논술응시율 하락추세.. 재학생 수능고전으로 재수생 수시 반사이익

[베리타스알파=박대호 기자] 올해 자연계열 정시는 어떤 양상으로 흘러갈까. 지난해 못지 않은 변별력 높은 수능으로 최상위권 재수생들의 경쟁력이 드러난 상황에서 수시 막바지 동향이 심상찮다. 상위대학 대다수에서 논술 응시율이 하락한 것으로 나타난 때문이다. 현재 논술 미응시 사유는 수능을 예상보다 잘 본 경우와 수능최저조차 충족하지 못한 경우의 두 갈래로 나뉘는데, 올해처럼 일정 수준 이상 변별력을 갖춘 수능에서는 후자가 압도적으로 많다는 게 전문가들의 예측이다. 

어려운 수능은 재학생/재수생 할 것 없이 공통적으로 적용되는 문제지만, 상대적으로 수능 경쟁력이 낮은 재학생들의 고전 양상이 더욱 극심했을 것은 의심의 여지가 없다. 특히 수능최저 수준이 상대적으로 높은 의치한 수시에서 재학생들이 대거 탈락하며 재수생들이 상대적 이점을 안을 가능성이 높다. 지난해 15명을 선발한 연대 의대 논술에 강남대성 재수생 10명이 합격한 사례나, 의치한 학생부교과전형에서 재학생들이 수능최저를 충족하지 못하면서 합격권으로 보기 어려운 교과성적대 재수생들이 대거 합격한 사례 등이 재현될 가능성이 높아졌다. 

수시의 움직임은 곧바로 정시에도 영향을 미칠수 밖에 없다. 정시에 뛰어들어야 할 재수생들이 수시에 합격하며 이탈하면서 오히려 정시의 경쟁은 완화될 가능성까지 있는 상황 때문이다. 여기에 더해 올해 과탐Ⅱ 수험생이 지난해보다도 더 줄어들었다는 점까지 고려하면, 과탐Ⅱ 응시를 필수 자격요건으로 하는 서울대 자연계열은 정시경쟁률이  다소 낮아지고 성적대가 하락하는 수순으로 이어질 가능성이 높다. 자연계열 재학생들에겐 오히려 일종의 기회인 셈이다. 물론 최상위권인 의대 등은 여전히 재수생이 공고하기에 재학생들에게 돌아오는 반사이익이 크진 않겠지만, 그보다 선호도가 낮은 모집단위에선 의외의 결과가 나올 가능성이 있는 셈이다. 

물론 다소간의 경쟁 완화 전망을 두고 큰 폭의 성적대 하락 등으로 오해하는 것은 금물이란 게 전문가들의 조언이다. 한 교육 전문가는 “지난해에 이어 올해도 수능의 변별력이 상당한 수준을 갖추면서 대입 구도도 비슷하게 흘러가는 모습이다. 재학생들이 수능최저를 충족하지 못해 생긴 수시의 빈 자리를 재수생들이 채우고, 이로 인해 정시에서의 경쟁은 다소 완화될 것으로 보인다. 특히, 서울대 정시는 추후 지역균형선발전형(지균)을 기반으로 한 수시이월 규모 등을 살펴봐야겠지만, 일단은 과탐Ⅱ 응시생 감소까지 겹쳐 이러한 양상이 조금 더 강하게 나타날 것으로 보인다”라며 “오해하지 말아야 하는 것은 정시의 경쟁완화가 대대적인 점수하락을 의미하는 것은 아니라는 점이다. 합격선이 크게 내려앉는 소위 ‘펑크’ 등을 의식하는 것은 위험한 발상이다. 상위권 재수생들이 이탈하면서 어디까지나 조금 더 과감한 지원이 가능하다는 정도로 이해해야 한다”라고 말했다. 

