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상곤 득세에 힘도 명분도 떨어져'..'대국민 사기극' 비난 급등

[베리타스알파=윤은지 기자] 교육계 숙원인 국가교육위원회로 나아갈 징검다리 역할로 기대를 모았던 국가교육회의가 드디어 출범했지만 전문가들 사이에선 ‘속 빈 강정’이라는 강도 높은 비판이 나오고 있다. 당초 교육회의에서 중장기 과제로 논의하기로 했던 외고 국제고 자사고의 일반고 전환, 고교학점제 시행, 교육부의 초중등교육 권한 교육청 이양 문제 등 굵직한 현안들의 향배가 이미 교육부 차원에서 결정된 때문이다. 정권이 바뀔 때마다 뒤집히는 교육정책으로 누적된 교육수요자들의 피로를 해소하고 긴 안목에서 교육정책의 방향을 제시하겠다는 본래 의도는 사라진 지 오래다. 권한을 대폭 축소하겠다던 교육부는 장관 임명 이후 동시다발적으로 기존 정책들을 뒤엎으며 오히려 몸집을 키우고 있다. 

국가교육회의의 역할에 대해 의구심을 품는 시선이 짙다. 그간 의심쩍은 정부의 행보에 이어, 12일 열린 대입정책포럼에서 공개한 새 정부 교육정책에선 '고교체제 단순화' '고교학점제 시행' '논술/특기자 전형 폐지' 등 주요현안에 대한 방향이 이미 정해졌다. 수능 개편, 내신 절대평가 도입 등의 현안이 남아있긴 하지만 학종에서 자소서를 폐지한다는 등 김상곤 부총리가 대입에도 광범위하게 관여하고 있는 탓에 국가교육회의가 과연 할일이 남아 있는 것인지 조차 의구심이 드는 상황이다.  

당초 7월 출범하기로 했던 교육회의가 차일피일 출범을 미루면서 '여론무마용 피난처' 역할을 해왔다는 지적도 뒤따랐다. 한 교육 전문가는 “외고 국제고의 일반고 전환 논란을 시작으로, 교육계를 둘로 가른 2021수능 개편, 내신 절대평가 도입 등 불리한 여론이 격화될 때마다 교육부는 국가교육회의 의제로 넘길 것이라며 반대여론을 무마해왔다. 그러다 여론이 가라앉을 때쯤 갖가지 꼼수로 일방적 정책결정을 단행해온 것이 지금까지 교육부가 보인 행태”라고 꼬집으며 "출범 당시부터 정책결정기구가 아닌 자문기구인 탓에 ‘반쪽자리’라는 지적을 받아왔는데, 대통령이 아닌 민간위원이 의장을 맡아 이제 와서 출범한들 얼마나 영향력을 발휘할 수 있는지 의문”이라고 강도 높게 비판했다.   

교육계 숙원인 국가교육위원회로 나아갈 징검다리 역할로 기대를 모았던 국가교육회의가 13일 출범했지만 전문가들 사이에선 ‘속 빈 강정’이라는 강도 높은 비판이 나왔다. 당초 교육회의에서 중장기 과제로 논의하기로 했던 외고 국제고 자사고의 일반고 전환, 고교학점제 시행, 교육부의 초중등교육 권한 교육청 이양 문제 등의 굵직한 현안들의 향배가 이미 교육부 차원에서 결정된 때문이다. /사진=베리타스알파DB

<‘정권초월’ 교육위 위한 징검다리?.. 명분도 힘도 잃은 국가교육회의>
논란 끝에 출범은 했지만 국가교육회의를 향한 시선은 따갑다. 당초 국가교육회의로 미뤄뒀던 주요 현안들이 이미 교육부 차원에서 결론이 났기 때문이다. 

국가교육회의의 본질을 이해하기 위해선 국가교육위원회가 등장한 배경을 살펴야 한다. 대선 당시 홍준표 당시 자유한국당 대선 후보를 제외한 모든 후보가 국가교육위원회 설치에 대한 찬성 입장을 표명했다. 정권에 따라 손바닥 뒤집듯 휘둘리는 교육정책으로 극에 달한 수요자들의 피로를 해소하고, 주요 교육정책을 중장기적 안목에서 심도있게 논의해야 한다는 데 공감했기 때문이다. 당시 후보들은 교육부를 폐지하고 교육위를 설치해야 한다는 데 입을 모았다. 교육위 설치에 대해 가장 보수적인 입장을 표명한 문 대통령은 장기적으로 교육위를 설치하되 집권 초기에는 교육위로 나아가기 위한 징검다리 역할로 국가교육회의를 운영하겠단 방침을 밝혔다. 더불어민주당 공약집에선 ‘집권 초기 교육개혁 추진을 위한 대통령 직속 국가교육회의 설치’ ‘장기적으로 중장기 국가교육정책 논의를 위한 독립기구인 국가교육위원회 설치 추진’ ‘초중등교육은 시도교육청과 단위학교로 권한을 이양하고 교육부는 고등/평생/직업교육 중심으로 기능 재편’하는 등 교육거버넌스를 개편을 추진하겠다고 밝혔다. 

