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대 정원 향배 주목..13개 E등급 학교도 지원 유의

[베리타스알파=권수진 기자] 설립자의 횡령으로 몸살을 앓아왔던 서남대가 내년2월 폐교된다. 교육부는 서남대에 대해 청문 절차 등을 거쳐 2018학년 학생 모집 정지와 대학 폐쇄명령을 내렸다고 13일 밝혔다. 학교법인 서남학원은 서남대 외에 설치/경영하는 학교가 없어 법인 해산 명령도 함께 실시했다. 

서남대는 앞선 8월 폐쇄계고를 거쳐 11월 중 현지조사와 대학 폐쇄 방침이 확정된 뒤 행정예고에 들어갔다. 이달 8일에는 청문을 거쳐 13일 폐쇄명령에 이르렀다. 교육부는 보도자료를 통해 “서남대가 지난 2015년 대학구조개혁 평가에서 최하위 등급인 E등급을 받은 후 타 대학과 달리 정상화를 위한 후속 상시컨설팅을 실시하고 지속적인 자구노력의 기회를 부여했다”며 “서남대는 고등교육기관으로서 학생들의 기본적인 학습권조차 보장해주지 못하는 등 교육의 질을 보장할 수 없는 한계 상황에 직면했고, 제 3의 재정기여자 영입을 통한 정상화방안도 실현하지 못해 폐쇄 절차를 진행하게 됐다”고 설명했다. 

서남대 폐교에 따라 서남대가 가진 49명의 의대 정원의 향배에도 관심이 쏠린다. 현 서남대 재학생의 특별 편입학 대상 학교로 거론되는 대학들은 특별 편입학과 함께 의대 정원도 확대되야 한다는 입장이다. 교육부는 의대정원을 기존 인근 의대에 배분하는 방안, 의대가 없는 대학에 신설하는 방안 등 여러 가능성을 열어두고 검토 중이다. 

서남대가 내년2월 폐교될 방침이다. 교육부는 "서남대가 고등교육기관으로서 학생들의 기본 학습권조차 보장해주지 못하는 등 교육의 질을 보장할 수 없는 한계 상황에 직면했고, 제3의 재정기여자 영입을 통한 정상화방안도 실현하지 못했다"고 이유를 설명했다. /사진=서남대 홈페이지 캡처

<학생수/충원율 저조.. “정상적 학사운영 불가”>
교육부에 따르면 서남대는 그간 감사결과 시정 요구와 3회에 걸친 학교 폐쇄계고 처분에도 설립자의 교비회계 횡령, 불법사용액 등 333억3000만원에 대한 회수와 체불임금 등 미지급금 173억8000만원, 교비회계에서 집행한 부속병원 전담인력 인건비 1억5600만원 보전 등 17건을 이행하지 못하고 있는 상황이다. 

11월 현지조사 당시에는 체불된 교직원 임금이 190억8000만원으로 증가했고 세금 체납액 8100만원 등 미지급금이 206억4000만원에 이르는 것으로 나타났다. 주요재원인 등록금 수입이 지속적으로 감소하고, 수익성 있는 기본재산과 적립금이 없어 중장기적으로 교육환경 개선과 학생지원과 관련한 교육비 투자가 불가능한 상황이라는 판단이다. 서남대의 2015년 등록금 의존율은 93%로 일반대학 평균 54.9% 대비 38.1%나 높다. 

서남대는 현재 학생수도 매년 감소하고 있다. 2013년 2070명에서 2014년 1841명, 2015년 1679명, 2016년 1671명, 2017년 1305명으로 줄어왔다. 2015년 대비 22.3% 줄어든 수치다. 학생 충원율 역시 저조하다. 2017학년 신입생 충원율은 33.9%, 재학생 충원율은 28.2%에 불과하다. 교육부는 “정상적인 학사운영이 불가능하고 고등교육기관으로서 양질의 교육을 기대하기 어려워 청문 등의 절차를 거쳐 대학 폐쇄를 단행했다”고 설명했다. 

<의대 정원 ‘49명’ 어디로 갈까.. >
서남대 의대 정원에 대한 관심도 더욱 커지고 있다. 교육부는 2019학년 의대 정원 49명을 한시적으로 전북 지역 대학에 배정하는 방안을 검토 중이다. 전북 지역에 위치한 의대 운영 대학은 전북대 원광대다. 교육부는 이들 전북지역 대학에서 서남대 의대 재학생을 특별편입 형태로 가져가야 한다는 입장이지만 해당 대학들은 의대 정원 확대를 전제조건으로 내건 것으로 알려졌다. 2018학년 입학정원의 경우 의학교육과정 평가 결과 불인증에 따라 100% 모집정지된 상태다. 특별편입학, 대학 교육여건 등을 고려해 적정 인원이 배정될 수 있도록 추진한다는 방침이다. 

