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전인수로 만점자 수 부풀려

[베리타스알파=권수진 기자] “2018 수능 만점자 00명 배출”, 2018 수능 만점자가 속속 확인되면서 사교육업체들이 ‘만점자 수’ 마케팅에 열을 올리고 있다. 올해 한국교육과정평가원이 공식적으로 밝힌 만점자 수는 15명. 그러나 사교육업체들이 ‘자사 만점자’라며 발표한 만점자를 모두 더하면 무려 31명에 달한다. 어떻게 된 일일까?

사교육업체들의 도넘은 수능 만점자 마케팅이 눈살을 찌푸리게 한다는 지적이 제기된다. 평가원장이 나서서 밝힌 만점자 기준에 의한 만점자 숫자가 공식적으로 발표됐음에도 개별 업체만의 독단적 기준으로 ‘만점자’라며 마케팅을 펼치고 있기 때문이다. 평가원은 국수탐 만점에 영어/한국사 1등급을 만점 기준으로 제시했지만, 스카이에듀는 한국사를 기준에서 제외하고 국수탐 만점에 영어 1등급만을 기준으로 만점자가 9명이라고 홍보하는 상황이다. 이투스24/7학원 역시 국수영탐 만점을 기준으로 만점자 1명을 배출했다며 홍보하고 있다. 

더군다나 업체별로 모두 ‘자사 수강생’이라고 홍보하고 있는 탓에 여기저기 중복해서 알려진 만점자도 여럿이다. 업체가 홍보한 만점자수만 모두 합해도 31명일 정도다. 평가원이 발표한 15명의 두배를 뛰어넘는 수치다. 한 교육계 관계자는 “마케팅 파급력이 큰 ‘만점자 홍보’에 집착하는 것은 어쩔 수 없다지만, 수요자들이 오해하게끔 호도하는 것에는 문제가 있다”면서 “정확한 기준을 가지고 말하지 않는 행태는 지양되야 한다"고 지적했다.

사교육업체들의 도넘은 '만점자' 마케팅이 지적된다. 평가원이 실제로 발표한 수능 만점자는 15명이지만 사교육업체들이 홍보한 만점자수를 모두 합하면 31명에 달한다. /사진=베리타스알파DB

<무리한 만점자수 늘리기.. 평가원 발표 만점자 기준 무시한 스카이에듀 이투스24/7>
평가원장이 나서서 직접 밝힌 만점자 기준이 있음에도 불구하고 ‘별도의’ 기준으로 만점자를 산출해 홍보한 경우가 가장 먼저 지적됐다. 국수탐 만점, 영어/한국사 1등급이라는 만점자 기준이 엄연히 존재하지만 스카이에듀와 이투스24/7의 경우 실제 만점자 기준은 영어/한국사 모두 1등급이 아닌 영어만 1등급인 경우를 산출한 것으로 나타났다. 스카이에듀는 이 기준에 따라 ‘만점자 배출 9명’이라고 홍보하고 있다. 홍보문구만 봐서는 전체 만점자 15명 중 절반을 넘어서는 인원이 스카이에듀에서 배출된 것으로 이해할 소지가 있다.

성기선 한국교육과정평가원장은 11일 정부세종청사에서 열린 ‘2018학년 수능 채점결과’ 브리핑에서 “국어 수학 탐구(2과목) 만점을 받고 영어와 한국사에서 1등급을 받은 학생은 재학생이 7명, 졸업생이 7명, 검정고시 출신이 1명으로 총 15명”이라고 공식적으로 발표했다. 영어와 한국사는 1등급만 받아도 만점처리되는 이유는 절대평가가 적용되는 과목이기 때문이다. 국어 수학 탐구는 한 문제도 틀리지 않아야 하지만 영어는 원점수 기준 90점 이상, 한국사는 40점 이상이면 만점이다. 

