취업률 중심 특성화고 성과지표도 개선

[베리타스알파=윤은지 기자] 제주의 한 특성화고 학생이 현장실습 중 사망하는 사건으로 재조명된 직업계고의 조기취업 현장실습이 내년부터 전면 폐지된다. 김상곤 교육부장관 겸 사회부총리는 1일 오전 정부서울청사에서 열린 제4차 사회관계장관회의에서 “학생을 노동력 제공 수단으로 활용하는 ‘조기취업 형태의 현장실습’을 내년부터 전면 폐지하고 학생들의 학습권과 안전을 보장하기 위해 학습중심 현장실습으로 전환할 것”이라고 밝혔다. 최근 특성화고 학생들이 산업체 현장실습 도중 다치거나 사망하는 사고가 잇따르자 조기취업 현장실습 폐지시기를 앞당긴 것이다. 

지난 8월 정부는 직업계고 현장실습을 ‘근로중심’에서 ‘학습중심’으로 전환하기 위해 ‘직업계고 현장실습제도 개선 방안’을 발표하고 단계적 적용을 준비해왔다. 정부 입장과 달리 현장실습은 여전히 근로에 중심을 둔 조기취업 형태로 운영됐다. 지난달 제주에서는 특성화고 학생이 현장실습을 하다가 사망하는 등 학생들의 안전과 학습권을 침해하는 사건이 발생하기도 했다. 

제주의 한 특성화고 학생이 현장실습 중 사망하는 사건으로 재조명된 직업계고의 조기취업 현장실습이 내년부터 전면 폐지된다. 김상곤 교육부장관 겸 사회부총리는 1일 오전 정부서울청사에서 열린 제4차 사회관계장관회의에서 “학생을 노동력 제공 수단으로 활용하는 ‘조기취업 형태의 현장실습’을 내년부터 전면 폐지하고 학생들의 학습권과 안전을 보장하기 위해 학습중심 현장실습으로 전환할 것”이라고 밝혔다. /사진=베리타스알파DB

현행 근로중심 현장실습은 조기취업 형태로 학생과 근로자 신분이 혼용된다. 실습기간도 6개월 이내로 긴 편이다. 반면 교육부가 개선안으로 제시한 학습중심 현장실습은 실무 과목과 연계한 '직장 내 교육(OJT)' 방식으로 진행되며 운영기간은 최대 3개월로 제한된다. 

교육계에서 지속적으로 문제를 지적해왔던 취업률 중심의 학교평가와 예산지원 체제도 개선한다. 학생들의 고용안정성 등을 확인할 수 있는 유지취업률을 조사할 수 있도록 직업계고 취업률 조사방식도 국가승인통계로 전환하는 방안을 검토한다. 

현장실습은 교육프로그램에 따라 실습지도와 안전관리 위주의 ‘학습중심 현장실습’의 경우에만 허용된다. 이에 따라 고용노동부 산업통상자원부 중소벤처기업부 등과 협력해 우수 현장실습 기업 후보군을 학교에 제공하고, 기업에 대한 행/재정적 인센티브도 제공하는 등 관계부처 협조도 요청할 계획이다. 

현재 현장실습이 진행되는 모든 현장은 전수 점검해 학생 인권보호와 안전현황을 중점적으로 확인하고 위반사항이나 위험요소가 있을 시 즉시 학교로 복귀조치할 예정이다. 이와 함께 모든 학생에게 실습현장에서 문제가 발생할 경우 해결절차에 대해 문자로 안내한다. 안전위험과 학생권익침해 등에 신속하게 대응하고자 현장실습 상담센터도 설치해 운영한다.

<2017 직업계고 취업률, 17년 만에 절반 이상.. 고용 질은 후퇴>
20일 교육부가 발표한 2017년 직업계고 졸업자 취업률 현황에 따르면 올해 직업계고 졸업자 취업률은 50.6%로 나타났다. 지난해 47.2%보다 3.4%p 상승한 결과다. 17년 만에 절반을 넘기는 상승세를 보였지만 교육계에선 고용의 질을 점검해야 한다는 목소리는 더욱 높아졌다. 