당선 이후 공개한 국정운영 5개년 계획에서는 올해 안에 국가교육회의를 설치하고 의견 수렴을 거쳐 단계적 고교체제 개편을 추진한다는 내용이 담겼다. 고교체제 개편이란 외고 국제고 자사고의 일반고 전환, 일반고와 입시 동시 실시 등을 말한다. 2019년에는 중장기 교육정책 수립을 위한 국가교육위원회 설치를 추진한다는 계획도 포함됐다. 

교육부 기능을 대폭 축소하고 국가교육회의를 중심으로 주요 현안들을 처리해 나가는듯한 뉘앙스를 풍겼지만 기대와 달리 국가교육회의는 출범부터 난항을 겪었다. 최초 국가교육회의 출범이 가시화된 시점은 정권 출범 이후 두 달 남짓한 시점인 7월이었다. 당시 교육부 관계자는 대통령 인수위원회 역할을 맡은 국정기획자문위와 교육부 창조행정담당과에서 국가교육회의 구성방안이 논의되고 있다며 제반 절차를 거쳐 대통령이 재가하면 확정될 것이라고 밝혔다. 당시 교육계는 빠르면 7월말 늦어도 8월초에는 국가교육회의가 정상 출범할 것으로 예상했다. 이 때만 하더라도 의장은 대통령이 맡는다는 데 의심의 여지가 없었다. 

예상과 달리 국가교육회의 출범은 계속 늦어졌다. 8월에도 별다른 진행상황이 없던 국가교육회의는 대통령이 의장을 맡지 않을 것이란 얘기가 나오는 가운데 9월 중순경이 돼서야 발족을 위한 준비단 활동이 시작됐다는 얘기만 전해졌다. 9월 ‘국가교육회의의 설치 및 운영에 관한 규정안’이 국무회의를 통과했다는 소식이 알려졌지만 눈에 띄는 진척이 없었다. 대통령이 9월말 신인령 전 이화여대 총장을 의장으로 위촉하면서 본격적인 설립가도에 오르는 듯했지만 이마저도 교육회의 인선을 마무리하고 정식 출범을 하기까지 두 달이 넘게 소요된 셈이다. 

<의도적 출범 지연?.. '실세' 교육부 독단 횡행>
그 사이 국가교육회의가 중장기 과제로 다룰 주요 교육정책들이 교육부에 의해 독단적으로 결정됐다. 문 대통령이 교육공약으로 제안했던 외고 국제고 자사고 폐지는 출범 이후 높은 지지율과 달리 상당한 반발을 불러일으킨 사안이다. 문 대통령 당선에 힘입어 평소 외고 자사고 폐지에 긍정적 입장을 보인 진보교육감들이 폐지를 공언했기 때문이다. 이에 전국 46개 자사고 교장들이 자사고가 생겨난 이래 처음으로 한 자리에 모여 성명서를 발표하기도 했다. 자사고는 물론 전국 외고 국제고 교장들도 잇따라 반대성명을 냈다. 외고 자사고 학부모가 서울 보신각에서 외고 자사고 폐지 반대집회를 여는가 하면 외고 자사고 동문들이 들고 일어나는 등 반발 여론이 급속도로 번졌다. 이에 당시 교육부 장관에 임명되기도 전이었던 김상곤 교육부 장관이 인사청문회 자리에서 고교체제 개편을 국가교육회의로 넘기겠다고 답변하면서 무마되는듯했다.  

장기과제로 넘어간 것으로 여겨졌던 고교체제 개편 의제는 김 부총리의 초중등교육법 시행령 개정 논의로 한순간에 뒤집혔다. 김 부총리는 10월 세종정부청사에서 열린 교육부기자 간담회에서 올 하반기 추진할 주요정책으로 ‘외고 자사고 일반고 고입 동시실시’를 꼽았다. 거센 반대여론에도 불구하고 외고 자사고 폐지수순을 밟겠다는 입장으로 읽히면서 갈등이 재연되기 시작했다. 지난달 초중등교육법 시행령 개정안을 입법예고하면서 이 같은 방침은 기정사실화됐다. 임명 후 ‘모르쇠’로 일관하더니 시행령 개정을 강행하면서 사실상 고입 동시선발 문제의 결론을 내린 셈이다. 교육부는 선발시기 조정은 고교유형의 폐지나 존립 문제와는 관련이 없다며 교육회의에서 다룰 의제가 아니라고 주장하지만 궁색한 변명에 지나지 않다는 게 전문가들의 인식이다. 정권에 따라 급변하는 교육정책을 무마하고자 열망했던 교육위의 필요성이 절실해진 동시에 교육계 고질적 병폐가 재현된 셈이다. 