서남대 의대 정원(49명)의 향방에 대학가는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의대 정원은 다른 모집단위와는 달리 대학이 임의로 조정할 수 없다. 교육부가 보건복지부와 협의해 의료인력 수급현황을 종합적으로 고려해 관리하기 때문이다. 그 때문에 의대 설립을 원하더라도 대학 마음대로 신설할 수 없었다. 

서남대 폐교 사태는 의대 폐지의 첫 사례다. 의대 첫 신설을 연대 의대 전신인 국립병원 광혜원으로 보면 1885년 이래 처음 있는 일이다. 그간 대학 통폐합 등으로 명칭만 바뀌어왔다. 교육부 관계자는 “97년 마지막으로 의대가 신설되면서 정원이 증원된 이후 의대 정원 변동이 생긴 것은 처음”이라면서 “여러 자료를 검토해 논의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서남대 인수 경쟁부터 사실상 의대를 둘러싼 경쟁에서 비롯됐다. 의대 정원 확대가 정부의 결단 없이는 쉽지 않은 상황에서 손쉽게 의대를 확보할 수 있는 수단이었기 때문이다. 서남대의 의대 정원은 49명으로 가천대 단국대 대구가톨릭대 성균관대 아주대 울산대 을지대 제주대(40명)보다는 많고 충북대 동아대 인하대 가톨릭관동대 서남대 건양대(49명)와는 동일하다. 시립대와 삼육대 2파전이 무산되면서 두 대학을 제외한 나머지 대학들도 조심스레 의대 정원이 자교에 유치돼야 한다는 의견을 피력하고 있다. 

서남대가 가진 49명의 정원은 이미 의대를 가지고 있던 대학의 정원을 늘리는 방법이나 의대가 없던 대학에 새로 신설하는 두 가지 방안으로 나뉜다. 의대 보유 대학으로 흡수되는 경우 서남대와 동일한 전북 소재 대학인 전북대와 원광대로 흡수되는 방안이 유력하다고 점쳐진다. 지역 안배를 고려해 의대 정원이 배분된 만큼 기존 전북 인원을 그대로 안고 가야 하지 않겠냐는 시각이다. 학생들의 학습권 보호를 위해 마련된 특별 편입학 제도를 통해 폐교된 대학 재학생들을 인근 대학으로 편입시킨다는 점도 고려된다. 하지만 교육부는 가능성을 열어두고 있다는 입장이다. 교육부 관계자는 “가능성은 열려있는 상태”라면서 “어느 지역에 어떤 식으로 배정할지 구체적인 사항은 의료인력수급을 종합적으로 고려해 결정하게 된다”고 밝혔다. 

제3의 방안으로 보건복지부가 추진해온 국립보건의대의 설립 가능성도 배제할 수는 없다. 그간 보건복지부가 의사 수 부족 문제와 의료취약지역에 대한 공공보건인력 확충이 필요하다는 이유로 국립보건의대를 설립해야 한다고 주장해왔기 때문이다. 

4월 전혜숙 의원이 개최한 ‘의료취약지 공공보건인력 확충 및 지원을 위한 정책토론회’에서는 보건복지부 권준욱 공공보건정책관이 참석해 인력 부족 문제를 지적했다. 의사 수를 늘리고 공중보건의사제도와 국립보건대학을 설립하는 정책을 마련해 문제를 해소해야 한다는 주장이다. 권 정책관은 “국립보건대학을 설립해 의료취약지를 가고 싶어 하는 사명감 있는 의사를 배출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국립의대를 설립할 경우 사회/경제적 비용 편익이 크다는 연구결과도 있다. 서울대 의대 오주환 교수는 지난해 국립보건의료대학 설치에 따른 사회적/경제적 비용-편익 분석결과를 공개했다. 연구는 국립보건의료대학 설치비와 운영비용, 학비와 생활비를 비용으로 계산하고 국립의대에서 배출되는 의사 충원으로 나타나는 건강 편익을 비교했다. 비용과 편익을 비교한 결과 최소 1.47배에서 많게는 8.6배까지 효과를 얻을 수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의료계의 입장은 다르다. 대한의사협회는 오히려 의사 수를 줄여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보건복지부가 요구한 ‘2019 보건의료학과 입학정원 산정 관련 의견’에 입학정원을 축소해야 한다고 밝혔다. 의협은 “국가마다 의료환경과 국민 의료서비스 이용에 대한 성향, 의료제도 등 의료 전반적 시스템 차이와 더불어 사회문화적 차이가 있음에도 그간 정부는 OECD에 기반한 단편적 근거로 우리나라 의사 수가 부족하다는 주장을 제기하고 있다”고 비판했다.
 
