇌과학적 시각으로 접근하기 위해 전문가 인터뷰를 진행하기도 한다.

원서를 읽고 원어민과 토론하는 외국어 ‘통(通)’ 심화학습 프로그램도 있다. 자사고가 부럽지 않은 교육 프로그램이다. 1,2학년 희망 학생들을 대상으로 무학년 2개 반을 모집, 교재도 학생들과 상의해 정한다. 독서 멘토링 프로그램은 학생과 교사뿐 아니라 학부모도 참여한다. 학생들의 다양한 독서와 체험활동을 위해 학부모가 독서 멘토로 동참했다. 김 교감은 “학부모 두 분이 매일 학교로 직접 오셔서 자원봉사를 하신다. 이렇게 오시는 분이 90명 가까이다. 독서 멘토로 참여하시는 학부모들이 자체적으로 소모임을 만들어 학생들의 독서지도를 돕고 있다”고 설명했다.

<매년 몸집 키우는 과중반.. ‘커리어데이’로 차별화>
2010년 과학중점학교에 지정된 세광고는 2016학년 재선정돼 올해까지 운영 7년차를 맞이한 과학중점학교이기도 하다. 과중반은 2015년 2학급 68명에서 2016년 3학급 105명으로 늘어나더니 내년 2학년은 희망학생 수가 더 늘어나 4학급으로 확대 편성할 예정이다. 과중반은 수학 과학 교과를 전체 교과 이수단위의 45% 이상 편성하도록 돼있다. 세광고는 과학 50단위, 수학 32단위로 82단위를 편성, 과학수학 과목 비중이 45.6%다. 선택 융합형 교육과정인 2015개정교육과정이 적용되는 내년 1학년부터는 통합과학 과학탐구실험 등 교과가 추가되면서 과학이 52단위로 늘어난다.

세광고 과중반만의 특색으로 ‘커리어데이’를 빼놓을 수 없다. 과학중점학교는 1학년 학생들에게 지정된 정규교과 이외 50시간 이상의 과학수학 체험활동을 제공해야 한다. 교내에서 체험활동을 진행할 수도 있지만 세광고는 다양한 컨텐츠를 가진 학교 밖 체험학습 장소를 적절히 활용하고자 1학년 2학기와 2학년 1학기 동안 매월 1회 수요일을 ‘커리어데이’로 정하고 오후 시간을 활용해 다양한 현장체험학습을 제공하고 있다. 지방 명문 남학교 특성상 정시에 의존하려는 성격이 강한 학생들에게 진로체험활동을 통해 학종에 대비할 수 있는 기회를 넓혀준다.

직업이란 의미를 넘어서 한 개인이 일생 동안 하는 일과 직업에 관련된 경험 전반을 총칭하는 ‘커리어(Career)’ 개념에 착안해 이름을 붙였다. 학생들이 자신에게 적합한 진로를 찾는 데 실질적인 도움이 될 수 있도록 다양한 경험을 제공하는 데 중점을 뒀다. 지난해까지 토요일에 운영하던 커리어데이를 수요일 오후로 옮기고 자율활동 진로활동 시간을 합쳐 시간을 충분히 활용할 수 있도록 했다. 김 교감은 “외부에서 체험활동을 하기에는 제약이 많았다. 학교일정과 겹치기도 하고 토요일에는 방문예약이 안 되는 곳도 많았다. 주말에는 방문객도 많다 보니 교사들도 학생 인솔에 어려움을 호소했다”면서 “수요일 오후로 옮긴 이후 멀리 떨어진 대전연구단지처럼 평일이 아니면 방문이 어려운 기업체나 연구소 견학, 대학 프로그램 참여 등 체험학습이 훨씬 수월해지고 다양해졌다”라고 설명했다. 이어 “학생들이 단체로 버스를 타고 이동하기 때문에 진로체험은 물론, 학교 밖에서 학업으로 지친 학생들에게 잠시나마 여유를 줄 수 있는 기회이기도 하다. 교사와 학생들의 반응 모두 뜨겁다”라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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