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종 폐지보다 개선'.. 학종규모, 수능 절대평가 엇갈린 시각

[베리타스알파=권수진 기자] 학종을 폐지하기보다는 장점을 살리는 방향으로 개선해나가야 한다는데 교육계 전문가들이 입을 모았다. 12일 서울교대 종합문화관에서 열린 ‘대입제도 개편을 위한 제1차 대입정책포럼’에서는 학종과 수능을 중심으로 대입제도 전반에 대한 열띤 토의가 진행됐다. 

발제자로 참여한 권오현 서울대 교수는 “학종이 학교교육을 긍정적으로 변화시키고 있음을 부인할 수 없다”면서 “학종을 ‘한국형 입시브랜드’로 정립해가는 노력을 해야 한다”고 말했다. 권오현 교수는 서울대 입학본부장을 지내면서 서울대 입시 틀을 학종으로 구현한 실질적 인물로 평가된다. 이날 발제자 대부분 학종이 가진 긍정적 효과에 대해서는 의견을 모았다. 다만 문제점으로 거론되고 있는 비교과 형평성 문제, 공정성/신뢰도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서는 개선이 필요하다고 봤다. 

수능 절대평가를 두고도 의견이 오고갔다. 강경래 대구가톨릭대 입학처장은 변별력 문제를 가장 우려했다. 수능의 변별력이 떨어지면 면접, 논술 등 다른 평가요소를 도입할 수밖에 없고 이는 곧 수험생의 부담으로 되돌아온다는 지적이었다. 반면 김승현 사교육걱정없는세상 정책위원장은 동점자에 한해 서열화된 점수를 활용하면 변별력 문제를 해결할 수 있다고 주장했다. 

이날 토론에서는 학종 축소를 놓고 날선 공방이 오고가면서 분위기가 격화되기도 했다. 이종배 공정사회를위한국민모임 대표는 “현 대입제도는 실력을 길러도 원하는 대학에 간다는 보장이 없다”며 “학종은 입학 고교 수준따라 대학이 달라지기 때문에 불공정하다”고 비판했다. 이에 대해 백상철 전국진학지도협의회 충북지부 회장은 ‘학생부종합전형 3년의 성과와 고교교육의 변화’ 심포지엄에서 발표된 학종의 성과를 인용해 반박했다. 학종은 수도권/비수도권의 격차가 타 전형 대비 가장 적게 나타나는 등 공정한 전형이라는 것이다. 이에 대해 이 대표는 “오늘 처음 보는 자료”라며 “신빙성 있는 자료냐”고 반박해 객석에서는 실소가 터져나오기도 했다. 4월 열린 ‘학생부종합전형 3년의 성과와 고교교육의 변화’ 심포지엄은 고려대 연세대 서강대 성균관대 한양대 중앙대 경희대 한국외대 숙명여대 서울여대의 10개대학의 입학처장단이 모여 전형별 입학생 6만5376명의 성적을 분석해 발표한 자리다. 분석결과에 따르면 학종을 비롯한 학생부위주전형이 학교유형 가운데 일반고, 소득별로 저소득층, 지역별로 읍면지역 출신 학생들이 가장 많아 대입전형 가운데 최고의 사회균형기능을 갖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대입제도 개편에 대한 뜨거운 관심에도 불구하고 막상 이날 객석은 빈자리가 더 많았다. ‘최강 한파’로 불릴 만큼 추운 날씨였던데다 13일 정시박람회를 하루 앞둔 날이었던 영향으로 분석된다. 한 교육계 관계자는 “포럼 내용에 관심이 있었을 대학 입학처 관계자들은 다음날 정시 박람회를 준비하느라 바쁜 일정이었던데다, 수시 일정도 채 마무리되지 않은 시점이어서 참석하기 힘들었을 것”이라고 말했다. 

포럼은 4차까지 이어질 예정이다. 1월말 ‘대입전형 단순화’를 주제로 2차 포럼을 실시한 뒤, 2월 초 ‘학생부종합전형 개선’, 2월 말 ‘대입 공정성’을 주제로 진행할 방침이다. 

교육계전문가들이 모여 대임제도 개편을 논의한 '대입제도 개편은 위한 제1차 대입정책포럼'에서 학종은 폐지보단 장점을 살리는 방향으로 개선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주를 이뤘다. /사진=베리타스알파DB

<학종 개선 방안..“교과/비교과 이분법 벗어나야”>
학종의 경우 개선이 필요하다는데 의견을 모았지만 방향에 있어서는 차이를 보였다. 권오현 서울대 교수는 우선 학종의 많은 문제점도 노출됐지만 학교교육을 긍정적으로 변화시키고 있음을 부인할 수 없다고 말했다. 학종을 ‘한국형 입시브랜드’로 정립해가는 노력을 계속해야 한다고 봤다. 권 교수는 “학종 도입 후 학교 차원에서는 학교교육 중심의 대입전형이 자리잡아가고 교실수업에 긍정적 변화가 나타나고 있다”며 “학생 차원에서는 교실 수업에 임하는 학생들의 태도가 바뀌고 학생의 자기주도적 교내활동 참여가 늘어나고 자신의 진로를 진지하게 고민하기 시작했다는 평가를 받는다”고 말했다. 