적극적으로 추진하던 고교학점제도 현장의 반대에 부딪히면서 교육회의 의제로 넘어간 사안 가운데 하나다. 2015 개정 교육과정 도입과 함께 각 시도교육청이 TF팀을 결성하면서 박차를 가했지만 고교 현장에선 교원 수급문제, 시설 확보 등 산적한 선결과제들을 언급하며 회의론을 제기했다. 국정기획자문위와 교육위 의원들이 고교학점제 모델학교로 찾았던 도봉고의 경우 전교생이 340명 남짓한 소규모 학교인데다 교사 수가 충분히 확보된 상태였다. 당장 고교학점제를 위해 투입할 재원도 분명하지 않다는 지적도 나왔다. 설상가상으로 공공부문 일자리 확대를 공약으로 교사 임용이 확대될 것이란 기대는 임용대란과 함께 희망사항에 그쳤다. 

초중등교육 권한을 교육부에서 교육청으로 이양하는 문제도 국가교육회의에서 다뤄야 할 사안으로 꼽혔다. 진보 성향으로 분류되는 교육감들이 강하게 요구하고 있는 데다 정부도 계속해서 긍정적 반응을 보인 사안인 탓에 실현 가능성이 높다고 평가됐다. 하지만 단위학교의 자율성이 뒤따르지 않을 경우 교육감의 권한 독점 문제가 우려된다는 지적이 있다. 교육정책의 연속성과 정치 배제의 관점에서 교육감 직선제 폐지를 주장하는 목소리가 존재하는 만큼 지나친 권한 확대는 경계해야 한다는 우려다. 

초중등교육 권한이양 문제 역시 중장기 논의가 필요한 의제임에도 교육부는 아랑곳하지 않고 독단적 밀어붙이고 있는 상황이다. 김 부총리는 12일 정부서울청사에서 열린 제2회 교육자치정책협의회에서 교육자치를 강화하는 내용이 담긴 ‘교육자치 정책 로드맵’을 심의 의결했다. 이 가운데 교육감이 외고 국제고 자사고를 지정하거나 지정을 취소할 때 거쳐야 할 교육부 장관의 동의 절차를 폐지하면서 논란을 불러왔다. 교육감 권한을 확대하는 것을 넘어서 외고 국제고 폐지 논란과도 연결되는 사안인 탓에 분쟁이 예상된다. 같은 날 자사고교장단은 기자회견을 열어 고입 동시실시에 대한 강도 높은 반대의견을 표명했다. 교육부의 이 같은 조치가 신뢰보호의 원칙을 위반하는 것이라며 헌법소원도 불사할 것이란 의지를 드러냈다. 정부가 자사고를 지정할 당시 연간 40억원 상당의 재정결함보조금을 받지 않는 대신 ‘교육과정 자율성’과 ‘전기 선발권’을 보장하기로 해놓고 정권이 바뀌었다며 일방적으로 정책을 바꾸는 것에 대해 성토했다.  

국가교육회의를 두고 ‘대국민 사기극’이라는 비판이 나온 배경이다. 비대해진 교육부의 권한을 축소하고 정권에 따라 휘둘리는 교육정책을 막고자 ‘정권초월’ 교육위를 신설하겠다던 애초 교육계의 열망은 온데간데없다. 해를 넘기기 전 교육회의가 출범되긴 했으나 7월 장관 임명 이후 5개월이 채 지나지 않은 사이 교육부의 영향력은 더 커졌다. 교육회의 나아가 교육위에서 결정한 정책의 집행기관 수준으로 축소가 예상된 교육부는 오히려 이전보다 비대해졌다. 중장기 현안들을 미뤄뒀던 국가교육회의는 사실상 빈 껍데기에 불과하다는 평가가 나오는 이유다. 

<신인령 의장.. "연내 첫 회의 열 예정">
중장기 교육정책을 정부에 제안하는 역할을 맡은 대통령 직속 자문기구인 국가교육회의가 민간위원 구성을 마무리하고 13일 정식 출범했다. 청와대는 보도자료를 통해 인선된 11명의 민간위원을 공개하면서 “교육혁신, 학술진흥, 인적자원개발 및 인재양성 등에 관해 전문적 지식이나 경험이 풍부한 민간전문가”라고 밝혔다. 청와대측의 설명과 달리 교육계는 현직 교사 한 명 없이 대학 교수들이 주축을 이룬 인선을 지적했다.  교육정책 당사자인 교사와 학부모를 배제한 탓에 교육계 전문가들은 '탁상머리' 교육정책이 나올 것 같다고 우려했다. 

