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베리타스알파=박대호 기자] 올해도 대입은 여전히 ‘깜깜이’ 양상입니다. 수능이 끝난 후 수능최저 충족 여부도 알지 못한 채 대학별고사에 응시해야 하는 일이 되풀이된 때문입니다. 입시기관들이 등급컷을 내놓지만, 기관별 등급컷이 다른 경우가 많고 실채점결과와도 일치한다는 보장조차 없어 일단 대학별고사에 응시하고 보는 것 말고는 뾰족한 선택지는 없습니다. 수능최저는 충분하다는 생각으로 대학별고사에 응시했지만 실채점 이후 수능최저를 충족하지 못했음을 알고 절망하거나, 수능최저를 충족하지 못했다고 예단해 대학별고사에 응시하지 않았는데 실제로는 수능최저를 충족한 것을 발견, 웃지 못할 비극에 내몰리는 일은 여전할 수밖에 없습니다. 평소 모의고사보다 수능성적이 좋을 것으로 예상돼 수시지원 대학에 굳이 진학할 이유가 없는 경우라면 고민이 없겠지만 ‘예상보다 잘 봤다’는 것은 최근 수능에선 아주 드문 사례지요.

수요자 불편만을 초래하는 ‘깜깜이 대입’, 이대로 두고 볼 것이 아니라 해결책을 생각해봐야 할 때입니다. 물론 근본적인 해결책이 없는 것은 아닙니다. 대학들이 적용하는 수능최저를 폐지해 충족 여부를 두고 발생하는 고민거리를 아예 없애는 방법을 생각해 볼 수 있습니다. 하지만, 쉽게 결정할 사안은 아닙니다. 고교별 교육과정/체제가 다른 상황에서 공통의 시험을 통해 일정 학업능력을 갖추고 있는지를 살피는 수능최저 본연의 기능을 대체할 방안이 전무한 때문입니다. 서울대도 일반전형의 경우 구술면접, 지균의 경우 수능최저를 이용해 학업역량을 검증하고 있습니다.

수능최저 폐지가 방법이 아니라면, 대학별고사 일정 연기도 고려해볼 수 있는 방법입니다. 현재는 수능일 주말부터 대학별고사가 쏟아지는데 이를 성적발표 이후로 연기하는 것이지요. 수능최저 충족 여부를 확인하고 고사에 응시하면서 깜깜이란 비판에서 자유로워질 수 있습니다. 문제는 너무 늦은 시기에 대학별고사가 치러지면 채점 등 절차가 제대로 이뤄지지 못한다는 데 있습니다. 결국 이 방법을 쓰려면 수능일정부터 시작해 전반적인 대입일정을 조정해야 한다는 결론이 나옵니다. 수능을 현행 11월에서 앞당기거나 수시 합격자 발표를 12월 중순보다 늦추지 않고선 어렵습니다. 현행 11월 수능도 고3 교육과정이 전부 끝난 시점이 아니라는 점에서 비판의 소지가 있는데, 수능을 앞당기는 것은 쉽지 않은 일로 보입니다. 게다가 합격자 발표를 늦추는 것도 이후 이어질 정시 일정을 고려하면 쉬운 일이 아닙니다 .

또 다른 대안으로는 교육부와 평가원의 선제대응을 떠올려 봅니다. 현재 입시기관들이 내놓는 예상등급컷은 채점데이터, 부설 학원생들의 수능 가채점 성적 등을 기반으로 합니다. 통계를 내는 방법은 크게 다르지 않습니다. 표본을 얼마나 확보했느냐에 따라 등급컷 적중률에 차이가 난다고 봐야 합니다. 현재의 대학별고사 일정을 일주일 정도 미루고, 그 사이 교육부/평가원이 일부 지역의 채점 데이터를 샘플링해 예상 등급컷을 내 준다면 수요자들의 불편은 상당 부분 해소됩니다. 유일한 단점은 예상 등급컷과 실채점 결과가 다를 경우 대혼란이 벌어질 수 있다는 점인데 충분한 표본을 확보할 수 있는 교육부/평가원의 예상값이 크게 빗나가는 일은 없을 것으로 보입니다.

어느 방법을 택하더라도 문제는 다들 존재합니다. 하지만, 영화 인터스텔라에 나온 대사처럼 우리는 결국 답을 찾아낼 것입니다. 항상 그래왔던 것처럼요. 정밀하게 맞물려 돌아가지 못하는 대입제도로 인해 피해를 보는 수요자들을 방치하는 것만큼은 피해야 할 테니까요.

 
본 기사는 교육신문 베리타스알파의 고유 콘텐츠입니다.
일부 게재 시 출처를 밝히거나 링크를 달아주시고 사진 도표 기사전문 게재 시 본사와 협의 바랍니다.
저작권자 © 베리타스알파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