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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건강 클리닉] 만성두통만큼 쉬운 병이 없다
  • 황치혁 편집위원
  • 승인 2017.12.04 14:52
  • 호수 27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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병 중에 두통만큼 쉬운 병이 없다는 생각을 가끔 한다. 1년 이상 된 만성두통이 진료 첫 날부터 확연히 줄어드는 걸 볼 때 드는 생각이다. 한의원에 오는 두통 환자 중에는 경막하 출혈 등 원인이 확실한 외상성인 경우가 거의 없기 때문일 수도 있다.

만성두통 환자들은 병원에서 CT MRI MRA 등의 검진을 받고 한의원을 찾아온다. 양방병원에서 원인을 밝혀주지 못해 진통제에만 의존하던 환자들이다. 어디에 가도 원인을 알지 못하니 지푸라기 잡는 심정으로, 지인의 소개를 받아오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두통이 쉬운 병인 이유는 바로 치료의 효과를 본인이 체감할 수 있기 때문이다. 병원처럼 복잡한 진단과정이 필요한 것도 아니다. 맥진 복진 설진 등 5분여 정도의 진단을 통해 치료방향이 설정되면 그에 맞게 침을 놓으면 된다. 대개는 통증의 30~50% 정도가 줄어든다고 말한다. 한 번이 아니라 두 번 침을 놓은 경우는 있지만 진료 첫날 두통이 경감되지 않는 환자는 본 적이 없다. 맥진 등의 진단결과를 놓고 침 치료를 통해 치료방향까지 결정하고 나면, 환자가 열심히 오기만 하면 된다.

“두통 때문에 생활을 할 수가 없어요. 평소에도 불편하지만 한 달에 두세 번 자리에 누워 2~3일 동안 꼼짝도 못할 때가 있어요.”

40대말의 여자환자분이 CT 등 온갖 검사를 했는데도 원인은 찾지 못하고 3년여 가량 만성두통에 시달리고 있다고 호소했다. 심하지 않을 때는 진통제를 먹으며 생활하지만 심할 때는 진통제도 듣지 않는다는 것이다.

환자를 살펴보니 안색은 창백하고 맥도 심약했다. 복진을 해보니 중완(위가 있는 부위)과 우측 천추(배꼽 외측으로 6cm, 상행결장 부위)를 눌렀을 때 통증이 나타났다. “두통이 심해지기 전에 평소보다 일이 많아 피곤해지는 것이 아니냐”고 물으니 잠시 생각한 후에 “그런 것 같다”고 대답했다. “어떤 일 때문에 과로를 하게 되느냐”고 물으니 “3명의 자녀를 신경 쓰고 챙겨 줘야 하는데 친정부모님이 아프셔서 병원에 자주 가고, 하던 교회의 일도 놓지 못하고 있다”고 한다.

설진까지 해서 내린 결론은 심한 기허에 혈허 증상까지 겹친 상태다. 기허에서도 비위의 기운이 많이 떨어져 소화기능도 제대로 작동하지 못하고 있었다. 그래서 나타난 것이 바로 중완과 천추의 압통이었다. 이런 압통이 나타난 이유는 음식물이 위장관을 적절한 속도로 빠져나가지 못하고 적체되었기 때문이다. 이런 식적이 있을 때는 다른 어떤 증상보다도 먼저 식적을 해결해야 한다. 침 치료 2회로 식적을 없애고 기혈을 보하는 탕약을 처방했다. 약을 복용하면서도 1주일에 2회 정도 침 치료를 병행했다. 보름 정도 치료 중에 두통은 물론이고 어지러움증도 개선되었다. 그 동안 진통제를 먹은 날이 3일 정도였고, 다음 보름 동안은 하루 정도 약간 두통이 있었지만 진통제를 먹지 않고 지낼 수 있었다. 이후엔 탕약처방만 하고 치료를 종료했다. 마지막에 환자분에게 “과로하지 말라”는 부탁을 했다. 과로로 기운이 소진되고 소화기의 기능도 떨어지고 체한 증상이 나타나면 극심한 두통이 유발될 수 있다고 설명했다.