수능이 높은 변별력을 보이면서 정시에서의 경쟁은 다소 완화될 전망이다. 수능최저 충족에 어려움을 느낀 재학생들이 수시 대학별고사를 포기하는 등의 양상을 보이면서 재수생들이 다시금 수시에서 돌풍을 일으킬 것으로 보이는 때문이다. 상위권 풀인 재수생들의 수시합격은 곧 정시에서의 이탈을 의미. 경쟁완화 결과로 이어지게 된다. /사진=베리타스알파DB

<줄어든 논술 응시자들.. 상위대학 대다수 응시율 감소>
수시전형 합격자 발표 전 마지막 전형단계인 대학별고사의 응시율이 하향 추세다. 최근 대학가에 따르면 상위대학 대다수에서 논술고사 응시율 하락현상이 나타난 것으로 밝혀졌다. 연세대는 지난해보다 낮은 40%대 응시율을 보인 것으로 알려져 있으며, 성균관대도 자연계열 40%대, 인문계열 50%대로 지난해와 비교했을 때 다소 응시율이 하락했다. 중앙대도 자연계열의 경우 40%대, 인문계열의 경우 50%대의 응시율로 예년 대비 5%p 안팎의 응시율 하락이 나타난 상황이다. 

모든 대학이 응시율을 명확히 공개하진 않은 상태지만, 응시율이 오른 사례는 드물었다. 수능최저 미적용이란 특징으로 응시율이 상대적으로 높은 특징인 한양대조차 지난해 대비 0.1%p 오르는 데 그친 상태였다. 사실상 한 해 전과 별다른 차이가 없는 셈이다. 동일한 수능이후 논술실시에 수능최저 미적용 체제를 적용한 2016학년 82.8%에서 2017학년 81%, 올해 81.1%로 큰 차이 없는 응시율을 유지하는 추세다. 

그나마 의미 있는 수준의 응시율 상승을 보여준 것은 이화여대였다. 이대는 논술 응시계열을 인문Ⅰ 인문Ⅱ 자연Ⅰ 자연Ⅱ로 구분하는데, 4개 계열에서 모두 응시율이 오른 상황이다. 이대 입학 관계자는 “지난해보다 인문계열과 자연계열 모두 응시율이 올랐다. 특히, 자연Ⅰ의 응시율 상승 폭이 가파르다. 지난해에는 인문Ⅰ, 인문Ⅱ보다 응시율이 낮았지만, 올해는 자연Ⅰ의 응시율이 더 높은 상황이다. 자연Ⅱ도 절대적인 응시율만 보면 인문계열보다 낮지만 응시율 증가 폭은 자연Ⅰ과 비슷한 수준”이라고 말했다. 

전문가들은 올해 논술고사 응시율 하락에 대해선 이견의 여지가 없단 입장이었다. 한 입시기관 관계자는 “올해 전반적인 논술 응시율은 하락 추이인 것으로 보인다. 모 대학 논술의 경우 50명이 응시할 수 있는 고사장에 12명만 시험에 참여하는 등 응시율이 내려갔음을 짐작케 하는 징후들이 많다. 물론 수능 이후 논술의 경우 절반 미만의 인원이 응시하는 일도 흔하지만, 올해는 좀 더 빈도가 잦은 상황”이라고 설명했다. 

<응시율 하락현상 왜 나타나나.. 수능최저 미충족자 증가 추정>
상위대학 다수에서 논술 응시율 하락현상이 나타난 원인은 수능최저로 보인다. 수능최저를 충족하지 못해 논술 응시를 포기한 인원들이 늘어나 응시율이 떨어졌다는 결론이 나오는 때문이다. 

현재 대입에서 논술고사에 응시하지 않는 사례는 두 부류다. ‘상향지원’이 원칙인 수시의 특성 상 수시에서 지원한 대학을 정시를 통해 들어가기는 쉽지 않다. 때문에 기본적으론 논술고사에 응시하지 않을 이유가 없다. 그럼에도 논술고사에 응시하지 않는 것은 수능을 아주 잘 봐 굳이 수시에서 지원한 대학에 입학할 이유가 없는 상황이거나 수능을 예상보다 못 봐 수능최저 충족 가능성이 없다고 판단이 드는 경우로 나뉜다. 한 교육 전문가는 “논술을 치르지 않는 경우는 두 가지다. 수능 점수가 잘 나와 정시에서 확실히 그보다 선호도 높은 대학에 갈 수 있다는 판단이 선 경우던지, 굳이 실채점 결과를 보지 않더라도 수능최저를 충족하지 못할 것이 확실한 경우로 볼 수 있다”라고 설명했다. 