학종 개선을 위해서는 비교과활동보다 수업을 통한 교과외 활동이 바람직하다고 봤다. 권 교수는 “대학입시를 겨냥한 보여주기식 비교과 활동이 아니라, 학생이 교실 수업과 연동해 자신의 관심사를 스스로 확정해가는 방식의 교과외 활동이 바람직하다”고 설명했다. 비교과활동을 지나치게 강조하면 학교나 지역 여건에 따라 유불리가 발생할 수 있다는 점도 덧붙였다. 

비교과 전체를 제외하자는 것이 아니라, 비교과를 분리하는 방식에 대한 문제제기라는 부연설명도 덧붙였다. 김혜남 문일고 교사가 “현재 학생부개선방안 등으로 비교과가 계속해서 축소되고 있는데 어느 정도까지 축소해야 하는지” 질문한 데 대한 답변으로 권 교수는 “현재 수업은 교과역량 위주로 키우고, 핵심역량은 교실 밖에서 키워야 한다는 이분법이 잘못됐다는 것”이라며 “교실을 중심으로 비교과와 순환해 연동되도록 하는 것이 맞다고 본다”고 설명했다.  

학종이 평가기준으로 삼는 ‘학교생활충실도’는 ‘교실활동충실도’가 돼야 한다고 봤다. 교실수업에 참여하는 형태와 태도, 성취 결과가 학생부에 기록되고 이것이 학종의 핵심 평가대상이 돼야 한다는 것이다. 쉬운 과목만 수강해 높은 등급을 받은 학생보다는 미래 진로에 맞게 교실수업에 충실히 임한 학생들이 학종을 통해 보상받을 수 있다는 설명이다. 

강경래 대구가톨릭대 입학처장은 학종의 도입 취지는 긍정적이지만 학종의 적정 비율을 유지해야 한다고 봤다. 강 입학처장은 “교과와 비교과를 아우르는 학종에서 비교과를 통한 격차를 무시할 수 없다”면서 “격차 해소를 위한 적극적인 노력이 필요하다”고 진단했다. 수도권과 지방의 비교과 불균형도 지적했다. 강 입학처장은 “지방 사립대에서도 학생의 가능성을 보려고 하지만, 비교과 활동 불균형에 따라 학생부만으로 확인하기 어려운 현실”이라며 “추가로 면접을 실시하지만, 면접만으로 확인하기도 어렵다”고 말했다.

강 입학처장은 ‘지방 사립대’의 관점에서 바라본 학종은 ‘수도권 집중화 현상’의 문제점을 안고 있다고 봤다. 강 처장은 “학종을 지원하는 학생들은 대부분 수도권 대학을 목표로 준비하고 있다”며 “지방 국립대를 제외한 지방소재 사립대들은 지원 우선순위에서 후순위에 위치하게 된다”고 말했다. 지방의 경우 학종은 ‘교과 성적이 낮은 학생이 지원하는 전형’으로 인식되고 있다는 지적도 덧붙였다. 

<“학종의 긍정적인 부분 살려야”>
학종에 대한 거부감은 과거의 주축 세력과 미래 세대 간의 충돌이라는 관점도 제시됐다. 김겸훈 한남대 입학사정관은 “정량화에 의한 서열화와 획일화에 익숙한 굴뚝산업사회를 이끈 주역들의 인식구조로는 학종의 ‘과정도 중요하게 보는’ 새로운 전형방법이 잘 납득되지도 않고, 매우 불합리하고 불공정한 방법으로 받아들여진 것”이라며 “이들은 교육부문에서 일고 있는 새로운 시대로의 패러다임 전환을 강하게 비난하는 것을 넘어 일부에서는 과거의 학력고사 시절로 돌아가자는 극단적 주장까지도 나오고 있는 판국”이라고 지적했다. 

학종의 전신인 입학사정관제도가 도입된 이유는 기업들이 향후 정보사회를 넘어 새로운 기업환경이 도래할 것임을 예견하고 요구한데서 비롯된 변화였다고 진단했다. 김 입학사정관은 “기업들은 굴뚝산업시대와는 전혀 다른 인재상을 제시해 정부와 대학 등 인재양성기관에 그런 인재의 배출을 강하게 요구해왔다”며 “기업들은 인재의 핵심 덕목으로 창의, 글로벌, 도전, 열정 등을 꼽으며 그에 합당한 인재를 선발해오고 있다”고 말했다.   