민간위원에는 ▲강경숙 원광대 중동특수교육과 교수 ▲강남훈 한신대 경제학과 교수 ▲권호열 강원대 컴퓨터학부 교수 ▲김대현 부산대 사범대 교수 ▲김정안 서울교육청 학교혁신지원센터장 ▲김진경 전 대통령비서실 교육문화비서관 등이 위촉됐다. 이와 함께 ▲박명림 연세대 대학원 지역학협동과정 교수 ▲장수명 한국교원대 교육정책전문대학원 교수 ▲장옥선 전 구리남양주 교육지원청 교수학습국장 ▲황선준 경남 교육연구정보원장 등이 임명됐으며 상근위원으로는 ▲조신 경기교육재정계획심의위원회 위원이 인선됐다. 의장 포함 위촉위원 임기는 1년이며 연임이 가능하다. 

진보 성향 인사가 대부분으로 교육관련 전문성과 대표성이 떨어진다는 '코드인사' 논란도 나오고 있다. 조신 위원은 지난 18대 대선 당시 문재인 후보 비서실 정책팀장을 맡았던 인물이다. 이전에는 참여정부에서 국정홍보처 정책홍보관리관을 맡았고 현재는 노무현재단 운영위원, 더불어민주당 정책위원회 부의장을 맡고 있다. 2015년에는 분당갑 국회의원 예비후보로 출마했는데 당시 김 부총리가 후원회장으로 나서기도 했다. 교육 전문가보다는 정치인이라는 평이 압도적이다. 강남훈 한신대 교수는 경제학 교수로 교육정책과 연관성이 떨어진다. 진보 네트워크 운영위원으로 활동하며 진보성향 정책으로 인식되는 기본소득의 대표적 학자다. 2011년 '제학자, 교육혁신을 말한다'는 저서를 집필, 교육관련 활동으로 볼 수 있지만 이 책의 공저자가 김 부총리라는 점에서 코드인사는 피할 수 없다. 교육 관련 전문가라고 할 수 있는 위원들도 대부분 진보인사인 것으로 나타났다. 김진경 전 교육문화비서관은 전고죠 창립의 핵심 역할을 했으며, 전교조 초대 정책실장을 지냈다. 참여정부 당시 청와대 비서관으로 활동하며 교육정책을 총괄했다. 김정안 서울교육청 학교혁신지원센터장도 참여정부 시절 인물로 분류된다. 참여정부 당시 대통령 직속 교육혁신위원회에서 전문위원을 역임한 혁신학교 연구 전문가로 알려져 있다. 

지난 9월 의장에는 신인령 전 이화여대 총장이 위촉됐다. 당초 국가교육회의는 대통령이 의장을 맡고 장관, 민간 교육전문가들과 함께 중장기 교육정책을 논의할 예정이었지만 대통령이 민간 위원 중 1명을 의장으로 위촉하는 것으로 변경됐다. 민간 중심으로 운영해 의사결정의 효율성을 높이겠다는 취지였으나 교육계에선 굵직한 교육사안의 향배를 결정할 국가교육회의가 동력을 잃고 유명무실해지는 것이 아니냐는 의구심을 제기했다. 

국가교육회의는 위촉 위원과 당연직 위원으로 구성된다. 당연직 위원은 김상곤 교육부총리, 김동연 경제부총리, 박능후 복지부 장관, 김영주 노동부 장관, 정현백 여성부 장관, 김수현 청와대 사회수석, 이재정 전국시도교육감협의회 의장, 장호성 한국대학교육협의회 의장, 이기우 한국전문대학교육협의회 회장 등 9명이다. 

신 의장은 “위원 구성이 완료됐으니 국민이 공감할 수 있는 교육정책이 수립되도록 지원하는데 최선의 노력을 다하겠다”라며 올해 안에 첫 회의를 열겠다고 밝혔다. 국가교육회의 위원들은 중장기 교육정책의 방향과 주요 교육정책, 교육거버넌스 개편 등을 논의하게 된다. 청와대 측은 “문재인 정부 초기 교육정책 수립 기반을 민주적이고 효율적으로 조성해 국민의 교육혁신 요구에 부응하고, 다양한 의견수렴을 통해 교육정책의 공감대와 합리성을 제고하는 데 큰 역할을 할 것으로 기대된다”라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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