논술 미응시 사유는 2개지만, 수능을 잘 봤다기보다는 수능을 잘 보지 못해 수능최저를 충족하지 못한 인원들이 절대다수라고 봐야 한다. 이영덕 대성학력개발연구소장은 “재수생들 중에는 수능을 예상보다 잘 봐 대학별고사를 치르러 가지 않은 사례가 있긴 하다. 하지만, 이런 사례는 많지 않다”라고 현장 분위기를 전했다. 

이처럼 논술 미응시자 태반이 수능점수가 만족스러운 사례보다 불만족스러운 사례인 이유는 올해 수능의 변별력이 지난해 못지않다는 점 때문이다. 지난해 수능은 ‘6년만의 불수능’으로 불릴만큼 난이도가 높았다고 여겨진 시험이었다. 올해 수능이 이와 비슷한 난이도라면 예상보다 수능을 잘 본 사례는 적을 수밖에 없다. 이 소장은 “수능 당일 나온 수능 난이도에 관한 이야기들은 입시기관들이 문제를 두고 어려운지 쉬운지를 따져본 결과물이다. 평가원이 비슷한 수준의 출제를 공언한 데다 문제를 풀어본 결과 지난해와 비슷한 수준이기에 ‘지난해만큼 어렵다’란 결론이 나온 것이다. 그리고 실제로도 어려운 난이도가 맞다는 결론이 나오고 있는 상태”라며, “물론 영어 절대평가 때문에 지난해보다 등급을 받기 조금 쉬워진 것은 맞다. 영어 1등급의 경우 현재 9%가 넘을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국어 수학과 달리 수험생들에게 ‘킬러문항’으로 보이는 변별력 문항이 영어에선 딱히 없었기 때문이다. 하지만 국어 수학은 달랐다. 킬러문항들이 확연히 자리잡고 있어 상위권에서 충분히 변별력을 갖춘 것으로 보인다. 이 정도 수준이라면 재학생들 중에 상당수는 수능최저를 충족하지 못한 것으로 봐야 한다”라고 말했다.

수능을 잘 봐 대학별고사에 응시하지 않는 사례가 나오기 힘든 것은 정시의 불투명성과도 관련이 깊다. 정시는 정량평가인 수능중심으로 선발이 이뤄지기에 점수가 높으면 합격 가능성이 높아지는 구조지만, 실제로 들여다보면 꼭 그런 것만은 아니다. 대학별로 영역별 반영비율이 다르고, 반영지표 등도 다르기에 동일한 점수라 하더라도 유/불 리가 발생하게 되며 모집단위별 입결의 변동도 매년 존재해 일정점수 이상이라고 무조건 합격을 담보할 수 있는 것은 아니다. 합격을 자신하려면 예상되는 합격선보다 상당히 많은 점수가 남아돌 정도여야 한다. 이 소장은 “강남대성 등의 수험생들을 진학지도할 때 항상 하는 말이 ‘되도록이면 대학별고사에 응시하라’는 것이다. 만약 250점이 정시 예상합격선인 학과가 있다고 하자. 가채점 결과 253점을 받았다면 원칙적으론 정시를 통해 합격 가능한 곳이기에 대학별고사에 응시하지 않아도 된다. 하지만, 실제 정시에서 어떤 결과를 받아들게 될지는 알 수 없다. 실채점 결과가 가채점과 다르게 나올 가능성도 있고, 조금 점수가 남는다고 해서 정시에서 꼭 합격하리란 보장도 없다. 정시에서도 그 정도 학과를 지원해야 한다면, 수시에서 차라리 승부를 보는 것이 낫다”라고 설명했다.

<수능최저 충족비율 하락 왜.. 영어 절대평가 예측 실패, 어려운 국어수학 난도>
지난해와 비슷한 어려운 난이도의 수능이 치러졌지만, 상대적으로 등급 충족이 쉬운 영어 절대평가 적용은 분명 수능최저 충족비율을 높일 수 있었던 요인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올해 논술고사 응시율 하락현상이 발생한 이유는 뭘까.