학종 축소로 수능이 확대되면 교육 현장이 황폐화될 수 있다는 지적도 있었다. 김혜남 문일고 교사는 “학종이 확대된 것은 수능의 문제점이 많았기 때문”이라며 “교사의 일방적인 수업, 문제풀이 위주의 수업에 대한 지적으로 학종이 발달됐다”고 분석했다. 

<수능 절대평가..“변별력 저하”vs"동점자 서열화 점수 이용하면 돼“>
수능 절대평가에 대해서는 변별력 저하 우려가 가장 컸다. 첫 번째 발제자로 참여한 강경래 대구가톨릭대 입학처장은 “절대평가 확대는 학생선발의 변별력이 약화됨에 따라 수시/정시에 면접, 논술 등 추가적인 전형요소를 도입하게 돼 수험생의 부담이 더욱 가중될 것”이라고 봤다. 

공정사회를 위한 국민모임 이종배 대표 역시 변별력 저하를 지적했다. 이 대표는 “대학은 정시전형에 의한 학생 선발을 기피하게 돼 정시의 폐지를 초래하게 된다”며 “선발요소로서 의미를 가지려면 상대평가 성격을 가질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2021 수능 개편 공청회에서의 안성진 성균관대 전 입학처장 발언을 인용해 “수능 전과목 절대평가를 시행할 경우 정시에서 수능으로는 선발이 불가능해 다른 전형요소를 복합적으로 적용해야 하며, 학생부교과반영이 가장 합리적인 대인이지만 그럴 경우 결국 수능전형이 무의미하게 된다”고 말했다.

절대평가로 인한 변별력 저하 우려에 대해서 사교육걱정없는세상 김승현 정책위원장은 동점자 처리에서 서열화된 점수를 활용하면 된다고 반박했다. 김 위원장은 “학생 선호가 높은 주요대학 정시전형은 수능만으로 학생 선발이 불가능하다는 의견이 다수”라며 “동점자 처리 방안으로 원점수 백분위 표준점수 등 서열화된 점수를 활용할 것을 제안한다”고 말했다. 

현 수능 방식으로는 학교 교육이 전통적 암기 방식에서 벗어나기 어렵다는 의견도 있었다. 권오현 서울대 교수는 수능을 전과목 절대평가로 전환하거나, 서술형 문항/논술을 도입하는 두 가지 방안을 제시했다. 첫 번째 방안은 현 체제처럼 객관식으로 운영하되 전 과목 절대평가로 전환한 후 대학에 따라 절대평가 등급을 반영하거나 자격 수준으로 활용하는 방안이다. 권 교수는 “점수에 따른 서열화를 방지하는 대신 수능을 전국 단위로 학력을 비교하는 근거 자료로 활용할 수 있다”고 말했다. 변별력 문제는 정시에 면접이나 학생부교과를 활용하면 된다고 봤다. 

두 번째 방안은 중국이나 일본처럼 서술형 문항이나 논술을 도입한 후 지금처럼 정시의 수능100% 전형으로 활용하는 방안이다. 논술형 수능을 국가 수준에서 채점하기 어려우면 국가는 객관식 부분만 채점하고 논술은 정시 지원 대학에서 맡아 진행하는 방식도 생각해볼 수 있다고 제안했다. 

<“교과 학종 수능 논술 실기”, 5개전형 유지해야>
지나친 대입전형 간소화는 신중해야 한다는 의견도 있었다. 김겸훈 한남대 입학사정관은 학생부교과 학생부종합 수능 논술/적성 실기의 5개 트랙은 그대로 유지돼야 한다고 봤다. 김 입학사정관은 “각 학생들의 특성과 경향에 따라 맞춤형으로 교육이 이뤄지고 그 결과가 활용될 수 있도록 전형의 다변화가 담보돼야 한다”고 말했다. 현재 대입전형이 비판받는 이유는 5개 전형을 적당히 섞어서 운영하기 때문이라고 봤다. 김 입학사정관은 “5개 전형을 섞어서 운영하고 있으니, 아이들은 5개 모든 전형을 포기할 수 없는 상황으로 만들고 있다”고 지적했다. 