두 업체의 만점자 마케팅의 가장 큰 문제는 수요자의 오해를 불러일으킨다는 점이다.  “국수탐(2) 기준 원점수 만점, 영어 1등급 기준”이라고 작은 글씨로 표기하고 있지만 공식적으로 알려진 만점 기준이 영어/한국사 모두 1등급인 상황인데다가, 언론을 통해 속속 밝혀지고 있는 만점자 역시 영어/한국사 1등급을 기준으로 하고 있기 때문이다. 한 교육계 관계자는 “수요자들이 유의해서 살펴보지 않는 한 해당 학생이 한국사를 제외하고 영어만 1등급인 만점자라고 이해하기란 쉽지 않을 것”이라고 지적했다. 

평가원의 기준에 부합하는 만점자가 발견된 지역 교육청, 고교 등에서는 만점자가 배출됐다고 홍보에 열을 올리는 상황이다. 한 교육계 관계자는 ”만점자 수가 공식적으로 발표된 이후에 ’만점자‘라고 알려지는 학생들은 평가원이 발표한 ’15명‘에 포함되는 학생이라고 이해하는 것이 당연하다“며 ”사교육업체가 일방적으로 설정한 기준에 따른 만점자는 이 ’15명‘에서 제외되는 것임에도, 일반 학생/학부모가 볼 때는 평가원이 말한 그 만점자에 포함된다고 이해할 수밖에 없다“고 지적했다. 물론 국수탐 만점과 영어 1등급도 만점에 준할 만큼 뛰어난 실력이라고 볼 수 있다. 하지만 ‘만점자에 준하는 실력’과 ‘만점’은 구분돼야 한다는 것이 교육계의 중론이다. 

한국사를 범위에서 제외할 경우 만점자 수는 지금보다 훨씬 늘어날 것으로 보인다. 한 교육계 관계자는 “스카이에듀와 이투스 24/7의 기준대로라면, ‘만점자’라고 나서야 할 사람들이 훨씬 더 많을 것”이라며 “단순히 만점자수를 부풀리기 위한 의도된 기준 변경으로밖에 볼 수 없다”고 비판했다. 

지난해까지 통상 수능 만점자의 기준은 국어 수학 영어 탐구의 4개과목에서 한 문제도 틀리지 않는 것이었다. 지난해까지는 네 과목 모두 상대평가로 실시되면서 표준점수를 토대로 한 만점 여부를 확인할 수 있었기 때문이다. 

하지만 올해부터 영어가 절대평가로 전환되면서 영어의 만점자 기준은 ‘1등급’으로 변화했다. 절대평가 체제에서 90점 이상이면 1등급을 받을 수 있기 때문에 원점수 90점 이상이면 만점처리된다. 올해 만점자수가 대폭 늘어난 것도 영어의 만점 기준이 1등급으로 변한 영향이다. 한 문제도 틀리지 않아야 만점이었던 데서 90점 이상으로 기준이 ‘하향’된 것이나 다름 없었기 때문이다. 

만점자 기준에서 제2외국어/한문은 제외된다. 인문계열만 제2외국어/한문을 치르기 때문에 제2외국어/한문까지 만점이어야 한다고 판단하면 인문계열 학생들은 자연계열 수험생들에 비해 불리할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온라인 수강자’도 ‘우리가 키워낸 인재’?>
이처럼 만점자 수가 부풀려진 데는 각 사교육 업체들이 본원 재원 기준이 아닌, 온라인 수강생이나 단과 수강생까지 자사 학생으로 홍보하고 있다는 점도 영향을 미쳤다. 학원 재수종합반 학생인 경우일 때 학원이 배출한 만점자라고 이해하는 통념에 비춰보면 마케팅을 의도한 지나친 확대해석 아니냐는 지적이다. 