전문가들은 대학들이 영어 절대평가에 따라 수능최저를 조정한 것이 원인이라 지목했다. 한 교육 전문가는 “영어 절대평가에 따른 1등급 비율을 무려 15%까지 예상하고 수능최저를 조정한 대학들이 있다. 1등급을 받기가 쉬워졌으니 수능최저를 다소 상향한 것은 문제가 없지만, 너무 과도한 1등급 비율을 예상해 수능최저를 다소 높게 올린 것은 문제가 된 상황”이라며, “물론 이는 대학들의 잘못만으로는 볼 수 없다. 영어 절대평가 적용이 처음 공언된 2014년은 물론이고 올해 대입 전형계획이 발표된 지난해 4월만 하더라도 영어 1등급비율이 10%를 넘을 것으로 종종 예상되곤 했다. 가뜩이나 쉬운 수능 기조가 이어지고 있던 와중에 더욱 ‘쉬운 영어’가 될 것으로밖에 볼 수 없었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대학들 역시 영어 절대평가 적용을 앞두고 수능최저를 일부 조정한 것이 예상과는 다른 양상으로 흘러갔다는 데 동의하는 모양새다. 한 대학 입학관계자는 “우리 대학은 인문계열과 자연계열 모두 지난해보다 수능최저를 상향했다. 영어 1등급 비율을 10% 정도로 예상하고 수능최저를 조정했기 때문이다. 예상 외로 영어도 일정 수준 이상 변별력을 갖추면서 수능최저를 충족하지 못한 수험생들이 많았고, 이로 인해 논술 응시율이 하락한 것으로 자체 분석하고 있다”라고 털어놨다.

전문가/대학들의 분석처럼 실제 영어 절대평가에 대한 잘못된 예측은 수능최저 충족비율 하락으로 이어질 수밖에 없다. 영어 1등급 비율이 높을 것으로 예상하고 수능최저를 조정해놨는데, 그보다 실제 수능의 난이도가 높으면 수능최저를 충족할 수 있는 수험생 수는 한층 줄어들게 되는 때문이다. 일부 대학들은 이미 수능최저 조정에 따라 당장 수시 경쟁률부터 크게 낮아지기도 했다. 

영어 절대평가 예측 실패가 수능최저 충족비율 하락과 그로 인한 논술고사 응시율 하락으로 이어졌단 분석은 올해 의미있는 논술 응시율 상승을 보인 이대의 예를 보더라도 맞아 떨어진다. 이대는 영어 절대평가 적용에도 불구하고 지난해와 올해 수능최저를 동일하게 유지한 결과 올해 응시율이 지난해보다 오른 사례다. 이대 입학관계자는 “영어 절대평가 적용이란 이슈가 있긴 했지만, 우리 대학은 전년도와 동일한 수준의 수능최저를 유지했다. 수험생들이 그 부분을 편안히 느껴 응시율이 오른 것으로 보고 있다”라고 말했다. 

물론 모든 대학에서 이대와 동일한 현상이 발생한 것은 아니다. 지난해와 동일 수능최저를 유지한 성대는 이대와 반대로 응시율이 지난해 대비 소폭 하락했다. 물론 큰 폭의 응시율 하락은 아니었다. 자연계열의 경우 거의 지난해와 동일한 응시율을 보였으며, 인문계열의 응시율도 하락폭이 크진 않았다. 다만, 그럼에도 이대와 반대 양상이 나타났다는 것만은 분명하다.

대입에선 동일한 원인들을 두고도 다른 결과가 발생하는 사례가 종종 있는데 이대와 성대의 상반된 결과 역시 이러한 사례 중 하나란 게 전문가들의 설명이다. 한 교육 전문가는 “수능최저를 동일하게 유지했다고 해서 무조건 논술고사 응시율이 오르는 것은 아니다. 수험생들의 대학별고사 응시 동인은 다양하게 나타날 수 있다. 올해 어려웠던 국어 수학 난도가 수능최저 충족률을 낮춰 응시율을 낮추는 결과로 이어졌을 가능성이 존재한다”라며, “특히, 수능최저가 높은 의치한의 경우 국어 수학에서 오답률이 높은 ‘킬러문항’으로 인해 낮은 등급을 받은 수험생들이 속출, 논술고사 등 대학별고사 응시율이 낮아졌다고 추정되는 상황이다. 고교현장 교사들이나 진협, 입시기관들 역시 국어가 예상외로 변수 작용을 한 것 같다고 보고 있다. 특히, 국어의 경우 재학생들이 오버슈팅 이론 문제에서 오답을 낸 경우가 많은 것으로 추정된다. 국어에서 예상보다 낮은 등급을 받은 재학생들이 1등급 3개, 3개영역 등급합 4이내 등 상대적으로 높은 수능최저를 요구하는 의대 등의 대학별고사 응시를 포기한 사례가 많았던 것 같다”라고 말했다. 