유형별로 선발규모 상한선과 하한선을 명시하되 해당 범주 내에서는 대학 여건에 따라 자율적으로 운영할 수 있는 권한을 부여해야 한다고 봤다. 김 입학사정관은 “상위대학들이 학종/수시에서 과도하게 뽑다보니 정시, 즉 수능을 통해 갈 수밖에 없는 학생들의 선택의 여지가 좁아지면서 상대적 박탈감 때문에 저항이 심해지는 것 아닌가 싶다”며 “대학마다 5개 전형을 적정한 비율로 유지하도록 보장하면서 안정적으로 선택하고 준비할 수 있도록 하는 것이 어떨까 싶다”고 제안했다.

이에 대해 이현 전국교직원노동조합 참교육연구소 소장은 “보통 학교 수업은 수능 중심으로 설계돼 논술 준비가 불가하고 대다수 논술 준비 학생들은 사교육에 의지할 수밖에 없다”며 “학교수업에서 소화가 안 되니 사교육을 유발할 수밖에 없다”고 지적했다. 

이에 김 입학사정관은 “글쓰기에 취미를 가지고 있는 아이도 있다”며 “고도의 시험이 아니라, 고교 교육과정을 정상적으로 거친 단계에서 나오는 정도의 글쓰기 실력을 평가하려는 대학의 노력이 필요하다”고 재반박했다. 

전형 운영시기에 대해서는, 수시 모집시기를 고3 전학기로 확대하자는 다소 급진적인 주장도 있었다. 수시/정시로 구분한 본래 취지를 살리기 위해서 수시는 1학기 때부터 모집과 지원이 가능하도록 개방해야 한다는 것이다. 김 입학사정관은 “각 대학에서 3학년 초에 지원자와 1차 만남을 통해 남은 기간동안의 학업 및 관련 학내 활동 등에 대한 최종합격 조건 등을 안내하면 그 안내내용에 따라 지원자의 학교 학습활동이나 교내활동을 더욱 내실있게 유도하고 촉발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또 다른 대안으로는 수시와 정시를 아예 구분하지 않고 수능 이후에 전체적으로 실시하는 방안을 내놨다. 선발기간이 촉박하지 않겠느냐는 지적에 대해서는 오히려 ‘묻지마 지원’이 방지되면서 평가의 과중 부담이 줄어들 것으로 봤다. 김 입학사정관은 “현재 수시 6회 지원과 ‘묻지마 지원’이 결합한 과도한 경쟁률이 일부대학에 전형수익이라는 과실은 있지만 다른 한편으로는 평가의 과중이라는 부담도 나타나고 있다”며 “허수를 제외하는 효과가 기대된다”고 말했다. 

평가 부담이 큰 학종에 대해서는 평가의 전문성을 확보하면 충분히 가능하다고 봤다. “대학에서의 평가기관과 부담의 문제는 물리적 기간보다도 전문성을 갖춘 입학사정관 같은 평가전문인력을 얼마나 충분히 확보하고 있느냐에 달려있다”며 “평가의 공정성/신뢰성 문제는 평가의 전문성에 대한 문제”라고 봤다. 대학들이 고도화된 인력을 안정적으로 확보할 수 있다면 일시에 하는 것도 가능하다고 봤다. 수능 시험일자는 현재보다 1~2주정도 앞당기고 이를 원서접수기간으로 활용하자고 제안했다. 

<“사회 근본적인 문제부터 개선해야”>
근본적으로 대학입시는 일부만을 개선한다고 전체가 나아지는 문제는 아니라고 봤다. 권오현 서울대 교수는 “대학입시의 기능은 대학 수학 적격자를 가려내는 선발 기능, 학생에게 자신의 꿈을 계속 이어갈 기회를 제공하는 자기 계발 기능, 학교 교육의 바람직한 방향을 유도하는 교육 기능, 사회 통합과 균형 발전에 기여하는 공동체 기능 등을 수행하지만 이들이 유기적으로 뒤엉켜 있어 하나의 기능에서 발생한 문제를 해결한다고 입시 전체가 개선되지 않는다”고 지적했다. 

사회 근본적인 문제를 입시 탓으로 돌려서 제도를 바꿔온 점에 대해서도 지적했다. 권 교수는 “사회 근본적으로 개조하는 과정이 있어야 하는데, 그것이 부담되다보니 쉽게 접근할 수 있는 교육/입시에 전가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이를 두고 ‘타겟 설정의 오류’로 명명하고 아무리 입시제도를 바꾼다고 해서 사회문제가 남아있는 한 문제 해결 실패는 반복될 것으로 봤다. 

한국 교육은 ‘자존감’ 교육이 아닌 ‘자존심’ 교육이 주를 이룬다고 비판했다. 서열화 등의 사고방식에 익숙해져있어서 남과 비교하며 본인의 위치를 확인하고자 한다는 것이다. 권 교수는 “학생들이 본인이 좋아하는 것을 찾아서 묵묵히 갈 수 있도록 토양을 마련해야 한다”고 진단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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