그 결과 업체마다 홍보한 만점자가 겹치는 현상이 발생했다. 2018 수능 만점자 중에서는 한 사람이 무려 3개 입시업체의 만점자 홍보에 이용된 경우가 2명이나 존재한다. 'ㄱ'학생은 A업체(업체가 홍보한 만점자수 순으로 A부터 G까지 표기), B업체, C업체에 모두 만점자로 이름을 올렸으며, ‘ㄴ‘학생은 C업체, D업체, G 업체에 이름을 올렸다. 개인정보 공개 비동의로 신상을 명확하게 공개하지 않은 다른 학생 역시도 일부 겹친 영향으로 총 만점자 수를 합하면 31명에 달한다.

물론 도중에 학원을 옮기면서 실제로 복수의 업체에 이름을 올릴 수밖에 없는 경우도 일부 있다. 재수생인 ’ㄴ‘학생의 경우 수험생활 도중에 학원을 옮기면서 재학한 학원이 D학원과 G학원 두 군데였기 때문이다. 하지만 이 학생 역시 온라인으로 수강했던 C업체의 만점자 명단에도 이름을 올리면서 사교육업체의 만점자 마케팅에 활용됐다. 

재학생 만점자인 ‘ㄷ’학생은 A업체와 E업체에 동시에 이름을 올렸다. 실제로 재원한 곳은 E업체였으나 A업체에도 이름을 올린 사례다. 특히 A업체는 본원 재원생인지, 온라인 수강생인지 명확하게 명시하지 않아 수요자의 혼란을 부추겼다는 지적이다. 한 교육계 관계자는 “온라인 수강권만을 끊었다거나, 일부과목 단과강의만 들었다고 해서 ‘우리들이 키워냈다’라고 표현하는 것은 과하다”면서 “같은 논리라면 EBS수능 연계이후 우리나라 수능 만점자 전원은 EBS가 배출했다고 표현할 수 있는거 아닌가”라고 말했다. 

<수시 끝나기 전 신상공개 괜찮을까>
수능 만점자 마케팅에 혈안이 된 입시업체들은 만점자를 ‘돈으로 사오는’ 행태마저 보이고 있다. 가채점 단계에서부터 만점자와 접촉해 홍보마케팅에 활용해도 된다는 마케팅 동의 계약을 체결하고 있기 때문이다. 업체별로 몇천만원에 달하는 금액을 장학금 명목으로 제시하며 ‘자사 만점자’로 홍보하기 위해 경쟁하고 있다는 지적이다. 한 업체의 경우 수능 전 홈페이지를 통해 수능 만점자가 수기와 인터뷰를 제공할 경우 1500만원을 지급한다고 공지를 올리기도 했다. 과목별 만점을 받은 학생에게는 각 20만원을 제공하기로 했다. 

입시업체의 만점자 마케팅으로 인해 사교육이 더욱 성행하는 것 아니냐는 우려도 제기된다. 입시기관을 통해 공부해야 만점을 받을 수 있는 것처럼 호도될 수 있기 때문이다. 한 교육계 관계자는 “마케팅대로라면 수능만점자 중 사교육의 힘을 빌리지 않은 학생은 전무하다시피한 것처럼 보일 수 있다”며 “사교육업체에서 만점자 알리기에 몰두할수록 수능을 앞둔 예비 수험생들과 학부모들은 ‘수능을 잘 보기 위해서는 사교육의 도움이 필수’라고 인식할 우려가 있다”고 말했다.

이 과정에서 불거지는 또 다른 문제는 만점자의 신상이 모두 공개된다는 점이다. 아직 대학별고사를 마무리 하지 않은 대학도 있을 뿐더러 수시합격자 발표는 다음 주인 22일이 돼서야 마무리되기 때문이다. 수시 전형이 채 끝나지 않은 상황에서 대학들까지 모두 만점 여부를 알 수 있다는 점이 바람직하지는 않다는 지적이 제기된다. 한 교육계 관계자는 “‘수시납치’의 행태가 사라졌다고는 하지만 과거 엄연히 만점자 수시납치 사례가 존재했었다”라며 “수시납치 여부를 떠나서 신상이 공개된 채로 대입전형이 진행되는 것은 다시 생각해봐야할 문제”라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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