<수시 합격자 발표 구도는? 재수생 돌풍 ‘필연’>
수능 변별력, 대학들의 수능최저 상향조정 등으로 인해 발생한 재학생들의 수능최저 충족비율 하락은 필연적으로 남은 수시 합격자 발표에서 재수생 돌풍으로 이어질 수밖에 없다. 자격요건 자체를 맞춘 재학생이 적기에 재수생들의 합격 가능성이 한층 높아진 상황인 때문이다. 

재수생이 수시에서 돌풍을 일으키는 것은 올해만의 일이 아니다. 지난해에도 이미 15명을 선발하는 연대 의대 논술에 강남대성의 재수생 10명이 합격, 그 위용을 드러낸 바 있다. 연대 의대 뿐만 아니라 합격 가능성이 높지 않을 것으로 보였던 여타 의대의 학생부교과나 논술 등에서도 재수생들이 대거 합격하는 일이 벌어졌다. 재학생들의 빈 자리를 재수생들이 채우게 된 때문이다. 특히, 학생부교과의 경우 교과성적을 기준으로 일정한 합격선이 존재하기 마련인데 이를 크게 밑도는 합격 사례가 발생하기도 했다. 이 역시 재학생들이 수능최저를 대거 충족하지 못하면서 합격선이 계속 내려앉아 발생한 일이다. 

올해 역시 수시에서의 재수생 돌풍 구도는 되풀이될 것으로 보인다. 정도의 차이는 있지만 수능최저가 전반적으로 높은 의치한 수시에서 재학생들은 약세를 보일 수밖에 없다. 수능의 변별력이 높을수록 학습시간이 많다는 배경으로 수능에 강점을 보이는 재수생들이 재학생들의 자리를 꿰차게 된다. 

특히, 의치한 수시의 경우 수능최저를 설정해놓은 전형이 상당히 많아 이러한 경향이 두드러질 전망이다. 의대의 경우 올해 수시에서 정원내전형 기준 학생부종합전형(학종) 43개, 교과 35개, 논술 13개, 특기자 4개의 총 95개 전형을 통해 선발을 진행 중인데 이 중 수능최저가 설정된 전형은 무려 72개에 달한다. 논술의 경우 한양대, 교과의 경우 인제대 의예/간호, 지역인재 외 모든 전형이 수능최저를 적용했을 정도다. 학종도 전체 전형 중 절반이 넘는 27개 전형이 수능최저를 설정한 상태다. 특기자는 수능최저 적용 사례가 없었지만 전형 개수 자체가 많지 않기에 큰 영향을 끼치지 못했다. 

치대나 한의대도 수능최저가 많긴 마찬가지다. 치대의 경우 학종 17개, 교과 8개, 논술 3개, 특기자 1개의 29개 전형 가운데 25개 전형이 수능최저를 적용하고 있으며, 한의대는 학종 12개, 교과 15개, 논술 1개의 28개 전형 중 23개 전형에서 수능최저를 요구한다. 

의치한의 수능최저는 여타 모집단위에 비해 높기로 정평이 나 있다. 선호도가 높은 만큼 우수자원 선발 취지로 수능최저를 적용하는 경우가 많아서다. 의대의 경우 학종 기준 가천대 가톨릭대가 1등급 3개, 이대가 3개영역 등급합 3 이내를 요구하고 있으며, 경북대 고려대 단국대 아주대 등은 4개영역 등급합 5이내를 요구, 사실상 전 영역 1등급에 준하는 수능최저를 설정하고 있다. 서울대만 유독 2등급 3개로 비교적 낮은 수능최저를 유지 중이다. 

수시에서의 재수생 돌풍은 정시에도 ‘나비효과’를 일으키게 된다. 예상보다 수시에서 재수생들이 많이 합격하는 것은 재학생들 입장에선 호재로 볼 수 있는 부분이다. 현 대입제도는 수시에서 합격할 시 정시 지원을 금하고 있기 때문이다. KAIST GIST대학 DGIST 등 예외 대학들이 있긴 하지만 이는 극히 소수에 불과하다. 통상 정시자원으로 분류되는 상위권 재수생들이 수시에서 합격해 정시에서 이탈하는 것은 필연적으로 경쟁 완화를 불러올 수밖에 없다. 