<서남대 재학생..인근대학 특별 편입학>
서남대 폐교 명령에 따라 기존 재적생들은 인근의 다른 대학으로 특별 편입학 조치된다. 학부생 재적생 1893명(재학생 1305명, 휴학생 588명), 대학원생 138명(재학생 75명, 휴학생 8명, 수료생 55명)이 대상이다. 남원/아산캠 구분 없이 전북/충남 지역 소재 대학의 동일/유사학과로 특별 편입학하게 된다. 특별 편입생은 졸업 시까지 한시적으로 별도정원으로 인정된다. 

의예과/의학과 제적생의 경우 지역별 의료인력 수급 등을 고려해 전북 지역 대학으로 편입학을 추진 중인 상황이다. 의예/의학을 포함한 간호학과는 고등교육법 제11조의 2에 따라 의학교육과정/간호교육과정 평가인증 요건을 고려해 편입생을 선발한다.

해당 지역 대학에 편입 가능한 동일/유사학과가 없거나 수용 가능 인원이 부족할 경우 지역을 확대하게 되고 대학별 편입 인원은 편입대학(학과)에서 수용 가능한 범위 내에서 이뤄진다. 모집방식은 면접, 학점 등 대학별 자체 심사기준에 의해 선발하되 필기시험은 실시하지 않고 편입학 전형료도 징수하지 않도록 할 방침이다. 학군단은 학군단이 설치돼있는 인근대학 동일/유사학과로 편입한다. 축구 야구 등 팀 종목 운동부의 경우 전국 단위 대학으로 단체 이동도 허용한다. 

편입학 대상 대학은 선발 심사 기준, 선발시기/횟수, 선발학과/인원 등을 포함한 자체 특별 편입학 세부 추진계획과 모집요강을 수립해 한국사학진흥재단과 편입대학 개별 홈페이지를 통해 공고할 예정이다. 군 복무 중인 휴학생의 경우 개별부대로 특별 편입학을 안내하고, 연락처 부재로 안내가 어려운 학생들에 대해서는 법적 주소지로 진학 절차를 안내한다. 

수험생들은 서남대 지원이 불가한 점에 유의해야 한다. 올해 정시모집 지원이 불가하며 이미 서남대 수시모집에 지원한 학생들도 타 대학 전형을 준비해야 한다. 

<서남대 각종 정부 재정평가 낙제점 받아>
서남대의 위기는 설립자 이홍하씨의 횡령비리에서 비롯됐다. 1000억 원대 교비를 횡령한 혐의로 기소돼 지난해 대법원에서 징역 9년이 확정됐다. 이씨는 2007년 1월부터 2012년 8월까지 공사대금을 가장해 대학 4곳의 교비 898억원과 자신이 설립해 운영한 건설회사 자금 105억원 등 총 1003억원을 횡령한 혐의로 구속 기소됐다. 설립 대학 교직원의 사학연금 개인부담금 2억4000여 만원을 사학연금에 내지 않고 직원 급여 등으로 쓴 업무상 횡령 혐의, 318억원 상당의 매출과 98억원 상당의 매입이 있는 것처럼 가짜 세금계산서를 만든 허위세금계산서 교부 혐의 등도 받았다. 

서남대는 최근까지도 각종 교육부 평가에서 가장 낮은 등급을 받아왔다. 2015학년 대학구조개혁평가 1주기에서는 최하위인 E등급을 받았다. 서남대를 포함해 E등급을 받은 13개 대학은 2주기 평가에서 Z등급을 받을 경우 완전 퇴출될 가능성도 있다. 서남대는 국가장학금이 Ⅰ유형과 Ⅱ유형 모두 제한되고 학자금대출도 100% 제한되는 강도 높은 규제를 받게 됐다. 

2016 교원양성기관평가에서는 E등급을 받아 폐지 처분을 받았다. 당장 2018학년 입시부터 적용되는 사안이다. 2015학년부터 시작돼 지난해 2차년도를 맞은 교원양성기관평가는 사범대가 설치돼있지 않은 일반대의 교육과와 교직과정, 교원양성과정과 재교육과정을 지닌 교육대학원 등 총 107개교 285개 기관을 대상으로 했다. 이 평가에서 C등급 기관은 30%, D등급 기관은 50%의 정원을 감축해야 하며 E등급 기관은 교원양성기관을 폐지해야 한다. E등급을 받은 기관은 총 16개로 이 중 서남대가 포함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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