한방에서는 두통의 원인을 다양하게 분류한다. 먼저 머리의 측면에 나타나는 편두통은 스트레스, 즉 정신적인 문제가 원인일 가능성이 높다. 머리의 측면은 담의 경락이 지나는 부위다. 간은 담과 연관되어 있다고 보는데 이 경락은 스트레스에 민감한 반응을 보인다. 신경을 많이 쓰는 분들에게 잘 나타난다.

소화기계에 문제가 있어도 두통이 나타난다. 이때의 통증부위는 이마와 눈 주위다. 모든 사람이 그런 것은 아니지만 배탈이 나면 앞머리나 눈 주위의 통증이 나타난다. 이마 부위는 양명경의 경락이 지나가는데 양명경의 장부엔 대장과 위가 배속되어 있기 때문이다. 이런 통증이 오래되지 않았을 경우에는 침 치료 한 두 번으로도 쉽게 치료가 된다. 오랫동안 이마부위의 통증이 지속되거나 반복될 경우엔 소화기가 좋지 않다고 보아도 무리가 없다. 속이 잘 울렁거리고 차멀미를 잘하는 사람들은 뱃속이 차가워서 음식물의 소화가 잘 안 되는 것이다. 소화기가 좋지 않은 소음인들에게 잘 나타나는 증상이다. 자기 전에 핫팩을 배위에 올려 놓고 있으면 위의 기능을 강화시킬 수 있고, 나른해지며 잠이 잘 오게 하는 부수적인 효과도 있다.
뒷머리 부위의 두통은 한의학에선 찬 기운에 상해서 나타나는 것으로 보기도 한다. 감기에 걸리면 이 부위의 두통이 많은 이유다. 추위로 인해서 머리의 근육이 위축된 근긴장성 두통이라고도 볼 수 있는데 뒷머리의 풍부 풍지혈을 엄지손가락으로 강하게 눌렀다 떼는 동작을 반복하면 통증이 개선이 된다.

통계적으로 90% 이상의 사람들이 두통을 경험한다. 여자의 68%, 남자의 64%는 1년에 적어도 한번 이상 두통을 겪는다는 조사도 있다. 두통은 보통 사람들에게도 골치거리지만 수험생들에겐 더 심각한 문제다. 두통이 발생하면 집중력이 저하될 수 밖에 없다. 공부를 하고 싶어도 아파서 집중할 수 없다. 활발하게 움직여 주어야 할 머리가 통증 때문에 삐그덕거린다. 학습효율이 떨어지니 성적이 내려가는 것은 당연하다. 학생들의 조사에서도 1086명중 201명(18.5%)이 공부를 하던 중 두통으로 고생한 경험이 있다고 대답했다. 거의 다섯명 중 한명 꼴로 두통을 겪었단 얘기다. 두통도 심각한 학습장애 질환이라는 것이다.

만성두통이 있는 수험생들은 이 같은 치료와 함께 평소 생활도 규칙적으로 만드는 것이 좋다. 쫓기듯이 공부를 하는 것보다는 충분한 수면을 취하고 잠자리에 드는 시간도 규칙적으로 만드는 게 바람직하다. 수면부족으로 두통에 시달리며 길게 공부를 하는 것보다는 한 두 시간 짧더라도 맑은 머리로 공부하는 것이 효과적이다. 마음에 부담을 갖지 않도록 적절한 계획을 세우고 그날 할 일은 그날 끝내도록 해야 한다. 하루 공부를 마치면서 가벼운 마음으로 잠자리에 들 수 있다면 두통은 줄어든다. 따뜻한 물로 목욕을 하는 것도 과도한 근육긴장으로 인한 두통엔 효과적이다. 목욕은 머리를 숙인 자세로 오래 공부하는 학생들의 긴장된 근육들을 풀어준다.

이렇게 해도 두통이 개선되지 않는다면 적극적으로 치료를 해야 한다. 한의학적으로 원인만 분명하게 찾아낼 수 있다면 두통은 의외로 쉽게 잡을 수 있는 질환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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