<서울대 자연계열 정시 과탐Ⅱ 응시 감소 이슈까지.. 경쟁완화 불가피>
수시합격에 따른 재수생들의 이탈로 경쟁완화가 예상되는 자연계열 정시에서 가장 그 경향이 두드러질 것으로 보이는 대학은 서울대다. 올해 과탐Ⅱ 접수인원 감소라는 이슈까지 더해지기 때문이다. 아직 실채점 결과가 나오지 않은 탓에 실제 수능 영역/과목별 응시자 수가 명확히 밝혀지진 않았지만 접수인원을 기준으로 보더라도 과목 응시 경향을 살피기엔 충분하다. 

서울대는 현재 자연계열의 경우 과탐Ⅱ를 한 과목이라도 응시해야만 지원 가능하도록 자격요건을 설정해 둔 상태다. 과탐 조합에서 Ⅰ+Ⅱ나 Ⅱ+Ⅱ인 경우에만 지원 가능하며, Ⅰ+Ⅰ인 경우에는 지원 불가다. 

여기에 과목명이 달라야 한다는 조건까지 더해진다. 동일한 과목을 선택한 경우는 지원자격이 부여되지 않는다. 물리Ⅰ+물리Ⅱ와 같은 조합은 허용되지 않는다. 화학Ⅰ+물리Ⅱ처럼 과목명이 서로 달라야만 한다. 

문제는 올해 서울대에 지원 가능한 자원인 과탐Ⅱ 접수인원이 또 다시 감소했다는 점이다. 올해 수능에서 과탐 접수인원은 총 26만4201명으로 지난해 26만11명 대비 4200여 명이나 늘었지만, 과탐Ⅱ로 한정해서 보면 얘기는 달라진다. 지난해에는 물리Ⅱ 3528명, 화학Ⅱ 4253명, 생명과학Ⅱ 1만5891명, 지구과학Ⅱ 1만913명 등 중복선택자까지 총 포함해 3만4585명이 과탐Ⅱ를 선택했지만, 올해는 이 숫자가 2만9686명으로 5000여 명 가까이 감소했다. 과목별 접수인원은 물리Ⅱ 3519명, 화학Ⅱ 4026명, 생명과학Ⅱ 1만676명, 지구과학Ⅱ 1만1465명으로 생명과학Ⅱ 선택자의 감소 추세가 두드러졌다. 지구과학Ⅱ만 지난해 대비 약간명 늘었을 뿐 물리Ⅱ와 화학Ⅱ에서도 접수인원 감소 경향은 동일하게 나타났다. 

과탐Ⅱ 응시인원이 날로 줄어드는 이유는 현 대학들의 전형방법 때문이다. 높은 난도로 인해 학습량부터 만만치 않은 과탐Ⅱ를 기껏 선택하더라도 대입에서 서울대 외에는 불이익을 주는 사례를 찾아보기 어렵다. 교육과정 상 편성돼있는 과정이지만 대학들이 정작 입시에서 반영하는 데는 소극적이기에 굳이 과탐Ⅱ에 응시해 부담을 감수하느니 Ⅰ과목을 2개 선택하는 전략을 택하는 수험생들이 많아지는 것이다. 

실제 올해 의대 정시에서 과탐Ⅱ에 응시하지 않을 경우 지원 자체를 불허하는 대학은 서울대 뿐이다. 나머지 대학들 중에서는 동아대 한양대 단국대 등이 과탐Ⅱ 응시 시 일부 가산점을 주는 게 전부다. 동아대는 화학Ⅱ나 생명과학Ⅱ에 응시한 경우 표점 3점을 가산해주며, 한대는 3%, 단대는 5%의 가산점을 과탐Ⅱ에 응시한 경우 각각 부여한다. 수시에서는 서울대를 제외하면 과탐Ⅱ 응시 여부에 따라 지원자격에서 불이익을 주거나 가산점을 부여하는 사례가 아예 존재하지 않는다. 