2000년 취업률 51.4% 이후 17년 만에 50%가 넘는 취업률을 기록한 직업계고는 2009년 16.7%를 기점으로 8년연속 취업률 상승곡선을 그려왔다. 대졸자 실업난 악화와 고교 직업교육 확대로 고졸 취업자가 증가한 것으로 분석된다. 반면 전문가들은 올해 초 콜센터 현장실습 고교생 사망사건의 원인으로 취업률 지상주의를 지목하며 개선이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계약직 정규직 등 고용형태와 얼마나 오래 직장을 다니는지 등 일자리 질을 평가할 수 있는 지표를 개발할 것을 요구했다. 

 현장 교사들과 교육계 전문가들은 교육부가 취업률 수치에만 집중한 탓에 고용의 질은 오히려 떨어지고 있다고 지적했다. 지속적인 취업률 상승이 산학일체형 도제학교, 선취업 후진학 등 정부의 지속적인 고졸 취업 활성화 정책의 효과라는 교육부의 ‘자화자찬’과 상반된다. 지난해 김기선(당시 새누리) 의원이 중소기업청에서 제출받은 자료에 따르면, 중소기업에 취업한 특성화고 출신 학생의 고용보험 가입자 비율은 2012년 79.6%에서 2013년 71.7%, 2014년 64.5%에서 2015년 58.8%로 20.8%p가 하락했다. 취업의 양 자체는 늘어났지만 질 좋은 일자리는 줄어들었단 의미로 풀이된다. 

일자리의 질이 지속적으로 하락하는 원인으로 교육부의 교육청 평가지표가 지목됐다. 교육부는 매년 시도교육청을 평가하는 기준에 특성화고 취업률 관련 지표를 포함한다. 전체 100점 중 배점 4점이며 ‘특성화고 취업률’ 2.5점, ‘특성화고 취업률 향상도’ 1.5점로 구성했다. 전문가들 사이에서 고용의 질을 평가하는 지표를 도입해야 한다는 지적이 끊임없이 제기됐지만 관련지표는 하나도 없는 상황이다. 교육부 평가에 따라 인센티브가 달라지는 탓에 각 교육청이 고용의 질보다 취업률 자체에 매달릴 수밖에 없는 구조인 셈이다. 국회 교문위 소속 도종환(더불어민주) 의원은 “고졸 취업률 확대 정책이 학생들을 질 나쁜 일자리로 내몰고 있다”며 “교육청 평가지표를 근본적으로 다시 설계해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이기도 했다. 

취업률만 지표로 삼은 정부의 ‘보여주기 식’ 특성화고 사업지원도 원인으로 꼽힌다. 대표적인 특성화고 재정지원사업인 중소기업청의 특성화고 지원사업은 학교 1곳 당 1억7000만원을 지원해 유사사업인 교육부의 특성화고 취업역량강화사업의 5000만원보다 3배나 많다. 지난해 기준 181개 특성화고에 306억원을 지원했다. 학교 간 경쟁이 치열할 수밖에 없는 이유다. 문제는 중소기업청이 특성화고 지원사업 대상 선정에 ‘지난해 기준 취업률 45.5% 이상인 학교’라는 기준을 제시했다는 점이다. 각 학교에서는 취업률을 끌어올리기 위해 교사와 학생들에게 압박을 가하는 한편, 현장실습생과 청년취업자들은 근로감독 사각지대에서 피해를 입어도 적극 구제에 나서지 못하는 상황으로 이어졌다. 지속적으로 사업에 선정되기 위해 높은 취업률을 유지하고자 학생들의 근로이탈을 최대한 억제해야 하기 때문이다. 

대학의 취업률 지표처럼 ‘유지취업률’을 도입해야 한다는 의견이 수차례 반복되는 배경이다. 고교와 달리 대학에선 매년 취업률과 함께 유지취업률을 공개한다. 유지취업률은 대학 졸업자가 일정 기간이 지난 후에도 고용된 직장에서 계속 근무하고 있는지를 조사한 지표다. 취업의 지속성을 반영하기 위해 교육부가 2012년부터 도입했다. 취업률이 대학재정지원사업 등에서 중요한 지표로 활용되자 대학이 조사 기준일 직전에 단기 취업프로그램 등 일시적으로 취업률을 높이는 부작용이 발생했기 때문이다. 유지취업률은 직장건강보험 조사기준일(6월1일)에서 3,6,9,12개월 지난 시점의 건강보험 유지비율을 활용해 산출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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