과탐Ⅱ 응시자가 감소했다는 것은 서울대 자연계열에 원서를 넣을수 있는 지원자 풀 자체가 줄었음을 의미한다. 통상 경쟁이 격화될수록 합격선이 따라 오르고, 경쟁이 완화될수록 합격선이 낮게 형성되는 정시의 특성 상 합격선이 예상보다 낮아질 수 있단 결론 역시 도출된다. 한 교육 전문가는 “과탐Ⅱ 응시인원이 크게 줄은 상태에서 가뜩이나 적은 Ⅰ+Ⅱ 인원들 중에서도 상위자원들이 의대 수시 등에 합격해 정시에서 이탈하게 되면 합격선 하락은 피할 수 없는 일이다. 남은 수시합격자 발표를 지켜봐야 하겠지만, 현재까진 지난해와 비슷한 양상인 것으로 파악되고 있다”라고 말했다. 

여기에 최근 들어 지균을 기반으로 가뜩이나 증가 추세인 서울대 수시이월이 올해 한층 더 늘어날 가능성이 있단 점도 경쟁완화 전망을 뒷받침한다. 지균 수능최저는 영어 절대평가와 관계없이 2등급 3개 이내로 동일한 탓에 지난해보단 충족하기 쉬워진 편이지만, 재학생만 지원 가능한 지균의 특성, 국어 수학에서의 킬러문항 등으로 인해 재학생들이 실제 수능최저를 충족할 가능성은 높지 않다는 게 현장의 분석이다. 한 입시기관 관계자는 “지난해 서울대는 모집요강을 통해 지균 선발인원을 735명으로 공고했지만, 실제론 597명만 선발했다. 그만큼 수능최저를 충족하지 못한 사례가 많았다는 것이다. 그 전년도에도 681명 선발계획에 597명을 선발하는 데 그치는 등 높아진 수능 난이도로 인해 지균에서 정해진 인원을 뽑지 못하는 경향이 더욱 강화돼가는 모양새다. 올해 역시 영어 절대평가란 이슈가 있긴 하지만, 수능 난이도 자체가 만만치 않기에 지난해 내지 그 이상의 수시이월이 발생할 것으로 보고 있다. 의대에 대한 선호도가 날로 그 정도를 더해간다는 점도 수시이월 증가 추정 요인 중 하나다. 이처럼 모집인원이 늘어나게 되면 가뜩이나 지원자 풀 자체가 많지 않은 서울대 자연계열 정시에서 합격선 하락현상이 생길 가능성은 높아진다”라고 말했다. 

물론 서울대 자연계열의 경쟁 완화는 의대 치의학과 등에선 나타나지 않을 전망이다. 원체 뽑는 인원이 많지 않은 데다 워낙 선호도가 높은 모집단위인만큼 아무리 재수생들이 수시합격으로 인해 이탈했다 하더라도 높은 성적대의 지원자 풀을 확보할 수 있기 때문이다. 과도한 ‘펑크’ 등도 기대하긴 어려운 상황이다. 한 교육 전문가는 “수시에서의 재수생 돌풍이 곧 정시에서의 경쟁완화로 이어져 재학생들에게 호재인 것은 맞다. 하지만, 이런 현상이 의대 등에까지 이어질 것으로 생각하는 것은 금물이다. 여전히 강남대성을 중심으로 수시에 지원하지 않은 자연계열 최상위권 수험생이 충분한 상황이다. 특수 모집단위를 제외한 통상의 모집단위들에서 경쟁완화 현상이 일부 발생해 합격선이 예상보다 낮아지는 정도로만 받아들여야 한다. 조금 더 과감한 지원이 가능하다는 것이지, 완전히 합격선이 내려앉는다는 것이 아니란 얘기”라고 말했다. 

서울대 자연계열 정시를 노리고 있는 경우라면 원서접수 시기의 경쟁률 변화 양상을 잘 살펴야 할 것으로 보인다. 이 소장은 “서울대는 정시 원서접수 기간 동안 매일 한 차례 지원현황을 공개하는데 이를 잘 살펴야 한다. 통상 합격가능성이 높은 고득점자들은 접수마감 전날이나 직전까지 고민하지 않고 빠른 시기에 지원 여부를 결정하는 경향이 있기 때문”이라며 “마감 전날이나 직전까지 경쟁률이 낮은 모집단위들은 서로 눈치싸움을 벌이고 있음을 의미한다. 예상보다 합격 가능성이 낮아지는 모집단위는 이런 곳들이므로 점수에 자신이 없는 경우라면 경쟁률 추이를 잘 살펴 지원 여부를 결정해야 한다”라고 조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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